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대내적으로 보고 싶어요'라는 말대신요...
좋아한다고, 많이 좋아하고 있다고 말해버릴 걸 그랬어요.
그런데 그렇게 말했더라면, 자존심이 상했을 거 같아요.
짝사랑에 자존심 따위 찾을 여유가 없는 거 알아요. 그런데 당신은 나 아닌 다른 이를 좋아하고 있잖아요. 마음을 억누른 채 아무렇지 않은 척하기 얼마나 힘이 드는지 당신은 모르시죠? 이제 나는요, 도를 틀 정도로 태연해졌어요. 말주변이 없는 당신이 무심결에 꺼낸 다른 이와의 일상 이야기에 나름 동요하지 않으려 얼마나 애를 썼는지, 표정에 곧 잘 드러나는 얼굴 낯빛을 숨기느라 얼마나 고단했는지, 질투와 샘으로 부화가 나서 불만스러운 말투가 튀어나가 버릴까 봐 얼마나 애달팠는지, 결코 당신은 모르시겠죠. 그때는 진짜 억장이 무너지는 기분이긴 했거든요. 당신이 말갛게 웃으며 이야기할 때는 이 악물고 견뎌야만 했어요. 그 미소는 나를 향한 웃음은 아니었으니까요. 더 이상 당신을 정말 좋아하면 안 되는 걸 깨닫고 내 안의 무언가가 붕괴되는 느낌도 받았어요.
한편으로는요, 다른 이보다 내가 더 당신을 좋아하는 게 분명하다며 다른 이가 불행하기를 바라는 못된 심보가 스멀스멀 올라오기도 했어요. 절대 나한테 가능성이 없을 듯하여 심술을 낸 거죠 뭐....
아주 가끔은, 당신이 사랑하는 사람에 대해 골똘히 생각해 봤어요. 도대체 어떤 사람이길래 당신의 사랑을 듬뿍 받고 있는지요. 당신을 가진 그 사람이 몹시 부럽기도 하고요. 질투이기도 하지만, 닮고 싶어서예요. 그 사람을 닮으면 나도 당신의 사랑을 받을 수 있을 거라고 아주 단순 무식하게 생각해 버렸고, 그렇게 마음대로 결론 내리기도 했거든요.
당신이 아끼고 소중히 여기는 데에는 이유가 있을 테지요. 그 이유가 너무 궁금해, 용기 내 물어볼까 싶다가도 만약 당신이 이야기를 들려준다면 나는 또 한동안 끙끙 앓겠지요. 질투에 활활 타오르다 재가 되어버릴지, 그 사람이 내가 아님에 애통하고 분할지도 모르겠지요...
좋아하고 있다고, 보고 싶다고 고백하면 당신이 내게서 멀어질 것 같아서 마냥 보기만 했어요. 당신고ㅏ 나눈 모든 말들을 다시금 곱씹으며 혹여나 그 속에 나를 향한 사랑이 숨어있을지 않을까, 혼자 의미 부여하며 멋대로 오해도 했었어요. 조금 지나고 나면 그 모든 말들이 오해임을 알았지만 말이에요.. 그전까지는 설렘에 몸 달았고, 나를 좋아할지도 모른다는 착각에 오두방정도 다 떨었거든요. 참 부질없는 짓이었죠.
그래서 좋아한다고, 보고 싶었다고 이야기할 거예요. 용기가 생긴다면 말이에요..
당신을 좋아하면서 당신에 관한 글을 매일 끄적였어요. 핸드폰에, 일기장에, 원고지에도 남몰래 적어내렸어요. 내용은 여기 쓰는 글보다 되게 구질구질하고 지질하기 그지없어요. 혼자 당신이 너무 좋다고 막 적었다가, 이젠 안 좋아할 거라고 하다가.. 시인이 따로 없고요. 드라마 속 비련의 주인공이 따로 없답니다. 그러면서 내 사랑이 세상 누구보다 처절할 거라고 착각하며 꽤 슬프기도 했지요. 하지만 가장 슬픈 건 , 이토록 숱하게 적은 글들이 결코 전해질 리 없다는 거예요. 단 한 줄도 당신한테 읽힌 적 없다는 게 무지막지하게 철저히 슬픔에 잠기게 합니다.

당신은 곧 잘 웃었어요. 내가 무슨 말을 해도 당신은 그저 빙그레 웃었어요. 차라리 단호하게 무표정이던지, 웃지를 말던지 했더라면, 그리 오래도록 당신을 열병처럼 앓진 않았을 텐데, 하는 생각을 해요. 긴 시간은 아니지만, 우리는 이런저런 이야기를 주고받고, 함께 했고, 함께 웃음을 나눴으며, 심지어 겁이 많은 나를 위해 당신은 매번 배웅까지 해주었지만, 결코 우리는 우리가 될 수 없었어요.
당신은 왜 내가 당신을 좋아하는 걸 알면서도 곁에 두려 틈을 주는 걸까요. 당신을 맘대로 멀어질 수도 없게 구는 걸까요. 결국엔 당신 옆에 설 수 없음에도 말이에요. 애당초 이럴 거였으면 그러지 마시지. 당신의 사랑은 항상 내가 아닌 다른 사람에게로 향했고, 난 그걸 알면서도 희망을 품는 미련한 내가 안쓰러워요. 당신을 좋아하는 것만큼, 당신을 잃는 데에도 큰 용기가 필요한지 진정으로 몰랐어요. 꽤 많이, 엄청나게 두려워요. 아마 당신이 나의 세상이었기에 더 그런 것이겠죠. 당신을 미워하고 원망해보려 했지만 번번이 실패했어요. 미워하고 원망하는 일이 불가능했기에 나를 미워하고 아프게 했어요.
나는요, 정말이지 당신을 너무 좋아한 탓에 당신이 내뱉는 모든 말이 너무 소중해요. 그리고 그 다정한 말들을 내뱉을 때 나를 보는 당신의 눈빛도, 작은 입술도, 손짓, 몸짓, 표정 어디 하나 낭만이 아닌 구석이 없어요. 아마 내 평생 처음 하는 사랑이, 당신이라서 덧없이 특별하기 때문이겠죠?
내게 당신은 나의 모든 것이에요. 사막에 오아시스, 지독한 가뭄 끝에 찾아온 단비, 칠흑 같은 어둠에 유일하게 빛을 비추는 달, 반짝이는 강물에 윤슬, 쨍하게 맑은 날의 하늘, 살랑 부는 바람, 담벼락을 타고 올라오는 넝쿨, 온 세상을 젖게 할 소나기, 계절마다 피어나는 들꽃, 봄날의 흩날리는 꽃, 푸르고 울창한 나무, 모든 것이에요.
당신은 모르실 거예요. 내가 당신을 얼마나 좋아하는지..
내가 당신을 위해 어디까지 할 수 있고, 어디까지 망가질 수 있는지 말이에요. 있잖아요, 나는 당신이 상상할 수 없을 만큼 좋아하고 있어요. 그러니 나를 흔들지 말아요. 그리고 내 글을 끝내 읽지 않으셨으면 해요. 결국 이뤄질 게 아니라면 당신은 내가 얼마나 사랑하는지 끝까지 모르셨으면 해요.
이유는요, 당신 앞에 서게 되면 최대한 마음을 숨길 예정이거든요. 덜 좋아하는 척, 덜 사랑하는 척, 동경하지 않은 척할 거니까요. 또 입을 꾹 다물어야겠죠. 입만 열면 당신을 좋아하는 게 티나 버릴 테니까요. 그래야 당신이라도 덜 부담스러울 테죠. 굳이 당신의 마음까지 불편하게 만들고 싶지 않아요. 내 사랑이 당신에게 짐이 되는 건 추호도 싫어요. 죽기보다 싫어요..
여름도 아니고 그렇다고 가을도 아닌, 이 이름 없는 계절이 지나면 당신에게 나 닿을 수 있을까요?
사랑을 하기 전에는요, 사랑이 보여주는 외면의 모습이 무척 아름다워 보였여요. 마치 사랑이 평화인 것처럼요. 그래서 잡히지도, 보이지도 않는 쓸모없고 무용한 '사랑'에 관한 글을 쓰는 것일지도 모르죠. 하지만 막상 내가 사랑을 해보면서 알았어요. 내 사랑은 외면적인 모습도 아름답지 않지만, 내면은 더 시궁창이라는 것을요. 내면에는 인내와 고뇌, 절망과 낙담이 가득 차서 서로 범람하기 바빠요. 당신에 대한 숱한 고뇌와 그러한 고뇌를 숱하게 인내하는 것.
당신을 간절히 바라다 결국 현실에 부딪히고 마는 절망과 그러한 절망으로 마음이 몹시 상해 낙담하는 것.
시궁창 같은 사랑의 내면에서도 여전히 나는 질문의 답을 내리지 못합니다. 숱한 고뇌와 인내를 이어갈 것인가, 멈출 것인가. 절망과 낙담으로 얼룩진 사랑을 멈출 것인가, 사랑을 이어갈 것인가.
분명, 당신의 괜한 친절을 사랑이라 바락바락 우기며 착각할 것이 뻔합니다. 날 좋아할지도 모른다며 기어코 당신을 더 품어보겠다고 말썽이겠죠. 안 봐도 뻔해요. 그러니 내게 덜 다정하시라고요. 착각하지 않게 말입니다. 친절과 낭만, 다정함과 로망은 주실 수 있지만, 당신은 내게 사랑은 주지 않을 거잖아요. 아직도 나는 헷갈리거든요.. 나를 부르는 이름이 특별히 더 다정했던 것도 같고, 건너오는 눈빛에 애정이 실린 것 같고..
차라리 나를 완전히 소유해 버리지 그러셨어요. 사랑도 듬뿍 주고요^^ 어차피 이러나저러나 우리는 결국 슬픈 끝맺음이 결말이잖아요. 그랬더라면 미련은 없었을 텐데요...
당신은 잘 모르시겠지만, 당신께 많은 걸 바라지 않았어요. 당신의 전부가 되고자 한 적은 결단코 없었어요. 다만, 일부라도 되어 당신의 삶에 오래 머물고 싶었습니다. 그뿐이에요.
그게 다예요.
그러니, 내게 오실래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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