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나의 엄마는, 아빠가 언젠가 크게 될 딸바보임을 이미 진작에 알았다고 했다.
그것은 내가 두 살, 세 살 무렵, 혼자 앉아 장난감을 가지고 놀던 시절의 일이라고 했다.
아이는 눈 한 번 돌린 사이에도 사고를 치는 법. 어린 엄마 아빠의 가슴은 그때마다 철렁 내려앉곤 했다고 한다.
어느 날, 갑자기 내가 “으앙—” 하고 울음을 터뜨렸다. 아빠는 놀라 나를 번쩍 안아 들었다. 그런데 작은 내 손에 붉은 피가 맺혀 있었다. 여린 살결이 종이에 베였던 것이다.
엄마는 손수건으로 조심스레 피를 닦고 상처를 살펴보았다. 따끔하긴 하겠지만 병원을 갈 만큼은 아니라고 생각했다. 그러나 아빠는 달랐다. “무슨 소리야. 내가 데리고 병원 다녀올게.” 그 말과 함께 엄마를 두고 택시를 잡아타 버렸다.
얼마 뒤 돌아온 아빠는 기가 죽어왔다. 엄마가 웃음을 참고 물었다.
“소아과에서 뭐래?” 아빠는 기어들어가는 목소리로 대답했다.
“연고 바르고 대일밴드 붙이면 된대...”
엄마는 터져 나오려는 웃음을 꾹 참으며, 그 순간 확신했다고 한다.
아빠는 애처가일 뿐 아니라, 무엇보다도 누구보다도 큰 딸바보가 될 사람이라고.
나는 그렇게, 두 사람의 세상에서 가장 소중한 딸로 자라났다.
작은 상처 하나조차 아빠의 마음을 흔들어 놓을 만큼, 아끼고 끔찍이도 사랑받으며 말이다.
#공격과 수비가 바뀌고 말았다
"다이소 갈래요?"
"싫어요"
"??? 갑자기 왜 안 가요? 당근 지우개 신상 나왔을지도..?"
"이제 갈 필요 없어요"
"왜요?"
"왕창 인터넷으로 샀으니까.."
"여자를 좋아하는 건... 아니죠?"
"누구? 나요? 내가 왜 여자를....??"
"다이소에 전부 여직원이라.."
"그런 거 아니라니깐요!!!"
"빵 드시러 가실래요?"
"나 빵 안 좋아한다고 했잖아요"
"첫사랑 이야기는 안 들어도 되나 보죠?"
"아.. "
"아??? 왜 갑자기 반응이 시큰둥해졌어요?"
"그게 아니라... 지금은 그쪽 이야기에 집중할 여유가 없어요"
"네?? 그냥 이야기만 들으면 되는데???"
"그래도요.."
"독특하셔. 진짜"
"미안해요"
"이 정도로 미안해하면 안 될 텐데요?"
"무슨 말이에요?"
"나 다시 담배 피워요"
"아 왜!!!!!"
"깜짝이야 왜 고함을 질러요.."
"나 때문이죠??ㅠㅠ"
"그쪽 때문은 아닌데 왠지 그쪽 때문이라 해야 될 듯..?"
"아니 왜 피워요 담배를!!! 맛도 없고, 목도 아프고 눈깔이도 빠질라 하는데 왜!!!"
"조용히 말해요. 동네방네 소문 다 낼 참이에요? 마이크 갖다 줘요???"
"그게 아니라.... 왜 왜 피냐고요 ㅠ 장난이라고 말해요"
"(던힐 담배를 꺼내 보이며)짜잔~~"
"얘들도 있는데 피우려고요?"
"아.. 딱 한 갑만 피워보게요"
"아니, 그래. 왜요! 이유가 뭐예요"
"그냥요^^"
"지금 웃음이 나와요?"
"그쪽이 왜 화를 내죠?"
"미안해서요.. 괜히 저 때문에..."
"그럼 빵 사요"
"씨.. 그놈의 빵!!!!! 먹으러 갑시다!!"
"ㅋㅋㅋㅋㅋㅋ"
"연휴 지나고 가요"
"좋아요^^"
"딱 한 갑만 피고 진짜 그만 펴요.."
"네^^"
그날 오후, 하원하는 길에 그의 손에는 쇼핑백이 들려있었다.
"이거 먹어봐요. 진짜. 맛있어요"
"빵 안 좋아한다고 했잖아요"
"먹어보고 내일 아침에 이야기해 줘요"
안을 들여다보니 기껏 해야 식빵이었다.
"에게?? 식빵이네요?"
"얘 무시하지 마요! 맛있어요. 우리 와이프가 뚱뚱해진 건 이 빵집이 한몫했을 거예요. 뜯는 순간 다 먹어요"
"이 많은 식빵을 다 먹어요??? 밍밍할낀데?"
"그쪽이 초코파이 한통을 콜라 1.5L랑 먹는 것보단 놀랄 일은 아니죠"
"일단 감사해요.. 먹어볼게요. 잘 먹겠습니다 ^^"
"굳이 또 그렇게 인사를 할 필요까진.....^^;;"
"그런데 그동안 입에 달고 살았던 빵이 꼴랑 이거란 말이죠??"
"이 빵 말고 세상에 빵 진짜 맛있는 데가 많아요. 초등학생처럼 소시지 들어간 피자빵만 먹지 말라고요^^"
"....."
조금만 친했으면 죽여버렸을게다. 분명. 필시. 결단코.
그의 말이 맞았다.
식빵 주제에 고소한 버터향을 가득 머금고 있었다. 꽉 찬 밀도감은 일반 식빵과는 전혀 달랐다. 구워도 맛있고, 그냥 먹어도 맛있었다. 그의 말이 맞았다. 세상에는 내가 모르는 빵이 많고, 나는 그 빵들을 경험하지 못했다.
그러나, 나는 잘 부풀려져서 입안에 부드럽게 씹히는 빵보다는 찰진 것이 많아 입안에 쫀득함이 잔뜩 묻어나는 떡이 더 좋다.
버터향 진동하는 빵을 맛본다며 5장을 먹은 내가 할 소리는 아닐지도 모른다.
처음 목적과는 다르게 전개되어 가고 있다.
거리를 좁히려는 건 나였으나 멀어지려는 나와 그 거리를 자꾸 좁혀오는 그. 나를 잘 알아도 너무 잘 알기에 수비만 잘해도 내가 이길 가능성이 있을 것도 한데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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