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감성 글쟁이/엽편소설

엽편소설)#2-32 불안과 불편에서 잠잠해지길

<소설임을 명시합니다>


"곰돌이 옷 같은 거 입고 밖에 다니지 마요..."
"왜요???"
"잠시만 거기 계세요"

그는 앞으로 뛰어갔고, 휴대전화를 꺼내 나를 찍었다.

"뭐 하는 거예요!"
"봐봐요.. 누가 그쪽을 마흔으로 보겠어요"
"나 마흔 아니에요!!!!!"



그가 나를 피했고, 나도 그를 피했다.
서로가 서로를 피하기에 급급했다.
그러나 그와 나는 동선이 꽤 많이 겹쳤고, 피하려 해도 마주칠 수밖에 없는 관계였다. 어쩔 수 없었다. 아들들이 서로 친구였으니..
학원도, 학교도 심지어 바깥놀이 마저 약속을 잡을 정도니.. 어쩌겠는가. 다시 우리는 등굣길을 함께 했다.
피한 이유는 이러했다.




속이 무척 상하던 날이었다.
등교시키고 집으로 돌아오는 길에, 다른 생각을 하느라 한눈을 팔았고.. 그만, 인도에 세워진 이삿짐센터 짐들에 이마를 박고 말았다.
그는 내가 잘 걷고 있기에 앞을 잘 본다 생각했었던 모양이었다. '아야' 하는 소리에 손목을 잡아 나를 끌어당겼고, 이마를 잡은 손을 떼어냈다.

"아니, 앞을 안 보고 뭐 했어요!"

퉁명한 목소리로 다그치는 그의 목소리가 낯설었다.

"괜찮아요. 잠시 다른 생각하느라..."
"피나요. 안 아파요?"
"괜찮아요^^"
"또 눈 감았죠??"
"아뇨. 아예 보질 못했어요^^;;"
"....."
"많아 안 아파요^^;;"
"무슨 아기엄마가 그렇게 조심성이 없어요??"
"....."

그 한마디에 또 누군가 떠올라버렸고, 저 말을 했던 상황을 떠올렸다.

"이봐요"
"네??"
"무슨 생각을 그렇게 해요"
"아니에요^^"
"웃음이 나와요? 이마에 피나는데?? "

나는 있는 힘껏 노려보았다.
나를 지나쳐 그가 앞장섰고, 나는 그의 옆을 따라갔다.


외투에 손을 넣은 그는 계속 부스럭부스럭 소리를 냈고, 나는 물었다.

"사탕은 아니죠???^^"
"ㅋㅋㅋ 배고파요?"
"아뇨 아뇨!! 내가 뭐 맨날 배고픈 줄 알아요? 부스럭 소리가 나길래 물어봤어요"
"편의점 갈까요?"
"좋아요 ㅎ"
"그쪽이 많이 먹으니까 그쪽이 계산해요"
"야박하시긴..."
"보통 많이 먹는 게 아니시니"

눈이 시릴정도로 그를 힘껏 노려보았다.
나는 핫바 4개와 흰 유유를 집었고, 그는 따뜻한 베지밀과 초코바를 골라왔다.

"아침 안 먹었어요??"
"먹었어요ㅡㅡ 1+1 행사해서 산거예요"
"근데 왜 4개를 다 돌려요??^^"

활짝 웃는 그가 재수 없었다. 확장한 편의점은 꽤나 넓었고, 우리는 실내 한쪽에 자리 잡았다. 소시지가 빨리 식기 위해 양손에 쥐었고, 하나는 입속으로, 하나는 공중에 살랑살랑 흔들었다.

"맛있어요??^^*"
"끄덕끄덕"

그가 베지밀을 뚜껑을 열어 내게 건넸고, 나는 내 것인 줄 알고 받아 마셨다. 그는 흰 우유 팩을 뜯어 내 우유를 마셨다. 이상함을 뒤늦게 알아챘다.

"내 건데?"
"아는데?"
"근데 왜요..???"
"추우니까. 미지근한 거 마시라고요"
"오~~ 배려예요?"
"보호요^^"

그는 필시 내 흉내를 낸 것이었다. 브레이크 밟았을 때 잡아준 것을 왜 자꾸 끄집어내는지 모르겠지만 말이다. 그에게는 다른 의미가 있는 건가.. 아니면 누군가를 보호하기에 부족해 보이는 내가 보호해줘서 기분이 나빴던 건지.. 웃기다는 건지.. 그게 뭐였던 모르겠으나, 그는 나를 종종 흉내 냈다.

"진짜 괜찮아요...??"
"괜찮아요^^;;"

그는 걱정스러운 얼굴로 자기 이마를 손짓하며 말했고, 나는 아팠지만 괜찮다고 말할 수밖에...

"왜 요즘 수영 안 가요?"
"관뒀어요"
"왜요?"
"남편이 가지 말래요"
"형님이 가라고 해서 등록한 거잖아요. 아니에요??"
"맞아요. 수영강사가 어린 남자라...."
"푸하하 ㅋㅋㅋㅋㅋㅋㅋ"
"....."

나는 나머지 소시지를 쥐고 먹었다.

"결국 다 먹을 거면서.. ^^
형님이 그쪽 많이 사랑하시나 봐요"
"그런가요?"
"네"
"맨날 놀리고 괴롭히는데요??"
"좋아서 그런 거예요"
"아이스크림... 안 드실래요?^^"
"또 먹어요?"
"아이스크림은 배부르지 않잖아요..."

또 나는 폴라포, 그는 빠삐코를 나란히 입에 물고 편의점을 나섰다. 편의점 사장님이 집에서 약밤 구웠다며 주신 것을 손에 꼭 쥔 채.. ㅎ  손은 시렸고, 코끝도 시렸으며 이마는 아팠다.
나는 빠르게 폴라포를 먹어버렸고, 차가운 아이스크림을 급하게 먹어 두통에 몸서리쳤다.

"진짜.... 누가 그쪽을 마흔이라 보겠어요"
"나 마흔 아니에요!"

나를 찍은 사진을 보여주며, 그는 웃었고 나는 분노했다.
그렇게 아파트까지 왔다.

"어디 봐요"

그가 내게 가까이 왔고,

"뭐 하는 거예요???"

나는 물었다. 이마를 까서 상처를 들여다봤다.

"파상풍 언제 맞았어요??"
"재작년인지 정확히 기억 안 나요"
"그럼 됐어요. 소독하고 메디폼 붙여요"
"네.."

"형님이 나랑은 등교 같이 하래요??"
"네?? 무슨 말이에요?"
"말 그대로요^^ 수영도 그만뒀다기에.."
"아..."
"이제 나 경계 안 해요??"
"좋은 사람인 거 아니깐요"
"내 가요? 아닐 텐데?"
"아니에요?"
"네"


그렇게 아무 말 없이 1층 현관문 앞에서 가볍게 인사를 하고, 그 뒤로는 그를 볼 수 없었다.
나를 피하는 눈치였고, 정확하게는 뭐 때문인지 알지 못했기에 나도 그를 피해 주는 게 배려라 생각하고 서로 피하기에 급급했다. 그러다 다시 등굣길에 올랐다.





"뽀로로 밴드는 둘째가 붙인 거죠??^^;;;"
"네^^ 티나요?"
"엄~~~~ 청요"
"엄마 아야 해서 내가 붙인 거야!!"
"오구~ 기특하네^^ 삼촌이 다음에 맛있는 거 사줘야겠다"
"삼촌, 약속한 거다???"

그렇게 둘째들은 차량에 탑승했고, 넷이서 나란히 등굣길에 올랐다.

"이모~ 우리 아빠랑 싸웠어요??"
"아니?? 왜??"
"늦잠 안 잤는데도 차를 타자고 해서요"
"아.. 그건 아빠한테 물어봐야지??^^;;;"
"아빠, 이모랑 싸웠어??"
"넌 왜 이모 있을 때 물어봐??"
"아빠가 대답을 안 하길래 이모는 아는 가 해서"
"...."
"어른들도 싸우고 화해하고 그래. 우리 아빠가 엄마 핫도그 몰래 먹었을 때 싸웠거든? 그런데 조금 있다가 악수하고 화해하더니 또 사이좋게 잘 지내더라"
"하하하^^"

그렇게 나와 남편이 먹는 것으로 티격태격한 걸 그 앞에 조잘조잘 이야기하며 교문 앞에서 손을 흔들고 들어갔다.
아이들이 들어가고 우리는 전보다 조금 더 떨어져서 걸었다.

"저.... 일부러 피한 거죠?"
"네"
"왜요?"
"너무 가까워진 듯해서요"
"아.... 그럼 얘들 등교시키고... 따로 갈까요?"
"아뇨. 형님이 저한테 그쪽 잘 부탁한다고 했잖아요. 같이 가요. 앞도 안 보고, 눈도 감는 사람을 두고 혼자는 못 가죠^^"
"그때는.. 다른 생각했다고 했잖아요"
"그냥 같이 가요^^"
"네^^"
"^^ 아참, 이마는 어때요?"
"많이 아물었어요. 괜찮아요"
"다행이에요. 옷 좀 따뜻하게 입어요. 코가 빨개요"
"아침에 바빠서... "
"하긴 그건 그래요^^"

손 끝은 시렸지만, 마음은 편했고
적당한 선을 지킬 줄 아는 그가 괜찮아 보였다.
그는 착한 사람이 맞는 듯했다.
경계를 할 필요는 없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