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감성 글쟁이/엽편소설

엽편소설)#1-32 마음의 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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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가 좋아서 두근거리는 마음은 괴로움일까 아닐까.
짝사랑은 욕망이다. 짝사랑은 겉으로 보기에는 말짱하다. 하지만 속은 새까맣게 타들어간다.
짝사랑만큼 위험한 것도 없다. 그 이유는, 짝사랑은 일방통행이라 한없이 커지기 때문이다.
내 짝사랑을 어쩌면 좋을까
사랑을 이루겠단 욕심은 전혀 없었다. 나 혼자 상상만으로 만족했었으니깐. 그러나 가질 수 없다는 벽에 부딪힌 순간부터 미치도록 갖고 싶다. 안다. 가질 수 없다. 그래도 이 공간만큼은 솔직해져야 나도 숨을 쉴 수 있지 않을까.

결국, 마음의 병이 시작되었다.
나이가 들면서 강한 아빠와 닮아간다고 생각했었다.
하지만 닮고 싶은 희망일 뿐.
나는 한번 빠지면 나 스스로 헤어 나올 수 없다. 왜 진작에 몰랐을까.
고등학교 때 일이었다. 어떤 책이 시발점인지는 기억나지 않으나 한창 종교책에 빠졌었고, 여러 종교에 관한 책을 쉼 없이 읽다 보니 결국 나도 종교를 만들어야겠다는 당찬 포부를 꿈꿨다. 그리고 진짜 내 종교를 만들었고, 종교의 이름까지 지었다. 내 종교의 믿음의 원인과 원천, 그리고 철학까지도. 그러나 누구에게 말할 용기는 생기지 않았고, 그렇게 빛을 발하지 못하고 몇 달간 의욕에 차서 만들어낸  내 종교는 서랍 속에 갇히게 되었다.
그를 좋아한다는 마음을 확신하기 전에는 누구보다 평범하고 물 흐르듯 평온한 삶이었다. 그러나 지금은 다르다. 스스로 헤어 나오질 못하고 매일을 허우적거리고 있다.  겉으로는 말짱하나 속에는 병이 심각했고 이제는 병이 표출되고 있다. 내 마음 하나 추스르지 못해 몸까지 아픈 딸을 보셨으면 얼마나 잔소리를 하실까.
요즘 한번 러닝을 시작하면 멈춰지질 않는다. 잡생각을 떨쳐보려 부단히 애를 쓰고 있다만, 뛰고 나면 몸 여기저기 안 아픈 데가 없다. 결국 허벅지가 많이 아프다 생각했는데 안쪽 허벅지에 멍이 생겨있다? 부딪히지도 않았는데 말이다. 저녁만 되면 많이 아픈 거 같기도?  밤꽃의 흔적으로 병원을 갈 수도 없으니 따뜻한 찜질팩으로 우선 아픈 허벅지를 위로해 본다.

이제 내 몸에서 옅어지기를 시작한 밤꽃들. 다음 주에는 그를 보러 갈 수 있을 것이다. 세 번 중 한 번은 꼭 용기를 내어 고백하고 정리하리라. 그러니 몸과 마음을 더 튼튼하게 만들어야 한다 다짐해 본다. 내 고백은 절대 그가 내 사랑을 받아달라는 구애가 아니다. 그의 기억 속에 남고 싶은 발악일 뿐. 고백이라도 해야 짝사랑을 공식적으로 마칠 수 있는 명분이 될 듯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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