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살앙, 또다시 사랑
보이시나요? 사진 위에 보이는 낮에 뜨는 달, 낮달말이에요. 당신도 낮달을 보셨나요?
사진을 찍는데, 희미하게 비치고 있는 하얀 낮달이 보이는 거 있죠? 너무 반가운 거예요. 얼마 전에, 낮에 달이 뜨면 당신을 사랑하겠다고 했던 글 기억하세요? 나는 당신을 사랑할 수밖에 없어요. 온 우주가 당신을 사랑하게끔 밀어주고 있다니깐요. 그런데 왜 당신은 나를 사랑해주지 않는 거예요..
낮에 뜨는 달을 가끔 보는 현상이지만요, 볼 때마다 참 오묘한 느낌이 들어요. 착잡하고 서글프며, 희망이라곤 전혀 없어 보이는 퇴색되어 버린 젊은 날의 흔적처럼요.
한밤중의 달처럼 환하고 아름다운 빛을 발하지 못하지만, 성실히 차오르는 낮달이 퍽 마음에 들어요.
밤에 떠있는 밤달보다 낮에 홀로 희미한 존재감으로 비추는 낮달이 유독 내 마음을 간지럽힙니다. 태양에 밀려 주목받지 못하는 신세가 안타까워 그 처량함을 나라도 낮달을 달래주고 싶어요.

밤이 가고 낮이 와도 덩그러니 남아, 물끄러미 기다리는 낮달이, 마치 밤달에 묶어놓은 당신과의 추억의 잔상 같아서, 그 잔상이 마치 당신 같아서, 낮달을 보고 이제는 마냥 서글플 수 없어요.
낮을 기다리는 밤이 뜬 것처럼,
나는 오늘도 아낌없이 당신을 떠올립니다.
#당신이라는 잔상은요
추억은 힘이 없다고 하는 말, 들어보셨나요? 나는요, 아니라고 생각해요. 틀렸다는 말이 아녜요. 적어도 내게는 저 말이 엉터리라는 거죠. 당신과의 추억으로 오늘을 살게 하는 힘이 있으니깐요.
내게는 목도리가 생각보다 많아요. 불안이 있는 나는요, 목티를 입으면 목을 죄어오는 느낌에 추운 날에도 목티를 잘 입지 못해요. 그래서 너무 추울 때면 목도리는 두르는 데요. 하필 당신을 보러 가는 날 연한 베이지 목도리를 두르고 간 거죠. 그걸 계기로 나는 요즘 항상 베이지 목도리를 두릅니다. 포근하게 내 목에 두른 목도리가 마치 당신 같아서, 당신이 내게 둘러준 따뜻함이 마냥 사랑 같아서 저 목도리만 주야장천 두르고 다녀요. 사실 목도리만 그런 게 아니에요. 내가 당신에게 입고 갔던 옷들과 신발들도 죄다 그래요. 예쁜 옷을 입고 가고 싶다가도, 당신과의 추억이 기억하고 있는 옷을 입고 나가는 편이 내게는 행복이더라고요. 강박이라는 게 참 우스워요. 점점 당신에 대한 징크스 같은 강박을 스스로 만들어 날 괴롭혀요. 아참, 촌스러운 몸빼 옷은 예외예요! 어쩔 수 없었어요. 갈아입고 가면 너무 늦기에, 예쁨을 포기하고 간 거예요. 당신은 모르겠죠? 왜 저렇게 촌스러운 옷을 입고 다니는 거야라고 생각하셨겠지만, 당신을 보는 시간이 줄어들까 봐 나는 포기한 거라고요.

당신에 대한 그리움으로, 내가 홀로 견뎌야 할 깊은 밤과 새벽녘의 쓸쓸한 공기가 얼마나 나를 외롭게 하는지, 당신은 떠올려 본 적 있나요. 없겠죠. 그렇겠죠. 당연한 일이죠. 당신은 날 사랑하지 않으니깐요.
괜찮아요, 당신이 날 사랑하지 않아도 괜찮아요.
괜찮아요, 당신이 날 미워한다 해도 괜찮아요.
괜찮아요, 당신이 날 부담스러워한다 해도 괜찮아요.
괜찮아요, 당신이 날 어리석게 본다 해도 괜찮아요.
괜찮아요, 당신이 날 동정과 연민으로 본다 해도 괜찮아요.
다 괜찮아요. 어쩔 수 없는 일이잖아요.
태어나고 죽는 것처럼, 사랑하고 이별을 해요.
그렇게 인생은 지나쳐가요.
태어났기에 죽고, 사랑했기에 이별을 해요.
덧없이 인생은 지나쳐가요.
덧없고, 더없어요.
그냥 다 지나쳐가요.
물 흐르듯_ 흘러가는 대로 생각하자 마음먹으니 조금은 편하더라고요. 머리로는 편해졌지만요. 사실, 마음은 그러지 못해요. 덧없고 더 없는 세상, 왜 당신은 내게 사랑이 아닌 건지, 왜 당신은 내게 동정과 연민의 눈으로 날 보는 것인지 당장이라도 따져 묻고 싶은 적이 얼마나 많은지 당신은 모를 거예요. 당신은 내가 용기가 없는 나를 고마워하셔야 해요. 나는요, 내가 용기 없는 게 너무 싫지만요, 당신은 다행이라고 생각하셔요. 용기가 있었다면, 아마 따져 물으러 갔을 거예요. 왜 나한테 사랑안주냐고, 생떼 부리고 울고불고했을 거예요. 그런데 다행히도 내게는 그럴 용기가 없어요... 너무 보고 싶어도, 당장이라도 보러 가고 싶지만, 용기가 나지 않아요. 상처받는 게 너무 무섭거든요. 당신이 내게 향하는 마음이 사랑이 아닌 것, 그 이유 하나만으로도 이미 충분히 내게는 상처이기 때문에, 다른 상처를 더 받을 자신이 없어요. 몇 년 치 용기를 끌어다 당신을 보러 간다 다짐하면요, 당신을 보러 가는 나를 뭐라 생각하실까 하며 상상하곤 해요. 당신이 보고 싶어 당신을 보러 가는 내 행동에서, 그런 날 보고 무슨 생각을 하실까. 내 마음과는 다르게 생각하실까 봐, 당신의 생각은 당신 것이지만, 나를 오해하실까 봐 가지 못해요. 우습게도 어떤 이에게는 사랑을 많이 해봤다고 거짓말을 해서라도 자존심 세워, 지고 싶지 않다가도, 당신에게는 내 사랑이 유일하게 당신이었다는 걸 알아주셨으면 해요. 오직 당신뿐이 내 사랑의 전부라고 말이에요. 알아준다고 한들 사실 달라질 건 전혀 없어요. 그런데도 당신은 아셨으면 해요. 그래서 더 갈 수가 없는 거예요. 내 마음을 당신이 마음대로 오해해서 내가 상처받는 게 무서워서요.
당신의 입장이 되어서 날 보면요, 숨이 막혀요. 내가 당신 눈에는 얼마나 못나고 한심스러워 보일지 빤해서요.
죄다 실수투성이인 내가, 당신의 몸을 탐하려고만 가는 그런 한심하고 별 볼 일 없는 나로 알고 계실까 봐...
핑계는 아니지만요, 합리화시키려는 건 결코 아니지만요, 한쪽은 분명한 사랑이지만, 다른 한쪽은 연민과 동정 그 사이 어딘가 그쯤이라 치고요. 다른 한쪽의 배려와 따뜻함, 부드러운 손길을 달갑지 않을 수가 없잖아요. 당신을 보러 가지 않을 수가 없잖아요. 그렇잖아요.. 아닌가요? 이번에도 죄다 틀린 것만 안고 있다고 생각하세요? 그런데요, 사실 잘 모르겠어요. 그동안 사랑을 단 한 번도 해보지 않은 내가 증오스럽기까지 해요. 사랑을 해봤더라면, 지금 좀 쉬웠을 거 같아서요. 사랑을 해봤더라면 덜 아플 거 같아서요.
혹여나 당신이 내 글을 보게 된다면, 내가 당신을 보러 가는 길이 결코 쉽다고는 생각하지 말아요. 부담을 주려는 건 아니에요. 그저 날 오해하지 마시라는 말을 하고 싶은 거예요. 그거면 족할 거 같아요.
당신을 사랑하고부터 가장 억울한 게 뭔지 아세요. 내가 평소 잠을 잘 자지 못하는 것이에요. 칠흑 같은 어둠이 찾아오고 모두가 잠든 밤이면 나만 혼자 잠들지 못해요. 나도 당신처럼 잠이 많아, 아침에 침대에서 일어나기 힘들었으면 이렇게 당신에 대한 마음이 커지지 않았을지도 모른다고 생각했어요. 밤이 무척이나 길거든요. 어두운 밤하늘에 동경하는 달과 별이 떠있는 시간에 당신까지 더해지면 말 다했죠. 사랑이 깊어질 수밖에 없으니깐요....
당신을 사랑하며 가장 많이 하는 게 기도예요. 나는요, 종교가 없어요. 나를 믿거든요. 내 소신을 믿어야 된다고 배워서 그 흔한 종교가 없어요. 내 기도에는요, 내 사랑이 언제까지나 당신에게 용기가 되길 바란다는 거예요. 시간이 흘러 아주 많이 흘러도 변함없이 내 사랑이 당신에게 쓸모가 있었으면 해요. 존재만으로 힘이 되는 사람이 되고 싶어요.
"당신, 꼭 행복하세요"
당신은 행복하세요 라는 말이 얼마나 아픈 말인지 모르시죠? 나와 함께 행복할 수 없는 당신에게 꼭 행복해야 한다고, 부디 잘 지내야 한다고 말하지만, 정작 그 말을 건네는 나는 결코 행복하지 않을 것을 알기에.. 슬픈 말이라는 거예요. 미련, 애틋함, 애달픔, 후회, 사랑 수많은 감정들이 얽혀있는 내가 당신에게 서글픈 배려인 거죠.
'나는 당신을 이유로 행복할 수 없어요'
라는 말과 같은 말이죠..
내게 당신은_세상에 있는 사랑은 죄다 끌어다 모아, 영원까지 다 끌어다 모아서 주고 싶은 마음이에요.
당신과 함께 있을 때면 내 사랑이 당신의 옷자락에 묻어났으면 할 때가 많아요. 사랑하고 있음에도 더 사랑하고 싶은 마음을 당신은 이해하시려나 모르겠네요.
당신은 꼭 행복하시길 바라요. 정말 순수한 내 마음이에요. 행복하셨으면 좋겠어요.
내 미래에는 주인 잃은 사랑과 사랑을 잃은 사람이 남아있겠지만, 당신은 행복만 남길 간절히 바라요.
질 자요, 당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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