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감성 글쟁이/엽편소설

엽편소설)#1-11 모르는 이를 향한 질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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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잘 지내셨어요?"


부드러운 목소리로 건네는 그의 인사에 설렘이라는 감정이 나를 훑고 지나가 이내 곧 마음을 간지럽힌다.

"요즘 잠은 잘 자요?"

세심함과 나에 대한 걱정이 담긴 따뜻한 안부인사에 작게 일고 있던 그를 향한 마음은 이내 쓰나미가 되어버리고 만다.


그의 한 마디 한 마디가 내 마음에 비눗방울로 들어와 내 마음속에서 몽글몽글 피어나게 한다.
그에게서 항상 듣는 저 인사말이 오로지 나를 위한 인사가 아닐 수도 있다는 생각에 갑자기 내 마음에는 실망이 폭풍우처럼 몰아친다. 이 실망과 분노는 모르는 이를 향한 질투다. 질투는 '소유욕'에서부터 시작된다.
내 마음은 그의 것이지만, 그의 마음은 내 것이 아니기에 생겨나는 갈망. 이제 하다 하다 누군지도 모를 이를 향해 질투까지 하고 있다.
못났다. 정말.
그를 사랑하면 할수록 나의 못나고 미운 모습들만 떠오르는데 이거 지금 내가 제대로 사랑하고 있는 건가 아니면 뭔가 잘못되고 있다는 건가.
하루에도 열두 번은 바뀌고 널뛰는 내 감정에 어디다 장단을 맞춰야 할지 도통 감을 잡지 못하고 있다.
그럼에도 그와 만나 같이 일 할 작가들이 너무 밉고, 그렇게 밖에 생각할 수 없는 나도 정말이지 밉다.

비가 올 때까지 지내는 기우제처럼 나는 매일 그가 날 바라봐주길 빌어본다. 종교가 없는 나지만, 지성이면 감천이라는 말을 오늘부터 믿기로 했다.
처음 시작은 단지 호감에서 시작되었다. 그러다 어째서인지 남자로 보게 되었고, 남자에서 어른남자로 바뀐 후에는 그를 좋아하는 마음에 확신이 생겼다. 좋아하는 마음을 인정하는 순간, 그를 향한 내 마음이 사랑임을 꽤 정확하게 알게 되었다. 숨겼던 마음이 빗장을 푸니 마구 쏟아져 나왔다. 함께 하는 시간에 손을 잡고 싶고, 오고 가는 평범한 대화 속에 키스를 하고 싶어졌다. 그러나 다시 그 마음을 고이 접어 서랍장 속에 간직해야 함을 안다.
애틋하고 간절하지만.. 내 평생 짝사랑은 이번이 마지막 종지부가 될 것이 분명하다. 나는 짝사랑을 하기에 전혀 적합한 사람이 아니다. 기브 앤 테이크가 되는 쌍방!!! 쌍방 사랑을 할 것이다 ㅜㅜ
그래도 지금은 그가 너무너무너무 좋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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