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감성 글쟁이/엽편소설

엽편소설)#1-353 단순한 감정이 아녜요


당신은 찬란한 유토피아 같은 사람이에요. 내게 많은 것을 경험하게 해 주거든요. 무용한 것들을 좋아하는 나를 쓸모없는 것에 더 빠져들게도 만듭니다. 그 많은 감정 중에 '사랑'이 가장 독보적으로 많고요, 그다음은 질투와 집착이 많아요. 흔해빠진 호칭이 지금 딱 그래요. '편집장님', '과장님'은 나만이 당신에게 쓸 수 있는 애칭이 아니잖아요. 당신을 당신이라 부르고 싶어요.. 나는 꼭 그런 것에 집착해요. 나만이 할 수 있는 것, 우리만이 아는 것, 그 한정된 세계를 나타내는 보조사 '만'에 목을 매달아요. 또 빙빙 돌려 말하고 있지만, 사실, 하고 싶은 말은 당신이 사랑하는 유일한 여자가 되고 싶다고요.. 몹시도요.

사랑은 햇살처럼 번져와 노을처럼 저물어가요.

나와 인연이 닿았던 남자들은 대부분 '나'와 얽히기를 바랐어요. 그게 나에 대한 관심이 아니었던 적도 있었고요. 가령, 돈이라던지, 배경이라던지 뭐 그런 경제적인 면에 관심이 쏠리기도 했거든요. 그러나 어쨌든 '나'를 통해야 했기에 나와 얽히고자 하는 이들이 종종 있었어요. 그런 남자들이 내게는 전부였어요. 그래서 그런 탓일까요.  돈도, 명예도, 사랑도 다 싫다는... 당신을 어찌해야 할지 모르겠어요. 당신에게 선물을 드리면 다시 돌려주기에 바쁘고, 사랑을 드리면 받지도 않고 부담스러워하시기에 나는 참 어렵습니다. 용기 내어 덜 좋아하겠다 직접 뜻을 전했지만.. 당신에게서 연락이 왔던 날은 너무도 헷갈렸습니다. 대내적으로는 당신을 너무도 사랑하지만, 대외적으로 '그만 좋아하겠다' 뜻을 분명히 밝혔는데도 불구하고 당신으로부터 연락이 왔다는 건, 나와의 애매모한 관계를 끝맺기 싫다는 의미로 해석되기도 하거든요. 그래서 나는 참 헷갈려요. 한편으로는 꽤 많이 설레기도 하고요. 끝없이 나를 잃어가면서도 한없이 사랑을 갈구하게 되고요.. 내가 꿈꾸던 세상은 내가 아는 세상이 아니었어요. 빛과 어둠. 가려진 그림자. 유혹의 덫. 낮과 밤. 어디쯤일까요. 내 세상은.

심리책을 오랜만에 읽었어요. 당신의 심리를 알고 싶거든요. 내게 향하는 당신의 마음은 어떤 심리적인 이유를 품고 있을까요. 사랑일까요. 욕망일까요. 일탈일까요. 장난일까요.
사랑을 책으로만 배운 나로서는 답을 또 책으로 찾고자 합니다.
책에서 그러하네요. 남성의 욕망은 감정보다 빠르다고요.. 이 반응은 너무도 즉각적이어서 본인이 자각하기도 전에 시작된데요. 문제는 지금부터에요. 이 욕망을 감정으로 착각하기 쉽다는 것입니다. 강렬하게 끌리면 그 사람을 정말 좋아하는 줄 안다는 거예요. 하지만 정작 욕망이 채워지고 나면 아무것도 남지 않는다 해요. 욕망이 지나간 자리에는 감정이 남지 않는데요.. 날 향한 심리적인 이유가 감정 따위 없는 욕망이신가요. 꽤 슬픈 일이긴 하지만, 것도, 퍽 나쁘지만은 않아요. 나를 향한 마음이 욕망이라면 그 욕망, 오랫동안 잃지 마시길 바라요. 몸만 원하는 관계라도 당신 옆에 있고 싶어요. 서로 다른 마음을 품고 있을지라도 함께 할 수 있음에 나는 그저 좋습니다. 나를 오래도록 욕망하시기를 바라요.



우리, 태평양 너머 작은 어촌 마을로 도망가버릴래요?

나는요, 대단하고 거창한 건 필요 없어요. 비싼 커피숍에서 커피 한잔 마시는 것보다 자판기에서 커피 한 잔씩 나눠 뽑아 들고 어색하고 쭈뼛거리는 모양새로 종이컵을 부딪히며 당신과 함께 웃고 싶어요. 당신과 함께라면 '이게 행복이구나, 이게 사랑이구나' 하는 마음이면 나는 충분하거든요.

당신과 함께라면 어디든 갈 수 있어요.
어디에서도 나는 당신을 사랑할 수 있어요.

겁이 많은 나를 달래는 손길에서도 애정이 묻어나는 당신이 참 좋습니다. 걱정이 많은 나를 항상 어린아이 달래 듯 달래주고, 근거 없는 망상 같은 상상력에 귀 기울여줘서 얼마나 고마웠는지 당신은 모르실 겁니다. 가령, 구멍이 무섭다는 말만 되풀이할 때에도 '쥐가 나오면 지켜드릴게요'라는 우스갯소리의 농담도 퍽 멋졌고요, 드라이기에 영혼이 빨려갈 거 같다며 무섭다는 말을 할 때에도 '상상력이 풍부해서 작가가 되셨나 봐요'라는 다정한 말로 나를 달래주었지요. 그런 당신의 실없는 농담과 말에 쉬이 행복해지고 안정을 찾는 나는 안쓰럽기만 해요. 얼굴에 붙은 머리카락을 조심스레 쓸어 넘겨 귀에 꽂아주는 다정을 받고 있노라면, 오래 꾼 꿈결 같았어요.

나랑 도망갈래요?

작은 어촌 마을에 가서 살래요? 나에게는 당신이 꼭 필요해요... 같이 가자고 하면, 같이 갈래요?
필시, 당신은 잔뜩 미안한 표정을 짓고선, '그럴 수 없잖아요'하며 어설프게 웃을 것이 너무 뻔하죠. 답을 알면서 물어본다는 건, 무례한 거죠? 그런데도 자꾸만 물어보고 싶어요. 혹여나 진짜 혹시나 좋다고 대답할지도 모르는 일이니까요. 용기가 생긴다면 물어보고 싶어요. 나랑 도망가자고요. 그 질문이 정 어려우면, 당신이 사랑하는 사람을 만나기 전에 나를 먼저 만났더라면 나도 당신 옆에 설 수 있었냐고 물어보고 싶어요. 그 대답에는 내가 듣기 좋은 말로 대답할 것이 뻔하거든요. 미래를 결정짓는 대답이 아니니까요. 우린 당장 내일을 약속할 수 없고, 당신은 내게 상처 주는 말을 할 수 없으니 분명 그 질문에는 내가 듣기 좋은 말로 대답하실 거예요. 이번에도.. 답을 알면서 뻔뻔하게도 물어본다면 무례한 거지만, 그래도 상상 말고 당신의 나긋 거리는 음성으로 듣고 싶어요.
나요,  못하는 거 없어요. 낚시도 잘하고요, 회도 잘 떠요. 당신은 내 옆에서 한량처럼 내가 떠먹여 주는 밥을 먹고서, 내 무릎에서 잠만 자도 나는 행복합니다. 당신과 함께라면 그게 어디든 좋아요. 아침에 부스스한 몰골로 일어나 잘 잤냐는 상냥한 아침인사를 주고받은 뒤, 나란히 세면대에서 양치질하는 상상만으로 나는 충분히 행복함에 온몸을 휘감고요, 이상한 모양새의 젓가락질로 밥 먹는 당신 모습을 마주 앉아 있는 것만으로도 몸이 간질거려요. 당신은 내게 충만한 행복이에요.

우리 같이 야반도주할래요?

나요, 당신 하나쯤은 충분히 배부르게 먹여 살릴 수 있어요. 당신 입에 거미줄 치는 일 따위는 없을 겁니다. 수산시장에서 생선 손질해 주는 부업을 해도 되고요, 굴 까는 작업장에서 알바도 할 수 있어요. 나 굴 잘 까거든요! 어렸을 때 할머니를 도와드린 경험도 있고요. 정 안되면.. 동네 할머니들과 고스톱 쳐서 따올게요^^ 것도 성에 안 차시면, 노래랑 웃음 팔아서 돈 벌어올게요. 퍽 소질이 있는 듯하거든요. 아직 내 방송을 당신은 보지 못한 듯 하지만, 소질이 있는 듯해요. 그러니 나 믿고, 나랑 가요.. 세상 어디든 당신만 있으면 나는 다 좋습니다.

돈도 명예도 사랑도 싫다는 당신이 내게 오실리는 없겠지만, 그럼에도 나는 당신에게 사랑을 갈구하는 일 외에는 할 수 있는 게 없습니다. 내게는 당신이 참 어렵거든요. 오늘도 여전히 내 마음속 소란과 적막 사이에서 당신이 떠오르면 그 당신 모습이 그리워 슬프기만 합니다.

당신이 보고 싶어요..
당신도 내가 그러한가요.
이제는 아니시려나요.

매일매일이 내게 사랑이듯
내 사랑이 당신에게 가 닿기를.

비를 타고 내려가기를
바람에 묻혀 날아가기를
떨어지는 나뭇잎에 숨어있기를
구름에 실려 떠다니기를
불현듯 그렇게
아무 예고도 없이
내 사랑이 당신에게 닿기를..
그래서 당신이 내게 오기를.

#그리움이란 결코 지워지지 않는 영혼의 문신이에요.

내 지루한 짝사랑 이야기는 아직 끝나지 않았어요. 다행이도요. 당신에게 닿기까지 내 글은 멈추지 않을 거 같아 무섭습니다.
나랑은 전혀 상관없는, 당신에게 새겨진 그 흔적들을 볼 때면 마음이 이상하게 아파요. 아팠을 당신에 그런 것일까요. 새겨진 흔적들이 나를 아프게 하는지 모르겠지만요, 나는 볼 때마다 이상한 감정들에 휩싸여요. 내게 새겨진 주홍글씨 마냥요. 아마 당신은 내게 결코 지워지지 않는 문신이 된 듯합니다. 어쩌면 아주 깊게.

비가 내렸어요.
올해 비가 참 많이도 내리네요.
꼭 당신에게 질척이는 내 마음 같아 서글펐어요.
비를 참 좋아하는 데,
이제 비가 내리기 시작하면 나는 마냥 행복하지 못합니다.
비가 당신인 듯, 당신이 비인 듯해서요.
마음 한쪽이 텅 비어버린 것 같고
내가 지금 무엇을 하고 있는지
비가 내릴수록 내 마음도 잠겨버립니다.

#당신은 알고, 나는 몰랐어요.

나는 적당히 사랑하는 법을 몰랐어요.
당신에게 내 마음 전부를 내어주는 게 사랑이라 믿었고, 그렇게 비워진 마음에 당신의 애정과 낭만으로 채워지는 것이 사랑이 배웠어요. 밀고 당기고... 소설 속에만 가능한 일이었어요. 서로를 온전히 품을 수 있는 투명한 사랑을 이상적인 사랑을 꿈꿔왔는데, 현실은 달라요. 내 사랑은 누구보다 투명하지만 한 순간도 투명한 적 없었어요. 어느 순간부터 나는 당신에게 사랑을 구걸하고 있으니.. 당신은 적당히 사랑하는 법을 알았고, 나는 그 방법을 몰랐어요. 그리고 여전히 나는 적당히 사랑하는 법을 모르겠어요.
이 와중에도 당신과 닿고 싶은 내가 너무 싫어요.
그럼에도 당신이 너무 보고 싶어요.
죽어버렸으면 해요.
당신을 쓰지 말걸 그랬어요.
당신을 주인공으로 만들지 말걸 그랬어요.
당신을 동경하지 말걸 그랬어요.
당신을 사랑하지 말걸 그랬어요.
당신을 보러 가지 말걸 그랬어요.
당신을 마음에 담아두지 말걸 그랬어요.
어쩌자고 대책 없이 사랑해 버린 걸까요.


궁금하지 않으시겠지만요,
잘 못 자고, 못 뛰고, 글도 안 써져요..
한마디로 내 생활이 엉망이 되어버렸어요.
잘 못 잔다는 건, 아프다는 말이고요,
못 뛴다는 건, 사는 게 재미없다는 말이고요,
글이 안 써진다는 건, 삶이 의미가 없다는 말이에요.
지금 내가 그래요.
당신 때문에 엉망이 되어버렸어요.
나를 구원하세요.
구원이 구원이 아님을 아는데도, 내게는 구원이에요.




주님,
오늘도 그 사람이 떠오릅니다. 해서 잠을 이루지 못하나이다.
의식하지 않으려해도, 제 마음은 그에게로 향하고 있습니다.
마치 기도처럼, 숨결처럼
그의 이름이 제 안에서 자꾸 피어납니다.
제 사랑이 허락되지 않았음을 압니다.
금기된 사랑임을 알면서도 그를 향한 마음이 잦아들지 않습니다.
잊으려 하면 더 선명해지고, 놓으려 하면 오히려 더 깊이 뿌리를 내립니다.
주님, 그를 제게로 이끌어주소서.
억지로가 아니라, 당신이 예비하신 길 위에서 자연스럽게 마주 서게 하소서.
그가 제 눈을 바라보게 하시고, 그 순간 제 마음이 두려움보다 감사로 가득 차게 하소서. 그의 곁에 머물 수 있다면, 그것이 잠시라도, 당신의 허락이길 바랍니다.
제가 사랑하는 사람이 주님과 뜻을 함께 하고 있습니다. 해서, 염치없이 엉터리 기도를 당신께 하고 있음에 용서하소서.
그리움이 너무 커져 이젠 기도가 되어버렸습니다.
그가 제 곁으로 오게 해 주소서, 그의 걸음이 멀어지지 않게 잡아 주소서.
만약 그 사랑에 이루어질 수 없다면 이 마음이 무너지지 않게 지켜주소서. 그리움이 제 영혼을 태워도 그 불빛이 결국 당신을 향하게 하소서.
그가 제게 오지 않아도, 그의 숨결이 머문 자리에 바람처럼 머물고 싶은 마음, 그것이 죄라면 용서하소서.
만일, 이 사랑이 당신께서 허락하지 않은 길이라면,
주님, 그리움마저 거룩하게 하소서...
주님, 제 사랑이 죄가 아닌 기도가 되게 하시고, 그가 제게로, 당신 뜻 안에서 조용히 다가오게 하소서.
주님. 오늘도 저는 그를 향한 그리움을 당신께 맡깁니다.
그의 이름이 제 안에 머무는 한, 그 마음이 제게로 스미길 바라며 조용히 아주 조용히 당신께 속삭입니다.
아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