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감성 글쟁이/엽편소설

엽편소설)#1-425 봄의 절정에서 겨울은 한 발자국 멀어졌네요

"이렇게 핥으면 좋아요?"
"네.."

'나는  그냥 당신이 좋습니다'

솔직해질 수 없는 이유는, 짝사랑의 비애라지만
그 비애가 고난에 찬 삶에 짙게 배어들었다.



"으악!!!!!!!!!!!"
"!!!!!!!!! ^^;;;;"
"깜짝 놀랐어요.. ㅠㅠ"
"나도요^^;;"


정열의 투우소 마냥 가뿐히 오를 수 있었으나,
그의 다정은 예고 없이 찾아왔다.
봄마중, 살랑이는 블라우스 끝에 매달린 설렘.
행복마중은 그렇게 한통의 연락으로 피어났다.
그가 내어준 다정에 다정으로 답하고 싶었다.
나를 기다리게 하고 싶지 않았던 것으로 다정을 되돌려주려 했다. 해서, 튕기듯 달려갔다.
엘리베이터 문이 조용히 열리고, 그 열린 틈으로 나를 먼저 보셨으면 했으니까..
그렇게 그에게 작은 기쁨이 되고 싶었을 뿐이었다.
그러나 예상치 못한 곳에서 그를 맞닥드렸고, 나는 눈을 감고 잔뜩 움츠렸다. 몹시도 놀랬으니까. 그럼에도 기어이 내 입은 반달을 만들어냈다. 눈을 감고 움츠리는 찰나에 그를 똑똑히 봤으니까. 놀라게 한 인물이라도 그 사람이 '그'라면 내게 행복이었다. 덕분에 그가 놀라면 어떤 표정을 짓는지, 낱낱이 보게 되었고, 무척 귀여웠다. 분명히 그도 놀란 것이 분명했으니까.
중력에 의한 것인지, 늘상 처진 눈꼬리에 휘어진 눈매가 동그랗게 떠졌다. 멋쩍게 웃는 그의 모습이 낯설었지만 왜인지 그 표정이 마음에 들었다. 용기가 있다면 머리를 쓰담쓰담해주고 싶었다. 그에게 괜찮다고 토닥토닥 달래주고 싶었다. 안다.. 그랬다면 그가 필시 코웃음을 칠 테지. 그보다 훨씬 내가 더 놀랬으니까 ㅎㅎ

그의 다정에는 늘 보이지 않는 선이 존재한다.
가까이 다가오는 듯하면서도, 결코 넘지 않는 거리.
나는 그 선 앞에서 자주 멈춰 선다. 들키지 않으려 애써 태연한 얼굴을 하지만, 그의 앞에만 서면 마음 한쪽이 자꾸 흔들린다. 다른 사람들은 불안해하는 내게 손을 내밀고, 곁에 붙어 서서 괜찮다고 등을 토닥여준다. 그런데 그는 다르다. 그는 아무것도 하지 않는다. 정말 아무것도. 다만 조용히 말할 뿐이다.

“많이 무서워요?”
“괜찮습니다.”
“안전합니다. 안심하세요.”

신기하게도 그 몇 마디면 내 불안은 금세 잦아든다. 그게 못내 얄밉다. 손 한번 잡아주지 않으면서, 그 말들만으로 나를 진정시키는 인물이니까. 어쩌면 내가 그에게 더 떼를 쓸 수 없는 이유도 거기에 있는 것 같다. 그는 늘 흔들림이 없다. 바람이 불어도, 감정이 스쳐도, 내 마음이 요동쳐도 그는 나를 향해 쉽게 흔들리지 않는다. 그 단단함이 때로는 든든하고, 또 때로는 서글프다.
가끔 생각한다.
정말 무섭다고, 손을 잡아달라고 내가 먼저 내밀면 그는 잡아줄까.
오랫동안 그 질문을 붙들고 있었다. 잡아줘도 슬플 것 같고, 잡아주지 않아도 슬플 것 같아서. 잡아준다면 닿을 수 없는 거리임을 더 절실히 알게 될 테고, 잡아주지 않는다면 끝내 넘을 수 없는 그의 선을 확인하게 될 테니까. 어느 쪽이든 나는 상처받을 것을 알면서도, 자꾸만 상상하게 된다.
나는 그를 사랑하면서도 미워한다.
정확히는, 사랑하기 때문에 미워지는 순간들이 있다. 다정한 그가 미워지고, 다정하기만 한 그가 원망스럽다. 그러나 그 감정의 밑바닥을 끝까지 들여다보면 결국 남는 건 하나뿐이다. 사랑. 단 한 번도 그것이 사랑 아닌 적은 없었다.

내가 엉망으로 써 내려간 글들은 그의 손을 거치면 늘 차분해졌다. 날카롭게 흩어진 문장들이 그의 다정한 손끝에서 부드럽고 말랑말랑하게 다듬어졌다. 마치 제멋대로 날뛰던 내 마음까지 함께 정리되는 기분이었다. 그래서일까, 나는 종종 생각한다. 그에게는 심리상담가라는 직업이 참 잘 어울린다고. 지금도 충분히 늙으셨지만 언젠가 나이가 더 들어 편집의 감각이 무뎌진다면 그때는 누군가의 마음을 어루만지는 사람이 되어도 좋겠다고.
그리고 훗날,
작가와 편집자가 아니라 상담자와 내담자로 다시 만나게 된다면, 그때는 지금보다 조금 더 가까운 거리에서 그를 사랑할 수 있을까. 그때는 내게 흔들려줄까.

그때도 끝내 닿지 못한다면,
나는 그를 아주 먼 곳으로 보내버리고 싶다는 생각을 한다. 아무도 찾지 못하는 깊은 마음의 산속 어딘가로.
그를 꼬여내 깊은 산속에서 버려두고서.. 그걸 고려장이라고 한다. 그렇게라도 놓아야 내가 살 수 있을 것 같아서.
그래도 여전히, 단 한 번도 나를 향해 흔들리지 않는다면
차라리 이 감정을 완전히 끝내버리고 싶어진다. 그와 나 사이에 남아 있는 모든 것을, 내가 감당할 수 없는 방식으로라도.
사랑하는 것을 부수고 싶어 진다는 건 이상한 일이다.
사랑하지 않아서가 아니라, 너무 깊이 사랑해서 견디지 못할 때 생겨나는 충동 같은 것. 가까이 둘 수 없으니, 차라리 없애버리고 싶다는 모순된 마음. 나는 그것을 비극이라고 부르고 싶다. 사랑이 만들어낸 가장 잔인한 형태의 끝이라고. 그걸 살인이라 한다.
그래서 이번엔 비애살인에 대한 글을 쓰려한다.
‘비애 속에서만 완성되는 사랑’에 대해 쓰고 싶다고.
목숨을 걸고 사랑하는 사람과, 결국 무너뜨릴 수밖에 없는 사람,
그리고 그 끝을 알면서도 도망치지 않는 사람의 이야기.
멈추려 할수록 더 깊이 빠져드는 감정은, 결국 사람을 묶어버린다. 벗어나려 발버둥 칠수록 더 단단히 조여 오는 끈처럼.
나는 밝고 아름다운 이야기보다,
어딘가 어둡고 서늘한 이야기들을 더 잘 써낸다.
행복한 결말보다는, 끝내 닿지 못하고 흩어지는 이야기들이
내 문장에 더 자연스럽게 스며든다.
아마도 그와 나는
처음부터 섞일 수 없는 방향으로 흐르는 두 개의 선이었을 것이다.
그 위에서 나는 몇 번이나 무너져야,
이 감정이 조금쯤 무뎌질 수 있을까.
쓰지 않으면 잊을 수 있을까,
아니면 쓰기 때문에 더 깊어지는 걸까.
이제는 잘 모르겠다.
내가 그를 사랑해서 쓰는 건지,
아니면 쓰기 위해 그를 사랑하고 있는 건지.


"살이 좀 빠진 거 같아요"
"아녜요. 똑같아요^^"

나와 비슷한 체온과 부드러운 손길.
어느 편이 내게 더 자극적일까.
스치듯 닿는 온기에 쉽사리 정신을 차릴 수 없었다.

'후크를 푸는 쪽이 이리도 다정하시다면,
내가 무엇을 해야 하나요'

비좁은 공간으로 들어서는 손길에,
나는 다리를 벌렸다.
마침내 닿았다.
허나, 그의 마음에는 단 한 번도 닿지 못했다.
헐떡거리는 호흡을 손등으로 막아내기 바빴다.
질척거리고 미끌거리며 그를 원했다.
느리고 느린 그는 천천히 움직였고,
눈이 천천히 감았다 떴다를 반복했다.
차분하고 성숙한 얼굴이 이따금씩 사내의 면모를 보였다.
오래도록 그의 표정을 관찰하고 싶었으나
그걸 인지했을 때는 이미 내 손은 그의 가슴을 쓰다듬고 있었다.
이성적이지 못한 내가 미운 순간이었다.
그의 손이 빨라질수록 나는 가슴을 집요히 괴롭혔다.
보들보들한 살들과 통통한 피부를 산채로 벗겨내고 싶었다.
아무도 만질 수 없게 도려내고 싶었다.
과한 사랑이 부른 부작용이었다.
소리가 뱉어지는 것보다 참는 편이 더 야했다.
그의 낮은 호흡이 몹시 마음에 들었다.
내 손은 중력에 의해 아래로 이끌렸다.
권위를 입고 있는 그 옷은 내 손에 처철하게 무너졌다.
그가 이룬 권위 아래,
가장 연약한 부위에 나는 집착했다.
순순히 그가 권위를 내려놓고 단단함을 드러냈다.
중력을 거스리는 단단함의 눈물은 아래 흐르고 있었다.
단단함을 지나쳐 한없이 부드러운 곳으로 향했다.
마치 나는 그의 권위 위에 있는 듯 굴었다.
내게만 주어진 특혜일 수는 없겠지만...
나를 보고, 나를 만지는 그가 내게 오래 머물기를 바랐다.
권위 속에 가려진 연약한 부위는 덧없이 다정했다.
그가 입고 있던 권위와는 어울리지 않을 만큼.
그 부드러움은 그를 그리워한 그리움의 보상마냥 사탕처럼 달달했다. 입속에 달달한 사탕을 뱉어내는 일은 쉽지 않은 일이었다. 그러나 단단함이 나를 기다리기에..
손에 닿는 단단함의 모든 면들이 따뜻하게 미끌거렸다.
그의 감은 눈은 쉽사리 떠지지 않았고,
그 모습은 여느 때보다 섹시했다.
그의 잔해들이 손바닥에서 사라져 몹시 아쉬웠다.
마음 같아선 단단함도, 손에 묻은 잔해들도 모조리
핥아버리고 싶었다.

문득, 의문이 생겼다.
만져지고, 만지고 싶은 사람이 전에 있었더라면
나는 지금 달라졌을까.
만져지고, 만지고 싶은 인물이 '그'이기에 그런 것일까,
이 나이쯤 되면 다들 이러는 걸까..
그게 어느 편이든 이 관계에서는 명확한 건 하나도 없다는 게 부쩍 괴롭다. 그럼에도 놓을 수 없는 나를 알기에.

손아귀에서 미끌거리는 속도가 빠를수록
그의 손도 빨라졌다.
넣고 싶었다.  
마음 같아선 그의 손을 끌어다 넣고 싶었다.
그러나 넣어달라는 말은 먼저 꺼낼 수 없었다.
사랑 없이 할 수 있는 쪽은 그가 먼저였으니까.

목구멍까지 밀어 넣어야 새어 나오지 않을 소리를
그렇게 단단함으로 묵묵히 참아냈다.
그 소리는 단순한 신음 소리는 아녔다.
그동안 억압되고 숨겨져야 했었던 민낯이었다.
고개를 숙여 가슴을 입에 문 그의 머리카락에서
밍밍한 샴푸향이 올라왔다.
등은 휘어지고,
한 손은 입을 막고
한 손은 단단함을 쥐고..
내게 손이 하나 더 있었더라면
손가락 사이로 그의 머리카락을 쓰다듬고 싶었다.
고분 하게 가만히 있어줄 그가 빤하므로.

마주친 눈빛들은 대체로 일상적인 모습보다는 야한 눈빛이었다. 웃겼다. 또 한 번 엉터리들만 쥐고서 흔드는 모양새가 퍽이나.

"차에서 할래요?"
"(끄덕끄덕)"

바보. 그렇게 쉽게 대답해 버릴 바에
뭐 한다 넣고 싶다는 말을 참았어.
사랑 없이 어떻게 하냐고 되물었어야지!!!!
생각한 대로 되지 않는 게 인생이라지만,
그 앞에선 항상 제멋대로다.

그의 손은 잠잠해졌지만
단단함은 잠잠해지지 않았다.
중력을 거스르고 있는 유일 곳이었다.
하마터면,
빠져나가는 손을 내게 더 머물러 달라 붙잡을 뻔했다.


밀폐된 차 안에서의 관계.
그 한마디에 나는 이미 더 미끌거리기 시작하고 젖어들었다.
그의 손을 잡아 당장에 밀어 넣고 싶어졌다.
어쩔 수 없이 나는 그에게 매료된 것이 분명했다.

나는 남겨졌고, 그는 곧이어 그 모습을 드러냈다.
내 눈을 그를 보고 절로 웃음이 지었다.
그러나, 다시 엘리베이터에 탑승했고
나는 문 가까이 붙어 섰다.
살고자 함이었다.
그가 아무리 좋아도.. 무서운 건 완전히 사라질 수 없었다.

분홍신의 의미를 모르는 그와 함께 발을 맞춰 걸었고,
설렘이 매달린 고가의 블라우스는 졸지에 어머니 옷이 되어 펄럭거렸다.
그 마저도 무진장 좋았다고 말하면 줏대 없겠지...?
내 안의 욕망은 기어이 또 그와 함께 한 순간에
몸부림치며 끝없이 표면으로 떠올랐다.
이 욕망은 단순히 쾌락을 향한 탐험이 아니다.
불안한 삶을 다정히 잠재우고,
어디론가 날아가려는 내 영혼을
잠시 머물게 하는...
스스로를 탐닉하고 그를 탐욕해서
해방시킨다.
이 모든 게, '그'가 '그'라서 가능한 일이 틀림없다.

사방이 꽉 막힌 차 안,
서로 말이 없었다.
필요치 않았다.
내 입에서 나올 말들은 사랑을 확인코자 하는 물음일 테고,
그의 입에서 나올 말들은  애매모한 동정과 연민 사이에서 상처 주는 답변만을 내뱉을 테니까.

누가 먼저랄 것 없이
그는 외투를, 나는 분홍신을 벗었다.
입술이 닿았고,
자연스럽게 그의 허벅지 위에 올라탔다.
이상적인 자세였다.
목을 두르는 블라우스의 느낌과 그의 목덜미의 감촉이 오래 기억에 남을 장면이 되었다.

"편집장님, 입에서 커피 맛이 나요^^"
"커피.. 커피 마셨어요^^"

매번 한 템포 느린 대답이었다.
커피 마신 걸 까먹은 듯했다.. 바보.
집요하고 지독히도 그의 혀를 집착했다.
달달한 커피 향을 내게 끌어오고 싶었으니까.
주고받는 타액이 쉽도록 그는 고개를 움직여 다정을 보였다.
양손을 상의 속으로 손을 집어넣었다.
낮고 뜨거운 호흡이 내 입속에서 뱉어졌다.
넓은 가슴팍은, 넓고도 상당히 보드라웠다.
손바닥과 손등으로 쓰다듬는 손길에 그는 움찍거렸다.
예민한 가슴은 한층 예민함에 곤두섰고..
이내 혀로 어르고 달래야 했다.
그러나 이미 내 손은 단단함을 끄집어냈다.
성미가 급한 편은 아니나,
느리고 느려터진 그에 비해 나는 급한 편이 되었다.
단단함을 당장에 내 세상으로 끌어다 오고 싶었다.
엉덩이를 잡은 그의 손은 뜨거웠고,
나는 그의 허벅지에서 내려와
빠르게 옷을 벗었다.
하의가 나체인 상태로
다시 허벅지에 올랐다.
닿고 있는 모든 면들이 그를 탐하게 만들었다.
그를 코 앞에 두고 욕정을 이기는 법은 어디에도 없었다.
가슴을 뱉어내고 내게 물었다.

"이렇게 핥으면 좋아요?"
"네"

묻는 내용과 답하는 내용이 서로 달랐다.
그는 육체적인 행동의 결과를 묻는 것이었고,
나는 심리적인 감정을 대답한 것이었다.
뜻한 바는 달랐지만, 서로 일맥상통했다.

아플 것 같았다.
내 세상에 진입하기 직전,
아플 것이 틀림없었다.
나도 모르게 한순간에 긴장했다.

"아파요?"
"아뇨. 괜찮아요"

다정한 어투와 눈빛과는 달리
단단함은 내게 다정히 굴지 않았다.
점점 아픔은 사라지고 쾌락의 비중이 커졌다.
무릎을 세워 움직였고,
이번에도 그가 나를 들었다.

"쌀 거 같아요. 잠시만요"
"참아요....ㅠㅠ"

그가 누웠고,
상의 안으로 양손을 넣어
가슴에 도달했다.
이내 곤두선 예민함을
어르고 달래는 혀 움직임만 부산스러웠다.

"좋아요"

내가 좋다는 말이 아님을 똑똑히 안다.
그러나 혹시 정말 내가 좋이 무의식 중에 나온 말일수도 있지 않을까.
집요하리만큼 짝사랑의 나를 괴롭혔다.

"너무 야한 거 같아요..."
"^^"

그와 있을 때면 나는 평소와는 다른 모습이다.
매번 그 앞에서는 야한 여자가 되어 있었고,
그렇게 나를 오해하실까 겁이 난다.
내가 그를 바람둥이라 생각한 것처럼,
그도 나를 그런 여자로 알고 있을까 봐서..
오해하든 말든 상관없다 하면서도
한편으로는 그렇게 보이기는 죽어도 싫으니까..

움직이는 나를 잡아 빠르고 강하게 움직였다.
허리를 쥔 손이 평소보다 강했다.
일순간 몸에 힘을 뺐다.
힘을 주면 금방 끝나버릴 것이기에..
그를 내 안에 오래 머물게 하고 싶었다.

"쌀 거 같아요"

또 내 세상에서 나왔고..

"참아요ㅠㅠ"
"안 돼요. 못 참아요"

봄의 절정에서 겨울은 기어이 뿌려졌고,
나의 세상에서 겨울을 맞이하는 건 무리였다.
그것이 못내 아쉬웠다.

"입에 넣고 싶었는데.....ㅠㅠ"
"미안해요^^;;"
"편집장님이 늙으셔서 못 참는 거래요!"
"^^;;;;;;"

무해하게 웃는 그에게 더 따져 물을 수는 없었다.
적어도 동경하는 사람에게 그럴 수는 없었다.
연이어 겨울이 내게 닿지 못했다.
봄의 절정에서 겨울을 기다리는 건,
꿈과도 같은 일이었다.

"배고프죠?^^"
"네, 많이요^^"
"밥 먹으러 가요"

그가 자주 가는 식당으로
가는 길이 무척이나 설레었다.
블라우스 끝자락은 나풀거렸고,
내 마음은 그보다 훨씬 흔들렸다.

나는 길을 걸을 때마다
보이지 않는 수많은 경우의 수를 먼저 헤아린다.
어디서 누가 나타날지, 어떤 시선이 닿을지,
몸에 밴 오래된 습관처럼 주변을 살핀다.
담배를 피우던 사람과 눈이 정확히 마주쳤고,
나는 반사적으로 시선을 피했다.
별것 아닌 순간인데도, 괜히 마음이 조여왔다.
그와 마주 앉아 음식을 기다리던 시간,
우연히 시선이 닿았던 그 사람이
바로 옆 테이블에 앉았다.
순간 숨이 얕아지고, 어깨가 굳었다.
아무 일도 아닌데, 아무렇지 않을 수가 없었다.
그때, 그는 아무 말 없이
우리 테이블과 옆 테이블 사이에
조용히 가림막을 세워주었다.
그 사소한 배려 하나에
나는 또다시 무너진다.
이쯤 되면,
내가 정해둔 선 안에서 그를 덜어내는 건
이미 불가능한 일 같다.
그의 다정은 누구에게나 향해 있다는 걸 알면서도,
나는 그 다정이 자꾸만 욕심난다.
닮고 싶고, 배우고 싶고,
가능하다면 조금은 내 것이었으면 좋겠다는 생각까지.
유난히 그날은
사랑보다 동경이 더 크게 차올랐다.
그를 바라보는 내 마음이,
조용히 방향을 바꾸고 있었다.

벚꽃이 흩날리는 거리를
그가 배웅해 주었다.
꽃이 다 떨어지면
이 꿈에서 깰 수 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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엽편소설)#1-321 동경을 동경해요

#당신을 동경해요어느 날, 당신이 술을 끊는다기에 나도 술을 끊었던 날도 있었고요. 당신이 출근 전에 운동을 한다기에 나도 더 열심히 아침을 달렸었던 날도 있어요. 또 당신이 야구를 좋아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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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글들과 비교하자면, 방식이 조금 다릅니다.
일전에 말했다시피 스토리 위주의 글이 아니라, 매일 글을 쓰기 위함 연습이라, 글을 쓰는 방식은 자주 바뀝니다.
그 부분은 심여치 마시고 가볍게 읽어주세요.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