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감성 글쟁이/엽편소설

엽편소설)#1-343 실체없는 그리움


잘 지내세요?

궁금하지 않으시겠지만, 나는요.
여전히 세상에 존재하는 모든 것에서 당신과의 연결점을 찾고 있어요.. 가령, 우연히 당신과 만났던 문방구에서 사기를 당하고 있을 당신을 걱정하면서 얼쩡거리고 말이에요. 부질없는 짓이죠...
차곡차곡 쌓여 있는, 당신에 대한 마음이 어디 하루아침에 사라질 리가 있나요. 가슴속 깊은 곳에서부터 타오르는 사랑이 쉬이 차가워질 수 없잖아요...  불가능한 일이죠. 타오르던 사랑은 내 글 속에서 열정의 장작으로 쓰겠어요.. 괜찮지 않다는 말을 당신에게 전하고 싶나 봅니다. 기약할 수 없는 현실에서 사방이 꽉 막힌 듯 아니, 사방이 뻥 뚫린 듯 오롯이 혼자 남겨져있거든요.

이제 가을이 오려나 봅니다. 세상이 아름다울수록 당신을 향한 마음은 짙어지고 그렇게 또 새로운 사랑이 쌓이려 해요. 비워내고 비워내도 비워내지지 않는 이유는 아직 내가 살아있음이고, 아직 당신이 내 안에 살아있음이에요.

함께 할 수 없다는 건,
생각보다 꽤 힘이 드네요. 마음이 아프다, 저리다 못해 이내 뜨거워져요. 마음이 부서지고, 부서진 마음들은 공중에 흩어져 사라지는 느낌.
나는 비로소 당신을 이전과는 다르게 사랑하고 있다는 것을 깨달아요. 함께 할 수 없어도 함께 하고자 하는... 지긋지긋하게도, 나는 기어이 나를 당신 앞에 세워두겠죠.
끈질기게도, 당신과 마주쳤던 곳을 뻔질나게 들락거리겠죠.
지겹도록, 당신과 얽히고자 혼자 바쁘겠죠.
집요하게도, 사랑은 나를 놓아주지 않을 건가 봅니다.
나를 사랑하지 그러셨어요. 미련이라도 남지 않게 말입니다.

그래서 또다시,
당신에게 사랑을 갈구하며 당신을 찾을 테고요,
당신은 그런 나를 거절하지 못하고 날 안아주겠죠.

당신은 눈치코치가 메주라 도저히 내 마음 알지도 못하고서 있을 테지만요... 우린 왜 이렇게 어긋나야만 하는 걸까요.


#우발적 사고

우발적 사고란, 고의성 없이 갑작스레 일이나 사건을 말합니다. 즉, 예기치 못한 우연한 사고를 말하기도 하죠.

당신과 어떻게든 친해지고자 했을 때의 일이었어요. 당신과 주고받는 대화의 온기가 너무도 따뜻했던 어느 날, 그래서 그땐 어떤 말을 해서라도 당신과의 대화를 잇고자 다분히 노력했었거든요. 다정한 당신의 목소리를 자꾸만 듣고 싶을 때였어요.  그게 화근이 되었지만요.

"진짜, 주차를 왜 그 모양으로 했는지 이해할 수가 없어요"
"왜요, 무슨 일 있었어요?"

다정하게도 묻는 당신 음성이 좋아, 나는 한층 더 불멘스러움을 드러냈죠.

"출근할 때마다 반듯하게 주차해놓는 차 옆에 항상 주차를 하는데요, 오늘따라 그 차가 유난히 궁댕이를 삐딱하게 주차했더라고요. 주차하는데 엄청 오래 걸렸어요. 지 혼자 주차하려고..."
"에고, 번거로우셨겠네요"
"네, 그래서 분노의 메모를 남기고 왔어요^^"
"잘하셨어요^^"
"아마 1234 차주가 보면 깜짝 놀랄 거예요"
"???"
"집에 가다 똥이나 밟아버렸으면... 에잇!"
"작가님, 차량 번호가 뭐라고요?"
"1234요"
"어딘가 익숙한 번호라고 생각했는데... 그거 제 차예요^^;;;"
"........"

썅, 진작에 이야기를 하셨어야죠... 한참 차주에 대해서 신나게 욕을 한 바가지 했는데 이제사? 편집장님 차라고 하시면 나는 어쩌나요... 젠장 빌어먹을.
나더러 어쩌라고요....ㅠㅠ

"하하......^^;;;;;"
"편집장님 차였어요?^^"
"네, 제 차입니다ㅠㅠ"
"괜... 괜찮아요! 제가 먼저 퇴근하니깐 메모를 떼어 가겠습니다ㅠㅠ"
"죄송합니다"
"아니에요! 이유가 있으셨겠죠"
"출근할 때 옆에 차가 삐딱하게 주차해서..."
"하하 그러셨군요^^;;;;;; 메모지는 제가 가면서 버릴게요"
"아니에요 냅두셔도 괜찮아요"


그렇게 주차를 할 수밖에 없던 당신도, 당신 차인 줄은 꿈에도 모르고 세상 신나게 욕을 한 나도 민망했어요. 서로가 서로에게 민망할 따름이었죠. 당신은 어설프게 웃는 모양새도 퍽 잘생겼었어요^^ 그런데 편집장님도 그 차주가 나빴다고 같이 공감해 주셨던 거 기억하세요?ㅋㅋㅋ 바보, 멍청이. 당신은 그때도 똥멍충이였네요. 퇴근길에 당신 차에서 악필로 된 포스트잇을 보고 화들짝 놀라서 얼른 떼었어요. 핑크색 하트 포스트잇에 분노의 악필로 적어놓은 메모지를 분명히 3장을 다 떼었다 생각했거든요??
다음 주, 출근한 제게 당신이 말했어요.

"메모 잘 봤습니다^^"
"네? 제가 쓴 거 아니에요. 전 다 가져갔어요"
"1234 차주님 주차 똑바로 하세요라고 적혀있던데요?^^"
"죄송합니다ㅠㅠ"
"아니에요^^*"

말갛게 웃는 당신이 나는 참 좋았어요. 지금도 마찬가지고요. 늘 나는 당신 앞에서 실수투성이었고, 당신 곁을 몹시도 맴돌았어요. 한 번은 나한테 된통 걸려라 하면서요... 부질없는 짓이었네요. 돌이켜보면.. 한 번을 걸린 적 없으니까요.




#더 사랑하면 안 될 것 같은데, 멈출 수가 없어요.

결국은 지나갈 바람인데 왜 이렇게 휘청이는지 모르겠습니다. 계절은 지나갈 거고 또 다른 계절이 반복적으로 오지만, 왜 나는 그 계절이 지나갈 때마다 아프고 슬픈지 도통 모르겠어요. 당신을 만나기 전에도 이러했는지, 이제 기억조차 나질 않아요.
이 소설의 결말은요... 세상에 단 한 권으로, 당신만이 읽을 책으로 나올 예정이에요. 그 흔한 출판사도 없이, 편집자도 없이 오롯이 나 혼자 책표지를 만들고, 장르를 정하고, 인쇄소에 맡겨져 단 한 권으로만 나올 거예요. 판매목적이 아니기에, ISBN 발급도 필요치 않아 글만 완성된다면 당장에 책으로 나와요. 그때 당신에게 선물하러 가겠습니다. 얼마나 오래 걸릴지... 엔딩을 어떻게 끝내야 할지... 아무것도 정해진 게 없지만요. 이 짧은 소설은 당신에게 도착해야 끝이 나야 할 듯합니다. 당신을 향한 마음을 활자 속에 꾹꾹 눌러 담아 당신에게 닿기를 바라며 쓰겠습니다.  내가 이 소설을 결말까지 다 쓰고, 마지막 장을 덮어도 당신에 대한 미련으로 다시 책을 펼쳐 보지 않기를 바라주세요. 모든 마음을 책 속에 가둬버리고 봉인해 버리게요..

이야기했던가요?

얼굴 없이 글만 쓰던 내가 작가로 성공하고자 발버둥 치는 이유에 대해서 말입니다. 뭐.. 큰 기대는 하지 않아요. 당신은 눈치코치가 메주라 모르시겠죠..
내가 하는 사랑이 평생 당신에게 무해할 순 없을 거예요. 그러하기에 당신을 보러 가지 않는 순간이 분명 있을 거란 말이죠. 그때가 오면 당신은 나를 오해하겠죠.

'에게~ 고작 고만큼 좋아하고 막살하는 거야?'라고요.

해서, 보러 가지 않는 것으로 내 사랑을 지키고 있는 나를 당신이 알아주시기를 바라서예요. 내 책이 당신에게 가닿아 당신을 응원하고 위로가 되었으면 하거든요.. 나는 당신에게 결코 닿지 못하잖아요. 그러니 내 글이라도 당신에게 도달하기를 바라요. 나의 모든 글의 주인공은 당신이고, 당신은 나의 유일한 뮤즈니까요.
그런 나를 오해하는 사람들이 많아요. 돈독이 올랐다, 물욕이 강하다 등등요. 다른 이들의 오해는 내게 중요치 않아요. 그러던가 말던가요. 그런데요, 그 오해를 당신만은 하지 말기를 바라요. 그러면 너무 슬플 거 같아요...

얼마 전 내게 찬란했던 순간을 물어보던 독자가 있었어요.
그 질문을 듣는데, 당신 생각이 났어요. 당신의 찬란했던 순간이 궁금해졌거든요.

나의 찬란했던 순간은 그날이었어요.
평소와 다름없이 출근하는 날이었어요.
시원한 바람이 부는 10월 어느 날, 사무실에서 날 향해 인사하던 당신의 모습.
내게 가까이 걸어올 때 바람에 스치는 당신의 머릿결, 가을을 비추는 당신의 눈, 나의 이름을 부르는 당신의 입까지. 모든 그 순간이 날 위해 존재하는 거 같았어요. 한마디로, 그날은 완벽한 하루였어요. 내게는 찬란했던 순간이었죠. 그 가을 찬란했던 순간이 내게는 첫사랑을 시작하는 순간이 되었어요. 그날은 먼 훗날 내 인생에서 가장 소중했던 순간으로 기억될 거예요.
당신의 찬란했던 순간은 언제였을까요... 궁금해요. 묻고 싶고요. 아마 이 궁금증은 기어이 당신을 위한 책 속에 담으려 부단히 애를 쓸 테고, 나는 또 그 핑계로 당신을 찾아가겠죠. 윽.. 너무 빤해...

열어둔 창문 사이로 선선한 바람이 불어오고, 하늘은 높고 맑은 요즘 더욱 당신 생각이 납니다. 언젠가는 일어날 일이라고 예상했던 일이지만 이렇게 현실로 닥치니 가슴이 먹먹하고 한없이 슬픕니다. 사랑 없이 잘도 써졌던 글들이, 당신에 대한 마음을 접고자 마음먹고선 글이 안 써집니다. 그 핑계로 당신에게 가려나 봐요.
보고 싶어요.
보러 가고 싶어요.
사적으로 말고도, 공적으로 꼭 가야 하지만 갈 수가 없어요.
가벼이 여기실 거 같아 갈 수가 없어요.. 덜 좋아하겠다 고백한 지 얼마나 지났다고 당신을 찾는 나를.. 줏대 없이 보실까 무서워요. 다른 편집자를 만나 같이 일을 하고 있는데요, 여간 불편한 게 아니에요. 낯설고 어색하고.. 어떻게 작업을 했는지 조차 기억이 안 나요. 그러면서 당신이 더 그리워졌어요. 당신 앞에선 불안도 강박도 없는 데 말이죠. 또 날이 밝으면 나는 다른 이에게 편집을 받으러 가요. 분명 내가 가겠다 예약하고 가는 거지만, 왜 도살장 끌려가는 소처럼 그럴까요...

그런데 이건 모두 당신 탓이에요!!!!!!! 아시겠어요??!!!
공적으로 가도 사적으로 왔다고 오해하실 거 같고, 사적으로 가도 공적으로 오해할랑가.. 모르는 일이니까요. 당최 당신의 마음을 알 수가 없으니, 간이 해딱 뒤비집니다...

나요, 진정으로 당신에게 가서 일하고 싶은데... 너가 마음대로 오해할까 봐ㅜㅜ 출근도 못하고...  억울해!!!!!
나 아프단 말이에요ㅜ 마음도 아픈데 몸도 다쳐서 아프고ㅜㅜ 암튼 당신 때문에 더 아파!!

임금님 귀는 당나귀 귀다!!!!!!
너는 눈치코치가 메주다!!!!!!!!!!

악몽을 꿔라고 악담을 해버리고 싶지만,
아직은 나는 당신이 너무도 좋은가 봅니다.
잘 잤으면 하는 게 사랑이라는 말, 들어보셨어요?
또 내가 지어냈다고 오해하는 거 아니지요??!!!!!!
잘 자라는 인사가 나는 쉽게 안 나와요. 다른이에게는요. 가족 말고는요. 그런데 당신에게 쓰는 고백에선 잘 자라는 말을 심심찮게 보인답니다.
나는 오늘도 찾아올 밤손님에게 단숨에 무너지지 않을 만큼의 다정을 당신에게서 빌립니다.

나요, 쏟아지는 감정의 호수를 온몸으로 맞으며 나를 만 갈래 천 갈래로 찢으며 지냅니다. 그 마음 다스리는 법을 누구도 가르쳐 주지 않아, 나는 늘 수면 아래 깊은 심해 속에 잠겨 허우적거립니다. 어제의 나는, 나를 한 번이라도 잡지 않은 당신을 몹시도 원망하다가 오늘의 나는, 당신 없으면 안 될 것처럼 무너져 내립니다. 당신을 품은 나를 웅크려 끌어안고 우는 것 말고는 끝내 속수무책일 뿐입니다. 그게 내가 유일하게 배운 사랑이에요. 애련하고 있어요, 많이요. 꼭 잘 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