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여전히 그의 목소리는 따뜻하고 다정했으며, 그의 손길은 덧없이 부드러웠다.
여자를 탐하던 사내의 손이 그리도 조심스러울 수 있을까. 그가 가끔씩 눈을 감지 않았더라면 나와 같은 마음일 거라곤 상상도 못 했을 것이다. 이 순간만큼은 혼자 하는 일반적인 사랑이 아니었다. 분명 그도 나도 서로가 서로를 원하고 있었다. 처음보단 거침없이 미끄러지듯 나에게 들어왔고, 거절할 이유가 전혀 없는 나는 그의 손을 받아들였다. 내 몸 세포 하나하나가 다시 깨어났으며, 단단하고 뜨거운 그도 내게 모습을 보였다.
그의 손에 눈 녹듯이 나는 녹아내리고 있었고, 내 손에 그는 움찔거리며 두 눈을 감으며 참아 내고 있었다.
"넣고 싶어"
한계에 먼저 도달한 내가 말했고, 그는 도리도리로 대답하고 마스크를 내렸다. 그의 얼굴을 숨기고 있는 마스크를 벗기고 싶었으나 용기가 없었고, 다시 용기를 내지 않았다. 그런데 그가 스스로 벗어주는 게 아닌가.
그의 단단함과 대조적으로 그의 약간 벌린 입은 무척 섹시했고, 나의 움직임에 표정이 일그러지는 모습까지 마스크 없이 전부 볼 수 있어 황홀했다. 그에게도 내가 느끼는 자극을 느끼게 해주고 싶었다. 빠르게 움직일수록 그의 눈은 자주 감겼고, 그의 미끌거림은 충분히 나까지 흥분시켰다. 이제 입으로 가져갈 타이밍이었다. 그런데 점점 멀어지는 그. 곧이어 내 속옷 위로 단단한 그를 느낄 수 있었다. 불편한 자세였지만 그와 나에게 그건 걸림돌은 아니었다. 그의 강함은 내게 들어오기 위한 준비를 마쳤고 매우 급한 표정이었지만 조심스럽게 미끄러지듯 들어왔다.
그가 나에게서 꽉 찼다.
어지러웠고 현기증이 났다. 본능적으로 나오는 소리에 입을 틀어막아야 했다.
부드럽게 움직이고는 있었지만 그로 가득 차있는 내 몸은 금방이라도 건들면 터지는 시한폭탄이었다. 그가 내게 깊숙이 들어오면 올수록 이성을 차릴 새도 없이 그를 실오라기 하나 걸치지 않게 다 벗겨내고 싶었다. 내가 하고 싶은 대로 그를 탐하고 싶었다. 절정을 맛보고 싶었다. 그래야만 될 거 같았다. 그러나 이번에도 그가 먼저 나에게서 빠져나왔다. 내 손은 그의 단단함을 놓지 않았다. 미웠다. 그도 똑같이 해주고 싶었다. 그리고 단단한 그를 잡은 손은 더 빠르게 움직였고 그가 절정에 다다르면 참으라고 말하고 그때 입으로 괴롭혀주리라. 그러나 그것도 잠시, 그는 나에게서 단단함을 빼앗아 갔다.
'안 바쁘시면 저한테 30분만 주시면 안 돼요?'
입에 맴돌던 말에 또다시 명분과 핑계를 찾지 못했고 결국 입 밖으로 내뱉을 용기는 없었다. 나는 그렇게 나와야 했다. 그의 손길이 닿았던 곳에는 여전히 그가 머물러 있는 듯해 야릇한 기분이 들었고 이내 곧 이성을 찾았다.
그를 그리워하다 보면 끝끝내 꼬리에 꼬리를 무는 야릇한 상상으로 끝마친다. 20대만이 가질 수 있는 풋풋한 사랑과 30대의 농염한 몸과 마음이 함께 하는 사랑 또한 20대 사랑에 결코 뒤지지 않는 아름다운 사랑이라 생각한다.
야한 상상에 가방 자쿠를 잠그던 손에 힘이 실어졌고 그만 사과가 떨어져 버렸다. 불길한 예감.
항상 불길한 예감은 늘 맞아떨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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