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감성 글쟁이/엽편소설

엽편소설)#1-431 애초에 당신은 내 곁에 머무를 파랑새가 아니었을까요.


"나는 소설 작가가 되고 싶어. 삼촌은 꿈이 뭐야?"

어느 날, 삼촌과 마주 앉아 라면을 먹다 물었고, 한참을 젓가락만 입에 물고 고민했다. 어째서 저 나이에 대답이 퍼뜩 나오지 않는지, 한심스러웠다...

"니는 왜 소설 작가가 되고 싶은데?"
"누군가 내 책을 읽고 위로가 되었으면 해서, 그뿐이야. 삼촌은?"
"난 꿈 없어. 그냥 오늘만 살래^^"


#늘 함께였기에..

삼촌은 누구보다 책 읽기를  싫어했다. 그런 삼촌이 책을 읽게 하기 위해 무수히 애를 썼다. 내가 가장 좋아하는 책을 함께 읽고 이야기 나누고 싶었으니까.. 동화책이든 소설이든 무협이든 뭐든 읽기를 거부를 했고, 그나마 내가 들려주는 이야기는 가만히 들어주었다. 그래서 책을 읽어주기 시작했다. 내가 처음 누군가에게 책을 읽어주기 시작한 인물은, 삼촌이 처음이었고 그 책은 파랑새였다.

삼촌은 나를 새장에 갇혀사는 새 같다고 말했다. 문을 열어줘도 날아가지 못하는 가여운 새라고.. 술만 먹으면 파랑새 타령을 그렇게 했다. 해서, 어린 날에 나를 데리고 바깥으로 데리고 다녔나 보다.  외출이 불가능하지 않았지만, 외출할 때가 없는 나를 삼촌은 그렇게 틈만 나면 나를 데려갔다.




그 사건 이후 나를 당구장에 데려가는 일은 없었다. 대신 삼촌이 일하는 곳에 나를 종종 데려갔다. 수영장.
무슨 운동이든 아빠는 허락하셨고, 삼촌이 함께 하기에 아빠는 늘 안심하셨다. 수강생보다 일찍 출근해야 했기에 이른 아침 함께 수영장에 갈 때면 수영으로 몸을 풀었다.

"귀랑 눈에 물 들어가면 안 무서워?"
"들어와 볼래?"
"아니.. 싫어!"

쪼그려 앉아 묻는 나를 물속으로 끌어당겼다. 갑작스럽고, 예상치 못한 일이었다. 땅에 발이 닿을 수 있게 나를 가만히 잡아주었다.

"업혀"
"나가게 해 줘ㅠ"
"괜찮아.. 업혀봐"

그리곤 보채지 않고, 기다려주었다. 매번 이런 식이다. 일은 저질러놓고 기다려주는 방식. 겁쟁이 조카를 위한 삼촌의 배려였다. 조심히 목을 끌어안았다. 나를 업고 그대로 물속으로 들어갔다. 처음, 처음으로 물속에서 숨을 내쉬었던 날이다. 어미 수달에 매달려 태평양을 헤엄치는 아기 수달의 기분, 퍽 마음에 들었다. 그래도 무서운 건 어쩔 수 없었다. 자칫 물에 빠져 익사해 버릴 것만 같은 공포가 나를 휘감았다.

"무서워.. 내려줘!"

내 한마디에 삼촌은 멈췄다.
멈추자 물의 부력으로 발이 허공을 맴돌고 삼촌은 나를 가만히 땅에 발에 닿을 수 있게 잡아주었다.

"재밌지????^^"
"아니. 무서워ㅡㅡ 어쩔 거야. 옷도 없는데"
"샤워장 가서 씻고 내 옷 입어"

레일 중간에 멈춘 터라.. 레일 끝까지 가려면 걸어가야 했다. 물속에 있다는 것 자체가 공포였고 까마득히 멀어 보였다.

"잠수는 할 수 있지?"
"아니. 절대 못해!!"

삼촌이 나를 레일 밑으로 머리를 밀어 넣었고 그렇게 레일에서 벗어났다.

"켁켁...  씨..."

겨드랑이에 손을 넣어, 나를 들어 올려 물밖에 걸터앉게 했다.

"너 속옷을 왜 안 입었어"
"켁켁 ㅠㅠㅠㅠ"
"여고생이 속옷을 안 입고..  원래 안 입는 나인가?"

물이 잘못 들어가서 머리와 코가 너무도 아팠다.
겨우 진정되고 나는 몸에 붙은 흰 티를 떼어내어 물기를 짰다.

"갑갑해"
"그 천 쪼가리가 얼마나 갑갑하다고... 하필 또 흰색 티고?"
"그래서 박스티 입었잖아"
"싹 다 보여. 전부"
"보지 마 그럼!!!"
"...."

민망했다. 물속에 완전히 빠졌다 나온 모습은 진짜 물에 빠진 생쥐꼴이었고... 적나라하게 다 보였다. 가슴을 양손으로 가렸고, 나는 말했다.

"나 좀 일으켜줘"
"나 못 나가"
"나오면 되잖아"
"못 나가"
"왜"
"곧 강습할 시간이야"
"어차피 준비운동 하러 나올 거잖아"
"사람들 오기 전에 씻고 내 옷 갈아입어"

민망해서 버럭 화를 낸 내게 마음이 상했는지, 삼촌은 나를 일으켜 주지 않았다. 정말이지, 나는 흉터에 별 생각이 없었는데 삼촌은 늘 신경 썼다. 늘 사람 오기 전에 씻으라고 할 정도로...

강한 아빠는 나를 가두었지만, 강한 삼촌은 나를 가두지 않았다. 아빠 못지않게 강한 자였다. 내가 싫어하는 부류들 중 한 사람이었으니까. 해병대오ㅓ 체대를 나와 몸만 만드는 그런....
그러나 삼촌은 내게 강하지 않았다. 다정은 선택이라는 명제를 삼촌을 통해 배웠으니까. 내게 다정히 대해준 건 그건 삼촌의 선택이었다.

수영장에서 일할 때 나는 고3이었고, 나는 열심히 소설을 쓰고 있었던 때였다. 공부는 잘했다. 못할 수 없는 조건이었다. 나는 대부분의 시간이 집에서 공부만 했으니깐..
유명한 인터넷 소설에 어깨를 나란히 할 수는 없었지만, 덩달아 내 소설도 읽어주는 이들이 종종 있었다. 그러나 내 소설에는 언제나 벽이 존재했다. 나는 사랑을 해본 적이 없었고, 스킨십을 해본 적이 없었다. 읽는 이들에게 들통나 버렸다. 어린애가 쓴 소설이 틀림없다며...

"삼촌은 키스해 봤어??"
"응. 근데 왜"
"궁금해서"
"뭐 땜에?"
"사랑하는 사람들이랑 키스를 왜 하는지 이유를 모르겠어"
"그야 좋아하니까"
"더럽잖아.. 입속 세균이 옮을 수도 있고"
"그럼 니는 매형하고 누나가 만든 거대한 세균덩어리가?"
"그건 아니지만.. 입속 세균이 옮을 수도 있고, 너무 더럽잖아"
"......"
"삼촌은 언제 해봤어? 어땠어?"
"더럽진 않았어"
"자세히 알려줘"
"아, 왜~~~"
"글 쓸 때 참고하게"

삼촌이 어느 날 내가 쓴 소설을 읽어달라 했고 긴 긴 나의 소설을 읽어주기 시작했다.

"내 글에는.. 다른 글에는 있고, 내 글에 없는 게 있어"
"뭔데?"
"연애소설에 사랑이 없어"
"그래도 글 잘 쓴다야~"
"더 잘 쓰고 싶어"
"충분해. 난 잘 모르지만 내용이 지루하지 않아"

그즈음 내가 연습장에 쓴 소설이 인기가 사그라들었다. 그 이유가 동성 소설에 분명히 빠진 스킨십이었다. 연습장 아래에 메모가 달리기 시작했다.
키스하는 장면, 관계하는 장면도 넣어달라는 요청.

"삼촌, 여자도 여자랑 키스하고, 남자도 남자랑 키스해?"
"몰라. 난 여자랑만 해"
"아니 삼촌 말고, 다른 사람들 말이야"
"있겠지?"
"그럼 관계도 해?"
"너 여자 좋아해?"
"미쳤어?? 난 터보 김종국 좋아해"
"근데 왜 물어?"
"동성 소설 쓰는데.. 요청이 들어와서"
"대충 써"
"글은 상상할 수 있게 꽤 디테일하고 섬세하고 써야 해"
"그럼 난주 집에 와. 야동 보여줄게"
"삼촌도 봐????"
"예전에. 컴퓨터에 있을랑가 모르겠다"

나의 첫 야동을 삼촌 집에서 같이 봤다. 지금 생각해 보면 참 불편하고 어색한 사이라고 생각 들지만, 그때는 삼촌이 내 세상의 전부였다. 모든 나의 일탈은 삼촌과 함께였으니까. 유일하게 학교에 땡땡이를 치고 나온 날도 삼촌과 놀러 가기 위함이었고, 아프다고 거짓말 치고 조퇴한 날도 삼촌과 리니지 게임을 하기 위함이었고 아프다는 거짓말로 결석한 이유도 삼촌이었다. 나의 학창 시절에 남자는 오로지 삼촌뿐이었고, 결혼 적령기 때 삼촌의 여자는 오로지 나였다. 삼촌은 나에게 죄책감과 책임이었고 나는 세상과 소통하는 유일한 사람이었다.

"저런 거 하면 좋아??"
"응"
"꼭 저렇게 해야 해?"
"아니 저건 연출이야. 영화처럼"
"그럼 연출 없이 하는 건 어떻게 하는 건데?"
"그야.. 뭐 그냥"
"그냥 뭐?"
"넌 왜 그런 걸 물어보노"
"삼촌 말고 내가 누구한테 물어봐..."
"뭐 그냥.. 둘이 함께 있는 공간에서 손잡고 키스하고 그렇게 하는 거지"
"우리처럼 이렇게 있다가?"
"응"
"먼저 허락을 구하고 해??"
"사랑하는 사이면 굳이 허락 필요 없지?"
"그럼 허락도 없이 입을 맞춰?"
"응"
"그런 다음엔?"
"키스하다가 시작하는 거지 뭐"
"별거 없는데 왜 그렇게 사람들이 궁금해해??"
"사랑하는 사이만 하는 은밀한 거니깐"
"삼촌도 사랑하는 여자 있어??"
"아니 없어"
"그런데 왜 했어?"
"하루만 사랑했어"
"ㅡㅡ 나빴네"

그 당시 내 소설 속 남주는 모두 김종국이었거나 삼촌이 모티브였다.


영화 스플라이스 한 장면입니다.


20대 초반,
나는 어렸을 때부터 비디오테이프로 영화 보는 걸 좋아했다. 영구와 땡칠이 시리즈 비디오는 동생들과 테이프가 늘어질 때까지 볼 정도로.. 점점 크면서 영화관에서 보고 싶었지만.. 영화관은 깜깜하고.. 청결문제도.. 세균도 많을 것 같아 내게는 큰 벽이었다.
삼촌도 영화를 좋아했고, 가끔 온 가족이 함께 거실에서 빔으로 영화를 보기도 했다. 삼촌이 보고 싶었던 영화를 개봉했다기에 같이 내 방에서 보기로 했다. 영화는 스플라이스(Splice), 장르는 SF 스릴러였다.
짧게 내용을 요약하자면... 인간과 동물의 유전자를 결합해 새로운 생명체를 만드는 실험에서 벌어지는 이야기.
유전공학자인 여주는 금지된 연구를 몰래 진행하다가, 인간 DNA까지 섞은 존재 ‘드렌’을 탄생시킨다. 처음엔 아이처럼 키우며 애정을 느끼지만, 드렌이 빠르게 성장하고 점점 예측 불가능한 행동을 보이면서 상황이 통제 불능으로 흘러간다. 여자 주인공의 난자와 결합하여 탄생하여 여성의 성을 갖지만, 후반부에는 남성의 성으로 바뀐다. 결국 과학적 욕망과 윤리의 경계를 넘은 선택이 비극적인 결과를 낳게 되는 이야기이다.

야한 장면은 딱 2장면뿐이었다.
먼저 드렌이 여성의 성을 갖고 성장했을 때.. 그 욕망을 남자주인공은 거부할 수 없었다. 좀 민망했는지 삼촌이 영화를 멈췄고, 페퍼민트 두 잔을 내어오며 말했다.

"드렌이 너랑 닮았어"
"씨.. 나 괴물 같아??"
"그 말이 아니라, 예측할 수 없어. 드렌처럼"
"내가???"
"어디로 튈지 모르고 막무가내잖아"
"씨.....ㅡㅡ 근데 영화가 슬퍼"
"대체 어디가?"
"드렌이 불쌍해"
"너를 보는 거 같아서?"
"ㅡㅡ 왜 자꾸 괴물한테 나를 비유해!!!"
"괴물이긴 하지만 너랑 너무 닮았어. 갇혀 살고 세상을 몰라"
"... 영화나 틀어"

그렇게 여자 주인공은 자신의 난자로 만들어낸 괴물 드렌이 결국 남성화로 성이 바뀌었고, 여주와도 관계를 맺는다. 엔딩에는 그 아이를 임신하며 끝이 났다. 찝찝했지만.. 도덕과 윤리적인 영화가 뒤섞여 불편했다. 자신의 난자로 만들어낸 괴물이, 자신의 사랑하는 남자와 관계를 맺는 걸 보았고, 성이 전환되어 사랑하는 남주를 죽이고 그 괴물이 자신과 관계를 맺고 임신한다. 그리고 그 여주는 그 아이를 낳는 이유가 또 다른 거래가 되어 비극이 되며 끝이 난다.

"영화가 뭐 이리 찝찝하게 끝나노. 왜 마지막에 여자 주인공은 아이를 낳으려 했을까?"
"금기된 실험의 책임감에서가 아니라 한 인간의 오만이거나 탐욕을 버리지 못하고 돈벌이로 쓰는 거겠지. 생명 윤리, 도덕적 윤리를 너무 넘나들어서 머리가 아파..."
"드렌 너랑 닮았어"
"씨...... 근데 드렌이 여성이었을 때 남자 주인공을 사랑해서 그런 거고, 성전환되었을 때는 여자 주인공을 사랑해서 그런 걸까?"
"인간 DNA를 넣었다고 해서 인간도 아니고 그렇다고 동물도 아니니깐.. 사랑이라기보다는 짝짓기 정도가 아닐까? 나도 몰라"
"동물이라고 하기엔 너무 인간의 모습이던데.."
"닌 키스도 안 해본 얘가 뭘 안다고"
"나 해봤어!!"
"누구랑??"
"있어"
"누군데"
"과외하는 학생이랑"
"니가 한 거야?"
"아니"
"걔가 한 거야? 일반적으로? 고삐리한테?"
"...."
"방에서 둘이서 하지 말랬잖아"
"그럼 수업을 어디서 해. 책상에서 해야지"
"연락처 줘봐"
"왜"
"죽여버리게"
"그만뒀어"
"....."
"난 사랑하는 사람 만나면 키스도 못할 거 같아"
"왜"
"그냥 싫어할 거 같아서"
"왜"
"나를 다 알면 나를 싫어할 거 같아"
"어느 누구한테도 말하지 마. 말 안 하면 아무도 몰라. 그런 생각하지 마. 니 잘못은 하나도 없으니까"
"그건 삼촌이니깐. 내 삼촌이고 가족이니깐 그런 거고.."
"충분히 사랑받을 수 있어"
"삼촌이 남이라도 나를 그렇게 생각할 수 있겠어?"
"당연하지. 넌 사랑할 수밖에 없어"
"...."
"니 방에 가"
"여기 내 방이야. 삼촌이 나가"

나는 20대 초반, 삼촌은 30대 초반이었다.
삼촌은 결혼을 해야 할 나이임에도 연애를 하지 않았다. 그렇다고 여자를 안 만나는 건 아니었다.
삼촌 자취방에는 여자 물건들이 하나씩 생겼다가 사라졌으니깐. 그러나 한 여자와 오래 연애를 하지 못하는 듯했다. 삼촌이 우스갯소리로 이상형이 '새로운 여자'라고 말했으니까..





내가 스물 중반, 삼촌은 서른 중반이었다. 어느 날 느닷없이 결혼 이야기를 들었고 일사천리로 진행되었다. 삼촌 아이를 임신한 부잣집 여자가 찾아왔으니까. 그것도 삼촌이 극혐 하는 연상의 여자였다. 삼촌은 반반한 얼굴에 여자들이 많았다. 수영강 사할 때도, 해수욕장에 안전요원으로 아르바이트할 때도 많은 여자들이 삼촌과 친해지길 원했고 그럴 때마다 나는 삼촌의 조용하고 얌전한 여자친구가 되었다.
숙모는 삼촌을 참 많이 사랑하는 듯했다. 나와 잘 지내는 것을 알고부터 자주 연락이 왔으니까. 삼촌이 좋아하는 음식, 반찬, 취향 등등.. 그럴 때마다 나는 알고 있는 모든 걸 이야기해 줬다. 삼촌 결혼식 날이 잡히고 오랜만에 삼촌이 보자고 했다. 나는 직장인이었고 퇴근 후 만났다.

"무슨 일 있으면 언제든지 연락해. 결혼했다고 달라지는 건 아무것도 없으니까"
"응. 삼촌 결혼 축하해^^"
"고마워"

삼촌 결혼식장에서 삼촌만 도살장 끌려가는 얼굴이었다.

"삼촌, 좀 웃어. 왜 이렇게 긴장했어"
"숨 막혀"
"긴장하지 마.. 삼촌 진짜 멋있어^^"
"내가 원래 잘생겨서 그래"
"으.. 왕자병"
"같이 사진 찍을까?"
"우리 둘이만?"
"응"
"그래^^"

우리는 식장에서 어색하지만 다정하게 휴대폰 카메라로 한 장 담았다. 같이 둘이서만 찍은 사진은 그게 마지막이 되었다.
결혼식 이후, 우리는 다시 연락하지 못했고, 만날 일도 없었다. 경기도가 신혼집이기에.. 틈틈이 숙모는 내게 연락을 했다. 삼촌이 라면만 먹는다고... 비빔밥을 굉장히 좋아하던 삼촌은 숙모가 해준 건 먹지 않는다 했고, 나는 나물을 해서 택배를 보냈다.  그리고 다시 연락이 왔다. 잘 먹는다고.. 레시피를 알려달라 해서 동영상으로 찍어서 보내주었다.
얼마뒤, 숙모가 출산 후 산후조리원 갔다가 친정에서 몸조리한다고 내려왔다. 삼촌이 일했던 곳에 볼일도 있을 겸 우리 집에 지내기로 했다. 나는 그때 또 죽어야 할 해로 조심해야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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엽편소설)#1-352 달이 몰락했으면 해요

나는 아주 오래전부터 누군가에게 자그마한 위로가 되고 싶었어요. 원고지에 남겨놓은 짧은 문장이 누군가의 무겁고 어두운 하루에 작은 숨통이 되기를 바랐어요. 내 글은 거창하지 않고, 어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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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가을, 유등축제에 있었던 일로.. 삼촌은 집으로 돌아가지 않았고, 진주에 남았다. 명분은 있었다. 갑작스러운 결혼으로 앞에 다니던 직장과의 정리가 그 명분이 되었다. 출퇴근을 삼촌과 함께 했다. 퇴근 후 나와 집에 오면 항상 삼촌은 친구들과 술을 마시러 갔다가 저녁 늦게 집으로 들어오곤 했다.

"삼촌, 꿀물 마시고 자"
"괜찮아?"
"나??"
"응"
"이제 괜찮아"
"거짓말. 니 입에서 나오는 괜찮다는 전부 거짓말이야"
"취했어. 어여 자"
"이리 와봐"

꿀물을 협탁에 올려놓고 가려는 나를 삼촌이 붙잡았다.
그리곤 손목을 세게 잡은 삼촌은 나를 끌어당겨 가깝게 만들었다. 술냄새가 진동을 했다.

"다른 사람이 이렇게 하면 어째야 해"
"비켜. 술 냄새나"
"이렇게 안으려고 하면 반대로 돌아서 나오라고..."
"그게 생각처럼 안돼. 그리고 여러 사람이 잡고 있어서 그럴 수가 없었어..."
"..... 그러면 이렇게 입을 맞추려고 하면 어째야 해"

삼촌이 너무도 가깝게 다가왔고, 밀어내려 했지만 밀리지 않았다.

"넌 힘이 없어서 이렇게는 절대 밀어낼 수 없어. 이럴 땐 급소를 차. 죽진 않으니까"
"알았어"
"이렇게 옷을 벗기면..."
"삼촌 왜 그래ㅠㅠ"
"이렇게 벗기고 만지면... "

삼촌이 진짜 잠옷 단추를 풀었고 전에 알려주었던 호신술의 일부인지, 아니면 정말 취해서 이러는지 알 수 없었다.

"누가 이렇게 벗기고 만지면... 뭐든 하라고..."

삼촌 손이 내 잠옷 안에 있는 가슴에 닿았다. 나는 화들짝 놀랐다. 아빠 엄마가 주무시기에... 다음 상황은 너무도 빤하기에... 목소리를 낮췄다.

"삼촌..."
"미안, 미안해 선혜야"
"많이 취했어"
"그러려고 그런 게 아니라.."

그럴 의도가 아닌 걸 분명히 알고 있었다. 술에 취해있었고, 감정이 격해졌을 뿐. 내게 상처를 인물이 결코 아니었다.

"알아. 잘 자, 삼촌"
"너 일루 와"

이마에 딱밤을 때렸다. 그것도 무진장 세게.

"아야!! 왜 때려"
"너 왜 또 속옷을 안 입고 있어?"
"잘 때 누가 속옷을 입고 자!!!"
"아?? 여자들은 안 입고 자?"
"몰라? 난 안 입어"
"너만 안 입는 거 아냐?"
"그건 나도 모르지. 어서 자!"
"어, 꿀물 잘 마실게. 잘 자, 선혜야"
"응"




얼마 뒤, 진주에 있을 그 명분이 해결되었고, 다시 돌아가야 했다.

"나도 삼촌 아기 보고 싶다^^"
"..."
"이름은 지었어?"
"응. **"
"삼촌이 지은 거야?"
"응"
"늦었지만, 아빠 된 거 축하해 삼촌^^"
"고마워"

딸이 생기면 세상의 모든 아빠들이 딸바보가 되는 줄 알았다. 아빠처럼, 지극히 편파적이고 딸을 중심으로 사는 딸바보 말이다. 그러나 삼촌은 그러하지 못한 건지 않았던 건지.. 숙모는 외로웠고, 삼촌은 어디에도 머물지 못했다.
애물단지 삼촌이 결혼하고 아기를 낳고 대외적으로는 가정을 꾸리고 안정적인 삶에 깃들면서 그 화살이 내게로 향했다. 내가 애물단지가 되었으니까. 불안을 낮추는 치료를 받으며 동시에 맞선을 보기 시작했다. 누군가와 만나는 일은 에너지를 많이 소모되고 잔뜩 긴장해야 했다. 금방 지쳤지만, 나는 멈추면 안 되는 입장이었다. 아빠엄마는 그런 나를 미안한 얼굴을 보고 있었기에. 그렇게 나는 이 생활을 그만두고 싶었다. 때마침 금계국을 손에 든 남자가 나타났고, 그 슬픈 농원집 아들과 결혼하기로 마음먹었다. 부모님의 결혼 반대는 내게 기름을 붓는 꼴이 되었다. 안 그래도 계속된 맞선들과 중매의 실패로 자존감과 자존심은 바닥을 기고 있던 차에 결혼 반대는 나를 반항심만 돋을 뿐이었으니까. 외가댁은 1년에 6번은 다 함께 모였다. 설, 추석, 할머니 생신, 어버이날, 여름휴가, 외할아버지 제사.
중복이었는지 말복이었는지.. 잘 기억은 나지 않는다. 그날 옻닭을 먹기 위해 모두가 할머니댁에 모인 날이었다. 술에 취한 아빠는 하소연을 토로했다. 착한 내가 아빠엄마 말을 듣지 않을 정도면 그 사람을 무척 사랑해서 그런 거라 이야기했다. 하지만 아니었다. 결혼이 나의 발목을 잡는_ 꼭 해야 할 숙제라면 그나마 나와 말이 잘 통하는 사람으로 하고 싶었고, 적당한 타이밍에 나타나준 구원자였다. 그날 저녁 삼촌이 내게 물었다.

"저렇게 누나가 반대하는데 꼭 그 사람이랑 결혼해야 해?"
"선택의 여지가 없어. 이 사람하고 결혼 못하면 나는 또 당장에 맞선 보러 나가야 해"
".... 그렇게 결혼하면 안 돼, 선혜야"
"삼촌도 사랑해서 결혼한 거 아니잖아. 결혼은 선택이고, 결정이야. 나는 그 사람이랑 결혼할 거야"
"서로 좋아죽어도 결혼하면 시들해지는데 처음부터 이러면 안 돼"
"....."

목 끝까지 차오른 말을 나는 참아냈다.

'삼촌이나 잘 살아. 할머니 걱정 그만시키고...'

결국은, 그 사람과 끝이 나버렸다.
금방 20대 후반이 되었고, 나는 낭떠러지에 서 있었다. 그 아래는 절벽이었다. 내 위치가 그랬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