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형수님 주무신 거 아니죠?>
<아녜요^^ 오빠 또 많이 취했나 봐요...?>
<네.. 죄송합니다. 형수님, 오늘은 제가 한잔해서 모셔다 드릴 수가 없어서... 택시로....>
<아..... 제가 부축해서 올 수 없으니깐... 위치 찍어주세요. 제가 갈게요>
<여기로 오시게요? 형수님, 얘들은요?>
<친정이라서요. 괜찮아요>
<카톡으로 위치 전송해 드릴게요. 죄송해요. 오늘은 제가 안 마시면 안 되는 상황이라..>
<아녜요 아녜요! 매번 데려다주고 하는 거 뻔히 아는데요^^>
몸이 좋지 않았다.
무한으로 사랑해 주시는 나의 부모님께 칭얼거리고 징징거리고 싶었다. 결코 남편이 술을 마신다고 도망친 게 아니었다.. 저녁 먹고 집에 가려 했지만, 친정부모님 눈에는 내가 안쓰러워 보이셨던 모양이었다. 자고 가라고 하셨다. 잠시 고민했지만, 뒷날 주말이기도 했기에 그러하기로 했다.
형수님! 제수씨!
낯이 익은 몇몇 인물이 나를 반겼다.
생각보다 많은 사람들이 있었고, 나는 하얀 트레이닝 세트를 입은 나는 조금 창피했다..
"안녕하세요^^"
"형수님은 날이 갈수록 더 젊어집니다??"
"하하 감사해요. 화장을 안 해서 그런가 봅니다^^;;;"
"예뻐요^^"
"헤^^ 고마워요. 담에 밥 살게요 ㅎㅎ 우리 오빠는요??"
나는 남편이 어디 있는지 물었고, 다들 한쪽으로 눈이 쏠렸다. 하... 남편은 이미 몸을 가누지 못한 상태였다.
"씨...ㅡㅡ 누가 우리 오빠 이리 술 먹였어요"
"......"
"누구야!!!"
"형수 ㅠㅠ 형님이 저 흑기사 해준다고...."
"지도 마시지도 못하는데 누굴 흑기사를...."
"죄송합니다 형수님 ㅠㅠㅠ"
"ㅡㅡ"
기분 나쁘지 않게 눈을 흘겨주었다...
바디프로필 찍는 동생 대신 마셔준 듯했다. 썅.
"오빠, 일어날 수 있겠어??"
"우리 예쁜 마누라, 사랑해"
남편은 한쪽 눈만 겨우 떠서 힐끔 쳐다보더니, 나를 잡아당겼다. 그리곤 트레이닝 상의 안쪽으로 손을 집어넣었...
"아니야, 아니야, 아니야, 아니야, 오빠 집 아니라고!!"
빠져나갈 수가 없었다.
"행님! 형수님 오셨어요. 일어나시지예??"
내 팬이라는 남편 직장 동생이 일으켜 세웠고, 덕분에 상의에 있던 손은 빠져나왔다. 자꾸만 내 머리를 쓰다듬는 남편은.. 인사불성이었다. 동생들 덕분에 수월하게 차에 태웠다.
"형수님, 죄송합니다ㅠㅠ"
"아녜요^^ 감사합니다. 들어가서 마저 마셔요!^^"
"넵. 뒤에 뵙겠습니다"
"네, 즐거운 시간 보내세요~~"
뒷좌석에 눈을 감고 자는 남편이 보였다.
운전하는 도중에 갑자기 눈물이 터져버렸다.
시야가 흐려지므로, 차를 갓길에 잠시 멈춰 세웠다.
그 눈물은 자기 연민의 눈물이었다.
이렇게 벚꽃이 몽글몽글 피어나는 봄밤, 술에 잔뜩 취한 남편을 데려가고 있는 나를 연민하는.. 그것도 집에 가면 뻔히 힘으로 안을 것이 분명하기에, 참 서글펐다.
이대로 친정에 데려갔다간 나를 걱정하실 부모님 생각에 별수 없이 우리 집으로 향했다. 그 와중에 밤에 핀 벚꽃들이 참으로 고왔다. 그 고운 길을 달리면서 나는 자주 울컥, 슬픔이 밀려왔다.
"오빠.. 일어나 봐. 집이야"
"미안해 선혜야"
"일어날 수 있겠어?"
"응"
아까보다는 술이 깬 듯싶었다. 수월하게 집에 들어왔으니까.
"오빠, 대충이라도 씻고 자. 난 얘들이 친정에 있어서..."
"사랑해"
신발장까지 데려다주고 친정에 가려고 했다..
그러나 남편이 내 어깨를 잡았고, 그대로 입을 맞췄다.
"아니 아니 아니. 잠깐만"
밀어버렸다. 신기하게도 밀려나갔다. 처음이었다.
"오빠.. 나 얘들한테 가봐야 해"
"같이 가"
"안돼, 아빠가 뭐라 하실 거야.. 그냥 혼자 자"
남편을 겨우 침대에 옮겨놓고 조용히 나오려 했다.
"조금만 있다가 가"
이불을 덮어주려는 내 손을 세게 잡아당겼다.
"오빠 ㅠㅠ 아파"
"아파? 미안ㅠ"
술이 취해 둔해진 몸으로 내 손목을 살폈다.
그러고는 겨드랑이에 손을 넣어, 남편이랑 가깝게 만들었다.
나도 모르게 반사적으로 내 입을 양손으로 막았다.
"내가... 무서워?"
"아니. 오빠 취했어. 어서 자"
내 어깨를 쥔 남편은 몹시도 뜨거웠다. 더운 날씨가 아님에도 나른 거릴 만큼 뜨거운 사람이다. 벗어나야 했다.
"오빠, 편하게 자고 있어. 아침에 출근하기 전에 해장국 끓여주러 올게"
"같이 자자. 장모님 연락 없으면 잘 자는 거 아냐?"
"잠자리 바뀌어서 깰까 봐..."
"그럼 나 잠들 때까지만 있다가 가"
"응"
눈 감고 1분이 채 되기도 전에 잠이 드는 사람이기에 그러겠다 했다. 남편은 내 가슴으로 파고들었고 나는 그런 남편의 머리를 쓰다듬었다.
"너 또 속옷 안 입었네?"
"아.. 갈아입을 속옷을 안 챙겨갔어"
"흰색 츄리닝인데?"
"밤이라 깜깜해. 괜찮아. 말하지 말고 얼른 자!!!"
"응ㅠㅠ"
"잘 자~~"
다시 쭈글모드로 돌아왔다는 건 술이 깨고 있다는 징조였다. 자꾸만 상의 안으로 손을 집으넣으려는 남편은 금방 잠들었고, 나는 조심히 빠져나왔다. 보온병에 꿀물을 타서 머리맡에 두고, 집을 나섰다.
여전히 어두운 밤을 밝히고 있는 벚꽃은 아름다웠다.
금방 시들어 떨어질 여린 잎들에 눈물이 쏟아질 것만 같았다. 남편이 세게 잡았던 손목을 만지는 나는 왜 인지 처량해 보였다. 친정집 앞에 주차를 하는데 거실이 불이 켜진 걸 보고, 얘들이 깼나 싶어 얼른 달려갔다.
"*서방은 집에서 잔다나?"
"아.. 내일 출근이라 편히 자라고 집에서 자라 했어"
"아빠엄마는 왜 나와있어?"
"너그 외숙모가 전화 왔더라. 삼촌이 연락이 안 된다고"
"이 시간에?ㅡㅡ"
"진주라네. ** 만났다고 하더만 그때 이후로 전화가 안된데"
"아빠엄마는 우리 얘들만 잘 자는지만 봐줘. 잘 안 깨긴 할 건데.. 잠자리가 바뀌어서 혹시나... 삼촌은 내가 삼촌 친구한테 전화해 볼게"
"그럴래?"
"응. 삼촌 친구 연락처 알아. 연락해서 데려오던가 할게. 아빠엄마는 어서 주무세요"
결혼 전에 쓰던 방 화장대에 앉았다.
거울 속에 비친 나는 조금 지쳐 보였다.
<삼촌....?? 자??>
<오!! 선혜야ㅎㅎ>
<혹시, 우리 삼촌이랑 같이 있어?>
<어, 니도 온나!!!>
삼촌과 제일 친한 삼촌에게 전화를 걸었다. 나의 적중이 정확했다. 전화했던 삼촌 말고, 다른 삼촌이 내게 카톡으로 위치를 보내주었다. 나는 다시 시동을 걸었다.
"슨혜야"
"선혜야"
.......
"우리 요새 자주본다잉??^^"
"그러게 ㅎㅎㅎ 우리 삼촌 왜 이래....?"
"몰라. 집에 무슨 일 있나? 계속 마시더라"
"삼촌..... 나야 선혜. 일어나 봐"
삼촌은 술이 꽤나 센 편이다. 날고기는 이모부들을 다 제칠만큼, 절대 취하지 않을 주량인 사람이 널브러져 있었다.
"삼촌... 나 봐봐. 왜 그래. 무슨 일 있는 거야?"
"우리 선혜네. 네가 왜 여기 있어?"
"숙모가 삼촌 연락 안 된다고 아빠엄마한테 연락해서... 내가 왔지"
"미안해 선혜야. 너 집에 들어가. 여기 어디라고 와"
"내가 아직 고딩인줄 아나? 일어나!! 집에 가자!! 폰 줘. 숙모한테 전화해야 해"
주섬주섬 휴대폰을 내게 내밀었고, 나는 주위에 조용히 시키고 숙모한테 전화를 했다. 숙모는 연신 내게 미안하다고 했고, 나는 괜찮다고 이야기했다.
"그냥 가게? 같이 안 놀고??"
"씨... 12시 넘었어! 자야지!!!"
"여전하네 박스네 ㅋㅋㅋ"
"앙칼진 박스네"
"예뻤던 박스네"
"순디였던 박스네"
"고만해. 우리 삼촌이 다른 말은 안 해??"
"어. 집에 뭔 일 있나??"
"나도 몰라.. "
"삼촌들 나 도와줘. 삼촌 데려갈게..
삼촌... 정신 차려봐 봐. 응??"
"어어"
"일어나야 가지. 숙모가 잔소리 하나? 뭐 또 사고 쳤어?? 돈 필요해? 이자 없이 빌려줄게.. 말을 해ㅠ 요새 왜 그래ㅠㅠ"
멀리 사는 삼촌이 진주에 자주 오지 않았는데, 작년 겨울부터 삼촌은 주말이나 금요일이 되면 내려오곤 했다. 아무리 생각해 봐도 무슨 일이 있는 것이 분명한데.. 내게 감추는 것 같았다. 삼촌뿐만 아니라 이모들도 마찬가지였다. 뭔가 나에게만 비밀로 하는 듯한 느낌 말이다.
"오 ㅎㅎㅎ 능력자 박스네"
"고만하라 했어!!ㅡㅡ"
"삼촌, 일어나 봐ㅜㅜ 집에 가자"
"어어 선혜야. 우리 선혜, 고생이 많다"
".... 네가 이러는 게 내가 더 고생인지는 모르지??!!"
"어?? 가자 가자"
"삼촌들... 나 좀 도와줘ㅜㅜ"
삼촌을 일으켜 세우려 했으나 스스로 정신을 차린 듯 일어났다.
외투와 폰을 챙겨서 말이다.
"선혜야 삼촌이 미안해"
"정신이나 챙겨... 나한테 기대. 어디 자꾸 가는 거야"
"기대면 넘어질 거 같아서"
"나 요새 운동해, 괜찮아"
가까스로 차에 태웠다. 안전벨트를 해줬고 누울 수 있게 편히 자리 봐주었다.
"삼촌, 술 깨는 약 하나 마실래?"
"밤에 혼자 다니면 위험해"
"나 아줌마야ㅡㅡ 내가 더 위험할걸??"
".... 어디 가는 거야?"
"우리 집에 가서 자. 아빠엄마 걱정하셔"
"아참, 너 얘들은?"
"잉가이도 빨리 물어본다..ㅡㅡ 엄마집에"
"아.. 그럼 우리 둘이 너네 집에서 자??"
"아니ㅡㅡ 변태야?"
"^^"
"삼촌.. 무슨 일인데 그래? 대부분 돈으로 해결 안 되는 일은 없더라. 필요하면 내가 이자 안 받고 빌려 줄게. 말해봐"
"너는 누나 닮은 거 같은데, 매형이랑도 많이 닮았어..."
"장난치지 말고, 무슨 일인지 말해봐 봐"
"조금만 더 있다가... 얘기해 줄게"
"언제!!!!"
"깜짝이야.. 진주는 벚꽃이 많이 폈네?"
"그지? 예쁘지? 벚꽃 보여줄까? 저쪽으로 가면 많아"
"너 안 피곤해?"
"괜찮아^^ 저쪽으로 가도 집은 나오거든!"
그렇게 삼촌과 나는 아무 말 없이 조용하게 어둠이 내린 벚꽃이 피기 시작한 도로를 달렸다.
"삼촌 걸을 수 있겠어??"
"어어 괜찮아"
엄청 취해 보였지만.. 내게는 그런 모습을 보여주지 않기 위해 안간힘을 쓰는 게 보였다. 안쓰러웠다.
"너네 신랑은?"
"집에"
"나 가도 돼?"
"어.. 그럼 어디 갈 데 있어?"
"없어^^"
"웃지 마...ㅡㅡ 삼촌 몇 킬로야?"
"81킬로"
"안 뚱뚱한데 왜 그리 많이 나가???"
"키가 있잖아. 왜?"
"업고 갈랬지"
"ㅋㅋㅋㅋ 네가??"
"나 힘세거든"
"그래.. 근데 왜 이렇게 엘리베이터가 안 내려와.. 나 급한데"
"뭐가 급해"
"소변..."
"참아.. 원래 열두 시 넘으면 천천히 움직여. 소음 때문에.."
<지하 4층입니다>
조용한 새벽, 엘리베이터는 느렸고, 덜컹 거림이 크게 느껴졌다. 한껏 겁을 먹었다.
"삼촌, 무섭지? 괜찮아"
"너 무섭지??^^"
"아니"
"이것 봐 딱 매형이라니깐.. 센 척은..."
"...."
"잡아"
"고마워"
삼촌은 손을 내밀었고, 나는 삼촌 손을 잡았다. 참 오랜만에 잡았다. 어렸을 땐 거의 노다지 잡고 다녔었는데...
"삼촌, 이제 놔도 돼..^^"
"어어"
"삼촌.. 잠시만. 화장실 갔다 와. 앞에 갈아입을 옷 둘게"
나는 얼른 남편을 흔들어 깨웠다. 일어나지 않았고, 조금 더 몸을 흔들어 깨웠다.
"오빠 일어나 봐 오빠!!!!"
그러는 사이, 삼촌은 옷을 갈아입고 나를 보고 있었다. 입모양으로는 왜 깨우냐고 묻는 듯했다. 그 사이 남편이 일어나, 나를 끌어당겨 뒤에서 끌어안았다.
"다시 온 거야???"
"아니 아니야 하지 마 잠시만"
남편은 내 말을 듣지 않고 마음대로 손을 상의 속에 집어넣어 나를 가깝게 당겼다.
"오빠, 삼촌 왔어!!"
"...."
남편은 속옷 입지 않은 상의 속으로 손을 집어넣었고, 내 목덜미에 입술을 갖다 대었다.
"오빠!!!!! 삼촌 왔다고!!"
"왜??"
남편이 느린 몸짓으로 몸을 일으켰고, 문 앞에 서 있는 삼촌을 쳐다봤다.
"오셨습니까"
"어.. 응"
"갑자기 무슨 일이야?"
"아니 아니 삼촌도 오빠처럼 술이 떡이 돼서 내가 구해왔어"
"......"
"둘이 같은 방에서 자.. 내일 그 방 이불만 빨 거니깐. 놀라지 말라고 같이 자라고 깨웠어"
"싫어"
삼촌이 싫다고 말했고, 남편도 삼촌 말에 동의하듯 고개를 끄덕였다.
"오빠는 약속을 어긴 사람이라 나한테 할 말 없고, 삼촌은 선택사항이 없어. 그냥 자"
"선혜야, 너는?"
"나는 얘들한테 가야지??"
"같이 자는 게 아니고?"
"셋이 어떻게 자.... 나도 이제 그만 쉬고 싶어. 갈게"
"어어. 내일 통화하자"
"아참, 보온병에 꿀물 타놨으니까 속 쓰리면 같이 마셔"
"조심해서 가고 도착하면 카톡해"
"응 잘 자"
그렇게 삼촌에게서 아무 이야기도 듣지 못한 채, 경기도 집으로 가버렸다. 나는 삼촌과 자주 연락하고 지내는 편이다.

남편은 이해해지 못한다.
삼촌과 잘 지내는 나를...
삼촌은 특히나 화상이라는 말에 유독 예민한 편이다. 어렸을 때 장난으로 다리에 화상을 입게 되었는데.. 그게 항상 마음에 걸렸던 모양이다. 여자 다리에 화상 흉터가 있는 것에 죄책감도 느끼는 것 같았다. 그리고 나는 삼촌이랑 같이 컸다. 나이 차이가 조금 나기도 하지만 오누이처럼 함께 자랐다. 그래서 삼촌과 조카보다는 남매 같다. 그러나 남편은 싫어한다. 아니, 서로가 서로를 싫어한다. 누가 보면 서로 나를 두고 시샘하는 것처럼 보이기도 한다. 기가 막힌다. 이래서 사람이 콧구멍이 두 개라서 숨을 쉬나 보다 하고 생각해 본다.
그저 아물지 않는 화상 흉터가 다시 생긴 것이 마음이 쓰인 모양인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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