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사탕이 그렇게 좋아요..?^^"
"응~"
오독오독 씹었더니 입안에서 팡팡 과즙이 터지는 청포도 사탕.
입안에서 혓바닥을 미끄럼틀 삼아 살살 녹여 먹어도 좋고, 하나 더 먹고자 하는 마음에 치아를 부딪혀 깨어 먹어도 좋다.
세상 모든 달콤함을 입속으로 삼키고 싶다. 쓴 것은 죄다 토해버리고, 달콤하고 달달한 것만으로 내 안을 채우고 싶다.
나에게도 사탕 하나로 울고 울었던 시절이 있었다. 그 작은 단맛이 세상의 전부였던 때, 나는 입 안의 달콤함으로 하루를 버텼다.
"엄마, 나 약과 하나만 먹으면 안 될까? 너무 먹고 싶어..."
"튀긴 거라 안돼.. 유선 막혀. 유듀가 작아서 너가 힘들어. 조금만 참자. 이유식 할 때까지만... 엄마가 많이 사줄게"
어리지 않는 아이에 아이를 낳았지만, 오냐오냐 큰 탓에 나는 아이만 낳은 '나이 든 아이'였다. 식탐이 많았지만, 급여를 받고부터 잠잠해졌다. 그런 내게 최대 시련이 임신과 모유수유 기간이었다. 임신했을 때는 날 것을 먹으면 안 된다는 사실을 알지 못했다. 그러나 너무 먹고 싶었고, 관련된 책을 읽고 첩보영화 한 편을 찍었다. 남편이 출근한 사이, 모자를 깊이 눌러쓰고 남편 옷으로 뚱뚱한 배를 가린 후 비싼 참치를 먹었다. 무모하지만 용감했다. 그 뒤로는 날 것을 먹지 않았다. 모유수유 때는 매운 것과 유선이 막히는 기름기가 많은 음식을 먹지 말아야 했다. 자그마한 아이는 내 젖을 빨고 행복했지만, 나는 눈만 감으면 약과가 둥둥 떠다녔다. 먹고 싶었다. 먹지 말라하면 꼭 그것이 먹고 싶고, 하지 말라 하면 하고 싶은 칼리굴라 효과는 대단했다. 젖을 물고 아이를 안은 채 엉엉 울어버렸다. 그런 나를 위해 아빠가 입속에 몰래 넣어준 것이 청포도 사탕이었다.
아주 어렸을 때 즐겨 먹었던 사탕이었는데, 크면서 세상에 맛있는 음식이 많은 탓에 잊고 있었던 사탕이었다.
"너 울 때 이 사탕 하나면 만사오케이였어. 기억나나? 병원 갈 때마다 사탕을 사줬거든? 한 번은 사탕 보자마자 병원 가는 줄 알고 얼마나 울었는지... 사탕은 양손에 꽉 쥔 채 악다구니를 쓰고 울었지^^ 그때 생각하면 아직 우는 소리가 들려"
"그게 아직 기억나?^^;;;"
"당연하지. 아빠도 그때는 젊었고, 니 엄마가 너네 다 키워서 달랠 방법도 모르지.. 달래지지도 않지.. 목소리를 또 얼마나 큰지.. 한 겨울이었는데 온몸에 땀이 났었어^^"
"한 대 쥐어박지 그랬어^^"
"기억 안 나??"
"넌 한 대 쥐어박으면, 꼭 아빠를 때렸어. 내가 그렇게 가르쳤거든"
그 사탕은 내게 늘 달았다.
하지만 그 어떤 날은 그 달콤함조차 삼키기 어려웠다.
입안에 넣은 채 아무 말도 못 하던 날들이 있었다. 단맛이 눈물에 닿자, 오히려 쓰게 느껴졌다. 사탕을 물고 울면 그렇게 사탕이 쓰더라. 그건 아마 처음 배운 '무기력'의 맛이었다.
한 번은 사탕 많이 먹으면 이 썩는다며 유리병 따꿍을 아빠가 온 힘을 주어 닫고 출근하신 날이었다. 그날 유독 엄마가 안색이 좋지 않았고, 징징 거리는 나와 동생들에게 사탕을 주신다 했던 날.
"이거 하나씩 먹고 치카하고 자는 거야. 약속할 수 있는 사람?"
"저요 저요!!!!!!! 나 두 개 먹고 양치 30분 할래요!!!"
"안돼. 하나씩만 줄 거야"
잔뜩 기대했지만, 엄마는 그 유리병을 열지 못했다. 나는 막연 자실 했고, 엄마는 발로 유리병을 잡고 내가 있는 힘껏 합심해서 돌려보았지만, 꿈쩍도 하지 않았다. 나는 더 크게 울음을 터트렸다. 결국 엄마는 포기하셨고, 나는 그 유리병을 안고 한 참을 그렇게 울었다. 엄마도 우셨다...
아빠가 퇴근 후 그 광경을 보고 당황하셨다.
거실 쇼파에 울고 있는 임신한 엄마와 유리병을 끌어안고 엉엉 우는 나와 울다 지쳐 손가락 빨고 흐느끼며 자는 동생 모습.
"오빠.. 나 배 아파ㅠㅠ"
"아빠 따꿍이 안 열어져ㅜ 고장 났나 봐ㅜㅜㅜ"
아빠는 힘들이지 않고 단번에 뚜껑을 여셨고, 반쯤 녹아 서로 둘러붙은 사탕을, 끈적이는 사탕을 엄마는 내 입속으로 넣어주셨다.
유독 달았고, 나는 그 단맛을 오래 맛보고자 천천히 녹여 먹었다. 그 뒷날 동생은 조산으로 태어났다. 그 후로 사탕이 먹고 싶었지만 말하면 안 되는 금기어가 되었고, 그렇게 내게 사탕은 잊혔다.
모유수유 이후 다시 만난 사탕은, 내가 유독 힘이 들 때 먹는다는 것을 그 누구도 알지 못한다. 사탕이 입속에 있는 그 짧은 시간, 단맛은 오래가지 않는다. 그걸 알면서도 사탕을 사고 또 산다. 나는 계속 사탕을 물고 산다. 사랑하고 싶어서, 사랑받고 싶어서, 웃고 싶어서, 오늘 하루를 견디기 위해 말이다. 조금이라도 달콤하길 바라는 내 인생을 위한 작은 배려다.
사탕이 녹아 사라지는 순간, 입안에 사탕은 텅 비지만, 마음은 단맛으로 가득 찬다. 그 짧은 달콤한이 쓴 맛을 잠시 잊게 해 주기에.
오늘도 나는 사탕은 녹았지만, 마음이 여전히 달기를 바란다.
누군가를 그리워하는 일은 사탕으론 해결되지 않음을 알면서도 미련하게 사탕을 입에 넣는다.
사탕이 먹고 싶다.
"치아가 꽤 건강한 편인가 봐요?"
"네. 치아가 썩거나 하면 사탕을 끊어보겠지만, 제 치아는 잘 썩지도 않고 아주 튼튼하데요^^"
"그쪽이랑 같이 갈 때마다 포도 맛이네요. 아이스크림도 폴라포, 사탕도 청포도. 포도 좋아해요?"
"네^^"
"그쪽이 안 좋아하는 음식이 있긴 해요??^^;;;"
있는 힘껏 미간을 찌푸려 그를 노려봐주었다.
"주름 생겨요!!^^"
그의 한마디에 힘주고 있는 눈을 풀었고, 그는 내게 예쁘게 웃었다.
"나 충분히 예쁘데요!!!"
"누가요 ㅋㅋㅋ"
"안 말해줄 거예요!!!"
안 믿는 눈치였다. 젠장. 거짓말인 줄 알겠지?? 썅.

#그는 개를 무서워했고, 그는 빵을 좋아한다.
그와 함께 빵집 맛집으로 향하던 길이었다. 골목을 지나가던 길에 그가 갑자기 내게 가까이 왔다. 뒤를 돌아보았지만, 차가 오거나 지나가는 사람이나 차는 없었다. 다만, 작은 동네 개 한 마리가 있었다.
"에고, 집을 잃어버린 거야??ㅠㅠ"
따라오는 개에게 눈높이를 맞춰 앉아 말을 걸었고, 그는 내 뒤로 바짝 와서 섰다. 비로소 알았다. 개를 무서워한다는 것을. 그동안의 행동이 한 번에 이해가 되었다.
가끔 등굣길에 강아지 산책을 시키는 부모가 있는데 항상 그럴 때마다 그가 분주했거든.. 웃겼다. 귀여웠다. 저 작은(?) 개가 무서워하는 저 덩치와 키가 아까웠다.
"개 무서워하죠?"
"아뇨!"
"아니긴... 그럼 와서 인사해 봐요"
"빨리 가요. 브레이크타임 걸리겠어요"
"빵집이 무슨 ㅋㅋㅋㅋㅋㅋㅋㅋㅋ 브레이크타임이에요^^"
"일어나요. 가요. 광견병 걸린 개일 수도 있어요. 물 수도 있어요"
"물까 봐 겁나요?"
"예예 개 무서워합니다. 어렸을 때 외가에서 크게 물려서.."
"내가 지켜줄게요^^"
"또 저 보호해 주는 겁니까??^^"
"그런 셈이죠^^
그는 '보호'라는 단어에 조금 민감한 듯했다. 아니면 지보다 키도 작고 덩치가 작은데 보호한다니 비웃는 것인지는 사실 모르겠다.
"자꾸 놀리면 그쪽 버리고 뛸 거예요 ㅋㅋㅋㅋ 개가 따라오게..^^"
"와.. 사람이 그러면 안 됩니다. 제가 잘할게요"
"ㅋㅋㅋㅋ 가요. 지금은 강아지가 우리를 무서워하고 있어요"
그는 계속해서 뒤를 돌아보았고, 우리는 그렇게 그의 어렸을 때 개에 물린 시답지 않은 사건에 대해 주고받았다. 그때 생긴 상처도 보여주며 말이다. 개를 무서워할 수밖에 없는 타당한 이유를 내게 합리화시키는 마냥... 웃겼다.
빵집에서 빵을 주문하고 음료를 주문하고 마주 보고 앉았다.
"그쪽에서 맨날 단내가 나니까 개가 꼬여요"
"양치는 맨날 해요!"
"아니, 그 말이 아니라 그쪽 입에서 맨날 단내가 나요"
그의 말에 의자에 등을 바짝 붙이고 바른 자세로 앉아버렸다.
지금 내게 개나 꼬이는 사람이라고 한 거지?? ㅡㅡ 다음번에 개를 만나면 필시 그를 남겨두고 뛸 것이다. 전력질주로...
그가 사준 빵은 맛있었고, 또 맛있었다. 이러다간 빵에 넘어갈지도 모른다.. 떡보다 빵을 좋아하게 되는 건, 내 잘못은 아니기에. 맛있는 걸 입에 넣고 싶은 건 본능이고, 욕망이다. 나는 오늘도 누군가를 떠올리며 사탕 하나를 입속으로 밀어 넣는다. 혀끝에서 굴러다니며 단맛을 채운다. 사탕이 참 질척거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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