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1-1-1 몸살
그녀를 처음 본 순간,
꽃무더기에 맞아 몸살이 났다.
진통제를 먹어도
통증이 줄어들지 않았고,
해열제를 먹어도
열이 내리지 않았다.
약이 듣지 않는
아니,
나을 수 없는 지독한 감기의 시작이었다.
한 여자를 만났고, 사랑했으며 이별했다.
아팠고 아팠으며, 아프고 내일도 아플 것이다.
신보람, 26살, 피자가게 알바생
김재훈, 24살, 대학 중퇴생
사람이 아니라 시절이 그들을 갈라놓았다. 시불여연(時不與緣)
누군가의 이야기를 글로 담아보려 함이 이토록 마음이 쓰일지는 몰랐다. 그저 아는 스토리를 쓰는 단순한 일이 누군가에게 상처가 될 수도 있음에 펜을 든 손이 무겁다. 그저 소재가 마음에 들었고, 슬픈 사랑을 쓰고 싶었던 처음 마음과는 달리 지금은 애달프다. 그래, 이 마음은 정확히 애달픔이다. 이 소설은 그의 독백으로 쓰려한다. 그의 입장에서 그녀를 바라보고, 그녀를 사랑하고, 그 마음을 글자로 담아보련다.
그에게는 나의 독백은 전하지 않을 예정이다.
내 글이 그에게 상처가 되지 않기를 바라며,
예쁜 추억으로 남아주기를...
그가 되어 그녀를 사랑하고, 그녀가 되어 그를 사랑하며..
쓰는 이 과정이 참 많이 아프다. 결국에는 피지도 못할 사랑이기에, 결국에는 남겨진 건 그이기에... 남녀 간의 이별이 아닌, 그 끝이 죽음이기에. 내가 끝까지 글을 마칠 수 있을까. 괜히 쓴다고 한 건 아닐까. 하루에도 수십 번을 고민한다. 그럼에도 내 손은 연신 연필을 놓을 수 없다.
내가 '그녀'가 되어, 그를 진정으로 사랑해 보련다.
하여, 그녀와 함께한 시간 모두 그녀에게 많은 사랑을 받았음을 그가 느끼게 해주고 싶다. 오래 사랑하지 못했지만, 짧은 기간 분에 넘치는 사랑을 받았구나 하는 그런...
그러려면 나는 어린 그를 이해하고 사랑해야 한다. 그녀가 되어, 그를 사랑하고 그리워해야 한다.

#귀엽다는 말은 내게 모욕적이야
키는 내 콤플렉스 중 하나다.
살아보니, 작은 키가 마냥 단점만 있는 것은 아니라는 것을 안다. 장점이 뭐냐고 묻는다면, 어리게 보는 것 같다. 내가 동안이라는 소리가 아니다. 결코. 자랑은 아니다만, 얼마 전 편의점에 소주 사러 갔는데, 신분증 검사를 해서 너무 당혹스러웠던 적도 있다. 이는 키가 문제가 아닐 수도 있다. 평소 화장을 하지 않고, 안경을 쓰고 다녀 어리게 보는 것일 수도 있다. 대체로 그렇다는 소리다. 그거 빼고는 죄다 단점이다. 학창 시절 놀림을 많이 받았다. 아무리 내가 또래보다 책을 가까이하는 조금 성숙한 편이었어도, 친구들은 나보다 윗공기를 쐰다며 그런 알량한 자존심을 건드렸고 나는 상처받았다.
또 하나는, 나는 전혀 귀엽고 싶지 않았다. 실제로 귀엽지도 않고, 귀여움과는 거리가 멀다. 허나, 키가 작다는 이유로 귀엽다는 말을 많이 들었다.
아차, 높은 곳에 물건을 꺼낼 때 낑낑대는 모습을 가만히 보고 있는 사람들이 있다. 진짜 열받는다... ㅠ 보고만 있으면 그나마 다행이다. 낄낄거리며 웃기도 하고, 동영상도 찍는 이가 있다. 썅. 밖에서는 낑낑대는 나를 보곤, 키가 큰 낯선 이 가 도와준다. 나는 그런 경험이 잦다. 짱짱 멋있어 보인다. 얼마 전에는 마트에서 짜요짜요가 닿지 않아, 까치발로 들고 손을 뻗고 있는데 교복 입은 남학생이 꺼내주었다. 뉘 집 자식인지 참 바르게 키웠다 싶었다.
키 155cm 몸무게 47kg
사실 키가 155cm가 아닐지도 모른다. 더 작아졌을 수도 있다..
철없던 어린 시절, 나를 이렇게 낳아준 엄마에게 왜 나를 코딱지만하게 낳았냐고 따져 물었지만, 엄마에게 돌아오는 답변은 항상 같았다. 여자가 키만 껑충 크면 뭐 하냐, 아담하고 귀여운 게 낫다는 거였다. 그러나 아직 39년을 살면서 작은 키가 좋다고 생각해 본 적은 단 한 번도 없다. 아직까지는...
#악ㅋㅋㅋ 귀여워요
첫째 아이 학원 마칠 시간에 차량 운행에 문제가 생겨, 걸어서 가는 길이었다. 그는 차를 타고 가다가 나를 발견하곤 타라고 했지만, 코 앞이라고 걷겠다 했다.
우린 그렇게 학원 앞에서 만났다.
"갈 때는 내 차로 가요"
"네^^ 아, 그럼 저 잠시 다녀올게요"
"어디요?"
"얘가 핫도그 먹고 싶다길래.. 사 올게요"
"그럼 사고 전화해요. 주차할 때가 없으니, 건너서 버스정류장으로 와요"
"네~"
중고등학생 하교시간과 겹쳤고, 거리는 매우 혼잡했다.
핫도그를 손에 꽉 쥐고, 그에게 전화했다.
"다 샀어요.. 빨리 와요. 사람들이 많아서....."
"괜찮아요?"
"네, 빨리 와줘요"
신호등 앞에서 신호가 바뀌기를 기다렸다. 그리고 곧 그의 차가 비상깜빡이를 켜고 멈춰 섰다. 건너편 신호등에는 학생들이 무척 많았고, 핫도그를 쥐고 있는 내 손에는 힘이 잔뜩 들어갔다. 초록불이 바뀌고 나는 건넜다. 친구끼리 삼삼오오 몰려오는 아이들 사이를 요리조리 피하며 건너는 중에 차에서 내려 나를 찾는 그가 보였고, 그는 나를 보지 못한 듯했다.
"악 ㅋㅋㅋㅋ 언제 건너왔어요. 작아서 치일까 봐 나왔는데 용케 잘 건넜네요 ㅋㅋㅋ"
"ㅡㅡ"
나는 있는 힘껏 눈을 야려주었다.
"귀여워서요. 귀엽다는 말이에요^^"
"...."
"그쪽이 아예 안보이더라고요 ㅋㅋㅋㅋㅋㅋㅋㅋ"
"그만 웃어요.."
그가 보조석 문을 열어, 내가 탈 때까지 기다려주었다.
"엄마~~"
"이모 안녕하세요"
"둘 다 잘 다녀왔어??^^"
"네"
핫도그를 하나씩 주고, 다음 학원으로 갔다. 아이들을 등원시키고 집으로 돌아가는 길이었다. 입에는 핫도그를 하나씩 물고서..
"학생 무리에서 사라지는 거 아무리 생각해도 너무 귀여워요"
"작은 키가 콤플렉스예요"
"에이, 너무 귀여운데?"
"나는 귀엽고 싶지 않다고요!!!"
왜인지 눈물이 차올랐다. 울면 더 웃긴 상황이 됨을 짐작했지만 말이다.
"우는 거 아니죠????"
"네"
"나 봐봐요"
"..."
그는 당황했고, 나는 민망했다.
"놀리는 게 아니었어요"
안다. 그럼에도 작은 키는 나의 콤플렉스이므로 속이 상했다.
'감성 글쟁이 > 엽편소설' 카테고리의 다른 글
| 엽편소설)#2-58 복숭아꽃처럼 곱진 않아요 (1) | 2026.03.06 |
|---|---|
| 엽편소설)#1-412 비에 젖은 슬픔은 축축하지 않기를 (0) | 2026.03.05 |
| 엽편소설)#1-411 명함을 새로 파기로 해요, 우리 (1) | 2026.03.03 |
| 엽편소설)#2-56 겨울이 자꾸 봄이 되려합니다. (0) | 2026.03.02 |
| 엽편소설)#1-410 아니하지만, 아니할 수 없기에 (1) | 2026.02.28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