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방학이에요
"안녕하세요^^"
"어? 안녕하세요"
"이모!!!"
"안녕~~^^ 오랜만이네"
"이모는 거짓말쟁이야!! 왜 약속 안 지켰어요"
나는 그의 아들과 눈높이를 맞추기 위해 쪼그려 앉았다.
"무슨 말인지 이야기해 줄 수 있어??"
"저번에 이모가 비 올 때 같이 놀이터에서 놀기로 했는데! 이제 비가 안 오잖아요ㅠ"
"아 맞다. 아줌마가 깜빡했어. 미안해ㅜㅜ"
"미워!!"
"아줌마가 요즘 바빠서 깜빡했어. 미안해. 많이 기다렸겠다ㅠ아줌마 번호 알려줄게. 비 오는 날에 약속 잡아서 재미있게 놀자. 응?"
"이번엔 진짜죠?"
"그럼~~ 이제 곧 방학이잖아. 새끼손가락 걸고 약속할래?"
그의 아들은 대답 대신 새끼손가락을 앞으로 내밀었고, 나는 작은 아이 손에 소지를 걸었다. 그러는 동안 우리 둘째 차량이 먼저 도착했고, 오늘 하루도 즐겁고 신나게 놀고 만나자는 주문과 함께 찐하게 안아주고 차량에 올랐다. 유치원 차량을 기다리는 그를 뒤로한 채 나와 내 아들은 다른 길로 빠르게 등굣길에 올랐다.
"다른 길로 등교하시네요?"
"아... 길이 지겨워서요"
"아닌 거 같은데....?"
"맞아요^^ 아니면 뭐 내가 일부러 그쪽을 피하기라도 한다는 말이에요?"
"네"
"아니에요. 전 이쪽으로 가볼게요"
"같이 가요"
매일 하는 등굣길이 아닌 다른 길로 등교했다. 이유는 그와 거리를 두고 싶어서였다. 해서, 요즘 같이 등교하는 일이 뜸했다. 그러나, 다른 길로 등교를 해도 목적지는 같았으므로 그가 나를 기다리면 만날 수밖에.. 그를 피해 돌아가는 통에 우리는 등굣길이 조금은 길어졌기 때문에 그가 먼저 도착을 했던 것이다.
"제가 뭐 실수라도...."
"아! 아니에요! 그런 거 아니에요^^"
손사래 치며 아니라고 전했다. 진심이었다. 그가 실수한 건 없으니깐. 엄연히 실수의 여부를 따지자면 내 쪽이 더 많으니까.
"폴라포 드실래요?"
"좋아요^^"
함께 편의점에 들렀다. 저번에 그가 샀으니, 이번에는 내가 사야 했으므로. 그러나 그는 빠르게 계산해 버렸고, 나는 또 그에게 폴라포를 얻어먹어야 했다..
"다른 길로 등교하시는 이유가.....?"
빠삐코를 물고 있는 그의 표정에서 대충 둘러대서는 끊임없이 물어볼 것이 분명해 보였다. 해서, 남편 핑계를 댔다.
"남편이 세 번 실수한 사람과는 거리를 두는 게 좋다 해서요. 제가 겁도 많고 경계도 많은 편이라 그런 일이 희박하긴 한데 그쪽과는 실수가 3번이 넘었어요"
"실수를 해서 등교를 같이 안 한다? 이 말인 거죠?"
"네. 남편도 3번 실수하고 결혼했거든요. 보시다시피 저는 사회적 관계가 원활하지 않아요. 5년을 살면서 동네에서 그쪽만 친하잖아요"
"아...... 근데 그거 신경 쓰지 마요. 형님이 그쪽 많이 도와달라던데요?"
"형님?? 우리 남편 말하는 거예요? 남편 만났어요?"
"아니오 통화했어요"
"왜요?"
"휴가 계획 잡으려고요"
"응??? 휴가 계획이요?"
"네. 8월 16일에 가기로 했는데, 못 들으셨어요?"
"금시초문이에요...."
"아직 멀어서 이야기 안 하셨나?? 형님이 근무가 일정치 않아서 날짜 잡기 힘들었어요"
"아....."
"그 날짜에 예약가능한 곳 있는지 보고 없으면 형님이 처가 별장으로 가자더라고요"
"....."
"아무튼 제게는 실수해도 된다고요^^ 그리고 딱히 실수랄 것도 없지만요. 형님이 등굣길에 많이 도와달라고 했어요. 잘 놀래고 겁이 굉장히 많다고...."
"제 일은 제가 알아서 해요^^ 감사합니다.."
대체 어쩌자고 잘 알지도 모르는 타인을 이리도 가까이 두려는 거지? 이해할 수 없었다.
나를 왜 잘 모르는 사람한테 자기 마음대로 맡기는 건지... 내가 어떤 마음인 줄 알고...
#하원시간
"오늘 쉬셨나 보네요?^^"
"아.. 네 근데 어떻게 아셨어요?"
"화장도 안 하고, 옷도 그렇고, 슬리퍼까지.. 모를 수가 없는데요?^^"
"그렇네요^^;;;"
그는 뭐가 그리 웃기는지 연신 웃상인 얼굴로 계속 웃어댔다. 그리고 이번에 알았다. 나는 웃는 얼굴에도 침 뱉을 수 있겠다고....
"엄마~~~~~~~"
첫째 아이와 그의 첫째 아이가 같은 학원차량에서 내렸다.
"오늘도 수고했어. 배고프지? 엄마가 간식 많이 해놨어^^"
"어떤 간식이에요?"
"포슬포슬 감자도 삶았고, 바삭바삭 감자전도 했고, 치즈 듬뿍 단호박 에그슬럿에 멋쟁이 토마토도 갈아놨지"
"으~~~ 토마토주스는 안 먹을래"
"멋쟁이 토마토 많이 먹어야 건강한데?"
"엄마... 나 초1이에요. 그런 말은 동생한테만 해요"
"치.. 엄마가 너 먹이려고 강판에 갈았는데..."
"그럼 조금만... 먹을게요"
"진짜지??!!"
"네......"
"아빠, 우리 집에 간식 있어?"
"없을 건데.. 동생 오면 편의점에서 과자 사가자"
"....."
그의 아들이 시무룩한 표정을 짓는 걸 나는 정확히 보고야 말았다. 측은지심이 들었다.
"아줌마 집에서 간식 먹고 갈래?"
"네!!!!!"
"진짜? **야 우리 보드게임 한판하자"
"아직.. 기다려. 아저씨한테 허락받아야지"
나는 그를 쳐다보았다.
"저도 같이 가도 됩니까^^"
"아뇨!!!"
"농담입니다^^ 아줌마 말 잘 들어야 해. 말썽 피우지 말고! 그리고 다 놀고 전화해. 데리러 갈 테니까"
"예썰!!!"
아이들은 신이 났고, 아직 둘째가 오지 않았다. 혼자 집에 갈 수 있는 첫째는 친구를 데리고 집으로 먼저 갔고, 나와 그는 남겨졌다.
"아들 셋 보기 힘드실 텐데.. 괜찮으시겠어요?"
"첫째들은 다 컸는데요, 뭘"
"무슨 간식을 그렇게 많이 하셨어요?"
"시댁에서 야채랑 채소를 많이 주셔서...... 퍼뜩 먹어야 하거든요"
"아... 그쪽 얘들은 엄마를 잘 만나서 건강한 간식 많이 먹네요. 저희는 맨날 냉동식품에 인스턴트 먹이는데.."
"바쁘시면 어쩔 수 없죠, 뭐. 근데 섭취하는 것도 중요하지만, 사랑받고 크는 게 훨씬 중요해요^^"
"어? 그 말, 부모교육에서 들었어요! 정서적 허기??"
"부모교육도 들으러 가세요?? 되게 다정한 아빠시네요^^"
"잘 키우고 있는지 의문이 들어서요"
"그런 고민을 한다는 점이 벌써 좋은 부모의 위치에 있는 거예요. 충분히 잘하고 계세요. 처음이잖아요. 그쪽도 아빠가"
"아닌데요?"
그의 대답에 내가 말실수했구나 싶었다. 심장이 쿵 내려앉았다.
"... 네?? 아... 제가 실수했나 봐요.. 죄송해요ㅠㅠ"
"하하"
썅... 농담이라고 말하는 그를 한 대 때릴뻔했다.
날도 더운데 상놈으이$&#<"&";;는 식은땀이 나게 만들었다.
연신 웃어대는 그를 조금 거리를 두고 유치원 차량을 기다렸다. 그는 조금씩 내 옆으로 왔고, 나는 조금씩 일정한 거리를 두고 있었다.
그의 둘째가 먼저 도착했고, 그의 품에 안긴 둘째는 나를 향해 손을 흔들었다. 나도 손을 들어 따라 흔들어주었다. 그런 나를 보는 그와 눈이 마주쳤고, 어색하기 싫어 더 열심히 팔을 흔들었다. 그가 먼저 갔고 , 곧이어 둘째도 도착했다.
아이들은 간식을 먹으며 서로 잘 어울려 놀았다. 저녁 먹기 전에는 보내야 할 듯해서, 아빠한테 데리러 와달라고 전화하라고 했다.
곧이어, 초인종이 울렸고, 그의 얼굴이 보였다.
"우와~ 맛있는 냄새! 잘 놀았어?"
"응~ 아빠 나 또 올래!"
"잠시만요. 신발 신고 있어~"
은박지에 감자전을, 반찬통에 삶은 감자를 담아 그에게 내밀었다.
"입에 맞을지는 모르겠지만, 출출하실 텐데 드세요"
"아빠 감자전 진짜 맛있어!!"
"감사합니다. 잘 먹을게요. 그리고 이거 드세요"
그는 커피를 두 잔 내밀었다..
"이렇게 안 사 오셔도 되는데... 잘 마실게요. 감사합니다"
"오늘도 수고 많으셨어요. 빠른 육퇴 하세요"
마지막 그의 한마디가 왠지 청소하고, 반찬 만든 나의 하루를 위로해 주는 따뜻함에 뭉클했다. 별 의미 없는 인사말이 나를 감싸 안아주는 듯했다. 그의 다정한 말 한마디가 기어이 누군가를 떠올리게 하고 말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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