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감성 글쟁이/엽편소설

엽편소설)#1-361 당신이 나의 약점이에요


짝사랑이 찌질한 이유에 대해 내가 전에 말했던 적이 있으려나요. 아참, 짝사랑이 아니라 외사랑이죠?
외사랑이 왜 구질구질 해지냐면요, 구구절절 설명해야 할 마음이 많아서예요.. 여전히 나는 당신에게 설명해야 할 마음과 감정들이 너무도 많아요. 그래서 뭐부터 말해야 할지 늘 고민입니다.

우린 서로 잘 모르죠.
난 사실 털털한 성격이 아녜요. 이미 아실지도 모르겠다만요^^
그렇다고 또 까칠한 편도 아니고요, 뾰족뾰족 모가 난 것도 아니에요. 한데 유독 당신 앞에 서면 이상하리만치 뚝딱거리고요, 전하고자 하는 말은 한 번도 내뱉지도 못해서... 집에 돌아가는 길에는 매번 머리를 한 대 쥐어박으면 낙담하기 일쑤예요.  지난날을 후회해요.. 서툴러지고, 마음의 문장이 자꾸 길을 잃은 지난날을요.
다 아실 줄 알았으면 그냥 말해버릴 걸 그랬어요.. 놀라지 않으셨을 텐데, 당황하지 않았을 텐데 말이죠. 당신의 음성으로 듣고 싶은 말이 굉장히 많았거든요. 그 질문들은 모두 내게 무해하게 답변해주는 질문들만 골라서 했을 테지만요.. 뭐 빤하죠.

곰곰이 생각해 봤습니다..
왜 이토록 속이 쓰리고 마음이 상하는지를요.
구분해야 했어요. 내 마음조차 내가 모르면... 이 사랑은 곧 타락이고, 모순이며 상처이니까요.
나는요, 당신이 나의 마음을 모조리 알아버리면 나를 좋아해 줄 거라는 단단한 착각을 하고  있었어요..
그토록 많은 고백들을 보고.. 날 사랑하지 않는 당신에게, 그토록 수없는 아픔과 그리움을 보고.. 날 사랑해주지 않는 당신에게, 그토록 내게 오시라 말했건만, 아무 말 없던 당신에게 서운하고 속이 상한 거였어요.
나는 진짜였습니다.
단 한 번도 진심이 아녔던 적이 없었어요.
장난스러웠던 적도, 가벼웠던 적도 없었습니다.
사랑은 이게 문제예요. 나를 이도 저도 못하게, 옴짝달싹 못하게 당신에게서 결코 벗어나지 못하게 만드는 거요. 사랑은요, 때때로 사람을 제자리 걸음하게 만들고, 아무것도 하지 못한 채 기다리는 쪽을 무참히 초라하게 만들더군요..
이런 식으로 나를 한없이 구질구질하고 지질하게 만들어요.  

당신을 오래도록 보고 싶었습니다.
우리가 꼭 쌍방 사랑을 하지 않더라도요.

다 보셨다면, 그랬더라면 아실 거예요.
내가 당신을 보고 싶어 하는 순간이 대부분이었어요. 아니, 매일이었어요.  당신을 오래 보기 위해서 당신이 필요한 사람이 되어야 했어요. 언젠가 당신 곁에 설 수 있는 사람이 되려 애썼어요. 그게 성공이었어요. 당신을 오래 보기 위해 처음으로 한 일이 '성공'을 다짐한 거였어요. 혹시나.. 혹여나 당신이 내게 오시겠다 하면 다시 시작할 수 있는 돈과 힘은 있어야 하니까요. 나는 당신만 있으면 뭐든 상관없지만, 당신은 아닐지도 모르기에 나는 꼭 성공이 필요했거든요. 그러고는 꽤 많이 앞만 보고 달렸어요. 시너지 효과는 대단했어요. 당신을 사랑함과 동시에 성공에 목표를 삼은 내가 퍽 멋있었거든요. 이 사랑이 나를 살게 하는 것이리라 마음대로 오해해버리기도 했어요. 그러다 당신이 나를 좋아할 리 없다고 확신이 든 날,  성공을 위해 달려온 나는 힘이 빠졌어요. 미웠어요.. 당신을 무척 사랑했지만, 종종 미워하기도 했거든요^^;;
날 사랑하지 않는 당신이 성공한 나를 보고 후회하기를 꿈꾸며 다시 성공을 다짐했어요. 그렇게 또 당신은 내게 살 수 있는 희망을 주셨어요. 마음이 말랑거리는 날에는 이렇게도 생각했어요. '내가 글을 쓰는 건, 당신이 보기 위함이에요. 어디에 있든 나는 당신만을 위한 글을 쓰고 있는 나를 보고 언제든 힘내시라' 하고요.. 당신은 모르시겠지만, 나의 모든 것에 늘 당신이 있었어요.
성공이 처음이라면 두 번째로는 당신이 관심 있어하는 분야를 공부도 했어요, 당신이 좋아하는 것들을 나도 좋아하려 노력했거든요. 그 분야는 바로 야구였어요. 당신의 세계를 이해하고 싶었어요.  야구에 '야'자도 모르는 내가 야구에 매달려 지식과 정보를 수집하고, 많은 경기를 봤어요. 그러면서 야구팀을 정한다고 밤을 꼬박 새운 날도 있었어요. 지금에서야 뭐 한다 그랬을까 하고 한심해 보이지만, 그때는 꽤 심각했어요^^
대부분 연고지나 지역으로 팀을 정하는 사람이 많다는 걸 알게 되었고, 당신은 nc 다이노스를 응원 하리라 지레 짐작했어요. 그런데 나는  왜 자꾸 롯데에 끌리는 건가요....ㅎ  
수없이(?) 방황을 했지만, 결국 팀을 정하지는 못했어요. 머리로는 nc지만 끌리는 건 이상하게 내 마음은 롯데에 오래 머물러 있었어요.. 그게 또 퍽 슬펐어요. 머리와 마음이 하는 일이 달라, 꼴랑 팀하나 정하는 것도 힘들다는 사실에 말이에요. 머리와 마음이 따로 노는 일, 꼭 내 처지와 같았어요.
그다음엔 술! 빨대로 마시면 빨리 취한다길래 컵에 따라 마시다 집을 네발로 기어 다녔고요.. 데워 먹는 사케를 알려주셔서 베란다에서 부탄가스로 혼자 데워먹기도 했고요.. 소맥을 드신다기에 맥주와 소주를 쉐이크 통에 넣어서 흔들어서 대청소 한 날도 있어요.. 맛은 없었어요. 아직 술과의 거리를 좁혀지지 않았거든요^^;; 난 사실 술을 참 싫어해요.. 그러면서도 술을 찾는 내가 웃깁니다.
이렇듯 당신이 필요한 사람이 되면, 당신과 비슷한 사람이 되면, 당신이 좋아하는 것들을 가까이 두면 나도 그 결 안으로 걸어 들어가면 언젠가는 닿을 수 있을 거라 했어요.  나를 사랑해 줄 거라고 찰떡 같이 믿었어요. 의심치도 않았죠ㅎ
근데 어쩔 수 없어요. 사랑이 처음이랬잖아요 ㅋㅋㅋㅋ 늘 처음은 실수투성이고 서툴죠. 뭐 당신이라고 별 수 있었을까요??

이제 나는요,  당신을 사랑하지 않고서는 살 수 없음을 알아요.
그건, 당신이 알던 모르던 상관없는 일이에요. 나는 내 일을 하는 거고요, 당신은 당신의 일을 하세요. 서로 가는 길은 다르잖아요?

내가 참 많이도 당신을 좋아했나 봅니다. 또 한 번 이렇게 깨달아요.. 사랑이면 어떻고 아니라면 뭐 어떻겠어요. 어차피 당신과 나는 결코 사랑일 수 없는데 말이죠. 사랑일 수 없는 사랑을, 나는 당신에게 바랐어요. 어리석었죠 뭐...
막상 당신을 만나면요, 당신과 있는 모든 순간들이 소중하고, 느릿하게 흘렀으면 하고 바랐어요. 단둘이서만 아는 대화 내용과 받은 선물들을 보고 있으면 이게 뭐든 상관없겠단 생각을 합니다. 그러니까.. 내가 하고 싶은 말은요, 사랑이 아니더라도 지금을 잊지 않고서 오래 간직하기를 바라는 게 전부라고요..
난요, 당신을 무진장 좋아해요. 그래서  가끔은 나의 미래에 당신이 없을 나의 어느 날을 상상할 시 하염없이 서글퍼지기도 해요.



시월이 끝나갑니다. 창문을 열면 찬바람이 고개를 들이밀어요.
바람이 스치는 가을 오전, 나는 또 달렸습니다.
햇살에 부서진 낙엽들이 길 위를 헤매며 반짝였고요, 그 짧은 빛이 내 마음의 깊은 곳을 건드렸어요.
문득 또 나는 당신이 머물고 있을 곳에서 멈추었어요.
강에 비친 윤슬은 몹시도 예뻤고요, 꽤 오래 나는 멈춰있었어요.
매일이요.

여린 가지 잡은 나뭇잎들이 기어이 잎을 떨구고, 나무에서 떨어진 잎들은 땅으로 낙하하고, 어느새 길 위에는 낙엽이 뒹굴어요. 이마저도 낭만이 설 자리는 점점 사라집니다. 낙엽을 정리해 주시는 분들에게는 골칫거리겠죠. 조금은 귀찮고 번거롭더라도 나는 여전히 낭만이 좋고요, 당신도 좋아요.

요즘 통 잠을 자지 못했어요. 버티다 버티다 이제는 약을 먹기로 했지만, 여전히 팩소주와 약봉지를 두고 늘 고민합니다.
그리고 같은 결말이지만, 팩소주는 압도적인 승률을 자랑해요^^
그건 술 때문이 아니라, 아마 그리움 때문이겠지요.
한 팩 전부 빨아먹고도 취하지 않으면.. 당신 보러 가도 됩니까ㅋㅋㅋㅋㅋㅋ 취한 거 아닙니다. 그냥 우울한 거예요 ㅠㅠㅠㅠㅠ
당신이 머물고 있을 곳을 향해 술향 퐁퐁 풍기며 달려갈 것이 너무도 분명하고요, 늘 그렇듯 용기 없는 나는 머뭇거리다 다시 달아날 테고... 또 어긋나겠죠. 이 지긋한 일상에서 언제쯤 탈출할까요 ㅠㅠㅠㅠㅠㅠ
보고 싶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