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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엽편소설)#1-19 그와 함께 살기로 했다 #월요일 사무실 나는 사회생활 잘하는 직장동료 2명과 함께 점심 먹으러 갔다. 식사 속 이야기의 주제는 자연스레 "나"였고, 나에 관한 이야기가 계속 이어졌다. 그렇게 점심시간이 다 되어 가서야 우리는 자리에서 일어날 수 있었다. 사무실 가는 길에 커피는 테이크아웃 하자고 해서 카페로 걸음을 옮기던 중이었다. 나의 시선을 사로잡은 작은 인형 하나. 그와 너무나 닮은 인형이 눈길을 끌었다. 고민할 것도 없이 냉큼 데리고 왔다. 하얗고 보들보들하고 착하고 순하게 생긴 그와 너무나 닮았다. 내가 보는 그는 이런 이미지와 캐릭터이니까. "어린 아도 아니고 이걸 뭐 하러 삽니까" "갖고 싶으니까" "갖고 싶다고 다 삽니까" "응. 갖고 싶으면 사야지. 안 그럼 병나" 그렇게 나는 그를 우리 집에 데리고 왔다. 그.. 더보기
엽편소설)#1-18 내 공간안에 있는 그 "작가님 글에는 남자주인공은 항상 연상이에요. 연하가 주인공인 로맨스도 써주세요" 글을 쓰면서 가장 많이 들었던 내용이다. 내 나이가 서른 중반이라 연륜 있는 남자를 좋아하는 게 아니다. 어렸을 때부터 "내가 난데"라는 남자들의 쓸데없는 센 척과 자존심 세우는 남자들을 굉장히 혐오했다. 내 성향에는 강한 사람은 맞지 않을 수도, 취향의 차이일수도 있다. 그러나 어느 정도 나이가 들면 웬만한 것은 받아들이고 젊었을 때의 자존심보다는 자존감이 높고, 본인의 강함을 굳이 과시하지 않으며, 그걸 또 애쓰지 않아도 되는 그들만이 가진 연륜이 묻어나는 어른 남자가 나는 좋다. 맞다. 세상 모든 남자가 아저씨가 되는 과정에서 내가 말한 대로 어른 남자가 되지 않는다. 나이가 들면서 차분해지고 여유를 가지는 것이 결코.. 더보기
엽편소설)#1-17 호감이었으면 "과장님, 민원건 하나 들어왔는데 과장님께 주라고.." 다른 팀 막내의 말이 채 끝나지 않았는데 나는 발끈하고 말았다. "왜!!!!! 왜 또 나야!!! 싫어!!" 여자 비율이 많은 사무실에서 서른 중반은 딱 어중간한 나이다. 40대 언니들과 어린 20대들 사이에서 30대는 나와 다른 한 명으로 꼴랑 사무실에 둘 뿐이다. 그마저도 나는 과장, 그 직원은 대리다 보니 딱히 친해질 일도 같은 팀에서 만날 일도 없다. 그런데 나이가 꼭 문제만은 아니었다. 사무실에서 인상 좋아 보이고, 말 조곤조곤하는 사람이 나로 자리매김 되어있다. 여러 번의 경험으로 고객님들이 좋아하는 싹싹하다는 이유로 민원고객은 내가 주 전담하게 되고 말았다. 그러나 월요일 아침부터 민원 고객을 받고 싶지 않았고 나는 발끈했다. 막내의 표정.. 더보기
엽편소설)#1-16 일상을 비집고 처음부터 사랑이 목적은 아니었다. 꿈꿔왔던 일에 대한 열정으로 시작한 출근이었다. 일주일에 한 번씩 그를 만나는 것이 기다려지더니 어느새 그리워하고 보고 싶어 하는 나를 보며 스스로 깜짝 놀랐다. 늘 같은 생활루틴 속에서 오는 평범한 일상들이 주는 소중함과 그가 주는 설렘 사이에서 나는 생각이 많아졌다. 평범한 일상이 주는 안정감이냐 그가 주는 설렘이냐를 두고 굳이 하나만 선택하라면 도저히 하나만 선택할 수 없다고 결론 내려졌고, 30대 중반이 넘는 나이에 처음 찾아온 사랑이자 짝사랑에 한 인간으로서는 거부할 수 없는 치명적인 상황이었다. 그리고 결국 설렘과 두근거림 쪽도 내 인생에서 한 번이고 일부라며 겪어보자 라는 생각들이 긍정의 논리를 만들어내 결국 자기 합리화시켜버렸다. 맞다. 아직은 그가 정리가.. 더보기
엽편소설)#1-15 다른사람에게 한 고백 #토요일 이른 아침 "잘 지냈어요?" 그녀의 물음에 내 머릿속에서 점점 자리를 좁히려 무단히 애를 쓰던 그가 문득 떠올랐고, 이내 표정이 어두워졌다. 이를 놓칠 의사가 아니지. 그것도 10년 넘게 봐왔으니 말이다. 정말 평소 많이 쓰는 평범한 인사말에 심장이 쿵하고 내려앉는다. "네, 선생님도 잘 지냈죠?" "잘 지낸 거 맞아? 안색이 안 좋은데?" 그녀는 곧 걱정 가득한 눈으로 내 얼굴을 살폈고, 나는 애써 들키지 않으려 항상 함께 마시던 페퍼민트 차를 준비했다. "자, 이제 말해봐요 무슨 일인지." "별일 없어요. 약도 조절하며 잘 먹고, 잠도 잘 자고" "귀신은 속여도 난 못 속이지. 무슨 걱정 있어요?" 결국, 쏟아내고 말았다. 누군가에게 숨겨둔 이야기를 내뱉는 순간, 그 많은 감정들이 한꺼번에 .. 더보기
검은 머리가 파뿌리가 될 때까지 결혼이란사전적인 의미로는 남녀가 정식으로 부부 관계를 맺음. 법적으로 호적상에 서로가 부부가 되었다는 것을 증명해 두는 혼인신고와 주변 지인들과 일가친척들에게 부부가 된 것을 알리는 결혼식을 통해 합법적인 정식 부부 되는 것을 결혼이라 말하고 일컫습니다. 여자 나이, 스물아홉암만 시대가 바뀌었다고 해도 우리나라에서 그것도 지방에 사는 여자 나이가 스물아홉이 넘어가면 다들 한 마디씩 합니다. "언제 결혼해서 아 낳고 살끼고?", "노처녀 히스테리다." "한창 예쁠 때 남자한테 사랑받아야지 쪼글쪼글해서 만날끼가" 등등 결혼하기 전에는 명절에 일가친척들 집에 방문한다는 게 필자에겐 큰 용기를 내야 하는 일이 되었었습니다. 사실 정작 필자는 결혼에 대한 필요성과 확신이 없었고, 생판 살아온 환경도 생각도 다른 .. 더보기
엽편소설)#1-14 현실로 돌아갈 때 그의 여운은 여전히 가시질 않고 나에게 머물러 있다. 그와의 만남으로 내 일상생활이 멈춘 이유와 본업에 집중할 수 없는 이유를 명확하게 알게 되었다. 지금 나는 온통 그에게로 가 있다. 몸이든 마음이든 어느 것 하나 내 것임에도 불구하고 모두 그의 것이다. 고로, 그와의 관계를 정리하지 않고서야 계속 이 멈춘 상태로 시간만 흘러갈 뿐이다. 짝사랑 결말. 이 일방적인 사랑이 점점 변질되어 나를 괴롭히고 있다. 하루는 그를 향한 마음으로 설레었고, 하루는 그를 향한 마음으로 간절했으며, 하루는 그를 향한 마음으로 원망도 하였고, 하루는 그를 향한 마음으로 미워도 했다. 그리고 하루는 그의 스킨십에 두근거려 잠을 잘 수 없게 만들었다. 그는 단순히 머리카락을 정돈해 준 행동일지 모른다. 내 머리카락을 이렇게 .. 더보기
엽편소설)#1-13 인생만사 일장춘몽 이번에 그의 첫마디는 잘 지내셨어요가 아니었다. "오늘은 안 늦고 딱 맞춰오셨네요?" 뜨끔했다. 내가 건 내기를 그가 알리가 없는데 들킨 줄 알았다. 맨날 늦는 내가 시간을 맞춰와서 그냥 하는 인사였을텐데 혼자 몰래 사랑하는 입장에서 도둑이 제 발 저린 격이 되었다. 평소 나와의 약속을 잘 지키려는 편이다. 하나의 강박처럼. 약속을 지키지 않게 되면 내가 나한테 건 내기 또한 별 의미 없는 나가리가 되기 때문이다. '마스크 한번 벗겨내 보마!!!' 그의 눈을 마주칠 수가 없다. 왜 유독 그동안 그에게만 눈이 마주치기가 힘들었는지 분명히 알게 되었다. 환공포증 따위가 문제가 아니었다. 내 사랑이 그에게 들킬 거 같아서, 티가 날까 봐 마주치지 못했던 것이다. 그가 날 속였다. 정확하게는 그가 속인 게 아니.. 더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