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나를 감추고
나의 사랑을 감춘다고 한들
그를 사랑했던 사실이 감춰질까
여자의 삶을 버리고
그를 버린다고 한들
그와 함께했던 추억이 사라질까
나를 속이고
그를 속인다 한들
그를 향한 사랑이 거짓이 될까
오늘 내 짝사랑의 날씨는 먹구름이다.
지하 1층에 분리수거하러 엘리베이터를 기다렸다. 곧 문이 열리고 엘리베이터 안에는 강아지와 여학생이 타고 있었다. 강아지인지 개인지는 모르겠으나 온통 주름진 얼굴이 꽤나 귀여웠고, 내가 귀여워하는 걸 아는지 그 강아지도 내게 와서 냄새를 맡고 꼬리를 흔들어준다. 여학생에게 강아지랑 인사해도 되냐고 물어보았다. 사춘기 인 듯한 여학생은 수줍게 끄덕였다. 쪼그려 앉아 쓰다듬어 주니 발라당 눕는 게 아닌가? 곧 1층에 도착했고, 여학생은 뭉키라는 강아지 목줄을 당기며, 뭉키가 나를 마음에 들어 한다고 말해주고 강아지와 함께 내렸다. 분리수거를 하고 집에 올라가는 엘리베이터 안, 거울에 비친 내 모습을 보았다. 묘하게 표정이 일그러지는 걸 볼 수 있었다.
사람도 아닌 동물도 자기를 좋아하는지 정도는 아는데,
그는 왜 10개월이 다 되어가는 내 마음을 모를까? 빌어먹을. 분명 눈치가 없는 어르신이 분명하다.
나이를 허투루 먹은 게 분명할 게야! 어떻게 내 사랑을 모를 수 있지?
뭐.. 굳이.. 내 사랑을 받아달라고 구애는 하지 않을 거지만, 그래도 눈치는 채야되는거 아닌가? 그 나이 먹고? 내가 이렇게 절절하게 사랑하는데? 너무 괘씸하다.
내 사랑을 그가 눈치를 채도 난 아닌 척 잡아뗄 것이 분명하다. 그럼에도 내 사랑을 알아주지 못하는 그 어르신이 쫌 미운건 사실이다.
그런데 언제부터 나의 그가, 내 어른 남자가 어르신으로 바뀐 거지? ㅋ 알게 뭐람. 이 글을 볼일도, 뭐 본다 한들 본인일 거라고는 전혀 생각지도 못할 둔한 어르신일 테니까. 이 정도면 내가 티를 낸다 해도 모를게 뻔하지 않나 싶다. 눈치도 못 채고 있다가 내가 하는 고백에 얼마나 놀래려나;;; 설마 쇼크나 심장마비로 죽어버리는 건 아니겠지? 나는 지금 무엇을 걱정하는 걸까. 날 걱정하는 건가, 그를 걱정하는 건가.
누굴 걱정하는 게 아니다. 단지, 개보다 못하는 그의 눈치에 심통이 나는 것일 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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