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처음부터 사랑이 목적은 아니었다. 꿈꿔왔던 일에 대한 열정으로 시작한 출근이었다. 일주일에 한 번씩 그를 만나는 것이 기다려지더니 어느새 그리워하고 보고 싶어 하는 나를 보며 스스로 깜짝 놀랐다. 늘 같은 생활루틴 속에서 오는 평범한 일상들이 주는 소중함과 그가 주는 설렘 사이에서 나는 생각이 많아졌다. 평범한 일상이 주는 안정감이냐 그가 주는 설렘이냐를 두고 굳이 하나만 선택하라면 도저히 하나만 선택할 수 없다고 결론 내려졌고, 30대 중반이 넘는 나이에 처음 찾아온 사랑이자 짝사랑에 한 인간으로서는 거부할 수 없는 치명적인 상황이었다. 그리고 결국 설렘과 두근거림 쪽도 내 인생에서 한 번이고 일부라며 겪어보자 라는 생각들이 긍정의 논리를 만들어내 결국 자기 합리화시켜버렸다.
맞다. 아직은 그가 정리가 안 되는 모양이 틀림없다.
이렇게 계속 말도 안 되는 논리를 내세우며 말이 길어지는 걸 보니?
사실, 이미 그를 향한 본능이 시작되었기에 그 어떤 브레이크도 작동되지 않음을 정확히 알아버렸다.
전에 없던 이성에 대한 설렘과 두근거림이 내게는 너무나 버겁지만, 혼자 몰래 사랑한다는 점과 그를 몰래 내 마음에 품고 있다는 사실에 묘하게 나를 자극시키는 것도 분명하다.
이 짝사랑이 언제까지 유효할지는 모르겠지만, 그때까지 안전하게 마음껏 그를 사랑할 수 있는 방법은 아마 더 꽁꽁 그에 대한 마음을 숨기는 것일 거다. 그를 향한 내 마음이 이러했다고 그러니 기억하라고 살아라고 말하는 때가 올 때까지 내 사랑은 계속될 것이다.
#일요일 아침
땀복을 앞에 두고 고민 중이다.
뛰러 갈까 말까.
평일 아침에는 절대 볼 수 없는 일이다. 고민 없이 뛰러 나가기에.
어째서인지 뛰러 나가기가 싫었다.
왜 가기 싫은지 정확한 마음을 알지 못했다.
그러나 곧 나는 알게 되었다.
일요일엔 그가 사무실이 없다.
언제부터 그가 강박 있는 내 생활루틴까지 침범했지?
강박과도 같은 생활루틴이 조금씩 변화하기 시작했다.
스트레스 해소와 활력이 목적이었던 러닝에서 그를 향해 힘찬 달리기로 변질된 게 언제부터지?
내 의지와는 다르게 변하는 일상에서 내가 얼마나 그를 간절하게 생각하는지를 알게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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