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감성 글쟁이/엽편소설

엽편소설)#1-410 아니하지만, 아니할 수 없기에


<작가님~ 잘.. 지내셨어요? 몸은 좀 괜찮아요?>
<편집장님^^>

당신의 부름에 이끌리듯 곧장 답을 하고 말았어요. 그리움이 너무 큰 탓이었죠.. 너무 보고 싶었으니까.. 너무 그리웠으니까요. 이모티콘을 보내지 말걸, 반갑게 답하지 말걸..  금방 후회했지만, 이미 엎질러진 물.  매사 조신하고 얌전한 내가 당신이 내 인생에 대입되는 순간, 모두 제각기 뚝딱거리고 매끄럽지 못하게 됩니다.

<늦었지만, 새해 복 많이 받으시고요~^^ 어떻게 지냈어요?>
<편집장님도 새해 복 많이 받으세요^^ 저는 그럭저럭 잘 지내요. 편집장님은요? 아픈 데는 없어요?>
<저야 항상 같은 일상 속에서 잘 지내고 있습니다^^>

실은요, 나는 잘 지내지 못하는데 말이죠. 그런데 그렇게 말하면 당신이 당신 때문이라고 생각하실까 봐, 그러면 부담스러워하실 것이 분명하기에 어쩔 수 없었습니다. 이쯤 되니 당신이 내게 연락하신 연유가 몹시도 궁금했어요. 혹여, 당신도 나를 그리워하셨으려나, 당신도 내가 보고 싶었으려나 하면서요. 잔뜩 김칫국을 사발로 마시고 있는 꼴이었죠. 해서, 잘 지내고 있다는 당신의 대답이 내게 상처가 되지 않았어요.

<사실은... 이쪽 분야로 아는 사람이, 작가님뿐이어서. 미안한 마음을 안고 물어보려고요..>

당신의 한마디에, 사발째 마시던 김칫국은 한순간에 역류하고 말았지요. 씁쓸하고 못난 마음은 숨길 수 없었고, 나아가 서운함까지 들었어요. 누가 보면 당신이 내게 연락하겠다 하신 줄 알겠지요?

<네.. 말씀하세요>

용건이 연유인 듯하여, 나는 최대한 업무적으로 대답하려 했습니다. 실은요, 무척 속이 상했지만... 그냥 업무적으로 대답했다고 해야, 내가 덜 속이 좁아 보이겠지요?

<일하고 있으신데 방해한 건 아닌지.. ㅠ>
<아닙니다. 잠시만요>
<작가님은 모르는 게 없으신 것 같아요...!!>
<아닙니다>
<멋져 보여요^^>
<감사합니다 ^^>

업무적인 연락을 주고받는 중에 여러 감정이 들었어요. 당신이 내게 연락을 준 것에 감사하기도 하고, 반면에 굳이 당신을 짝사랑하는 사람에게 공적인 연락을 해야 할까 하는 의문이요. 그럼에도 나는 당신의 연락에 마냥 기뻤고요, 당신에게 조금이나마 도움이 될 수 있어 행복했답니다. 오랜만에 군더더기 없이 몽땅 행복에 빠진 듯 좋았어요.

<사실은 작가님께 연락을 할까 말까 백만번은 고민했던 것 같아요.. 근데 작가님과 마지막 인사도 제대로 못 나눈 것 같아서 궁금했던 질문도 할 겸 연락해 봤어요^^;>

백만 번 고민했다는 당신의 말에 그 백만 번에 내가 포함인 듯하여 얼마나 기뻤는지 당신은 결코 모르시겠지요. 구두 신은 굽이 소리를 내며 소심하게 발을 동동 굴렸어요.  내 딴에는 최대치의 표현이었어요^^ 동시에 '마지막 인사'를 하기 위해.. 그러니깐 애매모호하게 끝이 난 관계를 제대로 끝맺기 위해 다시 연락하셨나 보다라는 생각이 미치자, 나는 한없이 풀이 죽고 말았어요. 언제쯤이면 나도 당신처럼 평온하게 당신과 연락을 주고받을 수 있을까요.. 가능하긴 할까요??

<이렇게 감사하게 설명도 잘 들었는데 제가 밥이라도 사야겠어요^^>

응?
난 딱히 당신에게 밥 얻어먹을 만큼 설명을 해드리진 않았는데...? 뭐지?? 나는 다시 당신과 주고받은 연락을 곱씹어 읽어야 했어요. 혹시 내가 놓친 부분이 있나 하면서요. 다시 보아도 그만큼의 도움을 드린 적이 없음을 확인했죠. 그러고는 이내 내 눈이 한껏 휘어지고 입꼬리는 초승달을 그렸지요.

'나 밥 사주고 싶은 거죠?^^그렇죠?'

<책은 잘 쓰고 있어요? 궁금한 게 많네요~ 진짜 같이 밥 먹어요~>
<네, 너무너무 좋아요^^>

윽.. 너무 좋아요.
그냥 인사치레로 '밥 한 끼 합시다'는 아니란 말이잖아요. 그렇죠? 내가 해석한 게 맞는 거죠?
나는 내가 작가이면서 당신의 말에 매번 번역이 필요한 듯합니다. 사실은 연락하신 정확한 연유는 모르겠다만, 그 이유가 무엇이든 나는 좋습니다. 정말로 공적인 일들에 대한 팁을 얻고자, 밥을 사주시는 것도 좋고요. 마지막 인사를 직접 보고 하신다고 해도 기꺼이 좋습니다. 당신을 볼 수 있잖아요. 말했잖아요. 나는 당신에게 많은 걸 바라지 않았어요. 나 그 정도로 어리숙하지 않고요, 제법 눈치도 있다고요^^
사랑하지 않지만, 당신이 너무 보고 싶고요.
좋아하지 않지만, 당신이 너무도 그립습니다.
동경하지 않지만, 당신의 목을 끌어안고 싶습니다.
빨리 밥 사주세요.. 나는 매일매일 배가 고프거든요..^^
밥만 사주고 돌려보내실 건 아니죠? 후식도 먹어야 하고요, 아이스크림도 먹어야 해요^^ 나 대식가잖아요~

그런데 당신이 아셔야 할 것이 있어요.
더 이상 당신을 사랑하지 않으려 나의 에너지를 할애하며 노력 중이지만, 아직 사랑했던 마음을 다 비우지 못했거든요.. 남아있단 말이에요. 말했잖아요. 이별 중에 있다고요..
걱정은 마세요. 당신이 밥 사주시겠다 하시면, 최대한 그 마음 숨겨볼게요. 눈치채지 못하게끔요.
숨기고자 하는 나의 행동은 온통 뚝딱거릴 예정이지만, 그럼에도 당신에게 들키지 않도록 할게요. 자신은 없어요.. 잘 숨길 수 있을지도 모르겠고요, 잘 숨겨질지도 모르겠어요.
그럼에도 염치없이 당신은 너무 보고 싶어요.
당신이 내가 필요하시다면, 조금이라도 쓰임이 된다면, 나는 당신에게 이용당해서라도, 당신을 보고 싶습니다.



안녕하세요.
매일매일 끄적이는 습관으로 글씨기 단련 중인 글쟁이입니다.
성큼 다가온 봄에 핑크빛 글을 보고 싶다는 요청이 많은데, 밝은 글이 다소 낯설 수도 있습니다. 쓰는 저도 엄청 낯간지럽고 오글거리거든요...^^ 항상 저의 부족한 글, 꾸준히 응원해 주시고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원래 짝사랑은 거의 상상력이에요. 망상과 허상이죠.

글로 플러팅 가능하냐고 물으시던데 한번 써보겠습니다.
용어부터 알아볼까요? 플러팅(Flirting)은 상대방에게 끌림과 관심을 표형하는 행동이나 말투를 뜻하는 신조어예요. 한마디로, 가벼운 호감이라고 보면 되겠죠?
엽편소설 1의 주인공으로 플러팅 하도록 하겠습니다.




#토끼를 어떻게 먹어요.... 난 못 먹어요^^ (내숭)
나름의 내숭이고 플러팅입니다.

"우리 소풍 가요!"
"비가 잡혀있던데요?"
"그러니깐요. 가요^^"
"감기 걸려요"
"그럼 혼자라도 다녀올게요... 당신은 테레비나 보고 계셔요. 나는 쓸쓸하게 혼자 소풍 갔다 오면 되니까요..."
"무슨 협박을 그렇게 무섭게 해요^^ 같이 가요!"
"진짜죠? 오예~~~~^^ 너무너무 좋아요!"

주말 오후, 우리는 잔뜩 흐린 날에 우산 하나, 돗자리 하나, 책 한 권만 챙겨 동네 공원으로 나갑니다. 아참, 나이 든 당신이 감기라도 걸리면 안 되니깐 계절을 여름으로 합시다.

그놈의 여름, 여름, 여름. 그 지긋지긋한 계절이 나는 진절머리 나게 좋습니다. 비가 있고, 당신이 있기에 말이죠. 땀에 젖은 티셔츠, 끈적한 공기, 늦게 식지 않는 아스팔트 위를 걷는 우리는 그럼에도 낭만입니다. 습도와 무더위가 기승을 부리는 와중에 우리는 맞잡은 손은 놓치기 싫어 더욱 꽉 잡을 테니까요. 조금 더 솔직해지자면요, 당신과 함께할 시에는 어느 계절이든 낭만과 로망이 가득할 거예요. 반드시요.

공원 중앙에 돗자리를 펴, 어깨를 나란히 하고 앉습니다. 올려다본 하늘은 금방이라도 비를 뿌릴 심산으로 있고요, 내 옆에는 지겹도록 잘생긴 남편이 있을테고요. 나는 그것이 무척 좋아, 신이 날 것이 분명합니다. 나는 힘차게 다리를 쭈욱 펴, 허벅지를 두드릴 테죠. 내게 누으라는 제스처입니다. 당신은 내게 누우실 테고요, 나는 당신의 머리를 쓰다듬어요. 이마에 송글 맺힌 땀은 내 손목으로 연신 닦아줄 테고요, 손 부채질도 해줄 거예요.

"무슨 책 가져왔어요?^^"
"애정하는 시집이에요. 읽어드릴까요?"
"좋아요^^"

한 손으로 당신의 귀를 만지며, 한 손에는 시집을 들고 당신에게 하고 싶은 고백처럼 사심을 듬뿍 담아 함부로 지껄일 거예요.
비오기 전에만 나는 흙냄새가 더욱 진하게 코를 찌르면, 잠시 뒤 하늘에서 비가 한두 방울씩 내리기 시작합니다.

"당신이 좋아하는 비 와요^^"
"누워서 비 오는 거 보니깐 어때요?"
"어떻긴요.. 비가 와서 눈이 안 떠지는데요??^^"
"아이참.."

당신의 머리를 돗자리로 떨어뜨리고 나는 당신 옆에 나란히 눕습니다. 올려다본 하늘이 무척 예쁠 테고요. 왜 인지 질투가 날 것이 뻔합니다. 하늘이 너무 예뻐서 유독 미운 날이 있어요. 무심히 드리운 저 하늘은 아무 잘못이 없건만, 그 고운 얼굴로 당신을 보고 있다는 것이 샘이 나는 거죠...
잔뜩 뿔이난 채, 내리는 비를 볼 수 있는 방법에 대해 강의가 시작될 테죠. 빗방울이 눈에 들어가지 않게, 최대한 눈을 가늘게 뜨고, 커튼처럼 속눈썹을 이용하라고 말입니다. 그러면서 비는 계속 먹을 테고요.. 요령 없는 당신은 자꾸 안 된다고 툴툴거릴 것이고, 나는 당신의 배에 올라가, 당신의 눈을 내 손으로 가려줄 겁니다. 비가 눈에 들어가지 못하도록요.. 내리는 비가 당신에게 닿을 수 없도록 말입니다. 상상 속에선 질투가 더 심한가 봐요.(웃음)

"또 속옷 안 입었어요?"
"네^^;;"
"무서운 거예요?"
"아뇨^^"
"그럼요?"
"당신이 만지기 쉽도록...^^"
"^^일어나요. 감기 걸리겠어요~"
"싫어요. 조금만 더 있다가 가요"
"어차피 집에 가는 길에 비를 쫄딱 맞을 거잖아요. 어서 가요"
"싫은데.... ㅠㅠ 더 있고 싶은데....ㅠㅠ"
"빨리 집에 가서 우리 같이 씻어요^^"
"당장 안 일어나고 뭐 하고 있어요!!^^"
"못 말려, 진짜"

우산은 쓰지도 않을 거면서 왜 가져온 걸까요. 짐만 될 거면서. 집으로 돌아가는 길은 내내 낙원일 겁니다. 분명히.
함께 한 발 내딛을 때마다 사랑이 충만해질 거고요, 흠뻑 젖은 옷과 마음속에 당신의 사랑이 움트고 동경은 채워집니다. 머리에 촉촉한 빗방울은 나를 위한 여름이 주는 축복으로 내 마음을 적실테죠.
때려 붓는 비를 온전히 받아내면서도 눈썹을 타고, 무력하게 흘러내린 빗방울이 시야를 가리는 것에는 재간이 없어, 닦아내고 싶지만.. 당신의 맞잡은 손을 놓치고 싶지 않아서 나는 미친년처럼 옴팡지게 비를 맞고 있을 테죠.

"저기~ 지나가는 거.. 토끼 맞죠??!"
"잘 안 보여요"
"토끼가 오늘 운이 좋았네요. 당신이 배가 고프지 않아서ㅋㅋㅋㅋ"
"치.. 나 이제 토끼 안 먹어요"
"왜요? 토끼 엄청 좋아하잖아요^^"
"토끼보다 당신이 더 좋아요. 가까이 와보실래요?"
"??"
"이건 비밀인데요, 토끼보다 당신이 더 맛있어요*^^*"
"^^;;;"
"빨리 가요! 서둘러요!"
"비 맞는 거 좋아한다면서요..."
"빨리 가서 당신이랑 씻고 싶어요.."
"윽, 변태"
"압.. 변태라도 데리고 산다고 하셨잖아요.. ㅠㅠ 금세 마음이 바뀌신 거예요??ㅠ"
"아닙니다 아닙니다^^ 내가 데리고 살아야죠!"
"빨리 가요^^"
"뛸까요??"
"웅! 부스터~~~~~~~^^"

나는 당신을 바라보며 눈부시도록 무해하게 웃을 겁니다. 마치 밝은 해처럼요. 비 내리는 공원에 해가 잠시 숨어 흐리멍덩한 잿빛으로 가라앉고 있으니, 그 순간만큼은 내가 당신의 태양이 되고 싶을 테죠.

비의 비린내와 당신의 땀냄새. 비를 머금고 있는 생명들의 비내음, 빗방울이 몸에 닿는 촉감과 느낌, 비가 내리는 소리. 비와 함께 당신과 맞잡은 손. 나는 그 모든 것이 좋아, 또 이대로 세상이 멸하기를 바랄 겁니다. 영원이라는 시간에 가두어 깨지 않기를. 그 시간 속에 당신과 함께 할 수만 있다면 내 영혼 따위는 팔고도 남았을 것이기에.


"하나 둘 셋 하면 욕실로 뛰는 거예요!"
"네^^"
"하나 둘 셋!"
"다다다닥!!"

물에 빠진 생쥐꼴로 거울 앞에 서서, 우리는 한참을 웃을 테고요. 비에 젖어 벗겨지지 않는 옷은 당신이 벗겨줄 테죠.

"자, 만세 하세요^^"

'만세' 한 번에 나의 상체는 알몸이 되고요, 당신이 상의를 벗는 동안, 나는 비에 젖은 단단함을 빠르게 구해줄 거예요.

"토끼 대신 당신을 먹는 거예요^^"
"^^*"

당신이 무해하게 웃는다는 건, 긍정을 의미하니까....
비에 젖어 더 맛이 좋은 건지, 연륜의 숙성으로 맛이 좋은 건지, 나는 오래 골몰히 생각할 테죠. 그렇게 내 사심을 채우는 거죠.(웃음) 말했잖아요, 상상 속에선 당신과 나, 꽤 사이가 좋은 부부라고요.
뭐 그래도 내가 한참 더 기울 테지만요.. 원래 많이 사랑하는 쪽이 항상 손해더라고요. 사랑 앞에선  예외는 없어요.

당신의 연약한 부위에 닿고자 파고들면 당신은 필시 내게 내어줄 것이 빤하죠. 미지근한 당신의 몸이 굉장히 차가울 겁니다. 매번 여름의 폭우를 우습게 여기면 안 되는 교훈을 얻지만, 금세 또 잊어버리거든요. 그만큼 비를 맞으며 걷는다는 건, 낭만의 최대치이니깐요.
무정하도록 퍼붓던 빗줄기에 어느새 퍼레진 당신의 입술을 내 입술로 데워줄 거예요. 나는 내리는 빗속에서 무해한데 당신은 아니기에.. 이를 경험부족이라 하죠(웃음)
욕조로 당신을 밀어 넣어, 조금 따뜻한 물로 채웁니다. 한 여름의 감기는 지독하니까요.. 나는 채워지는 물을 보며 생각하겠지요.

어쩌면 나는 당신을 처음 본 순간부터, 지독히도 당신을 앓고 있는 중이라고...

"당신도 들어와요"

좁은 욕조 안,
당신은 내 뒤에 있을 거고요, 나는 당신 품에 기대어 열심히 조잘조잘거리겠죠. 비를 찬양하라며 말입니다.
고개만 돌리면 당신을 볼 수 있음에도, 나는 수시로 고개를 돌려 당신을 볼 테죠. 보고 있어도, 보고 싶은 당신이기에.
완전히 몸을 돌려 당신을 마주 보고서, 당신이 잘(?) 데워졌는지 확인해야 해요. 그걸 확인하는 방법은 입술뿐이고요.

천박한 물소리는 욕조를 채우는 물소리인지,
당신을 탐욕하는 나의 저급한 소리인지 구별하지 못한 채
꿈에서 깨고 맙니다.
이제 곧 날이 밝아오고, 아침이 오면 현실로 돌아가야 하거든요.


그리하여, 나는 이 모든 상상력과 슬픈 끝맺음에 존재할 당신을 늘 기다립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