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우리 집 앞 징검다리.
이 징검다리를 제대로 내 힘으로 건너본 적이 단 한 번도 없다. 물 공포증과 이전에 어린 학생들한테 강악적으로 용돈을 줬던 곳이 바로, 이 다리만 건너면 있기 때문이다. 나에게는 이 징검다리가 또 다른 불안의 계기가 된 곳이기도 하다. 그러나 도보로 출근할 때 지나가는 길이기도 한다. 한마디로 그를 보러 갈 때 가장 빠르게 가는 길이 이 징검다리이다. 늘 도보로 갈 때 이 앞에 서서 고민하지만, 이내 다른 길로 우회해서 걸어간다.
그래서 내 사랑에 도박을 걸어본다. 그를 이용해 보기로.
이 징검다리는 오롯이 혼자 힘으로 건너는 날, 다시 그를 보러 갈 것이다.
이번 도박은 너무 많은 시간이 걸린다. 그래서 희망을 불어넣어 줄 조건을 걸었다. 불안약을 먹어도 못 건너는 나를 위해 약을 먹어도 누군가의 도움 없이 혼자 힘으로 건넌다면 그를 보러 갈 것이다. 꼭!
이제 그에게로 가는 마음을 정리할 때가 왔다. 작가가 독자들과 약속한 연재 날짜를 지키지 못한 건, 회사입장에선 달갑지 않은 사실이다. 멀티가 전혀 안되기에 그와의 관계를 마무리하고 글을 쓰려했다. 소설 속 주인공의 사랑을 담아내고 풀어내기엔 지금 그를 향하고 있는 사랑이 너무 벅차 공적으로는 일을 전혀 할 수 없는 상태이다. 회사 말대로 물들어올 때 노 저어라고 기다리는 독자들을 위해 글을 다시 써보기로 했다. 그러려면 그를 정리해야만 한다. 그를 내 머릿속에서 마음에서 내보내야 내가 글에 집중할 것이다.
당분간 그를 못 보겠다고 했던 게 정말 말이 씨가 되고 말았다. 가방에서 나의 사과 인형이 떨어질 때 이미 시작된 건지도 모른다.
사랑도 처음이지만, 정리하는 것도 처음이다.
내가 잘할 수 있을까.
벌써부터 보지 못할 그가 너무 보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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