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감성 글쟁이/엽편소설

엽편소설)#1-381 사랑했고 사랑했으며 세드엔딩으로 인사해요


작가님은 저한테도 소중한 사람이에요.
서로를 잘 알진 못하지만 그래도 작가님이랑 함께 있으면 마음이 편해지는 듯해요~

헷갈릴만한 애매한 말들은 어둠이 내려앉은 늦은 밤, 집요히 나를 흔들고, 깊숙이 파고듭니다. 이걸로 충분합니다. 당신에게 소중한 사람. 스쳐 지나가는 바람이 아닌, 소중한 사람으로 남을 수 있게 해 주셔서 감사합니다.

하지만, 아니잖아요, 우리.

지독히도 당신과 얽히고자 했지만, 결국은 아무것도 아닌 관계로 끝이 나버렸어요. 다음을 약속하지 못하는 사이, 그게 우리의 거리예요.
가령, '우리 겨울의 절정에 다시 만나요' 라던지, '다음에 만날 때까지 잘 지내요' 라던지 라는 다음을 기약할 수 있는 어떠한 말은 주고받지 않았지요. 그것이 나는 못내 서러웠어요.
당신은 끝끝내 모르셨지만, 나요.. 무지막지하게 당신을 좋아했어요. 모두 다 버릴 수 있을 만큼이요. 당신의 모든 것을 감당할 만큼이요. 그만큼 사랑했어요.


그리움이 밤새 말을 걸어옵니다. 들릴락 말락 한 소리로 새벽을 지나 이제 해가 뜰 시간이 다가오는데도 여전히 쉬지도 않고, 메마르게 나를 부릅니다. 어김없이 잠을 또 설쳤네요..
아이러니하게도 당신을 마주한 날은 약 없이도 쉬이 잠이 드는 내가 웃깁니다. 그동안 나는 사랑이 없어, 자지 못했던 것 마냥요... 여전히 그 이유는 모르겠어요. 당신에게서만 불안이 사라지는 연유말이에요.. 우린 서로 잘 모르는데.. 왜 이토록 당신을 신뢰하게 되었는지, 왜 온전히 나를 맡길 만큼 믿게 된 걸까요.

그리움은 참 견디기가 힘이 듭니다. 당신은 그러하지 않을 테지만요. 여느 때처럼, 아침에 일어나 맛도 없는 즙을 마시는 고리타분한 늙은이. 근육통에 무거운 몸을 이끌고 헬스장으로 향할 당신이... 보고 싶네요. 열심히 운동하고 있을 당신 옆에서, 땀 닦아주고 싶어요. "편집장님, 하나만 더!!!! 하나만 더!! 아직이에요!! 버티세요!!"를 외치며 괴롭히고 싶습니다. 필시, 당신이 운동하고 있을 동안에도 내게는 낭만이겠죠. 진즉에 운동하시지 그러셨어요. 지금보다 더 멋있어질 당신 모습을 이제는 볼 수 없을 테니까요. 나도 보고 싶단 말이에요ㅠㅠ 괜스레 샘이 나요. 작가들은 그런 편집장님과 매일 볼 거잖아요..
설마.. 다른 이에게 잘 보이려 운동을 하시는 건 아니죠? 그냥 늙으셔서 건강을 위해로, 100킬로 육박하시기에 무거운 상체로 무릎 관절을 걱정하는 차원에서 하는 거 맞죠?
뭐.. 끝난 마당에 그게 무슨 소용이다만, 그래도 싫은 건 싫으니까! 내 것이 될 수 없다면, 당신은 그 누구의 것도 되지 말아요.
안온하길 바란다 했지만, 당신이 불행했으면 좋겠어요. 그래서 날 그리워하며 사셨으면 해요. 내가 당신에게 주는 벌이예요. 당신이 나만큼 아팠으면 합니다. 아파도 아무것도 할 수 있는 것이 없음에 무너져버렸으면 해요. 나와 같은 허무를 품고 사시길... 날 끝내 사랑하지 않는 당신에게 거는 저주예요. 이 저주가 당신에게 걸릴지는 모르겠지만요...
끊어 낼 수 없는 당신과 나의 인연을 운명이라 생각했어요. 어리석었죠.. 이뤄질 수 없다면, 당신이 내게 올 수 없다면, 당신의 꽁꽁 숨겨둔 인연이라도 되고 싶었어요. 결국에는 그렇게 될 거라는 허상과 망상 속에 살았네요...

몸이 한결 가벼워졌습니다.
그동안 당신을 보지 못한 불안과 불행이 당신을 보고서야 순식간에 사라졌어요. 당신과 함께하면 한없이 평온해지고 말랑거리는 무해한 시간이 참 좋아하거든요. 그렇다고 설레지 않거나 떨리지 않는 건 아니에요. 예측할 수 있는 당신의 행동들과 예측할 수 없는 당신의 다정함들로 나는 간질거리는 설렘의 연속이었으니까요. 당신은 아니었겠지만요..

당신과 이따금씩 주고받는 심심한 농담이 그리워질 거고요,
작은 고민조차 심도 있는 답변을 내어주는 당신의 친절이 그리울 테죠..
습관적으로 당신을 보고 싶어 할 테고요,
불안하면 본능적으로 당신에게 가고 싶어 할 테죠.
눈꼬리 한없이 늘어지고 무해한 웃고 있을 당신이 떠오르면..
나는 무얼 해야 할까요.
사랑은 어떻게 관둬야 하는지 아세요?

아마, 당신은 처음부터 다 눈치채고 있었죠? 그렇죠?
알면서도 내게 생글 거리며 눈꼬리를 접으며 나를 홀렸잖아요. 애당초 받아줄 것도 아니면서 나를 곧 사랑해기라도 할 것처럼 굴었잖아요. 그동안 내가 얼마나 우스워보였을까요. 당신의 사소한 모든 것에 일일이 반응하는 내가 말이에요.
앞으로 당신 앞에 나타나지 않을게요. 우연히 미주칠 적에도 황급히 피해 볼게요. 연락하고픈 마음도 죽을힘을 다해 노력해 볼게요. 당신을 사랑한 만큼 최선을 다해 당신을 잊어보는 일에 힘써볼게요. 귀찮게 하지 않을게요.
혼자 한 사랑이니, 인사할 것도 없네요.
많이 좋아했고, 가슴이 터질 만큼 사랑했어요.
무료한 삶에 당신은 다정한 위로였고,
사랑이 없던 인생에 당신은 구원이었어요.

내가 그동안 어떤 마음으로 얼마나 깊이 당신을 좋아했는지 모르실 거예요.


#

마음이 바빴어요. 당장에 당신에게 가고 싶었거든요.
시계를 보고, 곧장 운동화 뒤축을 꺽어신은 채, 현관문을 박차고 나갔어요. 누가 보면 바보 같았을 거예요. 헐레벌떡 정신없는 통에도 내 눈은 휘어지고 입은 반달을 만들고 있었으니...
구두를 신고 싶었으나, 그러면 달리지 못해 늦어버릴 것이 빤해서 나는 키를 포기했답니다. 당신은 내가 작은 걸 전부 다 아실 테지만.. 그래도요.. 내가 너무 작잖아요..

문고리를 잡고 비틀었지만, 돌아가지 않았다. 잠겨있었다. 곧바로 달칵 소리를 내며 문이 열렸고, 많이 늙은 자가 보였다. 실망했다. 그가 열어주었으면 했나 보다.. 그렇게 또 내 마음은 그 이기를 바라고 있었다.

'누굴 기다리시나?'

창밖을 내다보다 나를 봤고, 나는 고개를 가볍게 숙여 반가움을 표했다. 그도 나를 보고 답례했다. 그의 이름이 적힌 책상이 보였다. 앉아보고 싶었다. 사무실에 있을 동안, 한없이 앉아있을 그 자리에 나도 그와 함께 하고 싶었다.
왜인지 그 자리에 앉기만 해도, 쉬이 무해하고 행복해질 것만 같아 웃음이 새어 나왔다. 내게 안마의자도 보다 좋은 것이 그의 체취가 묻은 의자였으니.. 온통 나의 상상들로 핑크빛이었다. 결코 그에 대한 마음이 가볍지 않은 것을 또 한 번 확인했다.

"이렇게 입고 춥지 않았어요?"

날 보는 눈에서 왜 사랑이 흘러넘쳤을까..
안경을 벗은 탓이겠지?

'편집장님 보고 싶어서 달려왔어요. 더웠어요'

"많이 안 추웠어요^^"

공적인 질문들이 난무했지만, 내게는 사적으로 들렸다. 당장이라도 사랑을 줄 듯한 그의 달콤한 목소리에 나는 또 한 번 흔들렸다.

'조금만 기다리면, 당신도 나를 사랑하고 있다고 하지 않을까..'

그러나, 그 조금이 몇 해가 흘렀고, 한결같은 나의 짝사랑이자 외사랑임에는 변함이 없다는 것을 알아버렸다. 그럼에도 그가 내 눈앞에 있다는 사실에 마냥 좋았다. 어쩔 수 없었다.

"잠은 좀 자요?"
"몸은 괜찮았어요?"
"고생하셨어요"

무해한 질문들은 끊이지 않고 귓속을 공격했다. 온통 낭만이었다. 시간이 멈춰버렸으면 했다. 어울리지 않는 요사시러운 색의 마스크는 하고 있지 않았다. 왠지 웃겼다. 만일 그가 글을 본다면 얼마나 놀라실까..? 누군가 자기를 이렇게 세세히 보고 있다는 사실에 진저리 치며 정색팔색 하겠지? ㅠㅠ 그러나 그는 보지 않는 듯했다. 나에 대한 관심은 그닥 없는 눈치였다. 괘씸해!!!!
내가 너한테 이렇게 매달리듯, 누군가도 나에게 이렇게 매달리는 사람.. 있다, 이거야!!!! 있나?? 있긴 있겠지?? 아직 나한테 말은 안 했지만.. 나도 어딘가 있을 거야.
지질하고 못난 마음은 그를 사랑하고부터 쉽사리 보게 되었다. 나에게는 그런 마음이 없는 어진 여자인 줄 알고 살았다 ㅋㅋㅋ 무려 40여 년 동안이나...ㅎㅎㅎ

많은 사람들 속에서 편집은 나를 쉽게 긴장하게 만들었고, 그는 내게 배려했다. 그의 배려 중심에 선 듯, 나는 말랑거렸다.

'완벽'은 완벽하지 않고,
'다정'은 더정치 않다.
그것이 이치다.

그와 나 사이에 전류가 스치면 잠시 심장이 멎고, 그 떨림이 다시 붉은색을 물들였다. 붉게 물든 단풍을 연신 바람에 흔들렸다. 잠시 멎은 심장이 돌아와, 내게 말했다. 사랑은 붉은색이 아니라고.. 사랑은 자릿한 경련의 통증을 준다고. 통증은 신경을 찌르고 마침내 아픔도 흡수한다고.
사랑을 붉은색에 비유하는 까닭은 심장을 통과하는 피의 붉음 때문인데, 나는 그 앞에서 마냥 얼굴이 빨개진다. 영락없이 사랑이다. 나의 가을은 완전했다.

'도대체 어떻게 해야 그에게서 벗어날 수 있을까'

쓰다듬는 손길이 좋아 못 잊나, 쓸어주는 다정에 잊질 못 허나.
그와 함께 있는 무해한 시간 속에, 긴장하는 시간도 분명 존재한다. 그러나 그 긴장은 날을 잔뜩 세워진 날카롭지 않은, 설렘과 두근거림의 긴장이었다.

초록 무성한 양말을 신은 발은 수없이 꼼지락 거렸다.

"진한 녹색 좋아하나 봐요^^"

아무 생각 없이 신었는데, 해도 해도 너무 쨍한 초록색이었다. 엉뚱하다고 생각하는 이유가 이런데서 였겠지?

"네^^"

육체적 쾌락이 먼저인 그와 정서적 교감이 먼저인 나는,
서로 뜻한 바는 달랐으나 서로 얽히고 얽혀버렸다.
거짓과 위선으로 가득 채워진 나와 예술인 보다 더 자유로운 영혼을 가진 그.

낭만적의 적 환상은 그로 인해 파괴되었지만, 욕망과 욕정을 넘어선 정서적인 교감을 나누었다.

문명의 엄격한 규범에서 벗어나 자유로워졌다. 사회적 존재를 넘어 오롯이 그와 나로 존재하고 싶은 본능적인 열망에 가까웠다.  어쩌면 어린 시절, 금기와 억압에 대한 반항일지도 모른다. 그러나 그 반항은 오직 그에게만 가능한 일이다.. 숨길 필요도, 가릴 필요도 없는 날것의 나를..
사무실이라는 장소는 언제든지 들킬 수 있다는 리스크가 있다. 그것만으로 스릴이 넘친다. 필시, 이 위험 요소가 쾌락을 증폭시키는데 일조하는 것 같다.
사회가 그에게 부여한 수치심과 도덕의 굴레에서 벗어나, 사회적 지위를 갖춘 차림새는 인간의 깊은 호기심이자 원초적인 갈망이다. 그쪽이 변태인 줄 알았으나, 그는 아닌 듯하니.. 내 쪽이 가능성이 조금 더 커 보인다. 변태인지 아닌지, 원래 다 이런 건지 아닌지 조차 모르는 나이기에 이렇다 할 명분이 없다.

침대에서도 착한 사람이어야 할까...?

늘 따라다니던 질문이었다. 이제는 정확한 답을 내렸다. 다정함과 착함으로 정서적 소통을 가려선 안된다고 말이다.
나는 그에게 그토록 말하고 싶었다.

'소리 내고 싶어요'

더 이상 손등으로 새어 나오는 소리를 막고 싶지는 않았으니까..

남자치곤 작고 몽땅한 손이었다.
그럼에도 나는 그 손이 좋았다. 닿는 촉감도, 입에 넣어 빨아 당기기에도 적당한 두께감이었다. 그런 손으로 나에게 닿았다. 손에도 태어난 계절이 있다면, 그의 손은 봄의 정점이었을게다. 투명한 복숭아잎 위로 따뜻한 햇살이 내려앉은...
닿고자 하는 것인지, 실수인지 구별하지 못했고, 나는 예먼 녹색 발가락만 연신 움직였다. 그의 표정은 일말의 변화도 없었다. 짝사랑으로 매번 상처를 받지만, 그에게 다시 또 기대하는 내가 참 한결같이 못나보였다. 주인이 버린 강아지 꼴이 나와 비슷하려나...
스칠 듯 말 듯.. 그러다 스치고 지나가 버리는 짧은 스침. 당장이라도 그의 손을 내쪽으로 잡아끌고 오고 싶은 것을 겨우내 참아야만 했다. 수없이 나를 안달 나게 하는 그가 미웠다.
좁은 틈을 기어이 비집고 봄의 정점으로 들어왔다. 바보... 끈을 풀었어야지.. 멍청이. 그래, 그는 똥멍청이였지. 불편할 텐데.. 그렇다고 끈을 풀어 주진 않았다. 그의 손을 기다린 발칙한 여자로 보이기는 싫었으니까..
봄의 정점은 여름의 축축함에 닿았다.
그가 내게 닿았건만, 나보다 먼저 느리게 두 눈을 감았다 떴다. 어지러웠다. 정신이 아득해졌다.
나도 모르고 그의 손을 잡아 더 깊숙이 밀어 넣었다. 의도치 않은, 본능이었다. 유일하게 그에게만 나는 솔직했기에..
그가 좀 더 편히 움직일 수 있게 다리를 벌렸다. 미 끌어 들어오는 봄의 절정은 빠르게 여름으로 도달하려 했고, 나는 바쁜 걸음에 숨이 헐떡였다. 초여름은 봄의 정점인 봉우리를 찾았다. 그의 상의 위에 봄의 기운이 그득했고, 봄의 정점은 초여름의 손짓에 그렇게 피어나고 피어나기 시작했다. 그의 상의 위에서도 예민한 부위는 느껴졌고, 그 덕에 빠르게 맨살로 진입했다. 보드라운 촉감에 나는 탄식이 절로 나왔으며, 나의 어설픈 움직임에도 반응하는 봄의 정점이 꽤 귀여웠다.
나는 그의 움찔거림과 천천히 눈을 감았다 뜨는 엉터리 모습이 무척 마음에 들어, 기술적인 면(?), 테크닉을 배워야 하나 하는 엉뚱한 상상도 했을 정도니까. 봄의 정점은 그렇게 꽃잎을 흔들어 떨구었다. 한 손에는 가슴을 쥐어 흔들었고, 한 손에는 초여름을 간지럽혔다. 속수무책이었다. 당연하게 초여름은 여름의 한복판이던 단단함으로 달려가 애걸복걸 질척거렸다. 그런 내게 상냥히 봄의 절정을 내보였다. 단단함을 나의 질척임으로 우럭우럭 울었으며, 그 눈물은 단단함을 미끌거리기에 충분했다.  손가락과 손가락 사이에 눈물이 범벅되어 그 사이를 오가며 훌쩍였다. 눈물의 입구_ 그 아래를 이어주는 경계선은 꽤 부드러웠고, 혀로 할짝할짝 핥으면 움찔거리며 눈물을 쏟는 단단함도 귀여웠다.

'소리 내고 싶어요...'

사무실이었지만, 소리를 내고 싶은 충동은 목 끝까지 차올랐다.
당장에 그를 가지런히 눕히고 걸치고 있던 사회적 누더기를 몽땅 벗겨내 해방시켜주고 싶었다. 그런 다음, 그의 몸 위로 올라가고 싶었다. 나의 세상으로 끌어와야만 간질거림이 해소될 것 같았다. 내가 움직이고 싶은 대로 알레그레, 모데라토, 안단티노, 안단테, 아다지오 빠르기 순으로 말이다. 그의 위에서 움직이며 소리 내고 싶었다. 더 이상 입을 틀어막고 싶지 않았다. 그 마저도 짝사랑과 비슷해 보이기에 싫었다. 그는 내가  어떠한 행동을 하더라도 동요하지 않고, 내가 원하는 대로 따라줄 것이기에..
그는 내가 몸을 섞는 행위를 좋아할 거라 오해할 수도 있지만, 각종 체액과 냄새라는 꽤 구체적인 물리적인 감각은 결벽증이 있는 나에게는 혐오다. 그러나 그는 꽤 맛과 향이 좋았다.
아쉽게도 내게는 두 남자가 있다. 그 둘은 달라도 너무 달라, 경험이 부족한 나로서는 누가 일방적인지 결코 알지 못했고, 앞으로 알 수 없을 것이 조금은 억울했다. 그의 눈물이 니 손으로 물들었고, 나는 단단함을 달래줄 유일하기에 입속으로 밀어 넣었다. 그는 뜨겁고 저음의 날숨이 내 마음을 흐트러 놓았다. 자세를 바꿔 핥고 싶었다. 연약한 부위와 단단함, 그리고 그의 눈물. 삼박자 모두 다 함께 하고 싶었지만 사무실이라는 위험 장소에서는 불가능했다. 당장이라도 그의 손을 잡아 밖으로 나가고 싶었다. 봄의 정점 보다 더 강한 것을 원했다.

"넣고 싶어요"
"넣어 주세요"

잔뜩 미간을 찌푸려 그에게 말했지만, 그는 잠시 생각이 잠겼다. 무슨 생각을 하는 걸까. 눈동자를 왼쪽으로 두고 생각하는 걸 보면, 지난 과거가 아닌 미래를 상상을 하고 있는 것이다. 무슨 생각을 하신 걸까... (나는 심리학 공부를 꽤 했었다. 헤서, 가까운 사람들은 미묘한 감정과 미묘한 심리를 알아채곤 한다.)

"괜찮겠어요?"
"해주세요.."

'넣어주지 않으시겠다면 내가 해야 할 만큼 급해요..'

그는 나의 아래로 내려갔다. 나는 조소했다. 허락을 말한 셈이었으니까. 나는 그거 준비를 마치기 전에 뒤를 돌아 얌전히 기다렸다. 그런 내가 참 못나보였다. 그의 눈에는, 그를 혼자 몰래 좋아하는 조신한 여자는 어디에도 없고, 오직 뒤를 돌아 젖어있는 나만 보셨을 테지...

아플 것 같았다.
닿을 때 느낄 수 있다. 아플 것인지, 아프지 않을 것인지...
이번에도 아플 것이었다. 그는 내 세상으로 천천히 밀고 들어왔다.

'소리 내고 싶어...'

그렇지만 그럴 수 없었고, 에먼 주먹만 힘을 잔뜩 주었다. 쾌락, 욕망, 욕정 같은 어둡고 칙칙한 감정들이 너를 휘감았고, 나는 거기서 벗어날 수 없었다. 부드럽게 움직였으나 단단함은 내 안에서 더정치 않았고, 더욱더 깊은 곳을 향했다.

'세게 들어와요... 마지막이거든요'

나와는 다르게 그는,

"쌀 거 같은데.."
"안돼 참아봐요"

그는 내게서 나왔고, 다시 내게 들어왔다. 단단함은 참아보라는 말에 기분이 나빴는지 화난 것처럼 단단했다.
가슴을 가볍게 쓰다듬는 손을 입안으로 끌어와 빨고 싶었다. 그러나 그러지 않았다.

나는 참을성이 있었고, 그는 참을성이 없었다.

엉덩이를 쥐고 움직이던 손이 갑자기 단단함을 빼버렸다.

"쌀 거 같아"
"입에.."

그의 겨울은 내게 도착하기 전에 온 세상에 조용히 날렸다. 나는 그것이 못내 아쉬웠다. 용기만 있었다면 그의 겨울을 내쪽으로 끌어다 입안으로 밀어 넣었을 것이다. 용기만 있었다면 뿌려진 겨울을 핥아먹을 것이다. 마지막을 그렇게 뿌려질 것이라고는 상상도 못 했기에.. 나는 속이 상했다.
생각해 보면 그는 참을성이 없는 막내였지 않은가..  

"미안해요"
"아. 아니에요!!"

조용히 사과를 건넸고, 나는 아니라고 말했다.
내 안에 그를 담고 오지 않았다는 것이 이렇게 후회될 줄은 몰랐다. 그의 겨울이 내 몸 어딘가에 오래 머물렀으면 했으니까.. 그러면 이번 겨울 나도 살아갈 연유이기에..


남쪽 바다로 간 그와 겨울보다 더 추운 파랑 속으로 나는 걸어갔다.

그리움의 부재를 견디는 법 따위는 애당초 몰랐고,
괜히 속옷 안으로 손을 집어 넣었다.
예민한 감각들은 점점 둔감해졌고, 더 노골적으로 번졌으며,
그가 필요했다.
그와의 사랑은 끝이났지만, 여전히 그는 나를 저급하게 만드는 데 일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