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감성 글쟁이/엽편소설

엽편소설)#1-407 허투루 사랑하지 않은 벌을 받는 중입니다



허투루 사랑하지 않은 벌을 받고 있는 중입니다.
당신을 대충 흘려보내지 못한 죄의 벌이죠.
나는 당신이라는 이름을 하루에도 몇 번씩 마음속 제단 위에
올려두고 촛농처럼 스스로를 태우고 있습니다.
아무도 허락하지 않은 예배고,
아무도 들어주지 않을 기도지만,
나는 매번 무릎을 꿇습니다.
당신의 한 마디에
천국과 지옥이 갈렸고,
당신의 침묵은
나를 끝없는 사막에서 말라죽게 합니다.
이것이 사랑이라면
나는 너무 정직합니다.
숨기지도, 줄이지도,
덜어내지도 못했으니까요.
그러니 이 슬픔,
신이 내린 형벌이 아니라,
내가 자청한 순례의 대가일지도 몰라요.
당신을 향한 마음을
우상처럼 세워두고도
끝내 부수지 못한 벌.

허투루 사랑하지 않은 벌로
오늘도 나는
당신의 이름을 속으로만 부르며
구원 없는 기도를 올립니다.
아멘도 없이..


#사랑도 없이 사랑을 쓰는,

딱히 당신이 보고 싶은 건 아닌데... 그리워요.
딱히 기다리는 건 아닌데... 보고 싶어요.
딱히 당신을 사랑하는 건 아닌데... 안고 싶어요.
나는 여전히 당신을 사랑하는 것으로 자해를 대신하고.
나를 사랑하지 않는 당신만 사랑하려 들며
사랑을 매 순간 확신하고 좌절하고
사랑으로 오열해요.
허투루 사랑하지 않은 나를 원망하지 않기 위해,
나는 당신을 미워해요.
멍청한 발언이지만 첨언하지 않고, 변명하지 않을래요.


당신은 잘 모르시겠지만,
당신을 사랑하면서 접속 부사를 참 많이도 썼습니다. 내 글에는 부사 중에서도 특히, 접속 부사가 매우 적은 편이거든요..
그래도 사랑했다. 그래도 당신뿐이었다. 그럼에도 당신을 안고 무너지고 싶은 심정으로 사랑했다. 그리하여, 사랑이었다. 그래서 놓아주었다. 그래서 내가 할 수 있는 무해하고 유일한 사랑이었다. 결국, 슬픈 끝맺음이었다. 그럼에도 당신과 함께 하고 싶었다.

곰곰이 생각해 보면, 그동안 당신을 사랑하는 일이 결코 쉽지 않았던 모양입니다. 그렇지만 나는 당신을 허투루 사랑하는 방법 따위는 모르고 매 사랑했나 봐요.

(접속 부사란, 앞 문장과 뒷 문장을 의미상 이어 주는 부사입니다. 단, 문장을 연결하지만, '그리고' 같은 접속사와는 달리 부사입니다.)


#내가 가장 초라했던 시절에 내게 집이 되어준 당신,
나의 유일한 안심이었어요.

가면을 쓰지 않아도, 잘 보이려 애를 쓰지 않아도 당신은 한결같았어요. 당신을 오래 만나지는 못했지만, 내가 만났던 모든 사람을 통틀어 내가 가장 나답고 솔직한 시간이었어요. 당신과 함께한 시간들이요.
나답게 숨을 쉬었고요, 숨김없이 웃고 울었어요. 당신과 함께 있을 때면 안락하고 자주 웃었거든요. 제 아무리 불안이 높고 강박이 심해도 사랑하는 당신 앞에서 유일하게 나를 안심하게 만들었어요. 당신은 조용히 내 곁을 지켜주는 사람이었어요. 오죽하면 내가 돌아갈 안식처가 당신이라 믿었겠어요?^^
당신은 불안이 들어올 틈을 주지 않는 사람이었어요. 무해하고 다정함으로 틈을 빼곡히 채워주셨으니까요..
당신을 사랑했던 지난날을 후회하지 않아요. 당신을 사랑하고부터 내 삶은 많이 달라졌어요. 나를 더 나은 사람으로 살아가게 하고, 힘들고 지친 날들을 덜 마주하게 만들어주셨거든요. 이쯤에서 나도 묻고 싶어요.
당신은 나를 만나고 불행해지셨나요.
당신은 나를 만난 것을 후회하시나요.
당신은 나를 좋아했었나요.
당신은 내가 그리운가요.
내 대답을 듣고 답을 하시겠다면, 기꺼이요.
나는 이제 당신 사랑 안 해요.



#어색히 머릴 만져주는 당신의 손길을 기억해요

짝사랑 에세이 부문에 내 글이 많은 공감을 얻었어요. 모두 당신 덕분이에요. 당장에라도 당신에게 연락해 말하고 싶은 걸, 꾸욱ㅡ 참아냈어요. 잘 참았죠? 나 기특하죠? 칭찬해 줘야겠죠?
당신한테 빠르게 달려가, 휴대폰을 보여주며 자랑하고 싶어요. 그러면 당신은 왜 뛰어왔냐고 나를 걱정하셨겠지요. 그러곤 눈을 한껏 쳐지게 늘어뜨리고 미간을 찌푸리며 안쓰럽게 나를 쳐다보실 테고요.. 잘했다고, 고생했다며 이상하고 어색한 모양새로 머리를 꾹꾹 눌러주시겠죠. 쓰다듬는 법을 모르는 당신이게.. 그런 당신을 가만히 보고 있으면, 당신은 빤히 쳐다보지 말라며 나를 나무랐을 테고요.. 나는 급하게 시선을 돌리려다 당신의 입술에 시선이 머물 테고요, 하마터면 사랑한다고 말할 뻔한 찰나, 나는 당신을 등지고 왔던 길로 빠르게 도망쳐오겠죠.. 뭐, 빤하죠.
그 빤한 당신 행동이 너무도 그리워요 ㅠㅠㅠㅠㅠㅠ






짝사랑의 단면적인 설렘, 수줍음 이런 밝은 모습 이면에는 슬픔과 좌절, 절망 등의 모습도 당연히 존재합니다. 아니, 오히려 더 많다고 봅니다. 저는 후자의 감정에 중점적으로 쓰고 있는 것이고요...
많은 분들이 공감을 많이 받았던 '엽편소설)#1-379 기필코, 모진 그리움 탓으로 탓해버릴래요'와 같이 귀엽고 몽글몽글한 상상력을 많이 보고 싶다고 하는데..
예, 그럴게요.
이다음 엽편소설 408에는 밝고 귀여운 독백으로 업로드하겠습니다.  그러나 제 글은 마냥 밝고 행복할 수 없어요. 최대한 밝고 쾌활하게 써보겠지만, 어딘가 축축하고 눅눅할 지도 몰라요.
아, 사진과 영상 모두 제 휴대폰으로 촬영한 것입니다. 내용과 사진은 무관하며, 저작권 문제로 제가 찍은 것만 올린답니다^^ 더불어, 티스토리 영상 업로드 기능이 없어졌습니다. 동영상은 인스타로 확인하시면 됩니다.
모쪼록, 따뜻한 온기로 하루가 안온하기를 바랍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