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사랑이 뭔지 모르고 살았다. 누군가를 보고 가슴 설레는 일도, 누군가가 자꾸만 생각나고 알아가고 싶은... 이런 연인의 사랑을 말이다. 어차피 사랑을 시작하면 이별이라는 끝이 정해져 있는 만남에 왜 시간낭비하는지 이해할 수 없었다. 이유는 정확했다. 사랑하는 이가 없었기 때문이었다. 나는 사랑이 많은 사람이고, 사랑이 필요한 사람이다. 그래서 뜬구름 없이 연애소설을 핑계로 사랑타령을 하고 있는지도 모른다.
#처음으로 그를 내 눈에 담았던 날
내가 그를 처음 본 건 뜨거운 여름이 지나고, 가을이 시작되는 10월이었다.
처음 작가와 편집장님으로 만났던 날이 바로 작년 그날이다.
멀찌감치 서로 머리만 숙여 가벼운 인사를 시작으로 그와 나는 눈이 마주쳤다. 이것이 내가 기억하는 그의 첫 만남이었고, 그의 존재가 내게 각인된 순간이다. 처음 그를 봤을 때 나는 단숨에 그로부터는 안전할 거 같은 기분이 들었다. 아마 선한 이미지와 인상 덕분에 그렇게 느꼈던 거 같다. 타인으로부터의 경계심은 사회생활하기에 매우 부적합하다. 그래서 항상 누군가와의 "첫 만남"이 내게는 무섭고, 큰 숙제처럼 느껴진다. 그러나 그에게만큼은 경계심을 푸는데 시간이 얼마 걸리지 않았다. 그런 일은 내게 처음 있는 일이었다. 그 예외적이었던 일이 아마 내게는 그가 호감이었기 때문인 듯싶다.
그를 좋아하는 동안, 그는 하루도 빠짐없이 나를 따라다녔다. 그가 호감이었던 그 순간부터 내내 그는 나를 붙잡고, 내가 그를 떠나지 못하도록 나를 휘감았다.
누군가를 마음에 담아두는 일이 처음 있는 일이라 벅차고 설레고 두근거림이 너무나 기뻤다. 자꾸만 자꾸만 따라오는 그로 인해 너무 행복했으며 좋았다. 그와 함께하는 모든 일상이 나를 충분히 충만하게 했다. 일상을 살아가고 있는 나를 '여자'로 살게 하는 이유가 되기 시작했다. 그러면서 혼자 하는 사랑에서 쌍방 사랑을 갈망하게 되었고, 가질 수 없는 그의 마음이 슬픔과 원망으로 변질되어 현실에 부딪혔다. 현실이라는 큰 벽에 대차게 부딪히고 정신을 차릴 수 있었다.
이제는 그가 따라와서 너무 힘들다. 내게서 멀리 떠나가버렸으면 좋겠다. 여전히 내 사랑은 그를 향해 가고 있는데 내 마음이 그에게로 가는 걸 막을 길이 없다. 내 마음을 억지로 두 팔 벌려 막아서야 하는 사실이 버겁고 아프다. 어쩔 수 없이 그를 향해 흘러가는 마음을 반대편에 서서 거둬야 하는 게 정말 고통스럽다. 온종일 나를 따라다니며 행복했던 시간들이 점점 지옥이 되고 있다. 매일매일 나는 그로부터 도망치는 연습을 하고 있다.

내가 징검다리를 건너지 못하는 이유가 내가 그에게 가지 못하는 이유가 되고 말았다. 어찌 보면, 정말 가까운 거리에 있음에도 결코 닿을 수 없는 그.
이렇게 하루종일 강변만 걸을 줄 알았다면 출근해서 일이라도 할 걸 그랬다. 뛰지 않으려 청바지를 입고 나왔지만, 여전히 걷고 또 걷는 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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