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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편소설

엽편소설)#1-2 너에게로 또다시 익숙한 공기, 익숙한 향기, 익숙한 노트와 펜. 그리고 익숙한 자리에 앉아 원고지 노트를 펼친다. 휴대폰 액정화면에는 정각 오후 10시를 가리키고 있다. 모든 게 완벽하다. 이로써 글 쓸 준비는 마쳤다. 그렇다. 나는 강박장애와 불안장애가 있는 완벽주의자 신출내기 무명작가다. 아이러니하게도 연애 한번 제대로 해본 적 없는 내가 장르는 로맨스로 웹소설을 쓰고 있다니.. "징징징ㅡ 징징징 ㅡ" 요란한 진동소리에 인상을 찌푸린 채 베개 옆에 있는 휴대폰 알람을 끄고 다시 눈을 감는다. 그러고 번뜩 오늘이 무슨 날인지 깨닫고 이부자리를 박차고 일어나 화장실로 달려간다. 칫솔을 입에 문 채 핸드폰 속 노래를 재생시킨다. 기분 좋을 때 듣는 노래, 최성수 남남. '오늘밤만 내게 있어줘요 더 이상 바라지 않겠어요 아.. 더보기
엽편소설) #1-1 태워줄게요 "1층입니다." 문이 열리자마자 참고 있던 숨을 크게 내뱉고 들이마시기를 반복하다 이내 곧 기분 좋은 냄새에 아쉬웠던 마음은 금세 사그라들고 발걸음이 가볍다. 건물을 벗어날수록 코를 자극하는 진한 향기. 딱 비 오기 직전에만 풍기는 비를 잔뜩 품고 있는 흙냄새와 풀냄새는 내가 가장 좋아하는 날씨다. 금방이라도 쏟아질 거 같은 먹구름과 습기 찬 냄새. 모든 게 완벽하다. 이런 기가 막힌 타이밍과 완벽한 날을 그냥 흘려보내는 건 예의가 아니지. 인심 썼다! 오늘은 날씨에 내 사랑을 걸어본다. 횡단보도 건너기 전, 3방울의 비를 맞으면 다시 돌아가서 그를 한번 더 보고 오리라. '비야 제발 내려라. 비야 내려라. 비야 내려줘' 한 걸음씩 내딛는 걸음마다 간절히 바라본다. "어? 진짜 비다!" 간절한 내 기도가.. 더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