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감성 글쟁이/엽편소설

엽편소설)#1-345 결말을 알면서도, 사랑했어요

 



#우린 아무 사이도 아니었지만, 나는 당신을 사랑했어요.
무척이나 말입니다.

영원이 없다는 걸 알아요. 영원이란 말은 허상에 불과하죠. 그런데 당신과 나는 예외일 거라 믿었고, 믿고 싶었어요.

'당신의 기억 속에 영원히 남고 싶어요..'

그 믿음으로 하루를 버티던 내가, 그 믿음이 무너진 지금, 이루 말할 수 없는 허망함에 시들어가요. 당신 하나 없어진 것뿐인데 모든 게 무너진 것 같아요. 당신이 내 전부였던 탓이겠죠.

기어코 여름이 저물어갑니다. 당신이 또 한 번 내게서 떠나가네요. 초록잎 무성한 잎사귀는 밀려드는 가을을 이기지 못한 채 떨어지고 흩어지고 서둘러 낙엽을 깔아놓습니다.
바람, 바람도 불어요. 도망치기에 딱 좋은 날씨죠. 조용한 새벽이 지나 아침이 밝아오면 나의 발길은 나의 성공으로 가는 한걸음을 내딛고 있을 터인데, 어째서 어딘가로 곤두박질치는 마음, 지옥불구덩이로 뛰어드는 것 마냥 무거울까요.
보고 싶습니다.
왜 사랑에 나를 가둔 채 당신은 떠나고 나만 여기 남겨둔 건지 따져 묻고 싶어요. 왜 다 끝난 관계에 나만 사랑에 허덕이고 있냐고 말이에요. 사랑이 싫습니다. 나는 당신 때문에 두 번 다시 사랑 안 할 거예요. 당신도 사랑 없이 영원히 불행하셨으면 좋겠어요. 당신의 행복을 바란다는 순수한 사랑은 균열이 가기 시작했고, 쩨쩨한 마음만이 빈틈을 채우고 있어요.

영원은 영원하지 않다는 것을 알면서도, 기어이!! 당신이 건넨 진부한 안부 따위에 새벽을 겁니다.  
온통 당신이었던 여름이 지나가고 있어요. 이번 가을도 몹시도 길어질 예정이기도 하고요...

며칠 아파하면 괜찮아지는지.. 당신은 아시나요. 모두가 모르셔도 당신은 알고 계셔야 해요. 내가 곧 따져 물으러 갈 거거든요. 답을 찾아두세요. 곧 물으러 가야겠어요. 힘들어요. 아파요. 보고 싶어요. 당신은 사랑해 봤을 거 아녜요. 얼마나 지나야 괜찮아지는지 아실 거잖아요. 내게  정확하게 알려주세요. 무얼 해야 되는지도요.. 알아야겠습니다. 알고 싶습니다. 내게 답을 주셔야만 해요. 아니면, 깽판 칠지도 모르거든요...

도통 모르겠습니다.
당신과 함께한 시간들이 길지 않고, 추억들도 많지 않았기에 쉬울 거라 안일하게 생각했었어요. 그토록 얽히고자 수없이 당신을 맴돌았지만, 결코 아무 사이도 되지 못한 채 끝나버린 관계잖아요.. 그러면 쉬워야 하는 거 아닌가요. 나, 너무 억울해요. 사랑도 쉽지 않더니, 잊기는 더 힘이 드네요.

말했잖아요. 나는 현실을 살고 있지만, 허상을 쫓아요..
조금은 귀찮고 번거로워도 그것이 내게는 로망이었고 낭만이었어요. 세상을 조금 천천히 다정히 살다 보면 그 자체만으로 내가 꿈꾸던 삶이라 생각했어요. 그런데 이제 그게 되지 않아요. 당신과 함께 하고 싶어요...
당신이 내게 보여준 로망과 낭만에 나도 함께 하고 싶다고요..
안 되는 거 알아요. 떼를 쓰는 것이 아니고, 구질구질하게 질척이는 것도 아니고요. 그냥 당신은 알고 계시라고요.. 내가 이러는 데에는 당신의 책임도 있으니까요. 그렇다고 나를 책임지시라는 철없는 소리를 하는 건 아니니, 안심하세요.. 사실 나도 나를 잘 모르겠어요. 당신은 아시나요? 내가 왜 이러는지..
헛된 꿈을 버리고 산다는 게.. 참 쉽지가 않네요. 단 한 번도 가져본 적 없는 당신을 뭐 이리도 나는 갖고 싶어 한답니까. 가진다 한들 뭐가 달라지기에 나는 왜 이리 허망한 꿈을 쥐고 사느라 스스로를 옥죄이고 있을까요. 뭐가 잘 못 된 걸까요.

애석하게도 어쩌면요, 슬픈 끝맺음의 주인공은 내가 아니라 당신일지도 모릅니다. 내가 쓰는 모든 글들은 죄다 슬픈 사랑뿐이고, 남자 주인공은 모두 당신이지요.. 해서 글 속에 여자 주인공은 내가 아닐 겁니다. 당신이 그토록 사랑하는 그 여인이 되겠지요. 내 글 속에서 당신과 당신이 사랑하는 여인과 매번 어긋나고 어긋나기만을, 상처 주고 아픈 말로 서로 할퀴어 슬픔만을 바라며 쓰겠어요. 내 글 속에서 내내 당신이 사랑하는 사람과 아프시기를... 바랄 겁니다. 행복을 조금이라도 느끼지 못하도록 말입니다.
예, 맞습니다.
질투고, 복수이도 합니다. 내가 결코 갖지 못한 사랑, 그 누구와도 이뤄지게 쓸 수 없어요. 내 손끝엔 슬픈 끝맺음만 쓰는 작가니깐요. 당신은 내내 내 글 속에서 슬플 것입니다. 내내 말이에요. 내게 사랑을 주지 않는 당신에게 주는 벌이자, 저주입니다. 내내 슬프십시오. 내 글 속에서. 영원히.
당신도 해피엔딩은 바라지 마십시오. 그 정도는 하셔야 나도 두 다리 뻗고 잘 수 있을 거잖아요. 그래야 나도 숨을 쉬지 않을까 해서요.
 
 



언제 당신께 가야 할까요..
간다면, 나를 반기시긴 할까요.. 기어이 또다시 당신을 찾아든 내가 당신에게 어떻게 비칠까요..
지금 당장이라도 달려가고 싶은 마음을 달랠 방도가 없어 하염없이 슬픕니다. 어쩌자고 이렇게나 무턱대로 이리도 당신을 사랑했는지 내가 너무 몹시도 어리석어 분하기까지 합니다.
당신을 대신하고자 그 자리를 다른 이로 채우려 하지만, 당신을 대신할 길은 어디에도 없습니다.  
정녕, 당신은 아무렇지 않게 잘 지내시는 거지요? 그렇지요?
원망스럽습니다.
나는요, 잘 지내지 못하고요, 잠도 통 자지 못해요.
달라진 게 있다면요, 끊었던 커피를 다시 마시고 있다는 거...?
잠을 잘 자지 못하는 내게 커피는 독약이지요. 해서, 오래전에 끊었는데 다시 마십니다. 원래 그러한지는 모르겠으나, 커피를 마시면 카페인 덕분인지 심장이 빨리 뛰고 기분이 좋아져요. 그 두근거림이 꼭 당신과 함께 있는 듯하여 행복한 착각에 빠집니다.
고백하자면요, 나  사실 커피 좋아하지 않아요. 맛이 없거든요.
차라리 커피 마실 바엔 초코라테를 마시겠어요. 그런데도 커피를 다시 마시는 이유는요... 기분에 따라 맛이 달라지는 게 신기해서예요. 한결같이 쓰기만 한 커피가 어느 날은 달콤한 맛이 나기도 하거든요. 대체로 그런 날에는 당신과의 지난날들이 추억이 되어 막 나를 간질거리게 만들곤 했어요.
잠 못 드는 밤에 커피를 마시면 잠을 잘 수 없게 만들어버립니다.
어제보다 조금 더 길어진 밤시간에 오롯이 당신을 그리워할 수 있거든요. 나는 이런 이유들로 다시 커피를 마십니다.
이 가을, 가을이 가기 전에 당신을 보러 간다면요, 그때 내가.
술에 절어 술냄새가 폴폴 나도, 골초가 되어 찌든 냄새가 코를 찌른다 해도, 카페인 중독이 되어 손을 떨어도 당신은 모른 척하십시오. 그건 필시 당신을 잊기 위함이니까요.
당신은 안심하셔도 됩니다.
언제까지나 당신은 내게서 무해할 거거든요.
나는 당신의 '안전지대', '세이프존'이 되어 드릴게요. 모든 위험으로부터 보호받는 공간이 되어 당신을 지켜드릴게요. 뭐... 당신이 보기엔 든든해 보이지 않을 수도 있겠지만요..
혹여, 살다가 위험하다 싶으면, 어디 숨고자 한다면 나를 찾아 내 뒤에 숨어요.  나는 반드시 당신을 지켜낼 수 있거든요. 지킬 수 있어요.. 그러려면 나 꼭 성공을 해야겠지요? 당신이 숨을 수 있을 만큼 단단해 보여야겠고요?
오늘도 당신은 나를 살게도, 죽게도 만드십니다.
혹시 당신은 종교가 있으신가요. 신앙을 갖고 계신가요.
다음에 만나면 물어봐야겠어요. 당신이 믿고 계신 종교가 있으면 나도 그 종교를 믿어보려고요. 대체 무얼 믿고 사시길래 내가 이토록 당신을 가지고 싶어 하는지 내가 알아야겠어요.
돌이켜보자면, 당신을 동경하고 존경하는 마음은 모두 '사랑'이 이유였더라고요. 내가 당신과 닮으면 나를 좋아해 주실까 해서요..
왜 나를 사랑하지 않으신 겁니까.
내가 그리도 싫으셨던 겁니까.
아니면 당신이 사랑하는 이를 그리도 사랑하시는 겁니까.
당신은 죽었다 깨어나도 이러한 내 속내를 알턱이 없겠죠. 흑심보다 까만 감정을 당신에게 숨기고 당신 곁에 머물렀을 나를요. 내 마음을 영원토록 알게 될 리 없겠죠. 그때 당신이 당신이 사랑하는 사람을 내게 '예뻐요' 했을 때요.
그때, 더 이상 당신을 정말 좋아하면 안 된다는 걸 깨닫게 되었을 때 말이에요. 그때 억장이 무너지는 기분이긴 했어요. 비참했어요. 그래도 당신이 좋아, 이 악물고서 견뎠어요. 내가 당신을 많이 사랑하고 아끼고 있어, 당신의 행복을 바라고 바랐지만, 결국 당신의 행복 안에 나는 없으니까요.
그리고 나는 당신을 행복하게 해 줄 수 없는 사람이라는 생각에 나를 천 갈래 만 갈래 찢어 생채기를 냈어요.
당신의 '예뻐요' 한마디에 꽤, 꽤 많이 다쳤고 아팠어요. 많이도 울었고요..
나를 좋아하지도 않는 당신을 나는 많이도 좋아했고, 사랑해요.
'예뻐요'라는 말로 나를 아프게 했던 날에요. 그날 당신이 날 좋아한다고 했었어요. 처음이었어요.  내가 계속 물어봤긴 했지만요.. 당신의 그 예쁜 입술로 나를 좋아한다 했던 입술로 나를 아프게 했죠. 당신이 망쳐버렸어요. 해서, 나를 좋아한다 말하던 당신 말이 사실이 아니었을 거라 믿어요. 나를 좋아한다면, 아니, 조금이라도  아끼던 사람이라 생각하셨다면 그런 말로 나를 아프게 하실리는 없을 테니까요.
어쩌면 내 사랑은 짝사랑이 아니라, 철저하게 외사랑이었을 거예요. 이제 와서 다 무슨 소용이겠어요.
당신은 내게 없고, 아무 사이도 되지 못하고 끝나버린 관계일 뿐이죠. 나를 조금이라도 아끼지 않는 당신을 나는 무척이나 사랑했어요. 그 마음은 여전히 유효하고, 당신에게선 나는 잊히고 있겠죠. 그것이 무척 속이 상합니다.
그럼에도 나는 당신이 보고 싶습니다.
이제 진절머리가 나요.. 그만하고 싶어요, 사랑.