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추석 전,
"오늘 출근 안 하시죠? 같이 뛰시죠^^"
"아뇨. 이제 그쪽이랑 안 뛸 거예요"
"제가 뭐 실수라도... "
"그런 거 아녜요. 그냥 누가 보면 오해할지도 모르고.."
"형님이 그쪽 혼자 뛰는 것보다 같이 뛰는 게 더 마음이 편.."
"아.. 남편 말고요. 다른 사람들이 보면 말이에요"
"누가요?"
"뭐.... 동네 사람들이나 이웃들이요"
"갑자기???"
"아무튼 나 그쪽이랑 같이 안 뛸 거예요!"
"왜 또 마음이 변했어요. 다이소도 그렇고 요새 달리지도 않고..."
"내 마음이에요^^"

그, "붕어빵 먹으러 가요!^^"
나, "저 돈 없는데..."
그, "나 있어요^^ 가요"
붕어빵사장님, "오랜만이네요^^"
나, "안녕하세요^^"
붕어빵사장님, "잘 지내셨어요??"
나, "네. 저야 늘 똑같죠^^ 사장님은요?"
그, "이러니 형님이 싫어하시지..."
붕어빵사장님, "아.. 남편이세요?"
나, 그 "아니요!!"
그, "제 와이프는 어리고 젊어요"
사장님, "남매예요??"
나, "아니요! 어딜 봐서요!!"
그, "이웃이자, 얘들 친구 엄마예요"
사장님, "이웃사촌, 좋죠~ 멀리 사는 친척보다 가까이 사는 이웃지간이 더 자주 보고 좋아요^^ 어떻게 드릴까요?"
나, "그쪽이 산다 그랬죠??"
그, "네, 마음껏 드세요"
나, "팥 5마리, 슈크림 15마리 주세요"
사장님, "여전히 많이 드시나 보네요^^"
그, "그거 다 먹게요???????"
나, "응"
그, "저녁은요?"
나, "이거 먹고 먹어야죠"
그, "살 뺀다면서요..."
나, "당분간은 명절이라 괜찮아요^^"
그, "식비 거덜 나겠어요..."
나, "내일 돈 갚으면 되잖아요!!!!!"
그, "아니.. 그게 아니라... 왜 화를 내요ㅠㅠ"
나, "미안해요^^;;; 배가 고파서요ㅠㅠㅋㅋ"
그, "배고프면 사나워지나 봐요?^^"
나, "네. 매우! 그러니, 조심하세요^^"
연휴 전 마지막 평일
"오늘 출근해요?"
"아뇨.. 오전에 출근 안 해요. 오후에 사무실 잠시 들렸다가 추석 장 보러 갈 거예요"
"그럼 저 한 번만 태워주세요"
"어디 가는데요?"
"사무실에요.."
"사천까지요?"
"네ㅠ 차에 불이 들어와서 서비스 맡겼데 오늘 점심 때나 되어야 된다네요"
"그래요 그럼. 저희 집 아파트 라인 지하 4층에서 기다려요. 옷 갈아입고 출근 준비해서 나올게요. 30분 뒤에 봬요"
"네!"
차가 막힐지도 몰라 출근 준비를 하고 내려왔다. 그는 짐을 한가득 들고 서 있었다. 그렇게 그의 사무실로 출발했다.
"나 길 몰라요. 네비 찍어주시던지, 안내하세요"
"차 언제 바꿨어요?"
"얼마 안 됐어요"
"앞에 차도 있던데요??"
"아직 그 차가 편해서요.."
"왜 갑자기 차를 바꿨어요?"
"접촉 사고 나서요..."
그가 안내해 주는 길로 잘 가는 도중, 그의 목소리에 웃음기를 잔뜩 묻어있음을 깨달았다. 힐끔 본 그는 웃고 있었다.
"또 왜요..."
"운전하는 모습이 낯설어서요ㅋㅋㅋㅋ"
"난 또 뭐라고... 어디로 가요? 직진? 우회전??"
"좌회전!!"
"이씨.. 그냥 네비 찍어요"
"운전대 잡은 모습이 본모습이라더니 딱 맞네"
낯선 길이었다. 고속도로가 아니었기에.. 과속방지턱이 그림만 있는 곳이 많았다. 해서, 이번에도 그림만 있는 속임수 과속방지턱인 줄 알았다. 속도를 줄이지 않고 달리다 급하게 줄였고... 나는 그가 앞으로 쏠리지 않게 팔을 뻗었다.
"괜찮아요??"
"전 괜찮아요. 괜찮으세요?"
"네 저도 괜찮아요"
"손.. 이거 뭡니까??^^"
"보호요. 다칠까 봐 보호한 거예요"
"하하 ㅋㅋ 보호가 아니라 사심 아니에요???"
"네?"
너무 당황해서 팔을 그대로 뻗은 상태로 그를 잡아주고 있었다.
사심이라는 말에 얼른 팔을 접었다.
"미안해요. 갑자기 브레이크 밟아서 정신이 없어서"
"왜 저 보호해 준 겁니까 ㅋㅋㅋㅋ"
"당연히 보호해야죠. 난 그쪽보다 어른이니까^^"
"갑자기 이대로 죽긴 아쉽다고 생각 들었어요"
"왜요?"
"아무것도 안 했으니까요"
"뭘 해야 되는데요?"
"사랑"
"어디로 가는지 길안내 좀 똑바로 해주시겠어요?"
"우리 둘 다 이렇게 죽으면 오해하겠죠?"
"블랙박스 보면 다 알겠죠~ 그리고 길 안내 안 할 거면 여기서 버리고 갑니다??"
"넵. 계속 직진입니다"
사무실에 도착했다. 30분만 기다렸다가 같이 가자는 말에 거절하기 어려웠고, 그러겠다 대답했다. 몇 번 회사에 태워다 준 고마움이 떠올랐기에.. 그의 사무실에 앉아 이어폰을 귀에 꽂고, 차에 있던 시집 하나를 꺼냈다. 일하는 모습은 사뭇 달랐고, 그는 몇 번 눈이 마주쳤다. 결국, 큰 머그컵을 내게 내밀었다. 달달한 핫초코였다.
"핫초코 좋아하죠?^^ 드세요"
"이렇게 많이???"
"더 많이 먹잖아요^^;;"
그는 소곤소곤 말했고, 나는 그를 향해 눈을 흘겼다. 화장실에 가고 싶을 수도 있기에.. 많이는 마시지 못했다.
"왜 안 마셔요? 입에 안 맞아요?"
"아니, 그게 아니라... 별로 안 당겨서요"
"화장실 청결이 문제라면, 아주 깨끗하니 걱정 마세요^^"
그는 다시 소곤소곤 말했고, 나는 어색하게 웃었다. 그는 매번 무례한 듯 친절했고, 솔직하게 상냥했다. 그의 눈을 쳐다봤다.
"대체 그렇게 빤히 볼 때는 무슨 생각해요?"
"아무것도요. 그냥 보는 건데?"
일하다 말고 그는 내게 계속 말을 걸었고, 정확히 40분 지났을 때 부랴부랴 일을 마무리했다.
"많이 기다렸죠? 가요가요"
"집으로 바로 가면 되죠?"
"같이 밥 안 먹을 거죠?"
"네"
"같이 안 뛰실 거고?"
"저 사무실 가봐야 해요"
"빵도 안 먹을 거죠?"
"네ㅋㅋㅋㅋㅋ"
"그쪽은 어디 가요?"
"정관장"
"같이 가요. 나도 인사할 때 있어서 들려야 해요"
다시 차에 올랐고, 이어폰으로 노래 듣던 노래가 차에서 흘러나왔다.
"또 또 우울한 노래.... 그쪽은 발랄한데 왜 쳐지는 노래 듣고, 쳐지는 책만 읽어요??"
"저 밝아요???"
"모르셨어요?? 여태????"
"저 막 밝은 사람은 아닌데요....??"
"저 태어나서 밝은 사람 몇 못 봤는데요, 그쪽이 거기에 포함이에요"
"제가요? 의외네요"
"그럼.. 그쪽 말은 원래 밝지 않은 사람이라는 거예요? 그쪽은 어떤 모습이 진짜 모습이에요??"
"그 전부가 저예요. 그쪽이 어떤 모습을 봤는지 모르겠지만 그 모두가 저예요^^"
"제가 볼 땐 항상 밝았어요. 나이 들어서 찐 웃음 보기 힘든데 그쪽은 곧 잘 웃던데요? 길에서 얘들이랑 춤도 추고, 개다리 춤도 추시고.."
"아니, 맨날 어디서 그리 나를 본데요???"
"일전에 이야기드렸는데. 그쪽한테 자꾸 시선이 간다고.."
"같은 아파트 사니깐 ㅋㅋ 자주 마주치긴 하죠. 얘들 나이가 같아서 생활 패턴도 비슷하고요"
그 뒤로 대화도 없이 우리 집 지하주차장까지 왔다.
"정관장 간다면서요?"
"갈 거예요^^"
"차는요....?"
"아.. 거기 주차할 곳이 복잡해서 걸으려고요"
우리는 나란히, 그렇지만 적당한 거리를 두고 함께 걸었다. 그 거리는 목적지 도착할 때까지 좁혀지지 않았다. 주고받는 대화는 없었다. 간혹 자전거를 타고 오는 사람들이 있을 때면 '조심하세요'라는 말만 있을 뿐.
"핫도그 먹고 갈래요?"
"배고파요?^^"
"끄덕끄덕"
"가요. 핫도그는 그쪽이 사요"
"네^^"
"감자 통모짜 3개, 명랑 핫도그 1개요"
"3개나 드시게요?"
"3개 먹고 2개 더 먹을 건데요?"
"그럴 거면 밥을 먹는 게 어때요...."
나는 눈을 흘겼다. 그리고 길바닥에서 핫도그를 꼭꼭 씹어 맛있게 먹었다.
"그.. 큰 안경은 인간적으로 벗읍시다"
"왜요??"
"너무 꺼벙해 보여요"
입에 잔뜩 핫도그를 넣고 한껏 눈을 흘겼다. 그러면서도 나는 핫도그를 입에 넣고 야무지게 먹었다.
"그쪽은 내숭 같은 거... 없어요??"
"먹기도 바쁜데 내숭까지 떨면 너무 바쁠거 같지 않아요??"
"ㅋㅋㅋㅋㅋ 아무 때나 막 잘 먹어요? 형님이랑 데이트할 때도?"
"뭐가 궁금한 거예요?"
"잘 보이고 싶은 사람 앞에서도 이렇게 잘 먹어요?"
"아니죠. 나도 잘 보이고 싶은 사람 앞에서는 적게 먹죠!"
"아...."
"아?? 반응이 왜 그래요 ㅋㅋ"
"잘 보이고 싶은 사람이 나는 아니네요 ㅋㅋ"
핫도그 하나면 충분하다는 그와 핫도그 5개 먹은 나. 아이스크림 할인점에서 폴라포와 빠삐코를 하나씩 물고 정관장에 들어갔다.
직원이 연령대에 맞는 선물을 이것저것 추천해 주었다. 그러던 중 소개해준 제품이 괜찮다 싶었는데.. 제품명이 '기다림'이었다.
"혹시 이거, 한약 먹는 사람이 먹어도 되나요?"
"네"
"매일 반주를 하는 사람이 먹어도 괜찮나요?"
"숙취해소에도 좋아요"
"혹시 영수증 지참하면 교환가능한가요?"
"네^^"
"이거 하나만 포장해 주세요"
"애기아빠, 나 먼저 가야겠어요. 급한 약속이 있는 걸 깜빡했어요. 천천히 사고 와요. 그럼"
그렇게 문을 박차고 집으로 한달음에 달려갔다.
'기다림'이 마음에 들었다. 누군가를 기다리는 나와 같은 처지 여서 그런 것일까. 기다림의 글귀를 보는데, 느닷없이 누군가가 떠올랐다. 보고 싶었다. 볼 수 없는 사람이었기에 '기다림'을 누군가에게 전달하고 싶었다. 마음이 급했다. 오랜만에 달려서 기분 좋은 것인지, 누군가에게 간다는 사실에 행복한 것인지.. 달리는 내내 심장소리가 머리에 쿵쿵 울렸다.
그날 오후 아이들 하원시간에 맞춰 집으로 돌아왔다. 집 앞에는 빵과 우유가 있었다.

필시 그가 문 앞에 걸어두고 간 것이 분명했다. 메모 하나 없이 걸려있었지만, 분명 그였다. 나는 또 빈손으로 하원하는 아이들을 받으러 내려갔다.
"빵이 너무 많던데.. 나눠 먹어요"
"아까는 어딜 급하게 간 거예요?"
"아.. 언제나 감사한 사람한테요"
"누군데요?"
"회사 상사예요"
"아 ㅎㅎㅎ 그리고 그거 빵 아니에요. 떡이에요. 빵 말고 떡이에요!!! 오븐에 구운 떡인데요, 진짜 맛있어요^^"
그는 내가 빵보다 떡이 좋다 몇 번 이야기했던 탓에 그렇게 강요하며 말했다. 그러나 그 빵은... 아니 그 떡은 진짜 맛있었다. 먹을수록 떡인지, 빵인지 헷갈렸지만 진짜 맛있었다. 내가 그동안 빵이라도 먹었던 것들이 전부가 아님을 새삼 깨달았다.
#추석연휴 중
"언니, 추석 잘 보내고 있어요?"
그의 아내로부터 한통의 카톡이 왔다. 맥주 마시자는 내용이었다. 마침 남편도 쉬는 날이었다. 해서, 아이들 장난감이 더 많은 우리 집에서 보기로 보기로 했다.
"추석 잘 보냈어요?"
그의 아내는 내 남편과도 잘 지냈다. 그 붙임성이 부러웠다. 나는 죽었다 깨도 가질 수 없는 붙임성이었으므로. 집에 있던 과일을 꺼내 손질하고, 그의 아내는 가져온 와인을 꺼냈고, 남편은 치즈를 준비했고, 그는 아이들과 놀아주었다. 출출했는지 아이들이 배고프다고 했고, 나는 간식을 준비하려 했지만 그의 아내는 내가 귀찮다며 배달을 시키자 했다. 치킨과 피자를 먹으며 보드게임도 하고, 편을 나누어 전쟁놀이도 하며 잘 놀았다. 우리 집 아이들은 일찍 자는 편이었고, 둘째는 졸린지 찌찌를 만지겠다 했다. 아이를 씻기고 품에 안고 있다가 잠이 들었고, 침대에 눕혔다. 첫째는 스스로 씻었고, 그의 아들과 케이팝데몬헌터스를 보겠다고 했다. 그 영화가 끝나기 전에 모두 잠들었다. 10시였다. 침대에 모두 눕혔고, 그제야 육퇴를 했다.
"언니, 고생했어요. 한잔 마셔요!"
"난, 안 마실래"
"그럼 짠~하게 한잔만 마셔요"
"그래^^"
컨디션이 좋지 않은 나는 그 한잔에 취해버렸다. 세상이 참 웃기게 보였고, 웃음이 스멀스멀 올라왔다. 졸렸다. 몸이 천근만근 무거웠다. 찡얼대고 싶어졌다. 하나, 편하지 않는 두 사람이 있었으므로 마음대로 눕지도 못하는 상황이었다. 나는 남편 팔을 만지작 거렸다. 누가 나를 만지는 건 싫어하지만, 내가 만지는 건 괜찮은.. 조금은 이기적인 스킨십이었다. 남편의 반팔 속에 손을 넣고 팔을 만지작 거렸고, 이내 마음이 편해졌다. 불안이 높으면 그 불안을 낮추기 위한 행동을 취하는데, 나는 누군가와 닿거나 입에 넣어야 편한 사람이다. 손을 빨 수 없었으므로 다른 선택이 없었다.
"언니는 애교 많죠??"
남편에게 물었고, 남편은 대답했다. 잘 칭얼댄다고... 그러다 스킨십 이야기가 나왔다. 팔을 만지는 이유에 대해서 자연스레 이야기하다가 차에서 남편이 안전벨트를 하고 운전할 때, 안전벨트를 만지면 그렇게 마음이 편하다고 알려줬다. 그는 내가 애정결핍이라고 했고, 남편은 그럴 리가 없다고 했다. 사랑을 이렇게 많이 받는 사람이 결핍일리 없다고 말이다. 불안을 낮추는 일은 아직은 내게는 참 어려운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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