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감성 글쟁이/엽편소설

엽편소설)#1-404 당신이 없는 하루도 단상이 되어 글이 되네요



#사랑은 추억보다 오래 남는데요.

잊겠다 다짐했지만,
문득 당신의 다정이 바람에 섞여왔어요.
기억은 점점 흐려지고 있지만,
감정은 여전히 선명합니다.
사랑은 그렇게 흘러가는 시간보다
오래 남는 마음의 연속이었어요.

당신에 대한 기억을 모조리 휴지통으로 버리고 싶어요. 그럴 수만 있다면 말이에요... 버리고자 다짐하지만, 당신을 기어이 떠올리고 말겠다는 꿍꿍이가 숨어 있는 거 같기도 하고요.. 그 핑계로 당신을 그리워할 큰 그림인가 하고  합리적인 의심을 해 봅니다.

당신의 실오라기 하나 걸치지 않은 얼굴을 나는 유난히 좋아했어요. 마스크로 숨긴 얼굴 속에 감춰진 반쪽 얼굴이었지만 그 모습마저도 나는 참 좋았어요. 얼굴에 있는 상처든 깊게 파인 주름이든 그 모든 흔적들이 당신의 지나온 시간이란 걸 알기에... 마스크 속 얼굴을 보지 말걸 그랬어요. 그 앳되고 잘생긴 얼굴을 굳이 내 손으로 벗겨내 당신을 제대로 본 날을 후회해요.
맞아요. 나 얼굴 보나 봐요^^ 보더라고요. 날 오해하고 살았어요.  외모보다는 대화가 잘 통하는 다정한 남자를 이상형을 두고 있는 성숙한 나로 말이에요. 그러나 아니었어요. 말주변이 없어도 잘생긴 당신 얼굴이 나는 좋았어요..^^;; 속물이라고 핀잔을 주셔도 어쩔 수 없어요. 그렇지만 나름의 이유는 있어요. 당신의 얼굴을 보고 좋아했을지라도, 다정하지 않으셨다면 동경하고 짝사랑하지는 않았을 테니까요. 그건 분명해요. 진짜예요.
당신의 민낯을 참으로 좋아했어요. 평소 표정의 변화가 적고 늘 같은 온도의 따뜻함을 장식처럼 두르고 있었기에 잘생김을 말하기 전, '예의 바른' 이미지가 먼저 다가오는 유형의 외모를 가졌지요. 감정보다는 이성과 판단이 먼저인 듯 보였고,  감정에 휘둘리는 것도 싫어하는 듯 보였으며, 스스로를 절제하는 힘이 강하다는 것도 느낄 수 있었어요. 겉으로는 늘 차분하고 여유로워 보이지만, 그 속은 상황 판단이 빠르다는 것도요. 매사에 흔들리지 않는 당신이 참 멋있어 보였어요.
그런 당신이 민낯을 보인건 그건 당신의 최대 실수였어요.  진즉에 당신에게 흠뻑 빠져있는 내게 말이에요. 감정 표현이 서툰 당신의 숨김없는 얼굴. 한결같은 표정이 미간을 잔뜩 찌푸려 날 걱정하기도 하고, 눈꼬리 한없이 늘어뜨리며 슴슴하게 웃기도 하고, 쳐진 눈을 동그랗게 뜨고 작게 놀래기도 하고, 그 눈으로 날 담아내는 당신의 얼굴이 나는 참 좋았어요.
당신의 가장 낮은 곳에서 올려다볼 때면 없던 욕망이 마구 생길 만큼 당신이 탐났어요. 한없이 다정한 눈으로 나를 내려다보는 눈빛이 몹시도 마음에 들었거든요. 당신이 내 머릴 만진다면 개가 돼도 좋았고, 당신이 내 턱을 만진다면 기꺼이 고양이도 좋을 만큼요.



당신 앞에 무릎 꿇고 당신을 가득 머금어 그렇게 가장 낮은 곳에서 당신을 올려다보고 싶어요. 몹시도 동경하고 있다는 말과 함께요. 정작 한 겨울의 절정에서 당신의 겨울을 볼 수 없는 지금이 원망스러워요.
걱정 말아요. 사랑은 아니랍니다. 단지, 질척이는 것뿐이에요.
당신은 겨울 하세요. 나는 여름 할게요. 결코 함께 할 수 없는 두 계절처럼요. 장맛비로 질척이는 내가, 당신의 겨울을 녹이고 싶어요. 허나, 걱정은 말아요. 당신이 녹아내린다면 그 누구도 알지 못하도록 당신의 겨울을 핥아먹을 테니까요.  


사랑해.
사랑하고 싶어요.
아니, 사랑했어요.
걱정 말아요. 과거형이잖아요.
현재진행형이 아녜요.

유난히 봄인양 따뜻했어요. 뻔질나게도 나는 당신의 창밖에 머물렀고요.. 괜스레 심술이 났습니다.
점심시간에 밥 먹고 필시 앉아서 놀고 있을 뚱땡이 당신에게요. 디룩디룩 살이나 쪄버리라 악담도 서슴지 않고 하고요.
다이어트 실패해버려라는 무시무시한 말도 막 내뱉으며 툴툴 돌아와야 했답니다...ㅋㅋㅋ
나라고 별수 있나요.. 짝사랑이 이렇게 무섭다는 걸, 나로 인해 깨닫습니다.

당신의 그리움을 견딜 수 있는 방법 따위는 여전히 알지 못했고요. 감각들은 점점 둔해져 가고 나의 생각들은 노골적으로 점점 변해갑니다. 당신을 잊겠다는 명분을 핑계 삼아 스스로를 더욱더 저급하게 만드는 건 일취월장하고 있습니다.

다시 한번 말하지만, 사랑하는 거 아니고요.
앞으론 사랑 안 할 거예요.
그저 구질구질한 질척거림일 뿐이에요.
단지 그거뿐이에요.
잘 자던가 말던가요~~~~

보셨지요? 사랑 안 한다고 했잖아요~~
사랑은 누군가가 꼭 잘 자기를 바라는 마음이거든요.
그런데 나는 당신에게 '잘 자'라는 인사 대신, 잘 자던가 말던가라고 마지막 인사를 건넸어요.
나 당신 사랑 안 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