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감성 글쟁이/엽편소설

엽편소설)#1-421 밤에는 사랑을, 낮에는 이별하느라 몹시도 바빠요


젖은 몸이 이내 아래로 자꾸 미끄러지고,
오랜만에 살아 있는 사람처럼 느껴졌다.
현실은 비극이지만, 그 비극은 모순이었다.


"작가님이 말했던..... 작아졌어요"

순한 당신을 닮은 듯 수수한 모양새를 하고 있었다.
그러해도 되는지 묻기도 전에 머금고 말았다.
한없이 유들유들한_ 당신의 다정이 입속에 있는 듯 굴었다.

"뼈가 어디 갔어요?"
"뼈는 없어요"

더 궁금했지만, 자꾸 대화를 이어가다간 결국 엉뚱함이 들통나기에 멈춰야 했다.
혀보다 부드러운 살덩이는 이내 피어나는 몽오리인 양 움트기 시작했고, 곧 있어 꽃몽오리를 터트렸다. 조금 더 부들부들함으로 있었으면 좋으련만, 그렇게 봄은 빠르게 지나고 있었다. 당신의 다정이 내 입에 있는 양, 삼켜버리고 싶었다. 꽃을 피우기 위해 움트는 모양새가 퍽 마음에 들었다. 일정한 당신의 호흡, 낮게 뱉어지는 나의 날숨, 시기에 맞게 피어오를 몽우리. 어디 하나 고요하지 않은 것이 없었다. 한없이 무해한 시간을 오르골에 박제되었으면.... 내게 봄이 다시 찾아왔다.
채근하는 나를 못 이기는 척 드러눕혔다. 당신의 입술로 가슴을 물었다. 손가락 사이를 빠지는 당신의 머리칼은 전보다 보드라웠고, 고왔다. 위에 있는 당신이 이토록 부드러운 건, 원래 그러한지 아니면 나라서 그러한지 문득 궁금해졌다. 당신도 궁지에 몰리면 서슬 퍼런 발톱을 드러내고 으르렁 거릴지... 다정한 당신도 배가 몹시 고프면 육식공룡으로 변하는지... 당신도 그랬으면 했다. 아니, 그랬으면 한다. 나에게만 다정하길 바라는 욕심은 아니다. 다만, 누군가 당신의 서슬 퍼런 발톱을 드러낸 모습을 보았으면 한다. 날카로운 발톱이 있음에도 내게는 얼룩말이 되는 건, 퍽 좋으니까. 어쩌면 나도 누군가에겐 얼룩말일지도 모른다. 발톱하나로 배를 가를 수 있는 나약함. 하지만, 당신이 내게 사자 역할은 준 건 당신이 내어준 최대치의 다정일 것이다. 서로 속고, 속이는 세상에 오롯이 진실은 단 하나임을 깨닫는다. 동경. 사랑은 너무 변화무쌍하다. 당신을 사랑하는 이유만으로 그 마음을 갈취하려 하고, 뺏으려 하고, 누구도 갖지 못하게 뭉개버리고 싶으니까... 이 정도면 칼만 안 들었지, 날강도가 따로 없다.  그동안 발행했던 글들을 다시 정정해야 하나 싶을 정도라니까? 사랑은 성선설도 아니며 고귀하지도 않다는 명제의 풀이과정은 나를 두고서.

"두 번 하니깐 힘이 없어요^^"

'바보, 그건 늙었다는 몸의 신호랍니다'

"두 번은 못해요? 횟수가 정해져 있나 봐요?"
"나야 모르죠"
"왜 몰라요?"
"나도 처음이니까"

애매한 관계만큼, 우리의 대화도 이렇다 할 정답 없이 떠돌았다. 웃음이 났다. 별 시답지 않은 대화가 나의 전부인 양 굴었고, 당신이 내 밑에 있기에. 점점 당신이 시야에서 사라졌다. 웃으면 잘 보이지 않으니까.. 그마저도 당신이 보고 싶었다고 하면, 너무 오글거리려나.  

"사랑 없이 사랑을 나눠도 돼요? 적어도 둘 중에 사랑은 있어야..."
"^^;;;"

당신은 대답하지 못했고, 알면서도 나는 물었다. 당신을 더 이상 사랑하지 않다는 의미를 전달하기 위함이었고, 고로 내 마음에 부담 갖지 말라는 뜻이기도 했다. 당신의 사랑이 없어도 나는 괜찮았다. 한 번도 내 쪽에서 사랑이 아닌 적은 없었으니까. 당신의 웃음은 내게 상처가 되어 박혔다.
입꼬리 끌어다 알 수 없는 표정을 짓는 당신에게서 나는 가슴언저리가 툭하고 내려앉았다. 무해한 웃음으로도 생채기를 내기도 한다는 사실을 당신은 모르겠지만.
흐리멍덩한 당신은 끝끝내 나를 흐리게 만들었고, 기어이 나는 또 흐림 속에서 당신을 사랑했다. 필시, 어딘가 나의 목줄을 당신이 쥐고 있는 게 분명하다. 그리하여 당신을 온전히 견뎌내고 있는 중이다. 스스로 목줄을 매는 손길과 끊어낼 수 없는 손길 속에서 목줄을 쥐고 있는 당신. 당신과 내가 서로 다정한 이유는 연민과 동정일지도 모른다. 당신이 나를 사랑하지 않기에 내어줄 있는 마음이 다정이라면... 그리하여 내게 다정하신 거라면 나에겐 너무 잔인한 다정이다.

"나 키 큰 거 같지 않아요?^^"

한결같이 작았는데 어느 순간 갑자기 클리가...
그러나 거울 속에 비친 내가 분명히 커 보였다. 그 질문은 바보 같은 질문이었다. 당신 눈에는 조금 작든, 많이 작든 그냥 작았을 텐데... 필시, 속으론 똑같이 작은데요? 했을 거다.

"진짜 큰 거 같아요^^*"

바보, 넌 나보다 더 바보였어.
순간, 거울 속에 당신이 불쑥 들어왔다.
우린 그렇게 거울 속에 함께였다.
괜스레 웃음이 났다.
봄을 거스른 깜장 바지, 깜장 상의.
깜장 트위터 재킷.
우리는 제법 옷을 맞춰 입은 커플인양 보였으니까.
그 찰나를 박제하고 싶었다.
그럴 수만 있다면..
당신과 몸을 섞어 얽히고 얽혀버렸으면 하다가도,
일정시간이 되면 섞이고 꼬인 것들이 스르르 풀리고 만다.
차가운 현실로 돌아가야 하는 신데렐라의 시간처럼
망상과 허상에서...
가끔은 헷갈린다.
어디가 현실이고 어디가 허상인지,
돌아가고 싶은 곳이 현실인지, 망상인지.


#고백 같지만 고백은 아녜요, 그저 당신을 토역질하는 중입니다.

단 한 번도 당신과 거창하고 근사한 걸 필요치 않았어요. 가까이에만 있어도, 눈만 마주쳐도 천국 같았어요. 동화처럼 아름다운 결말은 당신과 나한테 허락되지 않았으나 그럼에도 계속 번외를 쓰고 싶었어요. 내 생애 처음 찾아온 사랑을 섣불리 포기하고 싶지는 않았거든요..
곰곰이 생각해 봤어요. 내가 이토록 당신에게 깊어진 이유에 대해서 말이에요. 당신을 '동경'이라는 감정에 사랑을 감췄을  때, 그때 멈추기로 마음먹었기 때문일지도 모릅니다. 결코 선을 넘지 않겠다고 다짐한 순간부터 나는 당신을 더 오래 바라봤거든요. 당신에게 다가갈 수 없기 때문에 더 또렷해지고, 잡을 수 없기에 더 선명해졌어요.
끝을 정해버린_ 결말이 빤하기에,  이상하게 사람을 더 붙잡아두니까요..
지금 나는 당신과 열렬히 이별 중입니다. 그마저도 내게는 사치라는 걸 알아요. 왜냐하면요...

'혼자 하는 사랑에도 이별이 필요해?'

짝사랑에도 이별이 있나요?
당신을 가졌다 말하기도 어렵고,
당신을 잃었다 말하기도 어렵습니다.

선 하나를 사이에 두고 멈춰 서서 더 깊이 바라보게 되는 그 마음이 얼마나 아리고도 선명할지 당신은 알 길이 없겠지요. 행동보다 마음이 넘어버린다는 문장은 꽤 아픕니다.
시간이 한참 지나, 내가 왜 이토록 당신에게 흔들렸는지 되새겨 본다면 그때는 지금의 나를 이해할 수 있을까요.
어쩔 때는요, 당신을 단칼에 비워 보려 당신을 탓도 해봅니다.
애초에 그 선, 나만 넘을 수밖에 없는 구조였다면서요. 당신이 내 마음을 알아버린 후, 당신의 행동은 책임은 비켜놓고, 감정은 열어둔 채로 내가 들어올 수 있게 만들었다면서,  그렇게 탓을 하고 원망을 해봐도 왜 나는 아직도 당신과 이별 중일까요.
이유 없는 다정은 사랑인 줄 알았는데, 당신을 알고 하나는 배웠어요. 아닐 수도 있다는 것을요.
아무렴 나는  흔들릴 수밖에 없었을 거예요... 명백한 사실이에요. 이름을 불러주고, 설명 없이 알아봐 주고, 괜찮다고 말해도 괜찮지 않다는 걸 알아주는 사람. 사랑이라는 게 거창한 게 아니라, 그렇게 단순한 말 한마디, 조용히 곁을 내어주는 태도에서 시작되는 것을요.

사랑하고, 사랑할게.

지금은 어둠이 내린 깊은 밤이니까요...
여전히 사랑하고, 사랑하겠습니다.
그러나 날이 밝아 오르면 사라져 버릴 마음이지요.
이만 자야겠어요.
해가 뜨면 몹시 바쁠 예정이거든요.
오랜만에 인사해 봅니다.
꼭 잘 자요. 안온한 하루 보내시고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