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나는 불안이라는 심리적 요인으로 인한 강박이 있다.
불안을 없애기 위해 특정 행동을 반복하는 행위를 강박이라 불린다. 사실 말하지 않으면 타인은 잘 모르는 나만의 루틴인 셈이지. 이 강박이 이제 그에게도 하나둘 적용되고 있다. 그를 만나러 가는 발걸음에서 왼발이 먼저 시작하고 왼발이 도착해야 된다는 강박, 그가 나에게 하는 말 중에서 "잘 지내셨어요?"가 빠지면 안 되는 강박 등등 말도 안 되는 강박으로 징크스를 만들고 있다.
불안으로 인한 강박 증상이 심해지면 손등을 입에 넣는다. 내 오랜 습관이자 고쳐지지 않는 버릇과도 같은 행위. 그도 이제 안다. 나도 모르게 불안하거나 불편하면 무의식 중에 손을 입으로 가져가는데 가끔 그가 그런 나를 제지시켜준다.
그의 배려있는 행동에 짝사랑 중인 나는 너무나 행복하지만, 그가 그럴수록 손이 더 자주 입으로 가는 이유를 그는 알지 못했다. 나 혼자 하는 사랑이 그에게 들통날까 불안해서 하는 행동임을.
그와 함께 있는 시간에 나도 모르게 "좋아하고 있어요"라는 진심이 튀어나올 거 같아 하는 방어행동임을 그는 결코 알 수 없겠지.
그는 과연 나를 어떻게 생각하고 있을까?
그는 내가 짝사랑하고 있다는 사실을 꿈에도 상상 못 하겠지. 설사 알게 되면 기분 나빠하려나?
평생 나의 마음을 모를 거라고 가정하면
그저 그에게 나는, 그냥 불안으로 인한 강박증이 있는 이상한 작가 중 한명일뿐.
나는 자존감, 자기애가 분명 높은 사람인데 짝사랑을 하면 할수록 왜 자꾸 내가 작아지는 기분이 드는 걸까.
짝사랑은 사람을 지치게도 하지만 비참하게도 한다.
빌어먹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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