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내일 오전에 바쁘더라도 시간 좀 빼거라. 갈 곳이 있다"
"네, 어머님"
어머님 문자였다.
그 갈 곳이 어딘지 알 것만 같았다.
진맥을 잘 보는 용한 한의원일 것이라 생각했다.
뒷날, 시댁에는 큰 집 어머님과 아주버님도 있었다.
목적지가 한의원이 아니었다. 바로, 점집이었다.
큰 집에는 아주버님이 장가를 갈 수 있는지를,
시댁에는 하나뿐인 아들의 1년 운세를,
물어보기 위한, 아버님들만 모르는 비밀리의 만남이었다.
용한 점집에 예약하신 건 올해 초였는데, 예약이 밀려 밀려 오늘로 날이 잡혔다고 했다. 그러나 어머님 가게에 단체손님이 예약되어 있었고, 결국엔 나와 아주버님만 가서 점을 보러 오라는 것이었다.
가기 싫어도 가야 한다. 그렇게 아주버님 차에 올랐다.
어머님의 배웅을 받으며 나와 아주버님은 먼 길을 떠났다.
"아주버님... 돈은 현금으로 내야 하죠? 얼마 내야 해요?"
"나도 잘 모르는데...ㅠㅠ 그리고 난 현금도 없는데..?"
"빌려드릴게요^^ 얼마 드릴까요?"
"10만 원? 그 정도면 되지 않을까요?"
"둘이 보는 데 10만 원이면 적지 않을까요?"
"우리 같이 봐요?"
"그럼 따로 봐요? 같이 들어가요ㅠ 혼자는 무서워요ㅠㅠ"
"그럼 나 먼저 보고, 제수 씨 차례에 내가 들어갈게요"
"아니!! 그냥 같이 들어가서 봐요. 어차피 한 식구잖아요ㅠㅠ"
"...."
"어차피 올해 아주버님 결혼 못해요^^"
"ㅋㅋㅋㅋㅋ 왜 내가 못하는데요"
"여자가 있어야 하죠"
"..... 올 때는 시외버스터미널에 태워줄게요"
"힝 ㅠㅠ 농담이에요ㅜㅠㅠ"
그렇다. 아주버님은 나보다 여덟 살이 많지만, 여즉 결혼을 못하고 있다. 나름의 이유는 있었다. 내가 결혼오기 전에 사랑하는 여자가 있었는데 그 여자가 목적이 있어, 아주버님을 이용하고 버렸다. 그 상처가 큰 탓인지 깊고 진지한 만남을 두려워하는 것으로 보인다.
"여기 너무 무서워요ㅠㅠ 절대 어디 가지 마요"
"어디 안 갑니다^^"
매서운 눈매를 가진 젊은 남자가 내 눈을 오래 들여다보더니 이렇게 말했다.
촛불이네요. 은은하게 빛을 내는 촛불. 그래서 마음도 여리고 쉽게 흔들리며 늘 노심초사 슬픔 속에 살겠죠. 그런데 그 촛불이 세상을 비추고 있어요. 무조건 잘 될 수밖에 없어요...
뭐가 힘들어서 온 거죠?
'어머님이 가라고 하신 건데...'
그러고는 금방이라도 울 것 같은 얼굴을 나를 바라봤다.
나는 나와 남편 사주를, 아주버님은 아주버님 사주를 써서 주었더니 쌀을 가운데 놓고 몇 번 헤집더니 엽전을 꺼냈다. 그러고선, 오방색으로 꾸며진 방울을 요란하게도 흔들었다.
갑자기 나를 언제 봤다고 반말로 말하기 시작했다.
슬퍼. 너무 슬퍼.
도화살, 홍염살 둘 다 있어서 인기도 많은데 뭐가 그리 슬플꼬..
한데, 원래 예술인들은 슬퍼. 고달프지. 그런데 니는 고달픈 인생도 아인데? 배고픈 인생도 아이고?
아, 생각이 아주 깊고 감정도 세심하네. 네가 관찰력이 좋아 예술인으로 밥 벌어먹고 사는구먼. 재물운도 있고, 명예운까지 있어서 니는 성공하겠다. 재작년부터 재물 정착시기 시작됐고, 자산도 늘고, 투자도... 이건 뭐, 하는 일마다 잘되는 사주가 니 사주다. 돈도 줄줄이 비엔나처럼 따라오고, 남자도 줄줄이 소시지처럼..
왜 제가 남자가 많은 건가요. 그거 막어주는 부적 써달라고 왔어요.
사주에 도화살, 홍염살이 있어. 사람을 끌어당기는 묘한 매력. 강한 도화보다 은근한 도화가 사람을 미치게 하는데, 네가 그래. 강한 끌림보다는 알아갈수록 매력이 있어. 조용히 인기 많을 건데? 니 얼굴도 도화가 줄줄 흐르는구먼.
저.. 막 예쁘거나 그러지 않는데..
외모가 수려하다고 다 도화살이 있는 줄 아나.
눈동자가 금방 운 것처럼 촉촉하고 눈두덩이기 붉은빛이 돌고, 눈앞머리가 갈고리처럼 파여 기운을 끌어모으고, 눈꼬리가 니처럼 올라가고 웃을 때 반달모양이 뚜렷한 딱 니다.
오는 길에 술 마셨나?
저요? 아뇨..
그럼, 볼에 화장 했나?
아뇨.. 저는 원래 볼에 잘 빨개서 안 발라요..
그래, 양 볼에 발그레한 기운이 늘 있는 니 얼굴이 딱 도화 기운이다. 지금도 양볼에 붉은 혈색으로 되어있잖아.
그럼 부적으로 없앨 수 있어요?
부적을 쓴다고 도화나 홍염살이 없어지는 줄 아나. 그리 타고난 것을, 그런 사주를 쥐고 태어난 것을.. 사람들이 다가오는 걸 무슨 수로 막을래?
이제 알았다. 네가 슬픈 이유를. 사주에 화개 들었어.
화개가 뭔데요?
사색, 혼자 생각하는 시간이 필요하고, 글 예술 종교에 관심 많고, 철학적 사고. 그래서 이유 없이 우울한 날이 많고 슬픔이 자주 찾아오면 화개살 기운이 있어서 그런 거라 생각해.
예술은 니 천직이야. 용이 하늘로 승천하는 모양새니 아무 걱정이 없다.
저.. 말씀 감사합니다. 부적은 꼭 받아가야 해서요.. 언제 써주시나요?ㅠ
부적이 문제가 아니라니깐. 부적 쓴다고 막아주지 않아. 덜 할 뿐이지. 너거 서방이 니한테 껌뻑 죽제? 겉으로는 성적매력은 없는데 묘하게 섹시하다 느껴. 주위 사람들이.
그런 눈빛이랑 분위기가 강해.
옆에... 옆에 제 아주버님이세요^^;;
남편... 꼭 그렇지도 않던데..
눈빛이나 분위기가 강하고 묘해. 그래서 사람의 이목을 끌지. 거기다 감성 깊어서 기억에 오래 남지. 심성도 착하지. 잠자리에서 강하지. 그걸 그냥 이용해서 예술인으로 성공해.
막을 수 없으면 덜해지는 거라도 써주세요ㅜㅜ
제가 뭘 해야 되나요?? 사람들이 덜 꼬이려면요...
눈을 마주치지 마, 사람 빤히 보지말고, 아니다. 상대가 눈을 피해도 빤히 보는 거, 그거부터 고쳐. 애살도 부리지 말고, 웃지도 말어.
그건 그냥 쳐다보며 말하는 건데요?
그럼 저는 집에만 있으라는 말씀이시죠??^^
그래, 니는 그런 의도가 없어도 그런 기운이 많으니깐 아예 보지 말라고.
그럼 전 뭘 보고 이야기해요?
어린 남자를 조심해.
네?
어린 남자를 조심하라고.
택도 없이 어린 남자를 항시 조심해.
아.... 네..
떼를 써서 부적을 받아왔지만, 영 찜찜했다.
아참, 아주버님은 바로 대놓고, 결혼할 마음이 없다며 과감히 포기하라고 했다 ㅋㅋ 팩폭.
"가는 길에 커피 테이크아웃 해갈까요?"
"네 좋아요^^"
"무당이 웃지 말라 했잖아요 ㅋㅋㅋㅋㅋ"
"ㅡㅡ"
"아니, 매번 제수 씨는 어딜 가나 똑같은 거 같네요 ㅎㅎㅎ"
"태어난 년, 월, 일, 시간은 바뀌지 않으니까요"
"누굴 원망하고 탓할 수 없네요"
"이럴 거면 연예인이나 할 걸 그랬어요"
"그 정돈 아닙니다"
"..... 나빠요 진짜!!!"
"ㅎㅎㅎㅎㅎ"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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