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감성 글쟁이/엽편소설

엽편소설)#1-377 마침내, 나는 당신으로 물들었어요





당신의 겨울을 머금어 품어도 괜찮을까요?
삼켰어요?
응. 만일, 내가 동상 걸려 죽으면 그 사인이 이상하잖아요. 가을에 동상이라니요...
죽지 않습니다^^

가을의 중심, 당신은 당신을 내려놓고, 나는 나를 내려놓았다. 그리하여 마침내 나는 당신에게 물들 수 있었고, 당신은 내게 젖었다. 가을의 절정이었다. 온통 가을만이 나와 당신을 맴돌았다.

"여긴 문이 있네요^^"

문이 있고, 당신이 있고, 내가 있다.
그곳은 우리의 공간이었다.

"다쳤어요"

미간을 잔뜩 찌푸리고 걱정해 주는 그의 상냥한 표정이 나는 무척 마음에 들었다. 이대로라면 상처를 일부러 만들고자 하는 내가 참으로 우스꽝스러웠다. 어깨를 맞닿은 그의 체온, 움직일 때마다 풍겨오는 그의 살내음, 미지근히 온기 묻은 음성. 그의 모든 것은 내게서 지겨워할 틈 없이 새롭게 물들어갔다.

순간, 가을이 나를 아로새기었다.
그의 입술이 아프다고 징징 거리는 내게 살포시 맞닿았다. 나는 조소했다. 아팠던 손가락은 짧은 입맞춤에 쉬이 아물어버린 탓에 웃음이 새어 나왔다.
몸을 틀어 그의 입술이 내게 잘 맞닿을 수 있게 고쳐 앉아, 그에게 닿았다. 나는 그에게서 진정으로 벗어날 수 없음을 이렇게 또 한 번 깨달았다.  
노란 라넌큘러스의 이슬처럼 입술은 연약히 보드라웠고, 닿아있는 살은 여리지도 않으면서 여림을 드러냈다. 서로의 치약 맛이 한데 어우러져 새로운 맛을 선사했다. 그는 늘 강하지 않았고, 강하지 않아 흐름이 매끄러웠다. 물 흐르듯 흘러, 일부러 기억하지 않으면 다음 장면으로 넘어가버리기 일쑤다.  기억해야 했다. 마지막이었으므로.

그의 타액은 정화수 마냥 성스러웠고, 그의 혀는 성수(聖水)처럼 거룩했다.  고결하지 않았지만 고결했고, 숭고하지 않았지만 무수히 숭고했으렷다.
나는 그에게 악이자 벌이었고, 그는 내게 단죄하여야만 했다.
그럼에도 내 사랑은 멈추기를 거부했다.

유교적 분위기 속에서 자라지 않았지만, 어리고 젊었을 때는 남녀 사이의 거리를 좁힐 계기가 없었다. 만져지고,  만지고 싶은 사람이 유일하게 '그'뿐이리서 그런지, 그의 손끝에 흐르던 포근함은 짜릿하기까지 했다. 결코 잊을 수 없는 감정이다.

그의 허벅지 위는, 필시 나의 전용 좌석이기를..
내가 쉬이 움직일 수 있도록 고개를 비스듬히 배려를 보여주었고, 그 틈에 나는 그의 머리카락을 손가락 사이에서 쓸어내렸다. 옷 위로 느껴지는 그의 손을 당장에 옷 속으로 끌어 오고 싶었다. 그러나 그럴 수 없었다. 체면이 먼저였다. 그 체면 오래가지 못했지만... 팽팽해진 단단함을 감싸 안아 쓸어내렸다. 그의 입안에서 라넌큘러스의 탄식이 뿜어져 나왔다. 맨살의 단단함과 면 위의 단단함은 꽤 다른 감각이었다. 그렇지만 나는 맨살의 단단함에 기어이 손을 집어넣었다. 라넌큘러스가 활짝 피었다. 느릿하게 내 옷을 벗겨냈으며, 속옷은 빠르게 풀어져 흘렀다.  반면에 그의 옷 벗는 속도는 굉장히 빨랐다. 그렇게 매사 느릿한 그는, 가히 빨랐다. 매사 느림보였으니까..
동시에 자석처럼 두 입술이 맞물려, 서로의 혀를 감싸 안았다. 입맞춤만으로 나는 충분히 젖었고, 그는 단단해졌다. 엉덩이를 쥔 손은 또 느릿하게 속옷을 벗겨냈고, 단단함도 가을의 접전으로 점입 했다. 서로 비슷한 체온의 살과 살이 맞닿았다.
미지근한 체온의 맨살이 겹쳐진 순간, 욕정이 일었다. 그러나 그것은 사랑하는 그에 대한 욕망에서 비롯된 것이었다.
그와 나의 키스는 온당하지 못한 것이었지만, 키스를 나누어 가지고 서로를 탐미하는 동안 그 어떤 속박도 중요치 않았다. 가벼움과 진함, 부드러우면서도 강함, 셀렘과 기쁨, 길고도 집요한 혀의 움직임. 내 사랑을 각인시키고 서로를 더듬으며 빛났다.
마침내, 내 입술은 촉촉하게 젖었고, 그제서야 그의 입술에서 떨어질 수 있었다. 그를 살짝 밀면 그는 누웠고, 내가 살짝 내 쪽으로 당기면 그는 당겨 왔다. 이렇게 내 손아귀에서 고분 하게 상냥히 굴었지만, 그 어디에도 나를 사랑하지 않았다. 사랑이 담겨있지 않은 그의 시선이 내게 고정되었다. 날 사랑하지 않는 그에 대한 못난 마음은 기어이 또 꿈틀대며 스멀거렸다. 내려다본, 콧대는 날렵했으며, 입술은 살짝 벌어져 촉촉이 빛났고, 속눈썹은 가지런했다. 가까이에 있지만 가질 수 없는 자였다. 미웠다. 분명 미움도 있었다. 나를 보는 시선에 사랑이 그 어디에도 없었기에 원망했다. 내 마음과는 달리 내 몸은 그에게 질척거리고 있었다. 그의 귓불을 입에 물었다. 곧바로 목덜미에 코를 박았다. 들숨 한 번에 그의 향을 내게 모조리 끌어 들어왔다. 못난 마음은 그 들숨 한 번에 어루만져졌고, 나는 다시 고분해지고 말았다. 그의 위에서 나는 미끌거렸고, 그는 나로 젖어갔다. 욕망은 그렇게 그에게만 피어나고, 피어났으며, 피어날 예정이렸다.
나의 미지근한 손가락들. 그의 살결은 평소보다 조금은 따뜻했다. 그 온도차가 만들어내는 미묘한 전율이 나와 그에게 흘렀다. 날 보는 시선에 사랑이 담겨있기를 간절히 바라는 내가 못마땅했다. 목덜미에서 어깨, 쇄골, 가슴팍으로 차례로 입술을 맞추었다. 항상 목적지는 같았으나 그 길은 결코 지겹지 않았고, 지루하지도 않으며 그토록 걷고자 꿈꾸던 길이었다. 그 꿈 끝에는 질척거리는 나와 미끌거리는 그가 있었다. 둘 사이에 생겨난 작은 공간으로 차가운 공기가 스며들었다. 새로운 체온이 나와 그의 사이를 비집고 들어왔다. 미끌거리는 그를 당장에 끌어오고 싶었다. 그래야만 간질거리는 마음을 진정할 수 있을 듯했다. 혀는 그의 가슴을 놓아줄 리 만무했고, 내 몸은 그에게 질척임을 멈출 수 없었다. 더 이상은 참을 수 없었다. 그의 위에서 나를 떨어뜨렸고, 단단함을 손아귀에 쥐었다. 낮고 뜨거운 라넌큘러스의 탄식이 그의 입이서 터져 나왔다. 울고 있었다. 질척거리는 나를 받아줄 수 없는 미안함이었으리라. 그 눈물은 내 것이었다. 다른 이의 소유가 될 수 없는, 오롯이 날 위해 울어준 나의 것이었다. 다정히 위로를 건넸지만, 나의 혀는 그의 눈물을 멈추게 하지 못했고 해서 나는 더 이상 흐르지 못하도록 삼키고 삼켜냈다. 내게서 발버둥 치는 그를 나는 상냥히 핥았다.
그의 가장 낮은 자리에서 그의 다리를 조금 밀었다. 그는 나의 손짓에 다리를 벌렸고, 연약한 부위를 그렇게 함부로 드러났다. 내가 그를 이끄는 것인지.. 그가 나를 유인한 것인지 헷갈리기 시작했다. 연약한 부위는 내 혀와 퍽 잘 어울렸다. 서로 다정과 상냥을 내어주며 입속으로 들락거렸다.

"너무.. 야한 거 같아요..."
"^^"


말이 끝나자마자 그는 단순에 나와 자리를 바꿔버렸다.

'내가 고개도 가누지 못하는 아기인 줄 아시나....'


목뒤를 받쳐 자리를 바꿔버린 그에게 심술이 났다. 나에게만 해당하는 배려가 아닐지도 모르기에.. 아래에서 봐도 그는 꽤 잘생겼다. 가지런한 속눈썹으로 날 보는 시선을 닫아 내 입술로 내려앉았다. 나는 그런 그를 최대한 눈을 담으려 감지 않았고, 그의 목에 팔을 둘렀다. 조금 작은 내게 쏙 들어오지 않았지만, 품을 수 있음에 웃겼다. 그의 타액은 내게 잘 넘어왔고 그의 입술은 오래 머물지 않고 목덜미로 향했다. 그의 들숨과 날숨 한 번에 나는 속수무책으로 무너져 내렸다. 부드러운 그는 더 보드라운 몸짓으로 가슴을 입에 물었다. 그는 힘으로 하는 그 어떠한 낌새도 존재치 않았다. 오히려 그것이 나를 미치게 했다. 그의 입술은 더 아래로 내려가 질척임에 머물렀다. 손등을 입에 막지 않을 수 없었다. 그의 입술은 질척임을 막을 수 없었고, 화장실 가고 싶은 간지러움에 몸 둘 바 몰랐다. 몸을 비틀었다.

"간지러워요...."

그제야 그의 시선에 날 담았고, 나는 그런 그를 작게 밀어냈다. 나의 작은 행동에도 단번에 알아차릴 정도로 다정다감하다.  그를 눕히고 나는 그 위로 올랐다. 질척거림과 미끌거림은 누구의 것인지 모를 정도로 뒤엉켜있었다. 더 미끌거리고자 했지만 그는 내게 들어 오려했다. 미끌거리는 단단함을 쥐고 입구에 멈춰 세웠다. 멈춰 섰을 때, 이미 진입이 아플 거라는 걸 알아버렸고, 내 몸은 긴장했다. 그를 끌어안았다. 그의 품 안은 안전하기에... 쉽게 진입을 허하지 않는 건, 그와 나의 현실의 간극이었으리라. 좁은 길을 억지로 들어오는 그 처음 진입이 아팠다.
입을 막지 못했고, 새어 나오는 신음은 그의 목덜미에서 뿜어져 나왔다. 민망했다.

"처음, 처음.. 들어올 때는 원래 이렇게 아파요?"
"좋은데?"
"편집장님 말고.. 나요. 나 괜찮은 거냐고요^^"
"몰라요...."


그래, 그가 어찌 알겠어.. 지는 남잔데. 바보 같은 질문이었다.
어른 남자라고, 성숙하다고, 연륜이 있다고 해서 모두 알 거라고 착각했다.

"아파요?"
"아니.."

꽉 찬 단단함은 내 세상에서 격하게 맞이했고, 그의 가쁜 호흡이 점점 빨라졌다. 틈틈이 눈을 질끈 감았고, 틈틈히는 미간을 찌푸려 나를 보았고.. 그의 위에서 움직이고 있는 나를 보여주기는 창피했다. 살포시 눈을 쓸었고, 그는 내 작은 행동에 두 눈을 감았다. 뭐든 다 내게 맞춰주시면서... 왜 정작 사랑은 주지 않을까..
무릎을 세워 빠르게 움직였고, 그는 내 허리를 잡고 있었다. 그의 손을 끌어다 입속에 넣었다. 그러고는 빨았다. 별거 아닌 손 빨기 습관도 그와 함께라면 쉽게 야해졌다. 감각들이 예민해졌고, 그의 손가락은 내 입속에서 혀로 쓰다듬었다.

"이 자세가 좋아요?"
"응"
"^^"

그의 단단함은 깊게 닿았고, 거기서 안주하지 못하고 더 내게 깊숙이 닿고자 무수히를 진입했다. 그의 위에서 허리를 움직이는 나의 모습이 낯설었다. 민망했다. 해서, 나는 집요하게 그의 혀를 좇았으며, 깊숙이 들어가고자 했다. 그의 입천장에 닿았다. 그때 그는 내 가슴을 쥔 손에 힘이 들어갔다. 그에 대해서 아는 것보다, 모르는 것이 훨~씬 많지만 분명하게 아는 것이 있다.
다른 감각에 그의 손에 힘이 들어간다는 것. 나는 그런 미묘한 감각들을 잘 포착하는 편이다. 해서, 나는 확인해야 했다. 싫었던 건지, 아니면 좋았던 건지.. 고개를 기울여 그의 입술에 포개었다. 그는 내가 쉽게 들어올 수 있게 각도를 틀어주었고, 깊게 들어오고자 하는 내가 편히 들어오도록 편히를 봐주었다. 웃겼다. 내가 어리숙해 보이는 건가....? 그래서 이리도 내게 배려하시는 건가 헷갈렸다.
혀가 아닌, 마음이 그에게 닿기를 바랐다.
그는 입천장도 매끄러웠다. 그걸 깨닫는 동시에 그가 간지러워하고 있다는 것도 알았다.
그에게서 입술을 떨어뜨리고, 그의 눈동자에 비친 내가 보였다. 그 모습이 묘하게 흥분됐다. 전류가 흐르듯 짜릿함이 나의 등줄기를 타고 내려갔다. 점점 가을은 깊어져만 갔다.
내 심장이 마치 새장을 부수고 나오려는 새처럼 미친 듯이 뛰는 것을 느꼈다. 그가 나와 같은 마음이길 기도했다.

"편집장님, 아파요?"
"아뇨, 좋아요"

그가 갑자기 나를 들어 내게 들어온 단단함을 빼버렸다. 민망했다. 다음이 없겠지만, 다음이 있다면 나를 들지 말라고 해야겠다 다짐했다..

"쌀 거 같아요"
"안 돼요. 참아요"
"쉬었다 해요^^"

나는 그의 단단함을 잡아 내게 넣었다.  이제는 아프지 않았다. 내게 들어오는 그가 몹시 좋았다.  미끄러져 진입하는 그 찰나가 참 좋더라. 그가 나와 같은 마음이길 바랐다.

"저, 무겁죠?"
"아뇨^^"


그가 내 위에 있지만, 어느 순간도 내게 폭력이지 않았다. 한 순간도 위협적이지 않았다는 말이다. 그의 손길이 이토록 보드라운 건, 부드러운 손 때문일까, 다정다감한 성격 탓일까. 내 몸을 만지는 손은 무해했고, 더없이 무해했으며, 덧없게 무해했다. 무해한 그의 품에서 그가 사랑하는 여인처럼 살고 싶은 욕심이 나를 자꾸만 휘감았다. 나도 그의 꽁꽁 숨겨놓은 애정하는 자이고 싶었다. 그것도 아니라면, 한 계절만이라도 나를 오로지 사랑해 주기를 간절히 기도했다. 오지 않을 거면서 나를 흔들어 대는 꼴이 가을의 낙엽을 떨구는 튼튼한 나무와 같았다. 밉지만, 도저히 그에게서 벗어날 수가 없다...

"뒤로 해주세요.."

그에게 엉덩이를 들어 보였고, 그는 내게 아주 깊숙이 들어왔다. 뒤에 있는 그를  예민한 감각들로 촉각을 곤두세웠다. 가슴을 쥐어오는 손, 엉덩이를 쥔 따스한 손, 허리를 잡은 미지근한 손은 더 더 깊이 그를 새기기로 작정한 모양이었다.

"쌀 거 같아요"
"안 돼요, 참아요"

내게서 빠져나왔다.  
그와 단단함은 마치 잔뜩 화난 것처럼 보였다.
나의 질척거림과 그의 미끄럼으로 새로운 체온과 향기가 물들어 있었다. 입안 가득 단단함을 밀어 넣고, 나는 움직였다. 금세 그의 겨울은 내게 뿌려졌다.
그의 입에선 한없이 여름을 뿜었으며 그의 몸에는 여름의 절정으로 젖었다. 가을에 뿌려진 겨울을, 보낼 수는 없었다. 가장 안전한 곳으로 밀어 넣고서야, 나는 비로소 안심했다.

그는 온통 젖었고, 나는 뽀송했다.
나는 젊었으며, 그는 늙은 이였다.

운동을 해야겠다 다짐하는 그에게.. 하지 말라고 말할 뻔했다. 나도 없는 데 굳이... 왜 운동을 하냐며 말이다.

잔뜩 부풀어졌던 모든 것들은 원래의 유순한 모습으로 돌아왔다. 어디에도 마음에 들지 않는 구석이 없었다.

그의 몸에는 있는 아픈 흔적이 자꾸 눈에 거슬렸고,
그 상처에 자꾸 손이 갔다.
아프지 않았던 그 상처는 나를 참 많이 아프게 했다.
해서, 나는 고개를 떨구었다.

작은 내가 설 자리는 그 어디에도 없었음에 꽤 오래 아팠다.
나는 여전히 그를 사랑하고, 아직 우리의 계절은 가을이다.


그는 나의 슬픔을 모르시기에 이리도 내게 다정하고 상냥한가 봅니다. 그렇다면 평생 모르고 사시오.  
부러 찾지 마시고, 부러 궁금해하지도 말고요.
당신에게 한 걸음 물러나는 쪽으로 걸으려 애 무진장 애쓰고 있어요. 최대한 멀어져 보겠습니다. 내게서 도망가시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