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감성 글쟁이/엽편소설

엽편소설)#1-359 이별이 늦어졌어요




<작가님^^편집하다가 창가에 닮은 분이 지나가길래 작가님인 줄~ㅎㅎ>
<나 아니에요^^>
<작가님 아니시군요^^;>

점심 먹으러 가는 길에, 연락이 왔어요. 문득, 창밖을 내다보고 있을 당신 모습이 떠올라 내 입술은 오늘도 반달모양을 만들어주셨지요. 어긋나긴 해도, 그 와중에 당신은 나를 기다렸고, 나는 그것을 알아버린 것만으로 이렇게 설렌답니다. 가을 구두를 신은 걸음은 기분 좋은 또각또각 굽소리 내며, 기분 좋음을 표출했어요. 당장에 당신에게 달려가고 싶었습니다. 쌀쌀한 날씨에 미지근한 당신의 온기가 떠올라버렸죠. 고객과의 약속 장소에 있는데... 지루하지 않았어요. 약속 시간이 훌쩍 지났는데도 말이죠. 당신과 주고받는 별 시답지 않은 연락에 예먼 발만 동동 거렸어요. 내 딴에는 기쁨의 표현이었어요 ㅎㅎ
썅. 결국 빌어먹을.. 고객은 오지 않았어요. 당신과 연락 주고받지 않았더라면 30분만 기다렸다 일어났을 거예요. 그러나 당신과 주고받는 연락으로 1시간을 기다렸지 뭐예요. 그리 길진 않았어요.  당신을 기다리는 시간이 1시간이면 내게 껌이죠. 더 많이도 기다릴 수도 있고요, 당신이 내게 온다면 더 오랜 시간을 기다릴 수 있어요. 뭐, 희망사항이긴 하지만요.
당신에게는 상냥한 연락을, 고객에게는 칼만 안 들었지 협박 비슷한 말들로 전송을 보냈답니다. 그런 내가 또 웃겼어요..ㅎㅎ 한없이 당신에게 말랑거리는 내가 퍽 많이도요.
당신은 내가 '편집장님'이라는 호칭 대신 '과장님'이라는 호칭을 고집하는 이유를 아세요? 모르시죠?
그건, 여기 사무실에선 나도 과장이기 때문이에요. 당신은 작가 말고는 나의 호칭 따위에 관심이 없으시겠지만.. 나는 당신과 같은 호칭으로 불린다는 게 제법 맘에 들거든요. 이렇게 짝사랑은 사람을 지질하게 만든다니까요... 혼밥을 했지만, 당신의 연락으로 나는 행복한 점심시간이었어요. 보고 싶었어요.
점심을 같이 먹자던 당신이 이곳이 어떠냐 물으셨을 때는요, 더할 나위 없이 행복했어요. 답장을 해야 하는데 너무 활짝 웃은 탓에 핸드폰 액정이 보이지 않더라고요^^ 눈이 사라질 만큼 활짝 웃었다는 말이에요^^
사랑하는 사람들이 데이트하기 전, 메뉴를 미리 정하는 평범한 연인들 같았거든요. 우리 가요^^
나는 당신이 너무 좋고요. 완전 좋아요,  진짜 많이 좋아하고 있어요. 큰일이에요. 정말...
가을처럼 내 마음도 식길 바라요.


#답이 없는 걸 알아요. 그래도 당신과 함께 하고 싶은 걸요.

결국은 보내줘야 한다는 걸 알고 있지만...

이별이 너무 늦어버렸어요. 당신을 붙잡고 놓아주지 못한 시간이 길어서 배웅은 생략해야겠어요.
당신은 내게 특별히 잘해 준 적 없다고 하셨지만, 난 아녜요.
텅 비어 있는 나를 따뜻하게 만들어주셨고요,
계절에 따라 여러 온기와 향기를 내어주셨고요,
매번 나를 상냥히 대해 주시고 따스히 안아주셨어요.
난 참 많은 걸 당신에게 받았어요. 내게 많은 것을 내어준 터라, 텅 빈 사랑인 걸 알면서도 그리움으로 남기기 싫었나 봐요. 이제.. 꼭 쥐고 있던 당신을 조심스레 놓으려 합니다.
전에 어떤 책에서요, 이별에 걸리는 시간은 사랑했던 시간의 두 배가 지나야 비로소 잊을 수 있다고 하네요. 4년 하고도 반년이 더 지나야 괜찮아지려나 봅니다. 좀 억울해요. 짝사랑이면 혼자 하는 사랑인데.. 두 배는, 너무 독박인 듯하여...
꽤 오랫동안 당신을 혼자 앓게 생겼어요. 더 늦으면 더 길어질 테죠. 그런데 왜 이리도 당신을 잃는 게 힘든 것일까요. 내 쪽에서 더 이상 당신을 사랑하지 않을 거라는 말이, 더 이상 당신을 보러 가지 않겠다고 하는 말이.. 당신에게도 아픈 말이 되긴 할까요?
염치없지만, 당신이 무지막지하게 아프셨으면 좋겠어요. 나를 그리워하는 마음이 아니어도 좋아요. 아쉬워서라도 꽤 아프셨으면 좋겠어요. 지독히도 아플 예정인 나의 가을에, 당신도 아팠다고 생각하면, 덜 아플 것이기에 말이에요.
내게서 나올 말이 당신을 향하는 말일 텐데 그 말에 내가 되려 상처를 받고 아플 것이 분명하기에 나는 또 두렵습니다.
당신을 만나면요, 많이 웃을 거예요. 짝사랑이 들킬까 늘 조심하며 눈도 마주치지 못했던 지난날들을 후회해요. 숨긴다고 숨겨도 티가 났으니, 이제 마음을 숨기진 않을 거예요. 많이 애정할 거예요^^ 그래도 활짝 웃지는 말어야겠어요. 당신이 안 보이면 안 되니깐요.. ㅎ 다들 웃으면 앞이 안 보이는 거죠??? 나만 그런 거 아니죠?
맨날 글이 삼천포로 빠집니다...
지금 너무 행복하고요, 또 너무 속상한 마음이 서로 뒤엉켜져 이게 슬픔인지 설렘인지 구분되지 않고 있어요.  당신을 볼 수 있다는 것에 무척 기쁘고요, 당신과의 사랑이 얼마 남지 않음에 몹시도 슬프거든요.. 그래도 당신을 본다는 쪽이 더 기우나 봅니다. 이리도 설레는 걸 보니 말이에요. 자꾸 웃음이 새어 나오고요, 콧노래도 흥얼거려요. 당신도 나와 같은가요. 뭐, 아니겠죠... 뻔하죠. 그래서 묻질 않을 겁니다. 내가 상처받을 대답이 분명하니까요..

"밖에 보실래요?"
"검은 옷"

당신과 나는 그렇게 멀리서 만났어요. 매일이요..
나는 당신을 향해 쉬지 않고 달려갔고, 당신은 그런 나를 바라보았지요. 손을 흔드는 어색한 표정이 당신 쪽에서 보이지 않는다니, 참으로 다행입니다. 손 흔드는 표정에 슬픔도 있었거든요.
나는 당신이 참 좋습니다.
나를 좋아해 주지 않는 당신이 매 그리 좋다고 이러는지 나도 잘 모르겠어요. 이유를 알면 알려주실래요?
당신이 있을 사무실이 내가 있는 곳과 참으로 가까운데.. 진짜 가깝거든요. 멀지 않단 말이에요. 그런데요, 강을 건너 당신에게 가는 길은 참 어렵고 힘이 듭니다. 아마 당신에게 가는 나를 반기지 않기 때문이겠죠. 그럼에도 조금씩 가고 있는 나를 당신이 아시려나 모릅니다.



누군가 제게 그랬어요.

"몇 년 전만 해도 작가는 글만 잘 쓰면 장땡이었는데, 요새는 작가도 할 게 못된다"

서글펐어요.
평소 잘 안 입는 옷을 입었긴 했었어요..
민소매에 짧은 치마. 누가 봐도 나랑 어울리지 않는 원피스와 화장과 머리...
옷은 협찬이었고요... 귀걸이도, 팔찌도, 구두도 죄다 협찬이었어요. 내 몸을 두르고 있는 건, 내 것이 하나도 없었어요.
맞아요. 나는 없고, 빈껍데기로만 간 거니깐요.
다들 이렇게 살지 않나요? 나만 이래요? 다들... 출근하면 가면을 쓰고, 속내를 숨기고, 거짓 미소를 짓지 않나요....?
빈껍데기로 살고자 했을 때 괜찮았었어요. 분명히 괜찮았었어요. 그런데 당신을 사랑하고부터, 그때부터 고달파진 듯합니다. 의미가 없고요. 껍데기로 살고 싶지 않아 졌어요.
바보같이 빈껍데기를 두른 채, 당신을 향해 달려간 내가 어리석었어요.. 당신도 그들과 같은 생각을 하셨을까요.
유일하게 가면 벗은 모습을 본 사람은, 당신이에요. 오직 당신뿐이에요. 당신에게는 그렇게 보이고 싶진 않았는데.. 괜히 달려간 듯해요...
웃음을 팔고, 목소리를 팔지만... 마음만은 팔지 않아요. 진짜예요.
사실,  팔 수도 없어요, 제 마음은. 당신에게로만 가 있는 터라, 팔아버릴래도 팔 수가 없어요.
오해하지 말아요. 발표회는 아니었지만.. 그렇다고 이상한데 간 건 아니에요. 소수 정예 팬사인회라고 보면 될 듯싶어요..
나도 가기 싫었던 자리였다고요.. 그런데 누군가 날 겨냥해 던진 말에 상처가 되었어요. 그냥, 당신에게 찡찡되고 싶었나 봅니다^^;; 당신은 내게 키다리 아저씨니까요. 내가 누구와 있든 오해하면 안 됩니다. 나는 당신만 사랑하거든요.



그쪽에선 잘 안보이죠?
얼굴은 안보이죠^^
다행입니다. 옷도 이상하고 다 이상하거든요.
이뻐 보여요^^

세상을 버티는 힘은 사람마다 다릅니다. 신앙으로, 어떤 이는 사랑으로, 또 누군가는 책임감이라는 단어 하나로 하루를 견뎌내요. 하지만 분명한 사실 하나는, 그 힘이 결코 거창하거나 위대한 선언에서 나오는 것이 아녜요. 오히려 너무 작아서, 너무 미미해서, 때로는 흐릿하게 지나가는 어떤 순간, 말, 글, 표정 같은 것들이 하루를 살게 해요.
내게 당신이 그래요. 따뜻한 가슴을 가지고 있는 당신이 나를 살게 해요. 당신이 보이지 않지만, 연락이 올 때마다 당신의 다정한 음성이 내게 음성지원되는 듯했고요, 이모티콘과 함께 웃고 있을 당신이 떠올랐어요. 참으로 당신이 좋거든요, 나는 그래요.
오늘은 정말 일하러 가기 싫었어요. 날 보러 오는 사람들도 싫었고요.. 암튼 뭐든 마음에 안 들었어요. 해서, 풀이 한껏 죽어있었어요. 출판사 직원이 나를 데리러 집으로 오고 있을 때.. 당신의 연락이 왔어요. 데리러 오고 있는 직원에게 미용실에 가 있으라고 전화하고.. 당장에 뛰어갔어요. 당신이 나를 볼 수 있는 곳으로. 뛰어가는 길이 얼마나 행복한지 아마 당신은 모르실 거예요. 심장이 터지는 줄 알았어요.

뛰어오지 마요~^^

저 말은 뛰어가지 않을 수 없게 만드는 말이에요. 내쪽에선 당신이 보이지 않지만... 왜 나는 맨날 달려가는 걸까요.
아마 당신이 창가에서 보는 마지막일 거예요. 그 길을 지나간데도 나는 더 이상 멈추지 않을 테니까요.

당신은 나를 기다리고,
나는 당신이 나를 볼 수 있게 달려가고

며칠을 반복했더니 자꾸 기다려지는 마음이 커져서 안 되겠어요. 자꾸만 당신에게 가려는 나를 동여매야죠..

당신과의 관계는 계절을 닮아 있어요.
봄이 지나면 여름이 오고, 가을이 끝나면 겨울이 찾아오듯 말이에요. 사람 사이에도 자연스럽게 끝이 오는 순간이 있어요. 그러나 나처럼 이별을 받아들이지 못하는 사람도 있지요. 이미 내 양손은 붉게 물든 걸 모른 채 아직 다 태우지 못한 마음으로, 아직 꽃이 피어있던 기억 때문에 끝나야만 하는 인연을 붙잡고 있어요. 끝난 인연을 붙잡는 나는 추태한 모습만을 남길 뿐이죠.
그로 인해 당신은 내게 더 동정심만 느낄 뿐인데도 말인데도요. 동정심으로 관계가 이어진다 해도 그건, 조금 미뤄둔 이별이 될 테죠.

당신은 사랑도 아닌 나를 그만 놓아주세요.
나는 사랑이 분명한 당신을 놓을 테니까요.

나는 더 이상 당신을 사랑하지 않을 거예요.
하지만, 당신에게는 영원히, 무한토록 애틋함을 느낄 거예요.

밤이 깊어질수록 그 어둠은 더 투명해집니다.
바람이 스칠 때마다 그리움이 잔물결처럼 번집니다.
집착인지 미련인지 같은 곳을 맴돌고 있는 내가 싫습니다.
오늘도 조금씩 무너지고, 그렇게 조금씩 잊히는 연습을 합니다.
그럼에도 나는 당신이 참 좋습니다.
또 보러 가겠습니다.
끝끝내 당신에게 닿지 못한다 해도 상관없을 듯해요.
매일 밤, 나는 짝사람의 결의를 다집니다.
곧 보러 가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