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감성 글쟁이/엽편소설

엽편소설)#1-357 아리랑 사랑



먼발치에서라도 보고 싶었습니다.
멀리 계시지만, 당신이 창 밖을 보고 있다는 걸로
그게 나를 보시는 것이기에 충만히 족합니다.
나는 당신을 볼 수 없지만, 당신이 나를 보신다는 것에 족할 수밖에요. 나와 당신은 어느 계절이든,  동시에 함께할 일을 도모하지는 못하니까요. 턱끝까지 숨도 고르지 않고 뛰었어요. 한달음에 내달렸어요. 그쪽으로는 결코 뛰지 않겠다 하여 나왔는데 시간을 보고 뒤돌아 달리지 않을 수가 없었어요. 보이지 않는 나로 혹시 실망하셨을까 봐 혹시 기다리셨을까 봐 그러실까 봐 달리지 않을 수가 없었어요.
보란 듯이, 또 어긋났지만요....

우리는 어긋나고, 엇갈리기만 하다 끝날 인연인가 봅니다.
압니다.
누구보다 잘 알고 있어요.
그 어긋나기만 인연, 오늘은 창밖을 보는 당신과 마주할 줄 알았어요. 어제는 거울을 보며 손을 흔드는 연습도 했는걸요.
당신이 있을 곳을 지나쳐 앞만 보고 달렸습니다.
눈물인지 땀인지 마구마구 흘러내렸어요.
기다리라 한 적 없으시고, 가겠다 한 적 없었어요.
알아요. 그럼에도 기다리는 내가 참 부질없어 보였어요.
어제는 멀었고, 오늘은 더 멀었으며, 내일은 더 멀 것이 분명하기에 나는 두렵고, 무섭습니다.
당신이 그리워, 물불 가리지 않고 달려가는 나와
밤새 당신을 고심하는 나.
그것이 모두 나예요. 요즘은 어떤 게 내 진짜 모습인지 모르겠어요.  호락하지 않는 삶에 득과 실이 분명하게 두고 살고자 했던 일들이 한순간에 물거품이 되어버렸어요.
하루에도 수십 번씩 마음이 변합니다.
당신이 안온한 삶 속에서 행운과 행운이 따르길 바라면서도,
나를 이유로 가끔은 슬프셨으면 하고요,
몸은 저기 두고서 내가 신경이 쓰인다는 말에 그것으로 되었다 하면서도,
조금만 더 내게 오길 바라게 되고요,
당신께 낭만과 다정함만을 주려고 하지만,
자꾸 질척거리고 구질구질함만 보여주고 있어요.

이제는 당신이 밉습니다.
너무 그리울 때마다 밉고요, 보고 싶을 때마다 미워요.
이렇게 내내 당신이 밉기만 했으면 좋으련만.
그러질 못하네요.

나는 당신의 동정과 사랑 사이, 어디쯤 있는 걸까요.


"가끔씩 외출해요. 최근에 바빠서 못 나갔던 것뿐이에요"

감정은 숨길 수 없었고, 활자로 그대로 전달되었나 봅니다.

"아.. 그럼 즐거운 시간 보내세요~"

분명, 못난 마음을 꾹꾹 눌러 담아 전송했습니다.
당신은 그걸 또 알아챈 듯했고요.

"즐겁지는 않은 시간이에요^^
볼 일이 있어서요~"

못난 마음을 드러낸 것도, 들킨 것도 모두 부끄러웠습니다.
민망했어요. 그러나 이미 엎질러진 물이었지요.
당신에게는 잘 숨겨지지 않고, 잘 가려지지 않아서 큰 일입니다.


그러나, 나는 분명히 당신을 비워낼 것입니다.
비워내지 않고 담아두고는 살 수가 없을 것 같기에, 나는 무조건 당신을 비워내야 합니다.

우는 날 떼어놓고 어찌 갈 것인가요
하염없이 내리는 비에 당신도 억수처럼 울었나요
떠나가세요. 아주 멀리 가세요.
지금 우리 거리보다 더 멀리 가세요.
기다림은 헛된 희망.
또 품지 못하도록 아주 멀리 가세요.
나를 두고 가신 당신 십리도 못 가서 발병 나지 않게
내가 빌겠어요.
발병일랑 나지 말고 안온하고 행복하세요.
떠나가세요. 멀리 가세요.
아주 멀리 가세요. 우리 거리보다 더 멀리요.
아주 멀리 가세요.


가지 마요, 가지 말아요. 나를 버리고 가지 말아요.
나를 두고 제발 가지 마요.
그리움과 기다림이 멀리멀리 고개로 넘어갑니다.
나를 두고 가신 당신, 십리도 못 가서 내게 다시 돌아오세요.
나를 두고 가신 당신, 십리도 못 가 발병 나세요.
돌아와요, 돌아 오시오. 내게 돌아와요.
나에게로 부디 와주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