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감성 글쟁이/엽편소설

엽편소설)#1-438 당신에게 중독되어 가는 과정속에 이별은 상상도 못했는데..



편집장님
작가님^^!

혹시 아침에 산책하셨어요? 멀어서 확실하진 않지만요^^
아뇨^^ 무조건 작은 사람만 보면 저라고 생각하시는 거 아닙니까..ㅠㅠ

편집장님
네~ 무슨 일 있어요?

편집장님ㅠ
네~작가님^^
보고 싶어요.

좋아하는 거 그만둔다고 연락해 놓고선, 잠시 한눈 판 사이 나도 모르게 전송을 눌러버렸어요. 당장은 당신을 잊지 못할 걸 암시하는 거 마냥 말이에요.

힘든 일 있는 거 아니죠?
무슨 일 없어도 보고 싶었어요..
네..

편집장님, 저 무지막하게 좋아하고 있어요. 아시죠?
조금만 좋아할라고 했는데요.. 그게 안돼요. 그래서 그냥 막살하려고요..
항상 감사하게 생각하고 있지만, 저 많이 좋아하지 마세요.
제가 뭐라고... 차라리 절 싫어하시는 게.. 작가님이 덜 힘들 거예요.
앞으론 귀찮게 하지 않을게요^^
그런 뜻이 아니었어요..
진상작가로 남고 싶지 않아요.
아니에요~ 작가님. 진상작가 아니라니깐요^^

그동안 너무너무너무너무 감사했어요^^
네 작가님. 또 연락 주세요^^ 아님 제가 연락할게요.
네.


좋아하지 말라 하셨으면서,
차라리 싫어하라 하셨으면서,
연락을 달라니요. 연락을 하겠다니요.
그 말이 얼마나 다정한 빈말인지, 나는 이제 압니다.
오랜만에 마주친 인연에게 건네는 “조만간 차 한잔해요” 같은, 지나가는 온기라는 것도요.
나는 ‘조금 덜 좋아하겠다’가 아니라 ‘이 마음을 내려놓겠다’고 말했는데, 그 말은 당신에게 아무런 무게도 아니었지요.
알고 있었습니다. 그래서 더 조용히, 더 단단히 나 혼자 지키려 합니다.
이 마음이 얼마나 오래 머물렀는지, 얼마나 애틋했는지_ 당신은 끝내 모른 채로요. 이제는 더 바라지 않겠습니다.
사랑해 달라 하지도, 곁에 있어달라 하지도 않겠습니다.
사랑이 아닌 우리가 무슨 이유로 이어질 수 있을지 나는 끝내 찾지 못했으니까요.
그래서, 당신의 말은 결국 다정하지만 닿지 않는 말로 남습니다.
당신을 우연히라도 마주치지 않기 위해 나는 나의 길을 더 빠르게 지나가겠습니다. 멈추지 않고, 돌아보지 않고, 이어폰의 볼륨을 높인 채.
당신을 알아보지 못하도록_내가 당신을 알아보지 않도록.
대차게 마음에 걸려라 하며 수없이 배회할 땐 볼 수 없던 당신을, 이제 당신을 피해 달려야 헌다니... 우리는 어떠한 순간에도 함께 할 수 없는 그런 꼬이고 엉켜버릴 인연이 맞나 봅니다.
당신에게 닿기 위해 달리던 시간들이 이제는 당신에게서 멀어지기 위한 시간이 됩니다.
참 아이러니하게도, 가장 열심히 달려온 끝이 이별이라니요.
나는 결국, 당신 이야기의 한 장면이 아닌 스스로 써 내려간 한 편의 짝사랑이 되었습니다. 조금은 과하고, 조금은 서툴렀지만 적어도 이 마음만큼은 한 번도 가벼운 적 없었다고 스스로를 다독이며 오늘의 이별을 적어둡니다.
또 선물이 되지 못한 선물은 그저 오래 묵혀두었다가 조용히 사라지겠지요. 그래도 괜찮습니다. 받지 못하는 마음, 주지 못하는 마음, 버리지 못하는 마음. 모두 당신에게는 닿지 못할 마음이지요.
당신이 나를 밀어내기 전에 내가 먼저 돌아설 수 있어서, 이별을 문장으로 남길 수 있어서 그것으로 충분합니다.
그리고 이건 끝내 전하지 않을 마지막 마음입니다.
당신이, 아무렇지 않게 잘 지내기를 바라면서도 어딘가에서는 아주 조금쯤 내 사랑을 떠올릴 날이 있기를_
그 모순된 바람을 나는 조용히 품고 떠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