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아프냐는 물음에 나는 고개를 좌우로 저었어요. 그런 당신의 다정함이 아플 때마다 생각납니다.
사랑하지 않을 거면서 왜 내게 다정하셨나요.
정작 아플 때는 내게 없을 거면서...
꽃을 좋아하는 사람은 꽃을 꺾지만,
꽃을 사랑하는 사람은 그 꽃에 물을 줍니다.
다시 말해, 좋아하는 마음은 꺾어서라도 소유하려 들지만,
사랑하는 마음은 상대가 별 탈 없이 안온하길 바라는 마음이라는 겁니다. 나는 당신을 매 순간 사랑했다는 증명들 속에 살아내고 있어요. 당신은 잘 지내신가요?
달리기에, 근력운동에 점점 더 건강해져 가는 당신이 눈에 선합니다. 모쪼록 아프지 말고 건강하세요. 내 바람입니다.
내 글은 항상 어딘가 축축하고 눅눅하고 밝지 못해요.
그럼에도 누구보다 솔직한 글이랍니다. 해가 뜨고 아침이 밝아오면 가려지지 않는 어둠처럼 내 글 속에 박힌 이 투박하고 솔직한 감정은 온몸으로 부딪치며 얻어낸 사랑의 흉터니깐요. 밝은 태양아래 내 모습이 비치는 거울을 죄다 피하고서, 잔뜩 날 선 불안으로 타인의 시선을 피하고 다니지만, 노트북 키보드 위에서만큼은 단단하게 사랑을 적어 내려 갑니다. 아름답고 예쁜 단어를 골라 쓰고 싶었으나 투박하고 까슬거린 거친 진실들만이 난무합니다. 그것도 꾹꾹 눌러 담아 어딘가 못생기고 삐뚤빼뚤한 글이 되지만요... 이 못생기고 투박한 글이 당신의 마음 끝에 닿기를 바랍니다. 바람 한 점 없는 병풍 같은 삶 속, 화려한 색채와 고풍스러운 풍경 아래에서는 보이지 않던 외로운 삶에 내 투박한 문장들이 가만히 머물러 주기를.
당신과 함께일 때 주인공은 늘 나였어요. 내 글 속에 주인공은 늘 당신이었고요.. 당신과의 밝은 낮에는 저급했으나, 당신과의 어두운 밤은 고통입니다. 잠들지 못하고 아팠으며, 아파서 잠들지 못했습니다. 죽어가는 내게... 신이 살게끔 등 떠밀어주는 순간이 바로 당신이었어요. 이제와 나를 죽이시려는 신의 연유를 나만 모르는 건가요. 엉킨 시간들 사이로 뒤늦게 도착한 구원은 언제나 유통기한이 지난 처방전 같다고나 할까요?
오후 두 시의 햇살은 늘 과하고, 새벽 두 시의 어둠은 나와 퍽 잘 어울립니다. 먼지조차 투명하게 비추는 그 정직함이 불쾌해, 혼자 있을 때면 암막커튼을 치곤 하죠. 그 정직한 시간에 나는 당신과 함께였어요. 내 글에 있는 모든 모순은 당신이며, 당신은 내가 유일하게 사랑하는 인물입니다.
여전히 방법을 모르고 사랑을 해대면서....
모든 꽃을 꺾어 내 것으로 둘 수 없듯,
지나가는 마음 또한 붙잡는 것은 사랑이 아니래요.
어떤 인연은 이름도 없이 찾아와
마음을 따뜻하게 밝혀 놓고 조용히 지나갑니다.
잊으려 하면 더 선명한
당신 목소리, 당신 웃음소리는
가슴속에 박힌 계절처럼 끝내 지워지지 않습니다.
인연은 억지로 묶는 것이 아니라,
흘러가다 자연스레 머문답니다.
마치 강물이 돌 하나를 감싸듯이요.
왜 나는 그러하지 못할까요.
헤어짐도 인연이오,
그리움도 인연이니,
당신을 보고파하는 이 순간도
인연의 끈이 이어진다고 봐야 하는 걸까요.
지나가는 인연을 애써 잡으려 말래요.
잡힌다 해도 인연이 아닐지니...
내가 당신을 사랑한 건,
신이 나를 살게끔 구원하신 걸까요.
아니면,
억겁을 걸어온 길의 끝에서 기다리고 있던 필연일까요.
당신을 밀어내고자 애쓰고 있어요.
그 틈엔가, 기어이 당신이 다시 떠오르면 나는 합리화시킵니다.
당신을 사랑한 건 누군가와 닮아 있어 그런 거라고.
비슷한 나이, 비슷한 키, 선택적 다정함, 어색한 웃음, 적당한 거리, 비슷한 온기. 성숙함과 연륜.
내가 사랑한 건, 당신이 아니라 익숙함이라고요.
그럼에도 기어이 사랑이라고 고집 피우면 그때는 나는 나를 세뇌시킵니다.
당신과 닮은 사람을 사랑하는 거라고..
나는 또 잘못된 길로 들어서는지도 모르겠습니다.
이제 어디서부터 길을 잃어버린지도 모르겠고요..
당신을 함부로 사랑한 대가는 혹독히 치르나 봅니다.
사랑 없이도 글을 쓸 수 있었던 때로 돌아가고 싶어요.
이렇게 징글징글한 사랑, 왜 사람들이 사랑 타령 하는지 나는 도무지 이해할 수가 없어요. 누구도 사랑하지 않는, 숨어 지낼 때로 돌아가고 싶어요. 선택적 사회적 불안장애를 앓아야겠지만요.
오늘도 당신을 한 번도 사랑하지 않겠다는 큰 포부는 물거품 되고 말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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