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사랑은 언제나 모순적이다.
인간은 누구나 사랑을 하지만, 사랑하는 방식은 모두 다르다.
그 이유은 각 개인의 성격 차이라기보다는 살아온 환경과 시간의 차이라고 생각한다.
누군가는 사랑을 말로 배우고, 다른 누군가는 사랑을 행동으로 배운다. 전자는 마음이 생기면 언어로 표현해야 한다고 가정에서 익혔고, 표현하지 않으면 사랑이 식어버린다 믿게 된다. 반대로 후자는 언어와 말보다는 사랑하는 이의 곁에 오래도록 있는 것이 사랑이라 믿고, 필요할 때 조용하고 묵묵히 도와주고 챙겨주는 것이 마음을 전하는 것이라 생각한다.
이 두 방식의 의미하는 바는 크게 다르지 않으나 표현 방식이 달라, 종종 오해가 생기고 서로 충동하기도 한다. 우리는 사랑받을 때 자신이 익숙한 방식으로 받기를 기대하기 때문이다.
섬세한 감정과 마음으로 엄마는 내게 사랑을 말로 표현하셨고, 말보다는 즉각적인 행동으로 지켜주고 도움을 주는 아빠의 사랑 표현하셨다. 표현 방식이 달랐지만, 그 표현이 사랑임이 틀림없다. 해서, 나는 언어와 말로 사랑을 표현하기도 하고, 행동으로도 표현할 수 있다.
#이제 시작해요, 우리.
다른 이들의 사랑이야기는 소설의 좋은 줄거리가 되기도 한다. 꼭 그렇지 않더라도, 누군가가 이야기를 들려줄 때 어느 부분을 중점을 두는지 관찰하는 것이 나로서는 꽤 흥미롭게 다가온다. 누군가는 스토리의 전개만을, 또 누군가는 그때의 감정과 마음을 섬세히 들려주기도 한다. 마치 이야기를 들려주는 사람의 결을 들여다보는 듯 나는 마냥 흥미롭다.
그의 슬픈 첫사랑 이야기는 차일피일 미뤄지기만 했고, 이제 들어야 했다. 내게는 내내 개봉하기만을 바라던 영화를 보는 것과 같은 일이다.
"오빠, 나 내일 애기아빠랑 빵 먹고 올게"
"주말에 볼 건데 굳이 내일 또볼라고?"
"첫사랑 이야기 들으러"
"아.. 응~ 얻어먹지 말고, 니가 사줘"
"응, 그럴게"
<애기 엄마, 내일 애기 아빠 별다른 일 있어?>
<모르겠는데.. 잠시만요!>
<응>
징징징...
<여보세요..?>
<언니, 오빠 별일 없다네요!>
<아.. 그럼 내일 책 내용 참고 좀 하게 혹시 시간 되는...>
<오빠 시간된데요~!!>
<괜찮겠어?>
<오빠 이야기가 도움이 될랑가는 모르겠어요 ㅋㅋ>
<시간 되면 너도 같이 나와. 빵사줄겡>
<대목 앞이라 바빠요ㅠㅠ 언니 다음에 내 이야기도 글로 만들어줘요>
<응^^ 이 시간에 저녁 먹는 거야?>
<야식이요 ㅋㅋ>
<뭐 먹어??>
<닭발이랑 족발요. 언니 올래요?? 이제 시작인데. 아니, 와요!>
<아니 아니 아니! 배불러. 맛있게 먹어^^>
<네~~ 내일 오빠가 아침에 등원할 때 이야기하재요>
<응 맛있게 먹고, 좋은 시간 돼^^>
뒷날 아침, 등원길.
"왜 나한테 직접 연락 안 하고 **한테 연락했어요?"
"불편할까 봐요"
"뭐가요?"
"예쁜 내가 연락하면 오해를 부를 수 있지 않을까요??^^"
"풉... 진짜 공주병이라니까"
"치..."
"몇 시에 봐요?"
"언제 괜찮은데요?"
"첫째 학원 보내고부터요"
"나도요. 그럼 학원차량 올 때 그때 만나요"
"그래요^^"
첫째들이 같은 학원차량을 타고 등원했다.
"내 차로 가요"
"오늘 회사 잠시 들려야 한다면서요?"
"네"
"그럼 그냥 제 차로 가요. 데려다 줄게요^^"
"그래요, 그럼. 나 빵 맛있는 데, 검색해서 알아왔어요~^^"
"풉 ㅋㅋ 식사 안 했어요?"
"금방 먹었어요"
"그럼 카페 갔다가 빵집 가죠? 나도 배불러요"
"그래요^^"
우리는 나란히 지하주차장으로 내려갔고, 그는 차문을 열어주었다. 이제 제법 그가 열어주는 문을 민망해하지 않고 탈 정도로 편해졌다.
"우리 회사 근처 카페가요! 거기 진짜 예쁘다네요^^"
"멀지 않아요?"
"얼마 안 걸려요. 빨리 가면 돼요"
"응! 출발~~~~^^"
우리는 사교육에 대한 열띤 토론을 했으며, 채 끝나기도 전에 도착했다. 바다가 보이는 카페.
"우와~~ 여기에요??"
"너무너무 예뻐요^^"
"안에는 굉장히 넓네요??^^"
내 입에서는 연신 감탄이 절로 나왔고, 그는 소리 죽여 웃었다.
"우리 여기 앉을까요? 나 여기 앉고 싶어요^^"
"그렇게 해요^^"
통창으로 들어오는 햇살이 봄인 양 착각에 빠질 정도였다. 마주 보며 앉는 자리가 아닌, 바다를 볼 수 있는 자리에 어깨를 나란히 두고 앉았다. 페퍼민트 차의 뜨거운 열기가 통창을 서리게 만들었고, 그의 아이스아메리카노가 묵직한 커피 향을 풍겨내고 있었다.
"ㅋㅋㅋㅋㅋㅋㅋㅋ 눈을 떠요^^"
"눈이 안 떠져.. 눈부셔서.."
나는 잔뜩 찡그린 얼굴로 말했고, 그는 뭐가 그리 웃기는지 껄껄 웃어젖혔다.
"자리 옮길까요?"
"네네!!"
"그럼 진즉에 말하지 그랬어요"
"그쪽 번거로울까 봐..."
"일어나요~"
우리는 음료를 챙겨 그늘지고 구석진 곳으로 자리를 잡았다.
"아.. 이제 눈이 떠지는 구만 ㅋㅋㅋ"
"못 말려 진짜^^"
"자~~~ 이제 시작해 볼까요??"
나는 가방에서 수첩과 오래된 낡은 샤프 하나를 꺼내 들었다.
그는 나의 들을 준비에 긴장했는지 양손을 가볍게 비비며 커피를 한 모금 마시고 깍지를 껴 마주 앉은 거리를 좁혔다.
"재미없다고.. 이야기 잘 못한다고 비웃지 마요"
"넵*^^*"
"그렇게 웃지 마요 정들어요"
"예썰!^^"
그녀가 떠난 후 한 번도 제대로 꺼내본 적 없다던 쾌쾌 묵은 이야기가 그렇게 시작되었다. 무거운 내용의 이야기들이 난무했지만, 설렘과 사랑은 충분히 담겨있었고, 그가 사랑에 빠지면 어떤 표정과 어떤 얼굴을 하고 있는지 나는 보았다. 그가 낯설었고, 조금은... 알 수 없는 마음이었다. 그의 낯선 모습을 본 탓에 그런 것인지, 몰랐던 그의 이야기에 그런 것인지는 잘 모르겠다. 나는 결국 그의 이야기를 들으면서 울고 웃었고, 마지막에 그녀가 떠난 후 남겨진 이야기들에 나는 오열하고 말았다.
"그만 좀 울어요..ㅠㅠ 사람들이 내가 울린 줄 알겠어요ㅠㅠ"
"눈물이 나는 걸 어떡해요ㅠㅜ"
"참나... 그만할까요? 이야기는 다 끝났어요"
"아뇨 더 해줘요. 아직 다ㅡ챠댜튜처처"
"뭐라고요? 울지 말고.. 말해요"
"ㅠㅠㅠㅠ 아직 이야기 안 마쳤잖아요"
"자꾸 우니까.. 어떻게 계속 이어서 말해요ㅡㅡ"
가깝게 마주 보고 앉아있던 그가 갑자기 소파에 등을 기대었다. 아마 내가 진정하기 전까지 얘기를 하지 않겠다는 행동인 듯했다. 차갑게 식어버린 페퍼민트를 마시며 쉬이 진정되지 않는 마음을 가라앉혔다. 그때 카페 안이 부산스러워졌고, 남자들이 우르르 들아왔다. 나는 갑자기 달라진 환경에 잔뜩 긴장했고, 그런 나의 행동을 보고 그는 뒤를 돌아보았다.
"아씨...."
"왜요?"
"그만 나가요"
"왜 그래요? 아는 사람들이에요?"
"골프 모임 사람들인데...."
"근데 왜요?? 내가 창피해요??"
"그 말이 아니잖아요 ㅋㅋㅋㅋㅋㅋ"
"아.. 나 눈 부었어요? 화장이 엉망이에요??"
"아뇨. 눈이랑 코가 좀 빨갛긴 한데 괜찮아요"
"그럼 이야기 이어 해줘요. 나 뚝 그쳤어요^^"
누군가 나를 보는 눈동자들이 쏠렸고, 나는 그의 뒤에 있는 무리를 쳐다봤다. 그런 나를 보고 그는 뒤를 돌아보았고, 그가 일어났다.
"맞네! 그래 뒷모습이 딱 니더라 ㅋㅋㅋ"
"행님, 여긴 우짠 일입니까?"
"골프 치고 밥 먹고 커피 한잔하러 왔지"
말을 채 끝내기도 전에 눈을 내게 둔 중년남자는 내가 누구인지 궁금한 듯 그에게 제스처를 취했다. 나는 소파에서 일어나 가볍게 고개를 숙여 웃었다.
"아.. 우리 형수"
"????"
"니 형수가 오데있노"
다른 누군가가 말했고, 눈을 흘겨 그를 쳐다보았다.
"아는 행님 와이프야. 그랑께 형수지 뭐"
"애인은 아이고?"
"내가 애인이 가당키나 합니까 ㅋㅋ"
"형수치고는 어려 보이시네^^"
처음 말한 남자가 날 보며 말했고, 나는 다시 아무렇지 않은 척 소파에 앉아 수첩과 샤프를 가방에 챙겼다.
"형수가 어려 보여도 저보다 나이가 많습니다^^"
그는 나를 늙은 여자로 소개했다. 조금은 괘씸하지만 뭐 틀린 말은 아니기에...
"형수랑 둘이 여서 뭐 하는데??"
그들은 계속 꼬치꼬치 캐물었고, 음료를 다 주문한 그의 무리까지 합세해 거들었다. 나와 그의 사이를 연인이라 오해한 듯했고, 결국 그가 내 직업을 작가라 소개했다.
그는 내가 작가로 밝히는 걸 굉장히 싫어한다는 것을 아는데도 불구하고 말이다. 작가라 소개하고 난 후, 뒤를 돌아 내게 미안하다고 입모양과 제스처를 했다. 그 모습까지 그들은 놓치지 않았고, 야유했다.
끝이 나지 않을 것만 같았다. 그를 자꾸 몰아가고 있으니까.
"저......."
나의 작은 한마디에 모두 집중했고, 나는 말했다.
"이쪽은 남편 친한 동생이에요^^ **씨, 가요. 나 늦겠어요"
"아.. 네네"
나는 가방을 어깨에 걸치고 그에게로 갔고, 그는 휴대폰과 차키를 잠바에 쑤셔 넣고 마신 컵을 들고 카운터에 반납 후 다시 내게 왔다.
"가요"
"네^^"
"설 지나고 한번 봅시다~"
"니가 요새 안 나온 이유가 다 있었네"
"얘들 방학이라 그렇죠 뭐. 먼저 가보겠습니다^^"
"잘해봐라~~"
"데이트 잘하고 ㅋㅋㅋ"
"즐거운 시간 돼라"
"잘 어울린다"
나는 최대한 무해하게 웃으며 그들을 등지고 걸음을 옮겼다. 그냥 흘려듣기엔 장난이 좀 지나치는 듯싶었다. 나란히 걷던 그가 욱하는 성격에 다시 돌아가 상황을 악화시킬 것만 같아 불안이 일순간 몰려왔다. 그리고 너무 많이 운 탓에 머리가 울리고, 어지러웠고, 앞이 캄캄했다. 구두를 신은 발은 잠시 불안정했고 그런 나를 그는 붙잡았다 놨다.
"어지러워요?"
"조금요"
"미안해요"
"아니에요. 괜찮아요"
"지금은 보는 눈이 많아서 못 잡아줘요.. 일단 차로 가요"
"네"
차문을 열어준 뒤 빠르게 그가 뒤 따라 탔다.
시동을 켜며 그는 툴툴거렸다.
"왜요??"
"저 사람들 때문이죠 뭐"
"오해할까 봐요?"
"그 사람들 입에 그쪽이 오르락내리락하는 게 싫어서요"
"저 사람들이 나 알지도 못하는데 무슨 말을 하겠어요~"
"진짜 그렇게 생각해요??"
"아니에요?"
"천하태평한 아줌마가 여기 있었네"
그렇게 회사로 가기 위해 출발했다.
"형수, 아이스크림 먹을래요?"
"형수??"
"왠지 입에 잘 붙네요"
"^^;; 이상해요"
"난 좋은데..?"
"동생, 폴라포 사다 주게..."
"ㅋㅋㅋㅋ말투가 그게 뭐예요 ㅋㅋㅋㅋ"
"아우니깐요 ㅋㅋㅋ"
편의점에서 폴라포와 빠삐코 그리고 생수 2개를 사 왔다. 마침 목이 굉장히 말랐다. 많이 울기도 했고, 말도 많이 했으니까.. 나는 아이스크림 먹기 전에 500ml 생수를 단숨에 마셔버렸다.
"그... 그나저나 그 이야기 마저해 줘요"
"또 울 거잖아요. 다음에 해요. 곧 사무실도 갈 건데..."
"안 울면 되잖아요"
"안 운다는 건 순뻥이잖아요^^"
"궁금한데..."
나는 말끝을 흐렸고, 그는 운전을 하며 다시 이야기를 들려주었다. 힘든 이야기를 다시 꺼내게 해서, 그 이야기를 들려주는 그에게 너무 미안하고 고마웠다.
"괜찮아요??"
"으아어어우 우ㅜㅜㅜㅜㅜ"
눈물은 쉼 없이 흘렀고, 쉬이 진정되지 않았다. 마치 내가 그녀가 된 듯 마음이 아팠고, 그를 보듬어주고 싶었다. 누구보다 상처가 깊었을 그이기에 말이다. 그렇게 실어증을 얻었다고 했다. 그때의 참사에서 살아난 그도, 운명을 달리한 그녀도 너무 안타까웠다.
"회사 갈 수 있겠어요??"
"이제는 괜찮은 거죠?"
"안 괜찮아도 어쩔 수 없는 부분이잖아요"
그의 진솔한 답변에 나는 또 눈물이 콸콸 쏟아냈고, 그는 운전하는 틈틈이 나를 보며 울지 말라는 표정으로 안쓰럽게 쳐다보았다.
지난 이야기이긴 하지만.. 내가 그에게 위로를 해주어야 하는데 오히려 그가 나를 위로했다.
"그만 울어요.. 뭘 그리 또 슬프게 울어요"
그는 티슈를 꺼내 내게 내밀었고, 나는 양손에 티슈를 받고 한참을 진정할 수가 없었다. 그녀의 영혼이 그를 맴돌고 있을지도 모르는다는 생각에.. 사랑하는 사람을 두고 떠난 그녀도 마음이 편하지 않았을 테니까.. 나는 원래 상상력이 풍부한 편이었고 모든 상황들이 죄다 슬펐다. 소리 죽여 흐느끼던 눈물이 어느 틈엔가 비집고 울음이 되어버렸다.
"자꾸 울면..."
"ㅠㅠㅠㅠㅠㅠ"
"회사 안 보내줍니다??"
"ㅠㅠㅠㅠ"
"자꾸 울면... 행님은 우찌 달래줍니까.. 그치긴 해요??"
조금 진정될 때까지 아무 대답도 하지 못했다.
"오빠는 울면 약과 사준다 그래요. 잘 못 달래주는 편이거든요.. 요즘에는 안아줘요. 그만 울어라고 해도 그만 멈출 수 없는 걸 아니깐. 울 때까지 그냥 안아줘요"
"폴라포 하나 더 사줄까요??"
"아뇨^^ 괜찮아요"
"^^"
"미안해요... 이렇게 슬플 거라는 생각은 못했었어요"
"왠지 속이 시원한 거 같아요^^"
"그럼 아기엄마는 언제 만나서 결혼한 거예요?"
"친구들이랑 놀다가 합석한 여자들 중에 한 명이었어요. 술이 떡이 돼서 처음 만난 날 실수로 임신해서... 그렇게 부랴부랴 결혼하게 됐어요"
"^^;;;; 지금 행복하면 됐죠 뭐...."
더는 물을 수 없었다. 첫 만남에서 임신했다고 연락온 여자와 결혼을 했다는 말에.. 지금 내가 아는 아기 엄마라는 사실이 조금은 충격이었다. 그의 휴대전화는 카톡 알람이 울려댔다. 신호 대기 중 폰을 들여다보며 한숨을 내쉬었다.
"단톡방에 그쪽이야기로 도배예요"
"내가 왜요?"
"그냥 부러운 거죠"
"뭐가 부러워요?"
"자기들은 없을 테니까"
"뭐가 없는데요?"
"예쁜 선혜"
"이 씨ㅡㅡ"
팅팅 부은 눈으로 흘겨봐주었고, 그는 코와 눈이 너무 빨갛다며 토끼 닮았다며 웃었다.
"단톡방에 이렇게 적어요. 형수는 말랑말랑한 연하보다 단단하고 연륜 있는 연상 좋아한다고"
"??? 나 안 말랑말랑한데? 운동하는데...?"
"????? 무슨 말이에요?"
"나보고 말랑말랑하다는 거 아니에요?"
"아.. 그 말이 아니라, 어리고 여린 연하보다 연상이 좋다는 말이에요"
"아.... 왜 말랑말랑한데요? 연하가?"
"어리니까 ^^"
".... 몇 살 차이 난다고. 누가 보면 내가 그쪽보다 오빤 줄 알걸요?"
"그래도 어린 건 티 납니다요^^"
"아마 깜짝놀랠낀디?? 너무 단단해서.."
민망했다. 누군가 떠올랐고, 그의 말이 그 뜻은 아니었지만 듣는 나는 화르르 달아올랐다. 단단하다는 말이 그렇게 야한 말인지 새삼 깨달았다.
"무슨 생각을 하는 건데요^^"
"아니 아니 아니에요"
"아니긴요 귀까지 빨개요"
"복근 말하는 거잖아요"
"아닌데??"
"그럼요....??????"
"허벅지요^^"
매일 헬스 하는 그가 요즘 하체운동에 빠졌다고.. 할 때는 죽을 맛인데 새해부터 꾸준히 했더니 달라졌다며 연신 자랑을 해댔다. 그러면서 더불어 나의 없는 복근의 안부도 물었다ㅋㅋㅋㅋ 배에 근육을 만들고 있는 걸 알기에 말이다.
"제왕절개를 두 번 해서... 복근은 안 생길 거예요.. ㅋㅋ 그냥 앉았을 때 흘러내리는 뱃살이 조금 잡혔어요"
"만져보면 안 되겠죠?"
"초콜릿 복근처럼 만들면 그때 만지게 해 줄게요"
"에이 안된다는 거네^^"
"좀 빨리 가요..."
"왜요?"
"화장실...."
"으이고 물을 그리 벌컥벌컥 마실 때 알아봤어야 했어요. 사무실까지 참을 수 있겠어요?"
"아뇨ㅠㅠ"
"그럼 공중화장실 갈래요?"
"아뇨"
"그럼 어쩌자는 거예요..."
"남편 회사 가깝죠? 글루 가요"
"형님 진주 왔어요?"
"네. 저번주부터... 빨리 가요"
"못 말려 진짜"
설상가상으로 사무실에 남편은 없었다. 남편에게 전화를 걸었고, 사무실에 다 와간다고 했다.
<서둘러!! 오빠, 나 쌀 거 같아ㅜ>
"어? 형수님!!! 오랜만입니다^^"
"잠시... 저 화장실 다녀와서 ㅠㅠ"
"이쪽입니다 화장실"
"오빠 오면 같이 갈게요..."
"아..."
주차하는 남편이 보였다. 그가 차에서 내렸고, 남편과 인사하려는 모양이었다. 나는 남편에게 날아가다 시피해서 남편 손을 잡아끌었다.
"여기서 싸면 오빠 회사 쪽팔려서 출근 못 해..."
나의 나지막한 협박에 남편은 내 손을 꽉 잡고 화장실로 향했다. 회사 동생에게 남자 화장실에 아무도 못 오게 잠시 봐달라 말했고, 남편과 나는 화장실로 향했다.
화장실 칸 안으로 남편을 밀어 넣고 나는 급한 볼일을 껐다. 그리고.. 세면대 물을 키는 소리를 듣고 남편은 물을 내려주고 나왔다. ㅋㅋㅋㅋㅋ
"난 언제까지 변기물 내려야 되는데.....ㅡㅡ"
오빠는 불평했고, 나는 미안했다.
"저녁에 맛있는 거 해줄게.. 말만 해"
나의 질문이 채 끝나기 전에 오삼불고기라 대답했다.
"형수님 시원하십니까 ㅋㅋㅋㅋ"
"네 ^^;;;"
"이쯤 되면 우리 화장실은 형수님 전용입니더 ㅋㅋㅋ 사용 횟수당 돈 받아야 될 거 같은데요?^^"
그들은 무해하지 않은 농담을 내뱉었고, 나는 민망했다.
"형수는 와~ 하나도 안 늙었어요 ㅋ 행님은 늙어가는데 ㅋㅋㅋㅋ"
나는 오빠 얼굴을 올려다봤다. 왜인지 유난히 주름이 도드라져 보였고, 나이가 들어 보였다. 어느새 머리카락 사이에 흰색 머리도 가끔 보였다. 갑자기 눈물이 차올랐다.
"또 왜...."
"오빠가 너무 늙어서 ㅠㅜㅜㅜ"
"ㅡㅡ...... 니가 더 나빠"
그가 주차를 하고 나와 오빠가 있는 곳으로 왔다.
오빠 회사 동생들과는 구면이었다.
"오랜만이네요^^"
"다들 우찌 알아???"
"형수님 자전거 배우실 때 그때 뵀어요"
"아..."
"선혜가 빵사주더나?"
"제가 샀는데요??"
"커피는 그쪽이 샀고, 빵은 내가 살라고 했어!!!"
"^^"
그들은 내가 역정 내는 모습을 보고 싶은지 계속 놀려댔다.
"이제 어디 갈 거야?"
"사무실 들렸다가 수정하나만 하고 장보고 집에 가야지"
"형수, 그럼 제가 모셔다 드릴게 요. 그쪽으로 가야 됩니다"
"아뇨. 제가 같이 갔다가 금방 끝나면 같이 집으로 가면 돼요"
"집??"
오빠 동생들은 같이 집에 간다는 소리에 되물었고, 오빠는 같은 아파트 산다고 대답했다. 회사동생들은 아~ 이웃이라고 했지 하며 지난날의 이야기를 떠올렸다.
나는 남편과 회사 동생들이 보는 앞에서 그의 차에 올랐다. 조금은 부담스러웠다. 나는 창문을 열어, 손을 흔들며 밝게 웃었다.
"빠빠이, 오빠 저녁에 봐~~~"
"그쪽은 참 인기가 많네요?"
"나요?"
"항상 남자들 사이에 있네 ㅋㅋㅋ"
"내가 언제요?"
"롤러장에도, 등하원할 때도, 식당에서도, 마트에서도.. 형님이 불안하겠어요"
"ㅋㅋㅋㅋㅋㅋㅋ 별 쓸데없는 소리를..."
"그 아까 내색형?? 왜 그쪽을 그렇게 불러요??"
"아... 뇌가 섹시한 형수의 줄임말... 뇌섹형이에요"
"섹시할 때가 없어서 뇌가 섹시합니까 ㅋㅋㅋㅋㅋㅋ"
그는 엄청 큰 소리로 웃었고, 나는 엄청 눈을 야려 째려봤다.
"그게 아니라, 오빠 회사 동생들 돈 벌게 해주고 나서 나를 그렇게 부르더라고요.."
"나는 왜 안 해줘요!!"
"그쪽은 부자잖아요"
"나 거렁뱅이인데..??"
"ㅡㅡ 다음에 시간 되면 알려줄게요 그럼"
"꼭이에요!"
"네^^ 아참. 그쪽 이야기 내가 짧게 써보고 싶은데... 괜찮아요? 그냥 흘려버리기엔 내용이 아까워요.. 당장은 나도 새로운 책 낼 일은 없긴 한데, 이 이야기를 짧게 써서 기록하고 싶어요"
"그렇게 해요. 대신 나도 보여줘요"
"링크로 말고 텍스트로만 보여줄게요.. 메일 주소 알려주세요"
"치.. 무슨 비밀이 그렇게 많아요"
"내가 그쪽 이야기를 잘 못 써도 그러려니 해요. 난 아직 무명작가니깐..."
"갑자기 왜 쭈글 모드예요??^^"
"너무 기대하지 말라는 말이에요"
"빨리 써요. 궁금하긴 하니깐요^^"
"네^^ 에피소드 몇 개만 더 이야기해 줘요.."
"좋아요~~"
틈틈이 그는 등하원길에 지난 과거의 사랑이야기를 들려주었다. 재미있는 에피소드와 첫 키스와 처음 그녀와 사랑을 했던 이야기까지. 그리고 그녀가 세상을 떠나기 직전의 모습과 상황들 까지.. 내 소설에는 대부분 스스로 목숨을 던지던지 아무도 모르는 곳으로 도망치던지와 같은 결말로 마무리가 되었었는데, 이번에는 사고사와 그 사고로 인한 여파....
그럼에도 차분히 잘 풀어내서 짧은 소설을 만들어 주고 싶다. 그에게 말이다. 마냥 슬프고 아픈 이야기가 지나고 보니 모두 예쁜 추억이었다는 포장으로 그에게 선물하고 싶다. 내가 그에게 줄 수 있는 건, 위로도 다정함이 아님을 안다. 그저 몇 글자 끄적여 글자를 선물해 주는 관계, 우리는 이웃이었다.
<슬픔은 구원이 필요치 않아요>와 같이 짧은 엽편소설을 쓸 예정입니다. 실화를 바탕으로 한 소설인만큼 조심스럽지만, 어디까지나 소설입니다. 제 손에서 태어난 글은 죄다 소설입니다. 남자 주인공의 시점에서 쓸지, 여자 주인공으로 글을 쓸지 고민 중이기에.. 조금 기다려주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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