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새로 생긴 키즈카페에 갔다.
건물전체가 아이들을 위한 키즈카페였고, 층수별로 놀거리가 분류되어 있었다. 그중 하나는 오락실이었다. 생긴 지 얼마 되지 않아, 모든 오락을 동전 없이 이용할 수 있었다.
첫째 아이는 그의 아들과 보글보글에 한참 빠졌고, 나는 둘째가 철권에 관심을 갖기에 게임 방법과 손과 발을 쓰는 동작을 알려주고 있던 참이었다. 초등학교 저학년쯤 되는 아이가 하고 싶은 눈치였고, 나는 자리를 비켜주었다. 당연히 질 수밖에 없는 게임이었지만, 내 작은 아이는 연속해서 5판을 지고 결국은 울음을 터트렸다. 울면서도 끝까지 내려오지 않는 모습이 안타까웠고, 나와 너무도 닮아있었다. 캐릭터 고를 때 살짝 도움을 주기로 했다. 발을 잘 사용하고 날렵한 캐릭터로.. 그리고 아이에게 오른발과 왼발 동작버튼을 알려주었다. 주양장천 맞기만 하다가 이제 한 두대 때리기 시작했다. 그러나 방어가 되지 않기에 상대방의 공격에 데미지가 심했다.
"엄마.... 찌찌 보고 와야겠어ㅜㅜ"
속상한 둘째는 내게 안겼고, 속이 상했는지 엉엉 울었다.
"게임에 져서 속이 상한 거야?"
"아니야!"
"그러면?"
"내가 선택한 게임사람들이 다쳐서 속상해서 눈물이 나는 거야ㅠㅠ"
"그게 속상했구나ㅜ"
가슴을 만지려는 아이를 남편이 다른 놀잇감으로 화제를 돌려주었다. 남자아이 넷. 층층별로 다 놀다가 결국은 오락실에서 가장 오랜 시간을 보내게 되었다.
첫째 아이들에게 철권을 알려주고 있을 때, 고학년 되어 보이는 아이들이 우르르 오락실에 들어왔다. 그의 아들이 자리를 지켜주었고, 내 아이와 고학년쯤 되어 보이는 학생과 게임이 시작되었다. 방어할 타이밍과 공격할 타이밍을 어느 정도 감을 잡은 아들은 고학년 형아를 아슬아슬하게 이겼고, 진 아이는 친구들의 야유를 받았다.
"쪽팔린다. 진짜 ㅋㅋㅋㅋㅋㅋ"
"다시, 다시 한판만 더 해. 손이 안 풀려서 그래"
이번엔 내 아이가 캐릭터를 먼저 골랐고, 그다음 고학년학생이 골랐다. 제대로 한 대만 맞으면 내 아이가 지게 생겼고, 내 아이는 공격 대신 방어만 하겠다는 심산으로 방어모드로 들어갔다. 그러나 공격할 타이밍을 살피고 있었다. 시간이 갈수록 데미지를 못 입혀서 그런 것인지, 고학년 아이는 큰소리로 흥분했으며 내 아이는 방어를 풀고 공격을 시작했다. 제대로 공격 한방이 먹혔고, 땅에 몸이 떨어지기 전에 승리했다. 맞다. 내 아이는 퍽 철권을 잘한다. 다른 형아와 붙어서 지더라도 파이널 경기에서는 승리를 거두었다. 몇 판 지더니 자기 형인지 모를 누군가를 데려왔고, 내 아이는 무지막지하게 ko패를 맞보아야만 했다.
"엄마. 한 번만 이겨줘..."
상대는 같은 캐릭터만을 고집했고, 그렇게 내 아이를 쉽게 이겨버렸다. 나는 어느 캐릭터든 이길 자신이 있었기에 랜덤을 택했다. 사실, 랜덤을 선택하는 유형은 두 가지다. 완전 초보이던지, 아니면 캐릭터 특징을 다 아는 고수던지.
아이와 게임을 하면서 상대의 게임 방식을 뒤에서 봐왔던 터라, 수가 빤했다. 방어도 하지 않고 계속 맞아주었다. 상대는 방심했고, 그 틈에 나는 이겼다. 다음 판에서는 공격 없이 방어만 했고, 발만 공격하는 상대에게 나는 팔로만 얄밉게 살짝살짝 데미지를 입혀 이겼다. 안다. 상대가 기분이 꽤 나빴을 것이다. 그건, 아이들 싸움이 어른을 데려온 자에게 하는 내가 할 수 있는 복수였다.

가볍게 상대를 이기고 자리를 옮기려 했으나, 상대가 한판만 더 하자고 했다.
"엄마 보여줘! 엄마 엄청 세잖아!!"
"응!!!^^"
나는 다시 랜덤으로 선택했고, 상대는 다른 캐릭터를 택했다. 이길 자신이 넘쳤기에, 나는 틈틈이 사진도 찍으면서 게임을 해도 나는 이겼다. 우리 주위에는 꽤 많은 학생들이 몰렸고, 한판만 하자는 게임은 그렇게 여러 판이 되었다. 점심시간이 지나도 자리로 오지 않는 나와 첫째를 남편이 찾으러 내려왔다.
"선팔아 게임 그만하고 밥묵자"
"어"
"이 아줌마 철권 대회 예선전 나갔던 사람이야. 너네 절대 못 이겨"
나는 그렇게 남편 손에 이끌려, 자리로 향했다.
밥을 먹는 중에 누군가 나를 손짓하고 나를 이야기하는 눈치들이 느껴졌다. 개의치 않았다.
"언니 오락까지 잘해요? 못하는 게 뭐예요"
"있어 못하는 거..."
"뭔데요??"
"있어...ㅋㅋㅋ"
"내가 뭘 못하는데???ㅡㅡ"
우리는 아이처럼 즐거웠고, 식후 커피 한잔으로도 행복했다.
"아줌마, 커피 마시고 저랑 철권 한판 해요..."
"오~~~~~~~!!!"
남편과 그, 그의 아내까지 플러팅이라며 놀려댔고, 나는 그러자고 했다. 어느 누구든 내가 긴장할 만큼의 실력은 없었고.. 지루했다. 어느새 철권 주위에는 사람들이 굉장히 많이 모여있었다. 아마 웃겼을게다. 조그만 아줌마가 큰 안경 쓰고 철권을 잘하는 꼴이라니...ㅋㅋ

어떤 덩치 큰 아이가 묘안을 제시했다.
"아줌마는 실력이 좋으시니까 많이 맞고 시작해야 될 거 같은데"
다들 동의하는 분위기였고, 나도 그 말에 동의했다. 그럼에도 나를 이길 수는 없었다. 나는 흥미를 잃었고, 자리로 돌아가 마시던 커피를 마시며 수다를 떨었다. 그러는 동안, 나는 여학생과 남학생에게 콜라와 이온음료를 선물 받았다. 멋있다고 말이다.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아마 거기 초등학생들 사이에서 내가 분명 인싸였을 것이다. 그렇게 사람들이 우르르 빠져나갔고, 나를 찾는 이들이 없었다.
"근데 얼마나 잘하시길래...?"
"나도 한 번도 못 이겨봤어. 잘하긴 잘해"
그가 물었고, 남편이 대답했다.
"나랑도 한판 해요"
"싫어요. 내가 이길게 뻔한데 뭐 하러...."
"안 해봤잖아요!"
"빤하죠 뭐...^^"
등 떠밀려 나는 다시 오락실로 향했다. 초딩보다는 그의 실력은 좋았으나, 나를 이길 수 있는 상대는 아니었다.
"우와... 방어를 잘하는 거예요? 공격을 잘하는 거예요?"
"둘 다요"
"이 정도면 철권 대회 나가서 우승했겠네요?"
"예선전에서 아빠한테 잡혔어요. 그리고 그날 양쪽 눈썹 다 밀렸었어요ㅠㅠ"
"하하 ㅋㅋㅋㅋㅋ"
그는 나를 한번 이겨볼 심산으로.. 손만 쓰라던지... 발만 쓰라던지... 방어는 하지 말라던지... 요구 사항이 많았지만 그럼에도 나를 이길 수는 없었다.
"귀여워요"
"네?"
"그쪽이 어릴 때 이 모습으로 오락실에서 뿔테안경 쓰고 철권 했을 거 아녜요?"
"그렇죠??"
"귀엽고 멋있어요^^"
"멋있다는 말은 듣기 좋은데요?^^"
"뭔가 집중해서 하는 모양새가 너무 귀여워요ㅋㅋ"
"놀리는 거 아니죠?ㅡㅡ"
그는 두 손으로 손사래 치며 아니라고 말했다.
"살쪘죠?"
"아뇨??!!"
"아닌데? 옆에서 보니 볼살이 오동통한데요?"
"부은 거예요!!"
"뭐 그쪽은 맨날 부어요??"
"이 씨....."
나는 있는 힘껏 눈을 야려주었고, 그는 무해한 웃음소리와 웃는 얼굴을 하고 있었다.

과도한 게임은 정신건강과 신체건강에 좋지 않아요.
뭐든 적당히가 좋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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