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감성 글쟁이/엽편소설

엽편소설)#1-315 안녕, 봄 #굿바이, 나의 봄그는 알지 못했다.지난번에 전해주지 못한 것보다 반의 반도 안된다는 사실을.사실은 이러했다. 전해주지 못한 이유가 깜빡한 것만은 아니었다. 용기가 없었던 것이 비중이 컸다. 하나 주기도 힘든 선물을 세 개나 주기에는 많은 용기가 필요했고, 해서, 이번에 선물의 양을 확연히 줄였다. '선물'만 두고 보면 누군들 싫어할 사람이 있을까. 말 그대로 선물인데.. 그러나 그와 나는 선물을 주고받을 관계가 분명 아니다. 여기서 한 번의 슬픔을 맛보아야 했다. 선물 내용이 그가 좋아할지 아니면 그 반대일지도 모른다. 말했다시피 그에 대해 아는 것이 없다. 그러나 '선물'만 보지 말았으면 한다. 그에게 더 많은 것을, 더 좋은 것을 내어주고 싶다. 솔직히 더한 것도 줄 수 있고, 더 많은 것도 .. 더보기
엽편소설)#1-314 장마는 끝났다 당신은 따뜻한 사람이에요. 말을 천천히 골라하고, 웃을 때도 눈꼬리부터 천천히 내려가는 사람. 손은 늘 미지근하고, 행동에는 여유가 있어요. 당신은 봄 햇살처럼 나를 감싸주는 사람이에요.햇살을 쐬고 있으면 마음이 포근해지고, 오래 있으면 어느샌가 평온해 눈이 감기는. 나는 그런 사람을 처음 만났고, 처음으로 봄이라는 계절이 왠지 당신과 닮아있어 기다리게 됩니다. 하지만 봄이 그렇듯, 봄은 언제나 짧죠..그렇게 아무 일도 일어나지 않을 봄을 조용히 놓을게요. 아무도 다치지 않게, 계절처럼 당신을 흘려보낼게요. 봄은 그렇게 끝나야죠.허나, 계절이 바뀌고 흘려보냈다 생각한 당신은 여전히 내가 바짓가랑이 붙들고 있었어요. 그런 여름이 막연하게 두려워요. 햇빛은 너무 강하고, 바람은 너무 뜨겁고, 왠지 무언가 다.. 더보기
엽편소설)#2-16 가까이 더 #그만, 놀려요"주말에는 뭐해요?""토요일은 롤러장 가고, 일요일은 스케이트 보드 타러 가요""아 ㅋㅋㅋ 스케이트 보드 타시는 거 보고 싶어요""응?? 나요??""네^^""뭐가 또 그렇게 웃겨요...""안전장비가 굉장히 잘 어울리시더라고요?ㅋㅋㅋㅋ""....."아침마다 그에게 돈을 달라고 해야겠다. 무더운 여름, 나로 인해 행복하고, 즐거웠으니 그만큼 웃게 해 준 값을 당당히 요구해도 되지 않을까. 싱글벙글 웃는 그가 어이가 없어 나도 따라 웃고 말았다. 그런 내가 좀 대견했다. 사람들 속에 섞여 어울리다니..."높은 공기 마시니까 어때요?""네????""낮은 공기 마시다가 높은 데서 공기 마시면 어떠냐고요^^""압!! 진짜.."눈을 흘겨주었다. 내가 만만한가?? 주먹으로 배를 한대 갈겨주고 싶었다. 더.. 더보기
엽편소설)#1-313 연정 #연정을 품다당신을 대한 아가페적인 연정만으로 금기의 절박한 대의마저 져버렸어요. 당신을 사랑하게 된 나의 변화를 충분히 설명할 수 없기에 강렬한 신체적 욕망만이 남기를 바라요. 언제나 삶은 가깝고, 사랑은 멀기에....나, 당신을 가져야겠어요. 너무 사랑해서 사랑한다는 말이 입 밖으로 나오지 않아요. 당신을 잘 알지 못하는 상태에서 당신을 좋아했어요. 손익을 따지지 않았고요, 내 모든 걸 잃는다 해도... 아니 것도 부족해요. 목숨까지 내놓아야 한다 해도 나는 기꺼이 당신을 사랑하고 싶어요. 혹시.. 사랑한다고 말하지 않아, 사랑을 느끼지 못하는 것은 아니지요. 직접적으로 표현하지 않아도, 분명히 사랑임이 틀림없지만, 사랑을 말하기엔 내겐 모순이에요. 이해하시겠어요? 너무 많이, 그것도 너무도 .. 더보기
엽편소설)#1-312 시나브로 스며들어 #말하지 못한 사랑이 쏟아졌다마음속 깊이 눌러두었던 감정이 조용히 곪아, 마침내 터져버렸어요. 내 사랑이 당신에게 짐이 될 거라는 걸 알면서도 말이죠. 덕분에 사랑받고 싶은 감정이 오늘도 나를 구깁니다. 그리움에 몸을 담그고, 고개까지 처박아 숨을 거두어도 당신에 대한 마음은 꿈쩍도 하지 않아요. 하릴없이 그리운 당신의 향수를 온몸으로 느끼고 싶고요, 여전히 거부할 수 없는 당신의 순간을 기억하고 싶습니다. 나에게는 당신이 필요해요. 슬프지만, 진심이에요. 나락에서 울부짖ㅇㅓ도, 온몸이 짓눌려 부서지는 마음으로도, 가루가 되어 흩날리게 되어도 당신에게 진정으로 가고 싶어요. 당신은 무너지는 내가 보이지 않으시겠지만, 온전히 당신을 갈망하는 나를 알고는 계셔야 해요. 그래야 내가 덜 억울할 거 같아요.. 더보기
엽편소설입니다 #얼마 전"낭만과 로망의 이름으로 모두를 사랑하겠습니다""사랑해요 깨작님, 멋지세요 아작님"사회자 : 아작? 깨작?? 그게 무슨 말이에요?나: 제 입으로는 말 못 해요 ㅠㅠ사회자 : 아작? 무슨 뜻인가요?독자들 : 아기 같은 작가!!!!!사회자 : ㅋㅋㅋㅋㅋㅋ깨작은요?독자들 : 깨물어 주고 싶은 작가!!!!사회자 : 잠시만, 타임!! 앞에 남자분 혹시 작가님이랑 무슨 관계세요?남편: 저요? 남편입니다.사회자: 근데 왜 그렇게 정색합니까 ㅋㅋ 아작, 깨작이 마음에 안 드세요?ㅋㅋㅋㅋㅋ남편 : 낯설어서요.사회자 : 뭐가요 ㅎㅎ남편 : 달라요. 집에서 안 저러거든요. 예쁜 척하는 거 처음 봐요.나: 그럼 여기까지 와서 못난 척 해???!!!사회자: 작가님 진정하시고... 부부싸움은 집에서^^;;사회자: 작.. 더보기
엽편소설)#2-15 엘리베이터 안에서 #같이 가요아침부터 더운 여름이었다. 아침내 공들여 화장한 시간이 무색할 만큼. 등굣길에 그는 보이지 않았다. 일이 있나? 아직 몸이 안 좋은 건가? 늦잠 잤나? 이런 생각들이 꼬리에 꼬리를 물었고, 머리를 흔들어 잡생각을 떨쳐냈다. 등굣길에 아이와 '시장에 가면' 게임을 하며 어느새 학교 근처까지 다다랐다. 2:1로 지고 있는 상황에서 결국 교문 앞에서 3:1이라는 패배를 맛보았다. 교문 앞에서 손을 번쩍 들어 인사하는 아이가 보이지 않을 때까지 나는 그 자리에 멈춰서 있었다. 교문을 벗어나자 그가 보였다. 그도 나를 보고 있었다."안녕하세요^^""어?! 일찍 오셨네요 ^^ 먼저 가볼게요""같이 가요. 기다렸어요""아.."그렇게 나란히 횡단보도 앞에 섰다. 곧 초록불이 바뀌고, 마주 오는 아이들과 학부.. 더보기
엽편소설)#1-311 초여름의 절정 간절하게_몸이 아닌, 마음이 먼저 닿기를.순간,눈빛이 머무르고, 주고받는 말이 사라지고,공기가 부드러워졌다.그의 입술이 먼저 닿았지만, 나의 마음은 길을 잃었다.검은 마스크를 고이 접어 넣는 이 다정한 남자는 내가 사랑하는 유일한 남자다. '것 봐요, 베이지 마스크는 안 어울린다고 했잖아요~'"차에서 할래요?""끄덕끄덕""조금 있다 만나요""끄덕끄덕"길을 잃었다. 그에게 빨리 가고 싶었지만, 마음과는 달리 같은 장소만 맴돌 뿐 그에게 도착하지 못했다. 조용한 계단에 울려 퍼진 벨소리로 화들짝 놀랐고, 그만 폰을 떨어뜨리고 말았다. 전화가 끊겼고, 다시 통화버튼을 누르고서야 그의 목소리를 들을 수 있었다. "여보세요""어디 계세요?"수화기 너머, 나긋거리는 그의 목소리. 감미로운 음성은 귓속에 물결처럼 .. 더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