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그의 둘째 아들 "우와 이모~~ 공주님 같아"
나 "진짜?? 정말? 윽... 이모 감동이야~~"
첫째 아들, "우리 엄마, 공주님 같은 게 아니라 진짜 공주야"
그의 첫째 아들 "진짜 공주가 어딨어. 없어. 거짓말 치지 마"
첫째 아들, "외할아버지가 엄마 진짜 공 주래"
둘째 아들, "할비가 절대 비밀이라고 해떠!!!!!!!!"
그 "비밀은 우리끼리만 하자. 다른 사람이 들으면 안 되니깐.. 쉿!! 공주님 가시죠^^"
나 "ㅡㅡ"
그렇게 버스정류장에서 비밀리에 이야기가 이어졌고, 둘째 아이들은 유치원 차량에 올랐다.
"공주님, 가시죠^^"
"(작게) 고만해요....!!"
우리 넷은 나란히 학원에 있었던 에피소드를 들으며 등굣길에 올랐고, 그렇게 첫째 아들들은 손을 흔들며 교문을 들어섰다. 그와 나는 아이가 보이지 않을 때까지 그 앞에서 목을 빼고 서 있었다. 이제 친구와 이야기한다고 잘 돌아보지 않을 아이를 알지만, 그래도 혹여 뒤돌아볼까 눈을 떼지 못했다. 짝사랑이다.
지독히도 사람을 아프게 하는, 짝사랑.
"요즘 출근 안 해요?"
"좀 쉬려고요.. 바쁜 시기가 아니라 여유가 있거든요"
"그럼 같이 점심 먹을래요?"
"내가?? 왜.... 요??"
"와... 사람을 이렇게 대놓고 상처를 줍니까?"
"상처를 받긴 하세요??"
"^^ 그럼, 아리랑 팥빙수 갈래요?"
"그쪽은 출근 안 하세요?"
"제가 사장이라 안 가도 돼서요"
"사장이 가게를 지켜야죠!"
"그럼 새로 생긴 빵집 갈래요? 거기 다들 맛있다던데.."
"우리 둘이는 불편해요... 그리고 저 몸이 안 좋아요"
"어디 아파요?"
"보드를 너무 열심히 탔나 봐요.."
"그럴 줄 알았어요. 아니, 죽기 살기로 타면 어떡해요.."
"타는 건 재미있어요. 날고 있는 기분이 들거든요.. 문제는 묘기인데, 몸에 힘이 없어서 버티지를 못해요. 힘을 잘 못쓰고 있데요. 그래서 여기저기가 아파요ㅜㅠ"
"어디가 제일 아픈데요?"
"오른쪽 전체가 딱딱하고 무거워요ㅠㅠ 오른쪽에 무게 중심을 두고 타서 그런가..ㅠ
"그래서 새벽에 안보이시구나.."
"진짜 새벽에 뛰세요?"
"뛰신다 해서 저도 운동 루틴을 새벽으로 바꿨거든요. 한 번도 못 뵈었던 이유가 있었네"
"아..."
"그럼 나중에 다이소 같이 갈래요? 받아쓰기 공책 다른 거 사오라던..."
"좋아요!! 같이 가요!!"
"?? 네??"
"같이 가자고요, 다이소^^"
"진짜 이상하단 말이야. 다 안된다면서 매번 다이소는 된데요?? 그럼 같이 점심 먹고 갈까요?"
"아니오. 각자 점심 먹고 만나요"
"지금 갈래요?"
"아니! 점심 먹고"
"단호박"
"나.. 오늘 부었어요?"
같이 나란히 걷다, 그 앞으로 가 뒷걸음치며 물었다.
"아침에 안 부었던 날이 별로 없어요. 넘어지겠어요"
"치..."
"걸어서 가실 거죠?"
"네!"
"몇 시에 봐요?"
"11시 반에 강변 내려가는 길에서 봐요"
"그렇게 일찍 보면 점심은 언제 먹으라고요?"
"다이소 다녀와서 드세요 그럼"
"같이요?"
"아뇨!!"
"성격이 썩 좋아 보이진 않으십니다, 공주님^^"
"고만 놀려요"
"그럼 그때 봬요, 공주님"
뭐라 하기도 전에 그는 멀찌감치 멀어졌고 이번엔 그가 멀리서 등을 돌린 채 뒤로 걸었다. 그러고는 연극이나 무용에서 엔딩 인사로 보이는_ 왼손은 뒤에 두고 오른팔을 몸 안쪽으로 접어, 고개를 숙여 인사했다. 공주를 위한 신사의 인사였다..
"야이!!!!! 씨....."
가까이 있었음 절대 가만두지 않았을 터였지만 말이다..
그는 다시 내게 손을 흔들고 예쁘게 웃으며 사라졌다.
그 모습이 꽤 우스꽝스러웠지만, 낭만이 가득한 제스처였다.
보면 볼수록 누군가와 닮은 이목구비가 보였다.
11시 25분
"오!! 뭘 하셨길래 부기가 빠졌어요?"
"뛰었어요^^ 빠져 보여요?"
"아프다고 안 뛰겠더니...."
"가요! ^^"
"네, 가시죠 공주님~"
비아냥 거리며 말했고, 나는 걸음을 멈췄다.
"자꾸 놀리면 같이 다이소 안 가줄 거예요"
"네??? 그쪽이 나랑 같이 가주는 거였어요? 아닌데? 내가 그쪽 다이소 같이 가주는 건데?"
"아닌데? 언제 바뀌었어요?? 내가 그쪽 다이소 가는 길 심심할까 봐 일. 부. 러 시간 내서 가주는 건데요?"
"그럼 가지 마요"
"아니 아니! 그 말이 아니라.. 그 말이 아니에요"
먼저 등 돌려 가는 그를 쪼르르 달려가 옆에 나란히 걸었다.
"푸하하 ㅋㅋㅋ 아니, 다이소에 뭐 꿀 발라놨대요??"
"아뇨!"
"그럼 숨겨둔 애인이라도 있어요?"
"아뇨!!!"
"맨날 당근 연필만 사는 이유가 뭔데요?"
"오늘은 당근 지우개를 사볼까 해서요"
"진짜 이상하다니까....^^"
다이소에 들러 30분째 지우개를 고르고 골랐지만, 맘에 드는 것이 없었다. 나는 순식간에 풀이 죽었다. 내가 찾던 지우개는 그곳에 없었으니까.
"아직도 안 골랐어요? 배고파요 어서 가요"
"아.. 네, 가요"
"배고픈데 여기 근처 점심 간단히 해결하고 갈래요?"
"여기 근처??"
"네. 그쪽도 출판사 들어가 봐야 한다면서요.. 간단히 먹고 들어가요"
"그래요 그럼"
"국밥 먹을래요?"
"아뇨! 그냥 점심은 각자 해결하죠. 누가 보면 오해할지도 모르니"
내 말에 대꾸도 없이 그는 폰을 꺼내 누군가에게 전화했다.
<형님, 식사는 하셨습니까?>
그가 통화를 하기에 조금 거리를 두었고, 그는 통화가 끝나자 다시 내게 왔다.
"국밥, 드시러 가시죠? 형님한테는 제가 통화했으니, 누가 본다 해도 오해는 안 할 겁니다"
"그 말이 아니었는데.... "
"네??"
"아니에요. 가요, 국밥 먹으러"
#국밥집
"미리 두 개 시켜야 되는 거 아니에요?"
"살살 말해요. 다 들리겠어요.. 그리고 미리 주문하면 식어요. 하나 다 먹고 나서 시킬게요"
"네^^"
남편에게 허락(?)까지 받은 식사자리였지만, 마음은 어느 때보다 불편했다. 결국 오해할만한 상황은 생기지 않았고, 국밥 하나를 다 비울 때까지 그럭저럭 괜찮았다. 그러나, 두 번째 국밥이 나왔고 아무것도 넣지 않은 국밥 그대로를 먹는 찰나 그의 한마디에 무너졌다.
"우리 와이프가 많이 먹진 않는데 살이 찌는 이유가 있었네요. 빨리 먹거든요. 근데 그쪽은 먹는 속도가 느리네요?"
예상 못한 타이밍에 빠르게 차오르는 눈물을 숨길 수 없었다. 나는 얼른 국밥 그릇에 코를 박고 국밥 먹는 일에만 집중했다. 이미 틀렸다. 눈물이 볼을 타고 흘러버리면 멈추지 못하니까.
"왜.. 왜 그러세요"
"...."
"제가 뭐 실수라도 했나요?"
"밥 먹을 땐 개도 안 건드려요. 자꾸 말 시키지 마요. 그리고 우는 건, 웃는 것만큼 자ㅈ..."
"자주 표현해야 하는 감정이라고요??"
그는 내 말을 끊고 그가 말했다. 내가 자주 하는 말을 그가 한 것이었다.
"끄덕끄덕"
"뚱뚱했던 과거가 콤플렉스죠?"
"아뇨??"
"아닌 게 아닌데? 외모 이야기만 나오면 이렇게 감정이 격해지니까.."
"아니에요, 그런 거. 나 그리고 뚱뚱해도 귀여웠어요^^"
"ㅋㅋㅋㅋ네 그렇다고 쳐요. 아무튼 제 말에 상처받으셨다면 사과할게요. 죄송해요. 그쪽이 꼭꼭 씹어서 야무지게 먹는 모습이 복스러워 보여서 그랬어요"
그가 의도한 바는 아니었겠지만, 나를 자꾸 울게 만들었다.
그리고 또 하나 그는 진짜 사과를 아는 사람이었다.
나이가 들수록 사과가 어려워지는 어른들이 꽤 많다. 이유는 다양했다. 자존심의 방어, 체면을 위해, 서툰 표현, 더 큰 갈등을 막으려는 회피 등등. 그러나 그는 자신만의 방법으로 진짜 사과를 했다. 미안해하는 표정과 말투 그리고 어색한 몸짓과 눈빛. 진실했다. 이 사람에게는 경계를 풀어도 될 듯싶었다.
"그쪽이 우는 바람에 졸지에 나쁜 사람, 국밥집에서 여자나 울리는 파렴치한 놈으로 오해할 거 같은데요???^^"
울면서 국밥 먹는 내게 그는 농담을 건넸다. 울지 말라 어설픈 위로 보다는 웃게 만드는 그가 더 마음에 들었다. 나는 왜인지 매번 그 앞에서는 늘 망가지게 된다. 편의점 앞에서 노상하다 만나던지, 수갑 차고 가던 중에 들킨다던지, 이빨에 고춧가루 잔뜩 묻히고 활짝 웃는다던지, 땀에 절어 그의 지인들 앞에서 보호장구까지 하고 꼴 우습게 보였다던지, 휴가 때 술 먹고 울고 불고 꼬장 부렸다던지, 라면 3개 끓여 먹고 거기다 밥까지 말아먹었다던지, 옷을 뒤집어 입었다던지, 비에 쫄딱 맞는 모습이라던지, 지금처럼 밥 먹다 국밥 그릇에 코 박고 운다던지.. 너무도 많아 다 쓰는 것도 일이다.
"오늘 밥값은 국밥 2그릇 해치운 공주님이 사시는 겁니다??^^"
"네^^"
그의 실없는 농담들에 나는 더는 울 수 없었다. 그리고 내가 왜 우는지에 대해 묻지 않았다. 그는 그와 비슷했다.

나의 눈물이 강이 되어
당신 마음 깊은 곳에서
그 강물이 흘러넘치고
넘쳐 흐른 사랑이
다시 당신을 가득 채웁니다..
머무는 순간마다
당신이 내게 오도록 꽃비를 뿌릴게요.
당신이 머무는 곳마다
내가 꽃잎으로 가득 채울게요.
당신이 활짝 웃으며 지나가도록
내가 당신의 웃음 따라 꽃잎을 날려줄게요.
이 꽃잎이 당신의 손에 닿도록,
내 손이 당신의 손에 닿도록.
당신이 오는 곳에
내가 꽃잎을 흩날리며 기다리겠습니다.
당신이 눈부시도록 말이에요.
꺼질 듯 꺼지지 않는 간절한 그리움 하나가
다른 이를 결코 이길 수 없네요.
내내 그리워하다 죽으려나 봅니다.
칠흑 같은 밤하늘,
밝고 화려하나
무엇보다 뜨거웠다가 져버리세요.
당신은 내게 불꽃입니다.
나는 그 쓸모없는 허상을 쫓는 화약일 뿐이에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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