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감성 글쟁이/엽편소설

엽편소설)#1-428 우리는 가까이 있었지만 누구보다 멀리에 있습니다


창 밖에 보실래요?
거기 있네요~
네^^
손 흔들고 있네요^^

당신과 나는 결코 함께 할 수 없는_서로 다른 계절 속을 걷고 있지만, 우리는 꽤 가까운 거리에 있었어요. 조금만 방향을 틀면 닿을 수 있었던 거리였다는 걸 또 한 번 깨달았어요.
당신은 나와 너무 가깝게 있지만, 또 너무 멀리 계십니다..
보고 싶어요.
만약 이유가 단순했더라면 어땠을까요.
과체중으로 당신이 미워 보여서 그래서 마음이 떠난 경우였더라면, 남이 되는 과정이 훨씬 더 쉬웠을까요. 한데 나는 그런 게 아니잖아요. 그냥 당신이 좋은걸요. 배뚱뚱이어도, 꼬장꼬장 늙어버려도 좋은걸요. 순전히 현실적인 이유들 밖에 없으니 생살을 도려내는 듯한 고통이 따릅니다.

멀리서 봐서 그런가....
키가 좀 줄어든 것 같은...
나 키 컸어요!!!!!! 154센티예요!
오~~~
전에도 154였잖아요...
실은, 전에 152였어요ㅋㅋㅋㅋㅋㅋ
오~~ 컸네 컸어~~~!!!

아빠 다음이에요. 내 키가 조금 자란 걸 저렇게 기뻐하는 인물은 당신이 처음이에요. 이렇게 칭찬받을 일인가요??ㅋㅋㅋ 이러다가 160까지 크면 당신에게 파티해달라고 졸라야겠어요^^ 걷고 있는 발걸음에 어찌나 신이 나던지 30분 걸리는 거리를 18분 만에 도착했답니다. 실은.. 당신에게 달려가고 싶었어요. 산책하신다는 당신에게 무작정 달려가고 싶었어요. 굴뚝 같이요. 그냥 얼굴 보고 인사하고 싶었어요.. 너무 보고 싶었거든요.  그러나 그럴 수 없었답니다. 당신이 먼발치에서도 볼 수 없게 숨어야 했어요.
당신을 보러 갈려면 옷을 갈아입어야 했어요. 내 몸에 여기저기 피어있는 상처를 가리기 위해 목티를 입어야 할지, 파스를 붙여야 할지 고민해야 하고요... 팅팅 부은 눈도 설명해야 할지도 모르니까요.. 당신이 다정히 내게 물으신다면, 나는 필시 무너지고 말 테니까.. 당신에게 무작정 가겠다고 떼를 쓸 수도 있었거든요^^ 그래서 갈 수 없었어요... 먼발치에서라도 나를 보는 당신을 보고 싶었어요. 가만히 쪼그려 당신이 들어가기를 기다렸어요. 사랑은 매번 나를 자꾸 구겨지고 망가지게 만들어요..

편집장님
작가님^^!

어쩌면.. 이날은 당신에게 연락하지 말아야 했었어요. 망가진 모습으로 나타날 수도 그렇다고 보러 갈 수도 없는데... 괜히 그리움만 눈덩이처럼 불어났어요. 몸에 난 상처들을 차라리 당신에게 들켜버리고 싶단 생각을 해봤어요. 그러면... 당신은 나를 한심하게 생각하실까요. 행복에 겨워 요강에 똥 싸는 소리라고 생각하실까요. 동정하실까요. 미련하다 하실까요. 뭐가 되었든 당신의 대답은 나에겐 상처가 되겠지요. 벗어날 수 없는 현실은 나의 삶이니까요..

당신은 건강을 위해 몸을 만들고
나는 상처받지 않으려 운동을 해요.

당신은 과체중에 벗어나려 달리고
나는 내 삶에서 아주 멀리 도망가기 위해 달립니다.

달리고 달려 그 목적지가 당신이라면 나는 우주까지 달릴 수 있는데 말이죠.. 내게는 당신이 필요한데, 이런 나를 아신다면 당신을 이용한다 생각하시겠지요. 다른 데서 받은 상처를 당신으로부터 치유한다고 말이에요.. 그렇다 해도 이용당해 주실 의향 있으신가요? 이용이라 썼지만, 내게 당신은 한 번도 사랑이 아닌 적 없어요.  

배뚱뚱 얼룩말은 곧 사라지겠죠..  
동물의 왕국은 이렇게 또 사자의 슬픈 끝맺음으로 끝이 나려나 봅니다. 홀쭉한 얼룩말을 보지 못한 채 엔딩 장면에 막을 내릴 테죠. 이렇게 끝날 줄 알았으면, 다리 한쪽은 뜯어먹을 걸 그랬어요. 절뚝거리면 어디서든 잘 보일 텐데.. 아니면 궁댕이 한쪽을 뜯어먹을 걸 그랬나 봐요. 짝궁댕이로 다니면 얼룩말 무리에서도 한눈에 볼 수 있을 텐데.... 에잇.. 때깔 좋고 먹음직스러운 나의 먹잇감이 저만치 갑니다.

사랑은 시작할 때도 용기가 필요하지만, 멈출 때는 그보다 더 큰 용기가 필요하다는 걸, 당신을 사랑하며 배웠습니다.
시작은 설렘이었는데, 멈춤은 이렇게까지 깊은 상실일 줄은 몰랐습니다. 나는 지금, 여전히 당신을 잃어가는 중입니다.
아니, 어쩌면 이미 잃고도 놓지 못한 채 서 있는 건지도 모르겠습니다. 멈춰야 한다는 걸 알면서도 나는 또 당신을 향해 발걸음을 옮깁니다.
그래선 안 된다는 걸 알면서도, 끝내 당신을 불러 세우고 맙니다.
그저, 한 번만이라도— 손을 흔들고 있는 나를 봐주길 바라면서요.
그때의 나는, 아무렇지 않은 얼굴로 서 있고 싶었습니다.
잘 지내고 있다고, 당신 없이도 충분히 괜찮은 사람인 것처럼.
하지만 사실은, 매일 밤 당신을 그리워하다 잠이 들고
어떤 날은 그리움이 깊어져 끝내 잠조차 이루지 못합니다.
그래도 나는, 당신의 눈에 만큼은 사랑을 충분히 받고 있는 사람처럼 보이고 싶습니다.
아프지 않은 척, 괜찮은 척,
당신 없이도 빛나는 사람인 척.
그게, 내가 당신을 사랑하는 방식이니까요.

더 작아졌다 하시기에,
나는 뒤꿈치까지 들며 손을 좌우로 크게 흔들었습니다.
세상 무해하게 활짝 웃으면서 말이에요.
당신에게선 결코 보이지 않겠지만요.
내가 당신을 사랑하는 방식은 이런 식이에요.

더는 나를 동정하지 마세요.
연민도 느끼지 마세요.
혼자 짝사랑한다고 나를 가엽다 생각지 말아요.
사랑하지 않으셔도 이해합니다.
그러나 더는 동정과 연민은 거둬주세요. 싫어요.. 그건.
그런 이유로 내게 다정과 배려를 하신 거면 정중히 부탁드립니다. 동정과 연민은 넣어두세요.
그 감정들이 사람을 참 비참하게 만들더라고요.
어차피 나는 당신 옆에 머물 수도 없는데, 그 짧은 찰나를 그렇게 기억되는 건 추호도 싫습니다. 조신하고 얌전한 이미지로 남고 싶었으나 그건 이미 들통나버린거죠?? 그런 거죠?

어제도 오늘도 내일도 나는 또 그 산책 길을 맴돌거에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