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체 글 썸네일형 리스트형 엽편소설)#1-24 이유있는 이유 내 나이 딱 서른에 남녀의 사랑이 마냥 아름답지 않다는 것을 처음 깨달았다. 그전부터 글을 꾸준히 써왔지만, 서른을 기준으로 내 글에는 사랑을 동화처럼 아름답게만 포장해서 담아내려 부단히 노력했으며, 결코 사랑이 아름답지 않다는 사실을 내 글을 읽는 사람들 만큼은 느끼게 해주고 싶지 않았다. 서른에 처음 남자를 경험하고부터였다. #그를 보러 가지 못하는 이유 나에게는 스킨십이 허락된 한 남자가 있다. 바로, 나의 처음을 함께한 남자다. 첫 남자는 평소 다정한 편이나 스킨십에서 만큼은 거칠었고, 아픔이 강했던 그날의 기억으로 여전히 내 몸을 긴장하게 만든다. 첫 남자는 사랑을 원했지만, 여러 핑계로 미루고 미뤄 8개월을 훌쩍 넘기고 있었다. 더 이상 미룰 수 없었고, 더 이상 미룰 생각이 없는 듯 보였다... 더보기 엽편소설)#1-23 그에게 가지 못한다 닿을 수 없는 하늘의 햇살 같은 존재. 그는 내게서 너무나 멀리 떨어져 있지만, 소용없는 것을 앎에도 또 그를 놓지 못하고 하늘을 보며 손을 뻗게 되는. 바라고 기다리는 게 아무 의미 없음에도 끊임없이 기다리게 된다. 혼자 하는 사랑이 이토록 힘들고 아프다는 걸 알았더라면 절대 내 인생에서는 하지 않을 일이다. 분명히 자기 자신을 너무나 아끼는 나는, 아프고 힘든 일에는 무조건 몸 사리고 빠지는 나는, 결단코 있을 수 없는 일이다. 사랑을 알았더라면 작가란 답시고 사랑 타령이나 하며 두 주인공을 구구절절 애틋하게 사랑을 내 마음대로 해피엔딩이니 새드엔딩이니 쉽게 결론지어지지는 못했을 것이다. 누가 짝사랑은 아름답다 했는가? 내가 생각하는 짝사랑은 기승전결 새드엔딩으로 끝난다는 것이다. 지독히도 나를 쫓아.. 더보기 엽편소설)#1-22 풍요속의 빈곤 풍요가 빈곤을 가져오는 것이 참 아이러니하다. 꼭 나를 보고 하는 말 같다. 물질적인 문제에 있어 나는 부족한 것이 전혀 없다. 그러나 정신적으로 빈곤하다. 그를 사랑하고 나서 이 빈곤은 마치 영혼을 갉아먹고 있는 마냥 야금야금 나를 조금씩 집어삼켰고 그를 나에게서 떼려야 뗄 수 없게 만들어놨다. 애초부터 내 마음은 그의 것인 듯 나를 쥐고 휘두르고 있다. #어제저녁 아홉 시 반 글을 다시 써야 하는 것에 대한 부담감과 그를 향한 마음을 접어야 한다는 상실감으로 내 기분은 엉망이 되어버렸다. 이 기분을 빠르게 씻어 내고 싶어 곧장 화장실로 행했다. 입고 입던 실내복을 벗어 내리고, 칫솔에 치약을 신경질적으로 짜서 입에 물고 거울을 봤다. 거울 속 내 모습은 단단히 뿔이 나있었고, 그 화살을 어디로 쏴서 .. 더보기 엽편소설)#1-21 도박에 걸어본다 우리 집 앞 징검다리. 이 징검다리를 제대로 내 힘으로 건너본 적이 단 한 번도 없다. 물 공포증과 이전에 어린 학생들한테 강악적으로 용돈을 줬던 곳이 바로, 이 다리만 건너면 있기 때문이다. 나에게는 이 징검다리가 또 다른 불안의 계기가 된 곳이기도 하다. 그러나 도보로 출근할 때 지나가는 길이기도 한다. 한마디로 그를 보러 갈 때 가장 빠르게 가는 길이 이 징검다리이다. 늘 도보로 갈 때 이 앞에 서서 고민하지만, 이내 다른 길로 우회해서 걸어간다. 그래서 내 사랑에 도박을 걸어본다. 그를 이용해 보기로. 이 징검다리는 오롯이 혼자 힘으로 건너는 날, 다시 그를 보러 갈 것이다. 이번 도박은 너무 많은 시간이 걸린다. 그래서 희망을 불어넣어 줄 조건을 걸었다. 불안약을 먹어도 못 건너는 나를 위해 약.. 더보기 엽편소설)#1-20 떨어진 사과 여전히 그의 목소리는 따뜻하고 다정했으며, 그의 손길은 덧없이 부드러웠다. 여자를 탐하던 사내의 손이 그리도 조심스러울 수 있을까. 그가 가끔씩 눈을 감지 않았더라면 나와 같은 마음일 거라곤 상상도 못 했을 것이다. 이 순간만큼은 혼자 하는 일반적인 사랑이 아니었다. 분명 그도 나도 서로가 서로를 원하고 있었다. 처음보단 거침없이 미끄러지듯 나에게 들어왔고, 거절할 이유가 전혀 없는 나는 그의 손을 받아들였다. 내 몸 세포 하나하나가 다시 깨어났으며, 단단하고 뜨거운 그도 내게 모습을 보였다. 그의 손에 눈 녹듯이 나는 녹아내리고 있었고, 내 손에 그는 움찔거리며 두 눈을 감으며 참아 내고 있었다. "넣고 싶어" 한계에 먼저 도달한 내가 말했고, 그는 도리도리로 대답하고 마스크를 내렸다. 그의 얼굴을 숨.. 더보기 #엽편소설)#1-19 그와 함께 살기로 했다 #월요일 사무실 나는 사회생활 잘하는 직장동료 2명과 함께 점심 먹으러 갔다. 식사 속 이야기의 주제는 자연스레 "나"였고, 나에 관한 이야기가 계속 이어졌다. 그렇게 점심시간이 다 되어 가서야 우리는 자리에서 일어날 수 있었다. 사무실 가는 길에 커피는 테이크아웃 하자고 해서 카페로 걸음을 옮기던 중이었다. 나의 시선을 사로잡은 작은 인형 하나. 그와 너무나 닮은 인형이 눈길을 끌었다. 고민할 것도 없이 냉큼 데리고 왔다. 하얗고 보들보들하고 착하고 순하게 생긴 그와 너무나 닮았다. 내가 보는 그는 이런 이미지와 캐릭터이니까. "어린 아도 아니고 이걸 뭐 하러 삽니까" "갖고 싶으니까" "갖고 싶다고 다 삽니까" "응. 갖고 싶으면 사야지. 안 그럼 병나" 그렇게 나는 그를 우리 집에 데리고 왔다. 그.. 더보기 엽편소설)#1-18 내 공간안에 있는 그 "작가님 글에는 남자주인공은 항상 연상이에요. 연하가 주인공인 로맨스도 써주세요" 글을 쓰면서 가장 많이 들었던 내용이다. 내 나이가 서른 중반이라 연륜 있는 남자를 좋아하는 게 아니다. 어렸을 때부터 "내가 난데"라는 남자들의 쓸데없는 센 척과 자존심 세우는 남자들을 굉장히 혐오했다. 내 성향에는 강한 사람은 맞지 않을 수도, 취향의 차이일수도 있다. 그러나 어느 정도 나이가 들면 웬만한 것은 받아들이고 젊었을 때의 자존심보다는 자존감이 높고, 본인의 강함을 굳이 과시하지 않으며, 그걸 또 애쓰지 않아도 되는 그들만이 가진 연륜이 묻어나는 어른 남자가 나는 좋다. 맞다. 세상 모든 남자가 아저씨가 되는 과정에서 내가 말한 대로 어른 남자가 되지 않는다. 나이가 들면서 차분해지고 여유를 가지는 것이 결코.. 더보기 엽편소설)#1-17 호감이었으면 "과장님, 민원건 하나 들어왔는데 과장님께 주라고.." 다른 팀 막내의 말이 채 끝나지 않았는데 나는 발끈하고 말았다. "왜!!!!! 왜 또 나야!!! 싫어!!" 여자 비율이 많은 사무실에서 서른 중반은 딱 어중간한 나이다. 40대 언니들과 어린 20대들 사이에서 30대는 나와 다른 한 명으로 꼴랑 사무실에 둘 뿐이다. 그마저도 나는 과장, 그 직원은 대리다 보니 딱히 친해질 일도 같은 팀에서 만날 일도 없다. 그런데 나이가 꼭 문제만은 아니었다. 사무실에서 인상 좋아 보이고, 말 조곤조곤하는 사람이 나로 자리매김 되어있다. 여러 번의 경험으로 고객님들이 좋아하는 싹싹하다는 이유로 민원고객은 내가 주 전담하게 되고 말았다. 그러나 월요일 아침부터 민원 고객을 받고 싶지 않았고 나는 발끈했다. 막내의 표정.. 더보기 이전 1 ··· 36 37 38 39 40 41 42 ··· 48 다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