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감성 글쟁이/엽편소설

엽편소설)#1-320 다정한 슬픔 #나는 당신에게 연정을 품고, 당신은 내게 다정한 슬픔을 보였어요. 매번 당신은 내 속도 모르고 퍽 잘 웃었어요. 속도 없이 상냥했고요. 눈만 마주치면 자꾸 웃으며 눈을 피하는 통에 나는 정신을 차릴 수가 없었어요. 나를 좋아하나 하면서 많이 떨렸고 설렜거든요. 돌이켜보면 당신에게 사랑이 들켜버릴까 봐 나는 당신 앞에서 제대로 한번 웃지도 못했어요. 어설픈 행동들은 더 삐거덕 거리고 뚝딱거리기만 했을 뿐이었죠. 당신이 나를 어떤 사람으로 기억하는지 궁금해요. 당신이 그러셨지요, 나는 '항상 감사하고 고마운 사람'이라고요..상대방을 배려하고 있지만, 거리감이 느껴지는... 그게 당신에게 비친 내 모습이라는 거잖아요. 저 말에 조금은 아팠고, 아픈 만큼 내게 생채기를 냈어요. 곱씹어봐도, 벽을 두고 있는 당.. 더보기
엽편소설)#1-319 반가운 비 당신은 내가 왜 비를 좋아하는지 아시나요?조금 유치하긴 하지만, 어렸을 때는 하늘 위에 있는 신이 흘리는 눈물인 듯해서 비를 싫어했었어요. 신의 존재를 믿지 않았지만 말이에요. 그러던 어느 날, 국민학생 때 여동생과 싸우고 부모님께 왕창 혼나고 문방구에 아이스크림 사러 갔던 날이었어요. 콜라맛 쭈쭈바 하나를 입에 물고 신나는 발걸음으로 집으로 돌아가는 길에 갑자기 비가 내렸어요. 우산 없이 옷이 흠뻑 젖을 때까지 비를 맞다 보니 비를 맞는 게 찝찝하거나 싫지 않아 졌어요. 왠지 하늘에 있는 신이 나를 위해 울어준다고 생각하니 위로받는 느낌도 들고 말이에요. 빗속을 걷다 보니 즐겁기도 하고, 물웅덩이를 뛰어서 착지하며 물을 튀기는 것도 웃겨서 콧노래도 흥얼거리게 되고, 춤도 절로 나왔어요. 그때부터였던 거.. 더보기
엽편소설)#1-318 비록이지만 #비록 내가 원하는 삶이 아닐지라도아무렇지도 않은 것처럼 지내다가 아무렇지도 않게 당신이 떠올라요.당장에 죽지는 않지만, 오래도록 시름시름 앓다가 아파요.마치 불치병처럼 말이죠.술기운 탓인지 당신 탓인지한껏 상기된 두 볼 위에 당신이 눈앞에 조용히 아른거려요.보고 싶어요.거세게 쏟아지는 빗줄기를 창밖으로 바라보다당신에 대한 그리움이 짙게 밀려왔어요.유리창에 타고 흐르는 빗물은 눈물 되어 그리움의 바다로 조용히 나를 이끕니다. 비가 내립니다. 오지 않을 당신을 향한 애끓는 외침처럼 천둥이 고요를 찢고서요. 당신이 머문 자리, 내가 당신에게 머문 마음 위에도 하염없이 내립니다. 추억에 젖어 비에 젖어 허우적거리다 이내 가라앉고 말죠. 결단코 당신과 사랑일 순 없겠지만, 요즘 들어 몇 없을 내 진심이에요. .. 더보기
엽편소설)#1-317 남겨진 이야기 #사랑일까, 사랑이 아닐까한참을 앞만 보고 달려온 사랑이었어요. 숨 좀 돌리려고요.. 전력질주한 덕에 에너지를 다 써버렸어요.몸에 힘을 빼고, 다정한 당신을 조용히 떠올려봤어요. 그리곤 남겨진 나도 당신 옆에 세웠죠. 곱씹어보아도, 당신과 나 그렇게 나쁜 그림은 아닌 거 같은데,, 썩 어울리지 않는 것도 아닌 거 같은데,, 우리는 왜 사랑이 되지 못했을까요. 반쪽이긴 하지만, 쌍방 하는 몫_ 그 이상으로 당신을 사랑하고 있는데, 왜 우리는 함께 하지 못할까요. 몇 번이나 손끝에서 휴대전화를 쥐었다 내렸다 했는지 몰라요. 당신을 보러 가겠다고 말이에요. 망설임은 점점 길어지고, 그리움은 그 틈엔가 더 깊어졌어요. 내가 당신을 불편하게 만들었을지도 모른다는 두려움, 당신이 나를 지겨워할지도 모른다는 걱정이.. 더보기
엽편소설)#1-316 장마는 끝이 났지만, 비는 내려요 #치사한 말이다만, 나 없이 잘 지내지 마요.나 좀 사랑해 달라고 하면 안 해줄 거잖아요. 나랑 같이 밥 먹자고 물어보면 바쁘다고 할 거잖아요. 나한테 오라고 하면 안 올 거잖아요. 내 마음이 당신에게 부담이지 않았으면 하고, 바랐는데... 부담이랬잖아요!!기다려도 오지 않는데,기다려도 올 수 없는데,오래 기다려서 온다면 얼마든지 기다릴 수 있는데,누군가 당신을 내게 올 수 있는 방법을 알려준다면세상 끝까지도 갈 수 있는데..누군가 당신을 내게 올 수 있는 값을 지불하라면억만금도 줄 수 있는데...나를 살게도 하고, 나를 무너뜨리게도 하는 당신은 없고, 그리움만 남았어요. #사라져야 할 것에 마음이 쏠렸다. 마음이 쏠렸기 때문에 사라져야 했던 것일까. 여름을 사랑했다. 세상은 온통 초록으로 가득 찼고.. 더보기
엽편소설)#1-315 안녕, 봄 #굿바이, 나의 봄그는 알지 못했다.지난번에 전해주지 못한 것보다 반의 반도 안된다는 사실을.사실은 이러했다. 전해주지 못한 이유가 깜빡한 것만은 아니었다. 용기가 없었던 것이 비중이 컸다. 하나 주기도 힘든 선물을 세 개나 주기에는 많은 용기가 필요했고, 해서, 이번에 선물의 양을 확연히 줄였다. '선물'만 두고 보면 누군들 싫어할 사람이 있을까. 말 그대로 선물인데.. 그러나 그와 나는 선물을 주고받을 관계가 분명 아니다. 여기서 한 번의 슬픔을 맛보아야 했다. 선물 내용이 그가 좋아할지 아니면 그 반대일지도 모른다. 말했다시피 그에 대해 아는 것이 없다. 그러나 '선물'만 보지 말았으면 한다. 그에게 더 많은 것을, 더 좋은 것을 내어주고 싶다. 솔직히 더한 것도 줄 수 있고, 더 많은 것도 .. 더보기
엽편소설)#1-314 장마는 끝났다 당신은 따뜻한 사람이에요. 말을 천천히 골라하고, 웃을 때도 눈꼬리부터 천천히 내려가는 사람. 손은 늘 미지근하고, 행동에는 여유가 있어요. 당신은 봄 햇살처럼 나를 감싸주는 사람이에요.햇살을 쐬고 있으면 마음이 포근해지고, 오래 있으면 어느샌가 평온해 눈이 감기는. 나는 그런 사람을 처음 만났고, 처음으로 봄이라는 계절이 왠지 당신과 닮아있어 기다리게 됩니다. 하지만 봄이 그렇듯, 봄은 언제나 짧죠..그렇게 아무 일도 일어나지 않을 봄을 조용히 놓을게요. 아무도 다치지 않게, 계절처럼 당신을 흘려보낼게요. 봄은 그렇게 끝나야죠.허나, 계절이 바뀌고 흘려보냈다 생각한 당신은 여전히 내가 바짓가랑이 붙들고 있었어요. 그런 여름이 막연하게 두려워요. 햇빛은 너무 강하고, 바람은 너무 뜨겁고, 왠지 무언가 다.. 더보기
엽편소설)#2-16 가까이 더 #그만, 놀려요"주말에는 뭐해요?""토요일은 롤러장 가고, 일요일은 스케이트 보드 타러 가요""아 ㅋㅋㅋ 스케이트 보드 타시는 거 보고 싶어요""응?? 나요??""네^^""뭐가 또 그렇게 웃겨요...""안전장비가 굉장히 잘 어울리시더라고요?ㅋㅋㅋㅋ""....."아침마다 그에게 돈을 달라고 해야겠다. 무더운 여름, 나로 인해 행복하고, 즐거웠으니 그만큼 웃게 해 준 값을 당당히 요구해도 되지 않을까. 싱글벙글 웃는 그가 어이가 없어 나도 따라 웃고 말았다. 그런 내가 좀 대견했다. 사람들 속에 섞여 어울리다니..."높은 공기 마시니까 어때요?""네????""낮은 공기 마시다가 높은 데서 공기 마시면 어떠냐고요^^""압!! 진짜.."눈을 흘겨주었다. 내가 만만한가?? 주먹으로 배를 한대 갈겨주고 싶었다. 더.. 더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