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붉게 물든 낙엽 위로 가을 빗물에 젖어 하나둘 땅으로 떨어지고, 바람이 불면 공중에서 잠시 머물다 사라집니다. 봄에 피어나 여름 내 푸르른 생기를 품었던 잎들은 어느새 가을에 물들어 비와 바람 속에 우수수 떨어집니다. 저무는 가을이 마치 당신과 같아서 나는 조급해집니다. 붙잡는다 하여 가을이 가지 않는 것도 아니고, 당신을 잡는다 하여 잡히지도 않는데 말이죠.
젖은 아스팔트의 냄새가 묘하게 낯익었어요. 발끝에서부터 당신이 내게 스며들었어요. 비 오기 전의 냄새였거든요. 나는 잠시 멈추고 숨을 들이켰어요. 사라지길 바랐으나, 여전히 내 감각 어딘가에 남아있는 당신. 지난 과거의 회상도, 미련도 아니었어요. 단지 내 몸이 기억하는 당신의 잔상이었어요. 그건 글보다 더 솔직하고, 기억보다 더 오래 남아 있었나 봅니다.
나는 또 한 번 당신에게서 벗어날 수 없음에 좌절했어요. 사람은 기억을 잊을 수는 있어도, 감각을 완전히 지울 순 없으니까요. 당신의 온도와 숨결이 내게 너무 깊이 스며 있나 봐요.
조금 지나면 스스로를 속일지도 몰라요.
다 잊었다고, 괜찮다고.
하지만 어느 날 문득 비가 내리고 공기가 젖으면
그 냄새가 나를 다시 당신에게 데려가겠죠.
당신은 내게서 사라졌지만, 여전히 내 안에 살아 계실 모양입니다. 한때 당신을 진심으로 사랑했다는 흔적 말이에요.
완전히 마르지 않은 마음으로, 조금은 젖은 발끝으로 당신을 향해 걸으려는 걸음을 돌려세우기가 무척 힘이 듭니다.

#가을이라 바락바락 우겨볼까요.
내가 가끔 미운 짓을 해도, 그러려니 하고 넘어가주세요.
사랑에 무척 서툴거든요.. 나의 서툰 사랑이 혹여나 당신을 아프게 하면 어쩌나, 무해하지 않으면 어쩌나, 붉게 물든 눈가를 남몰래 비비적거립니다.
완연한 가을의 끝물이건만, 선선함이 깃든 미지근한 가을의 중심이에요. 그렇다면 지금 계절이, 가을이 아닐까요. 아직도 가지에 매달려 살랑살랑 움직이는 초록 잎 나무도 간간히 있고요, 나 여즉 가디건만 입고 외출할 만큼 춥지 않아요^^
그럼, 가을이 맞는 거잖아요. 아직 가을이니까, 아직 겨울이 오지 않았으니까, 아직은 당신과 이별할 이유는 없지 않을까요.
앙상항 나뭇가지와 얼어붙은 길목은 눈을 씻고 찾아봐도 아직이에요! 사랑이 유효해도 되는 거 맞죠? ㅠㅠ
앞서 말한 적 있지만.. 짝사랑은 사람을 너무 구질구질하게 만들어서 진절머리 날 정도로 싫다고요, 해서 당신이 내 글을 보지 않으셨으면 해요. 이런 모습까지는 보여주고 싶지 않거든요. 가여워 보일 테니까요. 그건 추호도 싫어요!!!!!

아마.. 당신이 이 글을 본다면, 혀를 두르며 못 말린다는 표정으로 웃을 테죠. 빤하죠 뭐... 줏대 없다 하실 테고요.
어쩔 수 없어요.. 그저 당신이 보지 않길 바라야죠.
그동안 꽤 글은 많이 썼고요, 당신을 보러 갈 공적인 이유는 많아요. 다른 출판사에서 낯선 편집장님과 일하기에는 조금 더 시간이 필요한 듯해요. 그리고 지금 쓰고 있는 소설은 당신과 마무리해야 되지 않을까요.
맞아요.. 또 질척거리는 중입니다.
진짜 오해하실까 봐 하는 말인데요, 나 질척거리고 구질구질하고 그런 사람 아닙니다. 진짜예요! 아쉬운 게 없었단 말이에요. 지금 당신에게 이런다고 원래 이랬을 거라는 생각하지 말아요. 그럼 나 또 속상하단 말이에요...
혹여, 잠시 내린 비로 나를 떠올리셨을까요.
바쁘셨겠지요..? 하기사, 뭐 비가 억수 같이 내린다 한들, 나를 그리워하실 이유는 당신에겐 없는 일이니...
지금 내가 당신을 험담 하려는 의도는 아니지만.. 당신은 참 치사빤쓰입니다. 언제는 살려달라고 한 적 없는 나를 그렇게 살리고자 하셨으면서, 왜 지금은 죽이려는 겁니까. 사람이 줏대가 없어.. 나 봐봐요! 난 한결 같잖아요.

보셨지요??
나 막 억지 부리고, 떼쓰고 하는 그런 고집스러운 여자는 아니에요. 똑똑한 쳇 gpt가 지금 가을이라고 하네요^^
밑줄 쫙!! 별표 팡팡!! 단디 보세요.
지금은 분명 가을이에요. 잠시 이별하고자 하는 마음에 휴전을 선언해야겠습니다. 아프고, 힘들어서 못해먹겠어요. 사랑도, 이별도 어느 것 하나 쉬운 게 하나도 없어요.
여전히 그립지만, 당신과 멀어짐을 필시 알고 있어요. 그러니 겨울이 오기 전에 잠시 날 살려보자고요.. 죽은 사람 소원도 들어주는 판에, 산 사람 소원을 안 들어주면 너무 팍팍한 인생 아니겠어요?
사랑해선 안 되는 당신을 사랑한 대가로 상처를 받고,
사랑해선 안 되는 당신을 사랑한 대가로 이별을 합니다.
사랑에 빠지지 않았더라면 일어나지 않을 일들이 무수히 많습니다. 그럼에도 나는 느리게 이별하는 쪽으로 걸음을 내딛고 있으니, 안심하십시오. 내 모든 걸음에 당신이 무해하기를 간절히 바라요.
비가 내리던 날,
오지 않을 연락을 하염없이 기다렸어요.
'감성 글쟁이 > 엽편소설' 카테고리의 다른 글
| 엽편소설)#1-378 미치지 않고서 사랑을 할 수 있나요 (0) | 2025.11.28 |
|---|---|
| 엽편소설)#1-377 마침내, 나는 당신으로 물들었어요 (1) | 2025.11.27 |
| 엽편소설)#2-38 사랑은 하면 할 수록 폭력적이다 (1) | 2025.11.25 |
| 엽편소설)#1-375 내가 당신을 버린 거예요 (1) | 2025.11.24 |
| 엽편소설)#1-374 잠시였던 우리의 계절 (1) | 2025.11.21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