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감성 글쟁이/엽편소설

엽편소설)#1-365 도깨비는 아니었어요


당신을 앓습니다.
당신을 보고 돌아온 뒤 정신을 차릴 수 없었어요.
시간은 자꾸 회귀하고 있습니다.
당신과 함께 있던 곳, 함께했던 시간으로.
하루 종일 떠나지 않는 생각에 그냥 가만히 누워 당신을 앓습니다.
그냥 콱 그 시간이 마지막이었다 한들 어떠할까 싶었습니다.
당신은 내게 환희입니다.
나는 환희를 앓고 있습니다.
당신을 앓습니다.

#불안한 나를 쉬이 달래주는 거, 그거 당신 특기예요.


"작가님은 뭐든 잘 해낼 거예요"

세상에서 가장 빠르게 나의 불안을 낮춰주는 건, 오직 당신이에요. 왜 그러한지 그 이유에 대해서는 잘 모르겠어요. 그저 추측할 뿐입니다. 내가 당신을 사랑해서 그러한가, 당신이 다정해서 그러한가, 하고요..
그러나 매번 당신의 특별할 것 없는 한마디에 말랑말랑 해지는 건 영락없는 사실이에요. 가령, 무서워 못하겠다 그러면, 그 무서움으로 더 빨리 잘하겠다는 둥, 글이 안 써져 힘들다 그러면 뭐든 잘 해낼 거라는 둥.. 전에도, 말했잖아요. 당신에게 세상 모든 고민을 틀어놓을 뻔했다고요..
다른 이에게도 그러하시겠죠? 나에게만 특별히 잘해준 것이 없다고 말하던 당신의 지나가는 말이 꽤 많이 아팠고, 아픕니다. 요즘엔 그렇게 질투가 나요. 당신을 좋아하는 만큼 자연스럽게 당신도 나만 바라봐주길 바라게 되는 건 당연지사일 텐데요, 그걸 아는데 잘 안돼요. 곰곰이 생각해 봤어요. 질투에 대해서 말이에요. 내 생각에는요, 질투는 사랑이 부족해서 생기는 감정이 아니라, 오히려 사랑을 지키고 싶은 마음이 불안을 만들어낸 감정이에요.
당신과 나는 서로 꽤 멀리 있어요. 그 거리만큼 나는 불안하고요, 한 순간에 당신이 사라질까 무섭습니다. 매사 여유 있고 성숙한 당신이 부러워요... 나는 그러지 못하거든요.
당신의 말 한마디는 내게 작은 등불 하나 켜지는 일이에요. 동시에, 나도 당신에게 작은 등불이 되고 싶습니다. 당신에게 받았던 고마움을 조용히 마음에 새기고, 작은 등불 되어 새겨지고 싶어요. 이 길이 내 것이 아니더라도 잠시 비춰준 그 빛 덕분에 다시 나를, 살게 합니다.

당신을 향한 마음은
수학문제처럼 복잡한 마음입니다.

담담하게 풀어내지만 암담하여 주저하고,
마음의 식은 지우개 가루처럼 흩어집니다.

늘 그렇듯,
정답은 못 찾고
지워보는 내 마음.


#숙취는 없었지만, 오래도록 그를 앓았다.

지난날은, 죄송했습니다ㅠ
아뇨~ 전혀요~ 귀여웠어요^^ㅎㅎ
혼자 가게 내버려 두시지 그러셨어요ㅠ
어떻게 그래요? 휘청거리는데...


힝 ㅠㅠ
심쿵했다. 따사로운 바람 한 줌이 내게 살랑 불었다.
휘청 거리지 말고 자빠질걸 그랬나? 그랬더라면, 어부바라도 해주셨을까..? 상상에 또 꼬리를 물며 나는 웃고 또 웃었다. 그럴 자리가 아니었음에도...
다행이었다.
꼬장 부린 술주정이 그에게는 밉지 않아서.
그는 예쁜 말들만을 골라내 연락했고, 나는 또 발만 동동 굴렸다.

지난날은 미쳤었나 봐요ㅠ 잊어버리세요.
난 좋던데요~ 뭔가 방어막을 푼 듯한 모습이~^^

그는 알지 못했다.
내가 유일하게 경계를 푼 자가 그임을 말이다.
뭐든 어떠할까. 그가 좋으면 나도 좋다. 그게 나라는 점이 더없이 좋았을 뿐이고.
그럼에도 그는 정확했다. 방어막을 하고 있는 나를 알고 있었다.
나이가 많으신(?) 그는 조신한 사람을 좋아할 듯하여, 나는 그 앞에서 늘 조신하려 했다. 사실은 '조신'은 나와 썩 친한 관계가 아니다. 해서, 자꾸 삐걱거리고, 서툴어 보였을게다. '조신'보다는 '엉뚱함'이 나와 더 친분이 있고, '내숭'보다는 '솔직함'이 더 친하다. 그러나 그 앞에서는 엉뚱함보다는 조신을, 솔직함은 자꾸 숨기게 된다. 짝사랑이 이렇게 사람을 또 한 번 구차하게 만드는 순간이다.

편집장님, 뭐 하나 물어봐도 돼요?
네~ 말씀하세요~
저 편집장님 나이도 알기 전에 좋아했어요. 그러니까 무슨 말이 하고 싶은 거냐면요, 편집장님이 도깨비든, 이상한 사람이든, 크게 달라질 거 없다는 이야기예요.
그래서 궁금한 건요, 바람둥이 맞죠?
질문이 제가 바람둥이가 아니냐는 거죠? 전에도 말씀드렸지만, 전혀 그런 건 아니고요! 그렇게 잘난 사람이 아닙니다. 제가..

뭐지...?  왜 그렇게 생각하시지?
너무너무 잘 생겼는데,  이렇게나 다정다감한데... 잘난 거 맞는데.. 나 막, 아무나 사랑에 빠지고 그러는 사람 아닌데.. 너무 괜찮은 사람이라 자꾸만 좋아지는 나는 뭐가 되니?
그는 자기 자신을 많이 사랑하지 않는 듯했다. 나는 나를 많이 사랑하는데 말이다. 공주병은 아니다. 절대 아니다. 세뇌처럼 들어왔던 말이다.

'자신을 먼저 아끼고 사랑하는 것부터가 먼저다'

어렸을 때 머리를 빗겨주시면서 엄마가 항상 하시던 말씀이다. 자기 자신을 사랑하고 아껴야 남을 사랑하고 아낄 수 있다고 말이다. 아빠는 싫어하셨지만.... 타인을 사랑할 바에 아빠를 더 많이 사랑하라 하셨다.
그는 모두 가졌음에도 자신을 사랑하는 힘이 부족한 듯했다. 당장에라도 그를 데려와 사랑을 듬뿍 주고,  그가 얼마나 소중한지 알려주고 싶다. 막.. 진짜 사랑에 헤어 나올 수 없어 허우적거릴 정도로 사랑을 줄 수 있는데 말이다.

바람둥이 도깨비 그런 거 아니에요...!!

그는 바람둥이도 도깨비도 아니었다^^;;;
차라리 그가 도깨비라고 말하는 편이 모든 것이 한꺼번에 정리되었다. 내가 사랑에 빠진 건 착각이었으니 말이다.
나는 도깨비불에 홀린 것뿐이니까.. 오래된 물건이 도깨비가 된 것처럼, 그는 오래된 책 속에서 나온 도깨비였으면 좋겠다. 그 도깨비는 필시 내 것일 테니까.

네^^; 그냥 편집장님은 아무 때나 친절하고 상냥하고 헤픈 사람인 거네요.

또.... 그건.... 아닌데...
아니긴요. 그건 맞아요. 쪼~~~꼼 헤퍼요 편집장님은..
말에 감정도 많이 실려있고.. 씰데없이 헤픈 건 사실이에요.


헤픈 남자였다.
그래, 그는 헤펐다. 시도 때도 없이 낭만을 준 그는 헤픈 사람이었다. 나에게만 헤픈 것이 아니라 모두에게 헤펐다. 나는 그것이 못내 싫었다. 이렇듯 짝사랑은 자꾸 자꾸만 바라게 된다. 그가 바람둥이가 아니라는 말에 뛸 듯이 기뻤지만 그것도 잠시였다. 그가 모두에게 다정다감한 헤픈 남자라는 사실에 못내 샘이 났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