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사랑은 기도가 되고
당신은 나의 신앙이 되어,
한때는 무척이나 눈부셨고
한때는 몹시도 아팠으며,
떨치려 애쓴 적도 있었고
가지려 애쓴 적도 있었습니다.
눈물 속에서도 꽃잎을 틔우듯
당신은 나의 일부,
내 영혼의 숨결입니다.
때로는 침묵 속에서
때로는 작은 흔적 속에서
사랑은 여전히 속삭입니다.
당신을 아직도 사랑하고 있다고.
#'사랑' 나도 잘 몰라요.
작가라는 이유로 내게 자주 물어와요.
사랑이 뭐라고 생각하세요?
사랑도 예술이에요?
사랑을 주야장천 쓰면서도, 사랑이 뭔가요라고 물어온다면 이렇다 할 명쾌한 답이 없어요. 아직 '사랑'을 나도 잘 모르기에 말입니다.
누군가 내게 골몰히 생각해 볼 질문을 던졌어요.
'그럼, 작가님은 사랑이 예술이 아니라고 생각하시나요?'
오랜 고민을 하고 그 질문에 답을 찾았어요.
'사랑은 살아 숨 쉬는 거예요. 예술은 살아있는 걸 죽이고, 박제해 글로 남기는 거라 생각합니다'
덕분에 내가 당신을 사랑하는 이유에 대해서 알게 되었어요. 나는 살고자, 당신을 사랑하고 있었어요. 당신에게 온 힘을 다해 달려가려던 이유도, 모두 내가 살고자 함이었어요. 당신은 내게 이상하리만큼 다정하고 무해했거든요. 나는 당신이 내어주는 평온함과 흔들리지 않는 연륜과 성숙함, 아무리 내가 발버둥 치고 노력해도 나는 절대 가질 수 없는 것이더라고요. 당신은 내게 공허함을 주고, 나는 그 허상과 망상을 갈망하게 만들어요. 알면 뭐 하나요.. 당신을 내려놓는 방법을 모르는데..
그럼에도 다행인 건, 더 이상 당신에게 달려가고자 하는 마음을 막아서고 있다는 겁니다. 그러니 걱정 마세요. 좀 안쓰러워 보여도 지나고 나면 괜찮아질 거예요. 말했지만, 사랑이 처음 이랬잖아요.. 원래 처음은 다 서툴고, 아프고, 슬프고 그렇데요. 나만 그런 게 아니고요^^
당신과 나는 첫 단추가 잘못 채워진 것처럼
잘못된 게 아닙니다.
내쪽에서 너무 깊었고, 너무 진심이었던 거죠.
수천번 사랑하지 않으려 했고, 수만 번 포기하려 했어요.
그런데 결국 몽땅 실패했어요.
사랑을 하지 않으면 당신을 비워낼 수 있다고 생각했기 때문이었어요. 그래서 실패했던 것이었어요.
그런데 당신을 완전히 비워내지 못할 것 같아요. 사랑은 살아 숨 쉬거든요. 내가 숨을 쉬고 살아있는 동안은 당신에게 흘러갈 것입니다. 어쩔 수 없어요. 대신 내가 잘 숨겨보겠습니다. 누구에게도 들키지 않게, 해가 뜨면 깊숙한 곳에 숨겨두고, 달이 뜨면 몰래 꺼내볼게요. 그러면서 무뎌지기를 바랄게요.
오해할까 봐 얘기하는데요, 당신을 사랑하고 하는 고백이 아닙니다. 다만 당신을 덜어내고 비워내기 위한 나만의 방법입니다. 걱정하지 말아요.

#망각은 신의 축복이라면서요?
인간에게 망각이 없었다면,
끝없는 고통과 지옥에서
다시 내일을 살고자 하는 마음이
생겨나지 않을 것이리라...
지독히 사랑했었고, 고통스러웠고,
인내했고 수없이 나를 죽였던 날들.
점점 희미해져 그 시간들이 흐릿해지기를,
신이 잊지 않고 내게도 망각의 축복을 내려주소서.
머릿속에 있는 당신의 전화번호를 지워내야 했습니다.
요즘 누가 전화번호 따위를 기억하고 외운다고..
미련한 나를 원망하며 꾸역꾸역 지워냈습니다.
그러나, 나는 당신의 전화번호를 달달 외우고 있었습니다.
잊자. 잊어버리자.
하루에 몇 차례 일부러 다른 연락처를 되뇌었습니다.
엉터리 반복망각연습이지요.
최선을 다해 잊어버리려 애 무진장 썼습니다.
신기하게도 어느 날 기억나지 않게 되었고요,
아무리 애를 써도 당신의 전화번호가 떠오르지 않았습니다.
다행이다 생각했지요.
그러나 이른 점심시간만 되면,
깊숙이 숨겨두었던 그리움 하나가 피어납니다.
혹시나 식사는 하셨는지, 무탈하신지 궁금하면서요.
시간을 확인하고자 휴대폰을 쥐면
나도 모르게 당신의 전화번호를 누르는 나를 발견합니다.
아직 나는 안되나 봐요.
이직 나는 멀었나 봐요.
아직인가 봐요.
#뭐든 작아지길 바라는 마음, 그게 내 바람입니다.
나의 이상적인 삶을 상상할 적에는 무조건 거기에 당신이 계셔야 해요. 당신은 오랜 이상이자 바람이거든요. 당신이 그리워, 어김없이 나는 당신의 회사 앞으로 달려갑니다. 도착 후 당신에게 연락을 남겨두고서 우두커니 당신이 머물고 있을 창문을 바라봅니다. 당신이 날 향해 내딛는 걸음을 보는 것만으로도 나는 몹시도 좋거든요. 나의 유일한 낙입니다. 내게 오는 당신을 보는 일이 그래요.
"또 달려온 거예요?"
"미쳐버릴 만큼 보고 싶어서 안 되겠더라고요"
"잘했어요. 미치면 안 되죠^^ 가요, 우리 집으로"
"응!!!^^"
맞잡은 손에 힘을 실어 꽉 잡습니다. 먼지 한 톨 우리 사이를 갈라놓을 수 없다는 심산으로요.
"피곤하죠?"
"아뇨^^ 괜찮아요"
"시장하시죠?"
"조금요~"
"오늘은 밥공기에 말고 나랑 같은 그릇에 밥을 퍼야겠어요"
"아니요^^; 괜찮아요. 나 배 나와요ㅠㅠ"
"일부러 배 나오게 하려는 건데?"
"왜요? 나 잡아먹게요? 사자처럼?"
"아뇨!!!! 다른 사람이 채 갈까 봐서 뚱뚱하고 못나게 만들려고요"
"나 아무도 안 데려가요. 걱정 마요"
"내가 당신 데려왔잖아요..... 잊었어요?"
"음... 또 말이 그리 되나요??^^"
"협박은 아니지만.. 알고는 계셔요. 나한테서 도망가시려거든 죽을 각오로 달리세요. 절대 잡히지 말고요....."
"네 그럴게요..."
"그럴게요가 아니라!!! 도망 안 간다고 해야죠ㅠㅠ"
"안 가요 안 가요. 절대 안 가요! 갈 데도 없어요^^"
"네^^"
우리는 식탁에 마주 앉아
당신은 밥그릇에, 나는 양푼이에 밥을 먹습니다.
느리게 먹는 나를 당신은 다정히도 기다려줍니다. 눈꼬리 아래로 떨어뜨리며 무해한 표정으로요.. 연신 식탁의자 아래, 버둥거리고 있을 두 발이 불 보듯 뻔합니다. 내 눈도 당신 따라 웃는 통에 서툰 젓가락질은 더욱 서툴기만 할 테고요. 나는 남편을 무진장 사랑하는 소심한 아내거든요. 고단할 당신을 욕실로 밀어 넣고, 빨리 씻으라 말합니다. 부리나케 내가 좋아하는 연두색 속옷과 크림색 땡땡이 잠옷을 문 앞에 고이 두고요^^
당신이 나오면 나도 얼른 씻으러 갑니다. 같은 잠옷을 입고, 어깨를 맞닿아 테레비 앞에 앉습니다. 내 엉덩이는 자꾸 당신에게 걸아갈 것이 뻔해요. 가까이 있어도 더 가까이 있고 싶은 마음은 숨겨지지 않을 테니까요.
"이렇게 넓은데 왜 자꾸 붙는 거예요^^"
"당신이 너무너무 좋아서요^^"
지극히 평범한 일상이 행복에 겨워 숨이 넘어갈 듯 깔딱깔딱 구는 건, 어쩌면 당연한 일입니다. 당신과 함께이기에.
당신은 능숙하게 리모컨으로 동물의 왕국을 틀어줍니다. 나는 당신의 손을 만지작 거리며 그 화면에 빠져들거고요^^
"기린 목.... 맛있겠다^^*"
"배고파요?"
"아뇨~~ 기린, 저 긴 목은 무슨 맛일지 궁금해서요"
"......"
"초식동물이라 야들야들하고 부드럽겠죠??"
"동물의 왕국 볼 때마다 사자처럼 뭘 먹을지 고민하는 거예요?"
"아주 정확해요!!^^ 포식자의 입장이 되어, 어떤 먹이를 먹을지 메뉴를 정하는 거죠"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우리 집에 사자가 있는 거네요?^^"
"어흥 ㅋㅋㅋㅋㅋㅋ"
열심히 화면을 보고 있노라면 옆에서 졸고 있을 당신이 빤합니다. 나는 얼른 리모컨으로 테레비를 끄고 리모컨을 던져버리겠죠!
"끝났어요!!!! 일어나요^^"
끝까지 보지 못했지만, 괜찮아요. 나는 그동안 참 많이 보고, 많이 많이 봤으니깐요. 밍기적밍기적거릴 배뚱뚱이 당신은 곧장 몸을 일으켜 세우지 않을 거예요. 당신 앞에 쪼그려 앉아 등을 보이며 팔을 벌릴 겁니다. 어부바해 주려고요.
"나 업어주게요??^^"
"네! 업혀요. 데려다 줄게요"
"ㅋㅋㅋㅋ 걸어갈게요"
이번엔 당신이 내 앞에서 등을 보이며 쪼그려 앉을 겁니다.
"업히고 싶은 거죠??^^"
"어떻게 알았어요??^^"
"내가 남편이잖아요. 다 알죠^^"
나는 얼른 당신 목을 끌어안고 업힙니다. 기린만큼 높아진 높이에 아찔하겠지요..
"나 무겁죠?"
"사자 한 마리는 거뜬합니다^^"
배뚱뚱 얼룩말이 사자를 업고 있는 모양새는 썩 요상할게 뻔합니다. 그럼에도 마냥 행복할 것이 너무 빤한 게 문제지만요.
하나뿐인 베개에 당신이 눕고, 나는 당신 팔을 베고 눕습니다. 아주 자연스럽게요. 당신은 몸을 돌려 나를 안아줄 테지요.
"잘 자요"
"네, 꼭 잘 자요. 오늘도 너무너무 수고했어요^^"
당신 품 안에서 웃음이 피어 나올 것이 분명합니다. 내가 잠들 수 있게 당신은 머리를 쓰다듬어 줄 테죠. 나는 당신 등을 느리게 토닥토닥해 줍니다. 그렇게 너무 쉽게, 무해하도록 당신은 잠이 들 거예요. 푹 잘 때까지 기다렸다, 조심스레 쓰다듬다 멈춘 당신 손을 내려 줍니다. 그리곤 곤히 자는 당신을 볼 거예요. 한참을 볼 거예요. 그런 다음, 눈썹과 속눈썹을 결 따라 쓸어보고, 콧방울을 만져보며, 입술 선을 따라 조용히 그려봅니다. 얼룩말을 이렇게 애지중지 예뻐하는 사자는 나 밖에 없을 거라는 생각에 혼자 키득키득 웃을 거고요. 거리를 두고 당신 얼굴을 보다가, 너무 오래 떨어진 듯하여 다시 당신 품으로 바짝 파고 들어갈 거예요. 새끼 강아지가 어미젖을 찾듯 말이에요. 세상에서 가장 따뜻하고 평온하며 포근한 곳이 당신 품일 테니까요. 그 어떤 시련과 불안으로부터 안전한 곳, 그게 당신이거든요.
불현듯, 나는 곤히 자는 당신의 느릿한 심장 소리가 듣고 싶어 질 테죠. 땡땡이 잠옷이 얼룩말 무늬인 듯하여 혼자 또 헤죽헤죽 웃을게 빤합니다. 잠에서 깨지 않도록 아주 조심스레 단추 2개를 풀고 더 조심스럽게 당신 가슴에 귀를 대고 귀를 기울입니다. 마치 자장가 소리처럼 안온할 테죠. 필시 당신의 심장소리 마저 다정다정 소리를 낼 것이 분명합니다. 한참을 옆으로 돌아누워 자던 당신은 불편한지, 바른 자세로 바꾸고서 쿨쿨 잠을 이어 잡니다. 나는 행복에 겨워 잠이 쉽사리 들지 못할 테죠. 방안에는 온통 당신의 냄새와 당신의 온기가 그득그득 나를 간지럽태울 테니까요. 옆에서 곤히 자는 당신의 손을 살포시 잡고 엉터리 기도를 합니다. 당신에게만 향하는 마음을 조금은 분산토록 말이에요. 엉터리 덕분인지, 내 기도는 결코 닿지 않을 테지만요. 마음이 너무 커져버린 탓에 너무 힘들거든요. 마음이 작아지길 간절히 바라요.
순간, 순하게 자고 있을 작아진 단단함이 궁금해질 거예요. 내가 좋아하는 연두색을 덮고 자고 있을 테니까요. 수만 번 고민 끝에 단단함을 보기로 합니다. 007 작전을 방불케 할 거예요. 당신이 깨면 나를 변태로 볼 것이 빤하니까요. 얼룩말(?) 무늬의 잠옷을 살포시 공간을 벌려 아래로 내립니다. 얼룩말 무늬를 벗겨냈더니 싱그러운 초원인양 연둣빛이 나를 반깁니다. 최대한 살에 닿지 않게 숨도 쉬지 않고 초원을 향할 테죠. 잘 자고 있는 단단함을 보기로 한 처음 마음이 고담새 변해버렸어요. 만져보기만 하고 자야지 하며 다짐합니다. 고요히 자고 있을 순한 단단함이 무척 마음에 들 것이고, 곧 괴롭히고 싶어 질 거예요. 닿는 면이 점점 대범해질 거예요. 당신이 깨지 않을 테니까요. 소심쟁이지만 호기심이 많은 아내이기도 하거든요^^
초원 속에 잠들어있던 단단함을 구출해 냅니다. 미션 임파서블 마냥 조심히요.. 기어이 나는 성공할 거고요.
당신이 깨지 않아 용기가 생길 테고요. 손이 아닌, 혀로 괴롭혀줄 거예요. 무구하게 자고 있는 단단함을 쓰다듬습니다. 그럼에도 깨지 않을 당신으로부터 내 행동에는 힘이 들어갈 거예요. 푹 잔다 안심할 거니까요.
결국, 순진무구히 졸던 단단함은 입속에서 이리저리 굴려질 테죠. 마치 양쪽 볼에서 녹고 있을 달달한 사탕마냥요. 그 속에서 잠에서 깬 단단함은 정신을 차릴 거예요. 그러나 나는 이제 멈출 수 없을 거예요. 젖었을 테니까. 넣고 싶을 테니까요.
여전히 당신은 무장해제하고 쿨쿨 자고 있을 거고, 나는 기어이 나를 달랠 것입니다.
"뭐해요....?"
단단함을 물고서 화들짝 놀랄 테죠.
"깼어요?"
"이러는데 안 깰 수 가요"
"미안해요..ㅠㅠ 다시 자요. 괴롭히지 않을게요"
"나, 다시 자도 돼요?"
"이미 깼으니.. 조금 있다 자면 안돼요??^^;;"
"올라와요^^"
당신이 두 팔 벌려 나를 반기시기에, 나는 그 품이 구원인양 올라갈 겁니다. 미끌거리고 질척거리는 나는 당신을 한없이 미끄럼 태울 테고요.. 확답을 받을 거예요.
"참을성 데려와요"
"갑자기요?^^"
"맛있는 먹잇감을 앞에 두고 나도 꽤 오래 참았으니까요"
"알았어요^^"
미끄러져 들어오는 당신이 참으로 좋습니다.
"너무, 따뜻해요"
"당신에게만 영원히 따뜻할 거예요"
"나도 당신에게만 다정을 약속할게요"
"이게 꿈이라면 평생 깨지 않았으면 해요. 지금 이 순간이, 나의 망상과 허상일까 봐 너무 무서워요"
"현실이든 망상이든 허상이든, 당신 옆에 있을게요^^"
"정말이죠?"
"약속해요"
"약속 어기면.... 당신 내 손에 죽어요^^"
"왜 맨날 이야기가 죽고, 먹히고, 도망가는 동물의 왕국인가요??^^;;;"
"당신은 맛있는 배뚱뚱 얼룩말이니까요"
"나 뚱뚱하다고 놀리는 거죠?"
"설마요^^"
"맞는 거 같은데...?"
"아녜요. 이 지구상에서 당신을 사랑하는 일을 나만큼 잘하는 사람은 없어요. 어머님 아버님 보다도요"
"그렇게나 내가 좋아요?^^"
"죽을 만큼요, 당신이 내 옆에 있고, 닿고 있어도, 너무 보고 싶고 사무치게 그리울 만큼요"
"그 마음, 변하지 말아요"
"내쪽에선 그럴 일은 희박해요^^"
"고마워요"
"사랑해요"
우리의 달콤한 시간은 곧 해가 뜨고 날이 밝으면 한바탕 꿈처럼 사라질 것을 알지만.. 그것에 대해 이야기 나누지는 않을 겁니다. 잡는다고 잡아질 당신이 아니기에. 서로 배려하는 거죠. 매일이 해피엔딩과 세드엔딩 속에서 나만.. 말라죽는 거죠. 그렇게 얼룩말은 점점 더 거대해지고, 사자는 굶어 죽고 말 거예요. 우리가 찍고 있는 동물의 왕국은 그렇게 얼룩말이 왕이 되어, 초원을 누빌 것입니다. 당신의 종족들과 무리 지어 살면서요. 그 이상적인 왕국에선 나만 사라지면 되니까요. 사자만 없으면 초원에서 피를 볼 일은 결코 없을 테니까요. 사자는 스스로 목숨을 끊으므로, 얼룩말은 오래도록 행복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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