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감성 글쟁이/엽편소설

엽편소설)#1-435 이제 구원은 필요 없어요. 사양하겠습니다.


#누가 나에게 영원이라는 감옥에 가두려 했는가.

누군가를 이렇게까지 사랑해 본 적이 있었나 싶습니다.
그게 하필 당신이었고, 첫사랑이자 짝사랑, 외사랑, 그리고 어쩌면 끝사랑까지 모든 이름을 다 가진 마음이라는 게 조금 서글픕니다.
하면 안 되는 사람이라는 걸 알면서도, 그 선을 넘지 않으려 얼마나 애를 썼는지 모릅니다. 마음을 접어보려, 모른 척해보려, 아무 일도 아닌 듯 흘려보내려 했지만 결국 마음이라는 건 생각처럼 다뤄지지 않더군요.
당신을 향한 이 감정을 뭐라고 불러야 할지 오래 고민했습니다.
잘못이라고 쓰기엔 너무 깊고, 사랑이라고 하기엔 너무 조심스러워서... 그저 한 계절이었다고, 지나갈 거라고 스스로를 달래 보기도 했습니다.
하면 안 되는 사랑이기에, 오히려 더 조심할 수 있다고 믿었습니다. 나는 어른이니까, 선은 지킬 수 있을 거라 생각했으니까요. 그런데도 마음은, 끝내 가장 솔직한 방향으로만 흘러갔습니다.
처음에는 정말 순수한 마음이었습니다. 사랑보다는 동경에 가까운 마음을 가졌으니까요.  함께 일 하고, 일 이야기를 하고.. 그러다 어느 날, '괜찮으세요?' 그 질문이 이상하리 만큼 오래 남았습니다. 누군가 나를 조심스럽게 물어본 게 참 낯설고 이상했으니깐요. 조금씩 공적인 이야기에서 사는 이야기로 흘러갔습니다. 그때부터 내 마음은 생각보다 조용하게 깊어졌습니다. 당신에게 들키지 않기 위해, 더 길어진 침묵과 더 오래 머문 시선들이 자꾸 삐거덕거리긴 했지만요.
내 사랑은 당신과 삶을 새로 시작하기 위한 사랑이라기보다는 늦게 만난 사랑이었습니다. 당신에게 무해하고 싶었어요. 당신의 삶을 깨뜨릴 심산으로 시작한 건 아니었어요. 혹여나 그렇게 보일까, 그래서 더 조심했고, 더 아팠고, 더 힘들었습니다. 내 사랑은 당신에게 무해하다며 증명하느라 할애한 시간이 많을 정도니깐요..
어느 날, 나를 멈추게 했습니다. 연락하지 말라며 말이죠. 꽤나 아팠습니다. 나를 위해 멈춘 것 같아 보였지만, 당신을 위한 선택임을 알고 나는 무척 아팠습니다. 당신에게 가야 할 원망은 고스란히 나를 향했습니다. 꼴좋게 나는 나를 망가뜨렸어요. 
그리고 얼마 후 다시 연락이 왔습니다. 당신으로부터요.

https://s2sunshines2.tistory.com/m/583

엽편소설)#1-410 아니하지만, 아니할 수 없기에

당신의 부름에 이끌리듯 곧장 답을 하고 말았어요. 그리움이 너무 큰 탓이었죠.. 너무 보고 싶었으니까.. 너무 그리웠으니까요. 이모티콘을 보내지 말걸, 반갑게 답하지 말걸.. 금방 후회했지만,

s2sunshines2.tistory.com


공적인 연락과 사적인 연락이 함께 공존했습니다. 나는 몹시도 헷갈렸어요. 공적인 연락이 우선인지, 사적인 연락이 우선인지.. 그저 내가 보고 싶었던 건지, 그냥 불쌍한 내게 밥을 사주겠다는 건지, 애매모한 관계를 말끔히 정리를 위한 건지..  도통 내 쪽에선 알 길이 없었습니다.
후에, 당신을 만나 식사를 하고 몸을 섞어도 왜 내게 연락을 하신 이유는 알지 못했습니다. 그게 바로 우리의 관계임을 알았어요. 이도 저도 아닌 애매모한 거리, 딱 당신과 나의 거리였어요. 그 사실이 나를 무지막지하게 아프게 했습니다. 당신을 봐서 너무 행복했지만, 당신을 붙잡을 수 있는 맹목적인 이유는 없었으니깐요. 사랑도 아니라 하셨고, 장난도 아니라 하셨으니... 그럼 대체 무엇인가요. 심심풀이 땅콩으로 당신 옆에 머무르는 건, 싫어요..

말이 줄었고, 연락을 줄였고, 더 이상 다가가지 않을 겁니다.
당신을 지키기 위해, 당신에게서 물러나려 합니다.
나는 더 이상, 연락을 할 수 없고, 찾아갈 수 없어요.
하지만, 마음은 멈추지 않았습니다.
그러나 나는 침묵할 거고, 당신도 침묵할 것이 분명합니다.
우연히 달리다 마주쳐도, 잠깐 스치고 다시 아무 일도 없는 얼굴로 돌아가야 합니다. 참 슬픈 일이지요.

당신을 사랑한 나를, 가장 아름다웠던 한때로 봉인해야 할 때입니다. 한 번도 나를 가지려 한적 없는 당신이 나로 인해 철저히 슬펐으면 합니다. 다가올 여름이 시리도록 추웠으면 합니다.





#영원에서 구해드리죠.

마지막이니, 당신 생일날로 합시다.
생일상을 차리는 내 손길은 여느 때보다 분주하고 설렐 것이 분명합니다. 당신의 기념일을 함께하는 것만으로 이미 나는 무진장 벅찰 테니까요. 진즉에 말했지만, 남편 없이는 하루도 못 사는 부인이거든요^^
앞치마를 벗어던지다 시피하고 우비와 장화를 꺼내 신고 달립니다. 날씨가 쨍하고 좋은 날에 당신을 만나러 간다면 너무 양심 없는 일이라고 할까 봐, 그렇게 빗속을 달려 당신 회사 앞에 달려갑니다.

<잠시도 보지 않고선 살 수 없기에... 올 수밖에 없었어요>

문자 하나 남겨놓고, 당신이 머물고 있을 사무실을 앞에 하염없이 기다립니다. 기다리는 일은 내가 제일 잘하는 일이거든요. 마지막이라 그런지 빗물이 눈물이 되어 흘러내립니다. 흐려진 시야 속에 당신 실루엣이 보이고, 나는 단번에 우비를 찢고 당신 품으로 돌진합니다. 맞아요. 돌진이 맞는 표현입니다. 누가 보면 들소라고 착각할지도 모르죠^^

"조금만 기다리면 볼 텐데 왜 또 뛰어왔어요.."
"당신이 보고 싶어서 어쩔 수 없었어요.."
"그렇게 내가 보고 싶었어요?"
"네^^ 죽을 만큼요"
"가요, 우리 집으로"

맞잡은 손으론 부족하여 나는 당신의 팔을 끌어다 안습니다. 잠시도 떨어질 수 없기에, 최대한 밀착해야 하죠.
비 오는 소리와 와이퍼 소리는 앞으로 있을 이별에 배경음악처럼 슬피 들릴 것입니다. 나는 그 슬픔에서 벗어나기 위해 애를 쓸 거예요.

"나… 당신 성대모사할 수 있어요"

조금 들뜬 목소리로 말해놓고도, 괜히 들킬까 봐 눈을 피했어요.

"이렇게… 갑자기요?"

당신은 늘 그렇듯, 살짝 당황한 얼굴로 웃었고요.

"네^^"

나는 장난스럽게 손으로 미간을 좁히고, 눈꼬리를 최대한 내려 보이며 당신을 흉내 냅니다. ‘잘 지냈어요? 잠은 좀 자요?’
그 한마디에, 내가 얼마나 당신을 오래 보고 있었는지 얼마나 세세한 것까지 기억하고 있는지 괜히 들켜버린 기분에 민망할 거예요. 그런데 그걸로 끝이 아니에요.
내가 아무렇지 않게 던지는 엉뚱한 질문, 그래서 당신이 잠깐 멍해지는 그 순간까지도 나는 다 따라 할 수 있어요.
그리고… 당신이 웃을 때, 조용히 번지듯 예뻐지는 그 표정도, 걸을 때 괜히 시선이 가게 되는 그 걸음까지도요.
아마 나는, 당신을 흉내 내는 게 아니라 당신을 너무 많이 담아버린 걸지도 몰라요.

"나를 너무 유심히 본 거 아닙니까^^"
"당신이 좋아서 자꾸 시선이 갔고, 유심히 보게 되었어요"
"잘했어요^^"

당신은 이상한 모양새로 나의 머리를 쓰다듬어 줄 것이 빤합니다. 나는 당신의 손길이 무척 좋을 테고요, 그 미지근한 손이 내게서 떨어지지 않도록 붙잡을 겁니다.
빗속을 뚫고 집에 도착합니다. 함께 집으로 가는 일이 뭐 그리 특별하게 좋은 일이라고 내 입은 귀에 걸릴 것이 틀림없고요. 발걸음은 가볍다 못해 두둥실 떠다닐 것이 분명합니다. 우리 집이니까요. 당신과 내가 함께 있는 공간이니까요.

"손 씻고 식사하세요"

우리는 마주 앉아 식탁에 앉습니다. 생일상이기에  미역국과 나물, 잡채와 생선. 당신 입맛에 맞는 초딩 반찬들이 준비되어 있을 겁니다. 내가 차려준 음식들을 먹는 당신이 있기에 더할 나위 없이 빠르게 행복해지고 마는 식사시간일 겁니다.

"혼자 고생했겠어요 ㅠㅠ"
"전혀요. 당신 덕분에 오늘 하루 내내 즐거웠어요"
"고마워요"

그리고 엉망진창인 케이크도 조심스레 꺼낼 겁니다.

"왜 이래요??????"
"간 보고 맛보고 하다가.... 반이 사라졌어요^^;;;;;"
"*^ㅡ^*"

무해하게 웃을 당신이 눈에 선합니다. 빈틈없이 50개의 촛불에 불을 붙이고, 각자의 다른 소원을 빌 테죠.
그리고 준비한 선물을 건넬 겁니다. 진즉에 선물하고 싶었던 스마트워치.

"전부터 선물하고 싶었어요"
"미안해요, 그때 받지 못해서"
"괜찮아요, 지금은 받아주셔서"

우리가 떨어져 있어도 이제는 같은 시간에 있을 수 있게 된 겁니다. 같은 시간에 함께 하는 일, 이보다 더 큰 행복은 내게 없을 테죠. 돌고 돌아, 그제야 같은 워치를 손목에 두를 겁니다.

"씻고 와요. 속옷 문 앞에 둘게요"
"네"

당신이 나오면 나도 얼른 씻으러 들어갑니다. 그리고 나란히 테레비 앞에 앉겠지요. 습관과도 같은 버릇.

"동물의 왕국 시청금지! 잊지 않았죠??"
"네. 오늘은 안 볼 거예요"
"왜요?"
"당신 볼 거예요^^"

당신은 몸을 틀어, 나를 볼 테고 나도 몸을 돌려 당신과 마주 앉을 거예요.

"당신이 태어난 날을 오래도록 기억하겠어요. 그리고 이 날에는 아끼지 않고 당신을 사랑하고 그리워할게요"
"네 그렇게 해요^^"
"나 한 번만 안아주세요"
"이리 와요"

당신이 내어준 품에 나는 속절없이 파고들 겁니다. 한없이 무해하고 다정한 품속으로 말입니다. 당신은 내 머리를 쓰다듬어 줄테고, 나는 등을 가만히 토닥거릴 겁니다. 그렇게 아무 말 없이 가만히요.

"왜 오늘따라 말이 없어요? 피곤해요?"
"끄덕"
"그럼 자러 가요. 업어줄까요?"
"네*^ㅡ^*"
"피곤한 거.... 맞죠??"
"네...... ㅠㅠ"
"업혀요"

당신이 또 말을 바꿀까, 나는 얼른 당신 목을 감쌀 겁니다. 기린목에 있은 것 마냥 몹시 무서울 테지만 그 기린이 당신이라면 나를 떨어뜨릴리는 없기에 조심스레 눈을 뜹니다.
마지막이 될 우리만의 공간이 무척이나 정갈하고 슬플 것이기에 당신의 목을 더 세게 끌어안을 겁니다.

"죽일 작정은 아니죠????"
"그럼요^^;;;"

살포시 내려준 침대에 당신과 나란히 눕습니다.

"배뚱뚱이 얼룩말은 어디 갔어요?"
"당신이 하도 놀려서 뺐습니다"
"치..."

당신의 잠옷 단추를 풀고 맨살에 파고들 겁니다. 당신은 굉장히 보드랍고 유들유들하거든요. 당신의 홀쭉해진 배를 쓰다듬으며 배뚱뚱 시절을 떠올려봅니다. 이따금씩 내 손은 당신의 바지 속으로 들어갈 테지만요.

"당신한테 새겨둔 흔적, 지워줄 테니 원래 있던 곳으로 가요"
"무슨 흔적이요?"
"내가 억지로 만든 흔적이 있어요. 그거 지우면 원래 있던 흔적이 나타날 거예요. 원래 자리로 돌아가세요"
"내가 있을 곳이 여기 아닌가요?"
"아니에요. 내가 당신을 훔쳐왔어요. 그리고 감추고 숨겼어요"
"....."
"미안해요. 당신이 좋아서 그럴 수밖에 없었어요. 이해해 달란 말은 하지 않을게요..."
"말 안 하면 몰랐을 텐데 왜 이제 와서....."
"내 욕심으로 누군가를 아프게 할 순 없어요... 그동안 당신을 원래 자리로 돌려보내려 했으나 쉽지가 않았어요. 그래서 많이 늦었어요"
"....."
"당신을 너무 사랑해서 그랬다고 하기엔 너무 염치가 없네요"
"...."
"멈춰야 하는 걸 알았는데 멈추지 못했어요. 넘지 말아야 될 선이었는데 어느 순간 단숨에 그 선을 넘어버렸고, 사랑해선 안될 사람이기에 조심하고 조심했지만 결국 이렇게 되어버렸어요. 당신을 본 순간부도 나는 나보다 당신을 더 많이 사랑했어요.."
"...."
"미안해요..."
"당신은 괜찮아요?"
"나는 괜찮아요"
"그냥 이대로 살면 안 되나요?"
"그러고 싶어요. 그런데 내가 내 욕심만으로 당신을 묶어둘 수는 없어요. 원래 자리로 돌아가요. 각자"
"...."

나는 당신에게 입술을 맞출 겁니다. 그러면 당신은 내가 당신에게 잘 들어올 수 있게 할 테고 나는 그렇게 당신과 겹쳐질 거예요. 마지막이기에... 손끝에 닿는 당신을 기억하기 위해 천천히 움직입니다.
더 이상 질척일 수 없는 나는 당신을 내 세상으로 끌어옵니다. 낮게 내뱉는 당신의 호흡마저 나는 놓칠세라 입속으로 끌어올 거예요. 더 이상 천박해질 수 없는 나는 그렇게 당신 위에서 슬프게 춤을 출 것입니다.

"나를 잊지 말아요"
"그럴게요"
"마음대로 당신을 내 영원에 가뒀어요... 미안해요"
"...."
"원래 있던 자리로 돌아가요"
"네"
"당신이 진짜 내 사람이 되기를 욕심냈던 나를 용서하지 말아요. 두 번 다시 당신을 보러 가지 않을게요. 그걸로 내 벌은 충분하거든요. 사실 그보다 더한 벌은 내게 없겠지만요"
"잘 가요"

아무리 생각해 봐도 내가 당신에게 닿을 수 있는 방법은 어디에도 없었습니다. 그리하여 내가 두 손 두 발 다 들고 먼저  포기하려는 겁니다. 안온하시고 안온하시어 남은 생은 안온한 일들만 가득하기를...

당신의 품에서 오래도록 깊은 잠을 잘 거예요. 이 꿈에서 깨고 나면 나는 오래 아플 것이 빤함으로.. 푹 잘 겁니다.
당신도 잘 자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