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감성 글쟁이/엽편소설

엽편소설)#1-380 나의 신, 나의 우주는 당신이에요


당신의 다정함과 마주하고 싶어요.
온 힘을 다해, 당신 품속으로 달려가고 싶어요.

보고 싶어요.
당신이 대체 뭐라고
나를 이렇게까지 괴롭게 하는 걸까요.

당신의 손을 내게로 끌어와,
내 머릴 가만히 쓰다듬게 할 거예요.
그리고선, 당신의 손을 물어 버릴게요.
용기가 생겼거든요.
나를 좋아한다 하시기에..
나의 엉뚱함을 몽땅 알아버리셨기에..

멈춰진 우리의 가을에,
닿지 않을 연서를 씁니다.

당신이 다가올수록 가슴이 마구 뛰고,
멀어질수록 가슴이 아파요.
가을은 쉼 없이 떠나가고 있고요, 우리는 서로 다른 계절을 향해 한 걸음 내딛을 때입니다. 그 걸음, 미련과 절망으로 얼마나 무거울까요. 내게 버리라 하지 말아요. 나는 그 미련을 끌어안고 살 테니까요.
막 함부로 당신에게 다정히 굴다가 훌쩍 떠나버리면, 나를 그리워하실 건가요. 나를 찾으실 건가요. 나를 보고 싶어 하실 건가요.  
초라해지지는 말자고요.
초라하지 않고 싶은데, 당신이 내 옆에 없다는 그거 하나만으로 나는 세상을 잃은 얼굴을 하고 있어요. 당신 옆에 있을 그가 몹시도 미워요.. 그 사람은 되고, 나는 안 되는 이유에 대해 곰곰이 생각해 봤어요. 그이는 있고, 나는 없는 것. 그게 뭐든 알려만 주신다면 모두 다 할 수 있어요. 당신이 내게만 온다면 나는 세상에 못할 일은 없을 테니까요..
많은 사람들보다 많이 가졌다고 생각한 나는, 당신으로 텅 비워졌습니다. 내가 쥔 것 중에 왜 하필, 당신만 없는 것일까요. 왜 당신이 아끼고 소중히 여기는 사람들 중에 왜 나는 포함되지 않은 거냐고요... ㅠㅠ

가끔은 보는 사이라고 나를 안심시키려 했지만,
가끔이란 말 뒤의 기다림이 얼마나 지독한지 당신은 모르실 테죠..

당신은 날 좋은 사람이라 말했고,
난 당신을 좋아한다 말했어요.
당신이 나를 '좋아요'라고 말했고,
난 당신에게 '굿바이'라고 인사를 건넬 차례예요..

난 당신을 잃고서 길을 잃을 테죠.
엄마아빠는 길을 잃으면 거기 그 자리에 그대로 멈춰서 기다리고 있으라 했어요. 꼼짝 않고 있을, 참으로 부질없이 우두커니 당신을 기다리고 있을 내가 진절머리 나요.

당신의 눈길이 닿으면 얼어붙고,
당신의 목소리가 들리면 화들짝 놀라고,
당신이 내게 다가오면 주먹 쥔 손에 힘을 주었어요.
갑작스레 다가온 설렘을 감당하긴 역부족이었거든요.
한없이 뚝딱거리는 나의 지난 풋풋함을 당신이 그리워하셨으면 좋겠어요. 이제는 없겠죠? 누군가를 서둘러 보고 싶어서 미친 듯이 달려갈 일이 말이에요.

나를 시인으로 만들어준 당신이, 나는 참 좋아요.
내가 당신을 동경한다는 건, 당신 인생에 함부로 스며들지 않으려는 것. 스며들어서 막 함부로 사랑하지 않으려는 것. 그러나 당신에게 수없이 스며들고 싶어, 알짱거렸죠.
당신은 사랑도 아니면서 왜 내게 머무르시나요. 왜 그리 다정히 굴고 웃음을 흘리고 그러세요. 이제 그만할래요. 이제 모르는 사이가 되어야겠어요.  내게 헷갈릴만한 애매한 말들로 온 밤을 어지럽히게 하지 말아요. 이런 다짐은 100번 중 200번은 실패했지만요.

당신은 나보다 몇 해를 더 살아낸 여유와 연륜으로 내게 다정하고 상냥했다 생각할래요. 내게만 다정할지도 모른다는 어리석은 상상은 이제 그만할 거거든요. 나도 어른이 된 지 꽤 이전에 일이지만요, 내가 어른이 필요할 때 당신은 망설임 없이 나의 어른이 되어주었어요. 감사했고, 고마웠어요.
사실은요, 낮에 당신에게 연락하려는 나를 발견했어요. 하다 하다 이제는 무섭고 불안할 때에도 당신의 품으로 찾아드는 나를 말이에요. 그러면 안 되는 거잖아요. 자꾸만 내가 당신에게로 가면 안 되는 거잖아요. 당신은 필시 그런 나를 밀어내지 않고, 또 쉬이 안심시켜 달래주겠죠.
당신은 참 따뜻하세요. 선뜻 불안한 나를 잘 보듬어 달래주시기도 했고요. 당신은 결코 현실에서 일어날 수 없는 망상들을 잠자코 들어주셨고요, 웃음이 잔뜩 묻어나는 얼굴로 '그런 일은 일어나지 않습니다'하며 안심시켜 주었어요. 전에는 불안이 너무 높아, 계속된 망상들을 떠들어 대는 나에게 지켜주겠다고, 그런 일이 설사 일어나면 나를 지켜주겠다 말씀하셨지요. 처음으로 불안을 약물과 치료가 아닌,  말 한마디로 사라진 불안을 마주한 날이기도 했답니다. 당신과 함께라면 어떠한 불행도 막을 수 있을 거 같은 느낌이 마구마구 들아요. 우리가 함께 걷고자 하는 이 불행도 당신과 같은 방향이면 내게는 더 이상 불행은 아니에요. 당신이 내 옆에 있으면 그게 어떤 곳이든, 꽃길이 분명하니까요.

가고 싶어요, 진정으로.
죄다 슬픈 거 보니, 겨울이 오나 봅니다.
쌍용이 코뿔소만큼 힘이 세다고 말하던 당신이 떠올라, 쌍용은 그만 내게 눈물 버튼이 되어버렸습니다. 길거리에서 당신을 찾고, 당신의 흔적을 찾아 헤매는 나를 제자리로 돌아가게 해 주세요. 당신은 나를 밀어내시지 못하시기에, 내가 당신을 떠나야 하는 겁니다.
나는 도저히 안 되겠어요. 당신이 너무 보고 싶어서 안 되겠어요.
우리 일단 급한 불부터 꾸고 차차 이별해 봅시다.

오늘은 무슨 상상을 하며 잠들어볼까요.
퇴근한 당신에게 같이 테레비 보자고 조를 거예요. 어깨를 나란히 맞닿게 앉은 다음,  동물의 왕국, 맹수 편 보고 싶거든요 ^^ 고단할 당신에게 미안한 나는 내 무릎을 내어줄 거고요, 당신은 내 허벅지에 누워서 함께 동물의 왕국을 보는 겁니다. 어때요? 너무 좋죠?? 당신의 머리를 쓰다듬으면서, 이따금씩 눈썹도 만져보면서 그렇게 테레비 같이 보고 싶어요.
아니, 자기 전까지 당신 생각만 하다 잠들면 내 꿈에 나와야 공평한 거 아니에요? 사람 그렇게 안 봤는데 어쩔 땐 당신은 너무 야박하십니다ㅠㅠ

푹, 잘 자요. 당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