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감성 글쟁이/엽편소설

엽편소설)#2-18 대타 필요해요?


#대타

그리움은, 닿지 않아도 멈출 수 없는 마음이다.
끊임없이 닿고자 하지만, 결국 아득히 멀어지고 마는.


"엄마!!! 저기 매미 있어!!!!!!!!"

첫째와 나는 학원을 다 빼고 오롯이 둘만의 시간을 보내기로 했다.

한 손에는 폴라포를, 다른 한 손에는 매미채를 들고 폭염 속을 정처 없이 탐방했다. 나는 유명한 곤충학자 파브르 뒤를 잇고자 함이 아닌, 한 가정에서 '자연과 관찰' 분야를 담당하고  있다. 그런 나를 따르는 자는 나와 몹시도 닮은 아들_ 그 아들 손에 들린 곤충 수집통에는 연신 목놓아 우는 왕매미가 2마리가 잡혀있지만 그것으로 부족했다. 이유는 이러했다. 이렇게 무더운 여름, 나무 꼭대기에 있는 매미가 얼마나 더웠으면 저렇게 우는 걸까를 걱정하는 아들이 매미에게 에어컨 바람을 쐬어주고 싶다는 게 이유에서였다.  둘째보다 방학이 이른 첫째는 그렇게 나와 땡볕 속에서 오전을 보냈다.  그리고 오후.  둘째 하원시간, 첫째는 더운 날씨 탓에 집에서 나가지 않겠다 했고, 나는 이어폰을 귀에 꽂고 1층으로 내려갔다. 귓속으로 흘러나오는 노래는 '이문세, 이소라-슬픈 사랑의 노래'였다. 음악소리에 묻힌 주위 상황을 살피던 중, 하원하러 나오는 부모들과 지나가는 행인들이 보였고, 나는 그들과 조금 떨어지고자 뒤로 한걸음 물러서서 유치원 차량이 오는 쪽으로만 응시하고 있었다. 그쪽에서 익숙한 걸음걸이와 실루엣이 보였다. 그는 애기 아빠였고, 마트를 들렀는지 봉지를 들고 터덜터덜 걸어오고 있었다. 그 모양새가 흘러나오는 노래와 무척이나 어울리지 않아 웃음이 났다. 눈이 마주친 나와 그는 짧게 고개 숙여 인사했고, 나는 웃었다. 곧바로, 그도 멋쩍게 따라 웃었다. 걸어오는 그를 보고 있자니 민망하여 예먼 슬리퍼 신은 신발만 쳐다보았다. 노래가 끝날 무렵, 차량 쪽으로 고개를 들었고, 나는 보았다. 아기 아빠가 내 쪽으로 빠른 걸음으로 오는 것을.

빠르게 오는 그가, 나를 보고 빠르게 오는 것인지 아니면 내 뒤를 보고 오는 것인지 잘 보이지 않았고, 나는 확인해야 했다. 뒤를 돌아본 순간, 덩치 큰 누군가가 인상을 찌푸리고 나를 향해 오고 있었다. 나는 순간 너무 놀란 나머지 눈을 감아버렸다.

"뭡니까?"
"그... 뒤에"

눈을 떠보니 아기 아빠는 내 앞에 있었고, 내게 오던 남자는 내 뒤에 있었다. 내게 오던 남자는 같은 아파트, 같은 동에 사는  둘째와 같은 유치원에 다니는 아이 아빠였다. 대부분 자차로 등하원을 하는 통에 유치원 차량 이용이 적어 몰라봤었다.

"**엄마 뒤에 큰 나방 붙었어요"

그 둘은 나의 뒤로 갔고, 나는 그제야 이어폰을 귀에서 뺐다.

"매미예요!!!"

그는 매미라고 다급히 말했고, 나는 그제서야 집에서 날던 매미의 행방이 내 등에 붙었다는 사실을 알게 되었다.

"제가 잡을게요"

나는 윗옷을 앞으로 조금 당겨 어깨에 붙어있는 매미를 잡았다.

"으... 안 무섭습니까"
"매미인데요?^^"
"그래도..."
"해치지 않아요, 매미는"

덩치 큰 아기 아빠는 매미가 붙었다는 사실을 알려 주고는 하원차량이 오는 곳으로 향했고, 그는 여전히 내게 머물고 있었다.

"아니, 거기서 눈을 왜 감아요?"
"갑자기 무서워서...."
"이어폰을 꽂지 말던가"
"다 들려요. 아무 말도 안 하셨지 않아요?"
"아.. 들려요?"
"네.. 큰 소리에 잘 놀래서 그냥 버릇처럼 작게 해서 들어요"
"아...... 그 매미는 왜 붙이고 다녀요??"
"아까 낮에 매미 시원하게 해 주자고 해서 데려왔는데 막 날다가 못찾..... 어? 차 왔어요!^^"

둘째 아이 차량이 먼저 왔고, 나는 아이에게로 갔다.
그렇게 나는 졸고 있는 둘째를 업고 그에게 고개를 짧게 숙여 그를 지나쳤다. 곱씹어봐도 내가 눈을 감았을 때 내 앞을 서 있던 아이 아빠는... 듬직해 보였다. 곱씹어봐도 말이다.



#고층은 싫어요

방학이 시작되었다.
첫째 아이의 유치원에서 가장 친했던 친구 엄마로부터 초대를 받았다. 하지만 고층이었다. 고민해야 했다. 그럼에도 아이는 가고 싶어 했고,  결국 나는 초대에 응해주어 감사하다고 답장을 보냈다. 초대받은 입장에서 빈 손으로는 갈 수 없는 일, 하루 전 날 아이들과 공원에서 놀다가 마트를 들렸다. 과일 한 박스를 들고 가던 중이었다. 외식하다 집에 들어가는 길에 그와 그의 가족들을 마주쳤다.

"언니!!!!! 장 보고 오세요??"
"네, 마트 다녀와요^^"
"아참! 언니, 잠시 계세요. 반찬통 드릴게요!!!"
"아니, 다음에 천천히 줘요"
"아뇨! 안 그래도 오늘 갖다 드리려고 했어요! 잠시만 기다리세요"
"괜찮은...."

슬리퍼를 신은 어린 여자는 빠르게 둘째 아이 손만 잡고 뛰어갔고, 첫째들은 서로 이야기를 했다.

"제가 들어드릴게요"
"괜찮아요^^"

"엄마! 우리 내일 **집에 가는 거 맞지??"
"응. 맞아!"
"것봐. 내일은 같이 못 놀아"
"이모! **랑 물초울 가고 싶어요"
"아... 이모가 셋을 보기엔 무리야ㅠㅠ 미안해ㅜㅜ"
"아빠도 같이 가!!"
"뭐.. 그래. 오전에 딱히 뭐 할 게 없으니까"

그렇게 얼떨결에 물놀이터를 가기로 약속을 잡아버렸다.

"엄마, 내일 꼭 갈 거지? 맞지? 확실하지?"
"간다고 몇 번을 말해...ㅠㅠ"
"엄마가 엘리베이터 무서워하니깐 또 마음이 바뀔까 봐 그러지"
"아니야. 엄마가 약속 어기는 거 봤어? 갈 거야. 걱정 마"
"내일이면 오전에 가야 하는 거야?"

그가 아들에게 물었고, 아들은 그렇다고 대답했다.

"제가 데려다 드릴까요?"
"아뇨^^ 괜찮아요"

아들은 연신 데려다 달라고 이야기했지만, 한사코 거절했다.

"그러면 아빠한테 친구집 앞에 데려다주고 출근하라고 하면 안 돼?"
"아빠 바쁘셔..."
"엄마가 못 탈 거 같으면 **엄마한테 부탁해서 내려와 달라고 하면 돼^^ 솔직히 말하는 것도 용기라고 했지? 걱정 마"
"고생이 많으십니다"

그는 나를 안쓰럽게 보는 듯했다. 그렇지만, 나는 무시했다.
어린 그의 아내는 반찬통과 체리를 한 박스 들고 헐레벌떡 달려오고 있었다.

"언니, 많이 기다렸죠? 체리 주문하는 김에 같이 샀어요!!"
"안 주셔도 되는데... 부담스럽게 ㅠㅠ"
"에이~ 그럼 저희가 부담스럽죠!"
"일단 잘 먹을게요. 감사해요^^"

"엄마! 다음 주에 **랑 물초울 가기로 했어!!"
"오~~ 좋겠네! 근데 엄마는 못 가, 바빠서"
"아빠랑 오전에 물놀이터 갔다가 학원 가면 돼"
"그래, 언니 예약해야 되죠?"
"네^^"

그렇게 그와 얼렁뚱땅 약속을 잡아버렸다.

뒷 날, 친구 엄마에게 도움을 요청하여 엘리베이터를 무사히 타고 올라갈 수 있었다. 높은 고층은 창문만 봐도 어지러웠고, 무서웠다.
사진을 찍는 순간에 어린 그가 문득 떠올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