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당신에게 연정을 품고, 당신은 내게 다정한 슬픔을 보였어요.
매번 당신은 내 속도 모르고 퍽 잘 웃었어요. 속도 없이 상냥했고요. 눈만 마주치면 자꾸 웃으며 눈을 피하는 통에 나는 정신을 차릴 수가 없었어요. 나를 좋아하나 하면서 많이 떨렸고 설렜거든요. 돌이켜보면 당신에게 사랑이 들켜버릴까 봐 나는 당신 앞에서 제대로 한번 웃지도 못했어요. 어설픈 행동들은 더 삐거덕 거리고 뚝딱거리기만 했을 뿐이었죠. 당신이 나를 어떤 사람으로 기억하는지 궁금해요.
당신이 그러셨지요, 나는 '항상 감사하고 고마운 사람'이라고요..
상대방을 배려하고 있지만, 거리감이 느껴지는... 그게 당신에게 비친 내 모습이라는 거잖아요. 저 말에 조금은 아팠고, 아픈 만큼 내게 생채기를 냈어요. 곱씹어봐도, 벽을 두고 있는 당신에게 가고 싶은 내가 한없이 작아졌으니까요. 딱 거기까지가 당신과 내 사이의 거리를 선 긋는 듯했어요. 당신은 슬픔마저 내게 다정했어요. 마음껏 미워할 수도 없게, 마음껏 원망할 수도 없게 나를 다정히 아프게 했어요. 나를 아프게 할 의도가 없다는 걸 분명 알아요. 그럼에도 매 순간 다정함을 무장한 슬픔과 아픔은 끊임없이 나를 향했어요. 나는 그것을 알고도 모른척했으니 변명의 여지는 내게 없습니다.
당신을 더 이상 보러 가지 않기로 마음먹을 시, 그때는 회사에서 말고 밖에서 나를 만나주세요. 그동안 전하고 싶은 말들을 당신에게 빠짐없이 전하고 싶어요. 미련이 남아, 당신을 찾아가는 일이 없도록 말이에요.
내게 온전히 당신을 가질 시간을 주어도.... 되지 않을까 싶어요. 그럴 자격 있다고 봐요. 사랑을 달라는 말이 아니잖아요. 동정과 연민의 마음이라도 나에게 당신을 잠시 가질 수 있게 해 주세요. 마지막일 테니까요. 그땐 잠시라도 내게서 다정한 시선을 거두지 말기로 해요. 사랑하는 척도 싫어요. 다정함만 있는 것도 싫어요. 적어도 하루는 나를 사랑해줘야 해요.
그냥 내게 당신의 시간을 허비해 주세요. 당신의 모든 상냥함, 배려, 다정다감함, 당신의 온기 모두 내게 향해주세요. 그 시간을 나는 당신과 내가 시절인연이라고 생각하고 평생을 추억하고 살 수 있도록요. 사실상 사랑은 없겠지만, 온통 로망과 낭만으로 채우고 싶어요. 그 정도는 내게 해줄 수 있지 않을까요. 어리광이 아니라 그동안 진짜 힘들었어요. 짝사랑, 말이 짝사랑이지 골병이라 불릴 만큼 몸과 마음이 곪았어요. 그러니... 부디 나를 부담 갖지 말아 주세요. 그래야 당신을 보러 갈 수 있을 터이니.
물어볼 것도 많단 말이에요. 하고 싶은 말도 많고요.. 당부하고 싶은 말도 많고요.. 그러니 내가 모조리 다 말할 수 있게 내게 시간을 주세요. 가령, 당신이 사랑하는 사람을 만나기 전에 나를 만났더라면 나도 당신 옆에 설 수 있냐고, 그때는 당신과 나를 반반 닮은 아이를 낳고 평범하게 평생을 함께 할 거냐고.... 너무 묻고 싶단 말이에요. 나를 꼭 이용하라는 당부의 말도 전해야 하고요.. 살다가 나중에 먼 훗날에, 아주 먼 훗날이라도, 그게 언제라도 상관없어요. 내가 필요하거든, 내 도움이 필요하시거든, 고민도 없이 나를 찾아오라고요.. 그리고 솔직한 마음도 전해야 한단 말이에요. 처음에는 동경으로, 존경으로 연모하는 마음이 시작이었다고 그 본질은 순수했다고... 지금은... 어쩔 수 없이 욕심이 많이 물들여있지만 그 욕심도 사랑이 없었으면 시작이 될 수 없었다고.. 모두에게 무해할 순 없는 내 사랑이 적어도 당신에게만은 철저히 무해한 사랑임을 알아달라고... 고백도 해야 하거든요. 그리고 사과도 해야 하거든요. 나 혼자 하는 짝사랑임이 분명하지만, 혼란스러웠을 거예요. 착하고 올바른 사람이니까. 미안해요.. 꼭 전하고 싶어요. 직접 보고 사과하고 싶어요. 허락도 없이 너무 많이 사랑했다고 말이에요. 이 모든 말을 전하려면 내게 시간이 필요해요. 당신은 내 글을 보지 않잖아요! 만일 본다고 해도 내가 직접 당신의 눈을 보고 말하고 싶어요. 나 자신보다 당신을 많이 사랑하고 있다는 말도 덧붙이고요.
날 사랑해 달라는 말은 안 할게요. 그러니 내게 시간을 주세요. 이대로 사랑을 끝내는 것도 억울하고 분한데... 시간마저 주지 않으시면 너무 했어요. 그동안 많이 힘들었다고 생색도 내고, 많이 아팠다고 엄살도 부리고, 투정도 부리고 싶어요. 그러면 당신은 조용한 음성으로 나를 달래주시겠죠.. 상상만으로 너무 좋아요. 그런데 또 슬퍼요. 벅차게 좋은데, 그게 마지막일 거잖아요.
당신이 내 글을 안 보셨으면 해요.
이리도 당신에게 가고 싶은 나를 보이기는 창피하단 말이에요.
이런 나를 당신이 놀릴 일은 결코 없겠지만, 당신 앞에만 가면 사랑하지 않는 척 구는 내가 얼마나 웃기겠아요. 그러니 애써 찾지 말아요.
#아무리 뛰어도 나는, 당신의 손바닥에서 벗어나는 건 불가능해요.
산이고 평지를 미친 듯이 달려요. 숨이 턱까지 막히고 호흡하기가 벅차고 아플 만큼요. 그럼에도 어느 틈엔가 당신이 비집고 나를 찾아와요. 끈질기게도 말입니다. 벗어날수록 하면 분명히 당신의 손바닥 위임을 알아버려요.
내 마음은 자꾸만 당신을 향합니다. 아무리 마음을 돌리려 부단히 노력해도 당신만을 향하고 있어요. 나는 당신이 정말 좋아하거든요.
술을 마셔 보지만, 것도 해결 방법이 아니에요. 바쁘게 일을 해보지만, 이것도 내게서 당신을 떼어놓지는 못해요. 어쩔 수가 없어요. 내가 당신을 사랑하는 일 따위는 감히 내가 손댈 수 없어요. 당신에게 가고 싶어요. 다 버리고 가도 좋을 만큼이요.
반겨줄 리 없지만, 나는 수없이 당신에게 가는 나를 꿈꿔봅니다. 이제 마음이 지치기를 바랄 뿐이에요.
오직 당신만을 사랑하고 있어요, 사랑해요.
꼭 잘 자요.

'감성 글쟁이 > 엽편소설' 카테고리의 다른 글
| 엽편소설)#1-321 동경을 동경해요 (13) | 2025.07.26 |
|---|---|
| 엽편소설)#2-17 여기까지 (12) | 2025.07.24 |
| 엽편소설)#1-319 반가운 비 (6) | 2025.07.21 |
| 엽편소설)#1-318 비록이지만 (13) | 2025.07.20 |
| 엽편소설)#1-317 남겨진 이야기 (1) | 2025.07.17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